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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꼬모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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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데루코가 필요해

나이 들어 갑자기 NBA선수가 될 수는 없다만, 일반적인 범위 안에서 뭔가를 그만 두고(또는 포기하고) 새로 시작하는 데는 나이가 없다고 머리로는 알지. 문제는 실제로 해보고 결과가 어찌되건 받아들일 용기를 가지고 있느냐인데...이럴 때 나를 무작정 응원하지는 않더라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진심으로 함께 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픽션의 세계여도 보면 흐뭇하다. ‘네가 친구이기 때문에 좋은 거다’라는 말까지 할 수 있을 정도면 행운지수 측정 불가겠지...루이가 데루코의, 친구의 존재를 열쇠에 비교할 때 정말이지, 정말 추운 날 벌벌 떨다 가게 들어가서 코 풀고 순두부찌개 드링킹한 뒤의 그 느낌 오랜만에 받았다(...마침 이 대목 읽을 때 손발이 좀 녹는 중이기도 했다만). 아이구 뜨신 것.

데루코가 갑자기 자금 충당하는 파트에서는 살짝 당황하긴 했다만(주부 버전 오션스인가...), 그 뒤의 진짜 ‘인사’,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다’라는 그 다짐을 위해 필요한 순간이었나보다. 데루코뿐 아니라 이야기를 따라가는 나에게도...데루코 어디 가야 만날 수 있나요. 데루코형 AI라도 어떻게 안 될까요.

뭐, 데루코와 루이같은 관계를 못 만든다고 불평할 일도 아닌 것이, 각자의 덜컹대는 인생길에서 고생하면서도 간간이 나를 돌아봐주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연말 개인적인 사고도 있었고, 이런 경박한 감상문을 쓰기엔 슬픈 시기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언제 무슨 사고로 떠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지금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연말 인사 새해 인사 드리는 수밖에 없다. 감사하다고, 당신들의 따스함 항상 기억하고 있다고...

데루코와 루이
데루코와 루이
곰들의 생존을 둘러싼 속터짐과 한 줄기(뿐인 듯한) 희망

제목만 보고 나름 유명했던 곰 8마리로 역사를 푸는 책이려나 했다 프롤로그서 깜놀. 현존하는 곰이 8종밖에 안 된다구요?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참 다채롭게 복장터진다. 소름돋는 환경 문제, 인류 전체가 책임을 져야하는데 특정 지역 주민이나 국가 정책에 부담이 돌아가고, 거의 작살을 내놨다가 수가 겨우 늘어나니 너무 많다고 난리가 나니 피로가 몰려온다. 곰의 위기를 논하면 또 웅담이 빠질 리가 없으니 나라 망신은 원치 않는 보너스 □●...인류는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큰 실패를 저지르고 메꾸지를 못 하는 것 아닌가...

저자 말처럼 희망이 보이는 순간이 없는 건 아니다만, 모금 운동 외에 보통 사람이 뭘 할 수 있을까. 지구 인구가 80억을 넘은 마당에, 곰에게 충분한 거주지를 돌려줄 방법이 정녕 있나? 답답해서 괜히 챗gpt와 곰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이미 아는 이상의 해답은 얻지 못했으니 씁쓸하다.

그리고 곰들을 둘러싼 이슈에 비하면 사소하기 그지없는 의문이다만, 안경곰의 귀여운 외양이 왜 유명하지 않은 것인가? 팬더 이상의 찬사(+ 금전 효과)를 받아 마땅해 보이는데...살이 덜 쪄서? 봉제인형조차 완성도 높은 걸 찾기가 어렵고 스티븐 프라이가 20년도 더 전에 쓴 책이 겨우 있는 정도니, 대체 무엇이 판다와 안경곰의 인기를 가르는지 모르겠다. 이래서 내가 부자가 아닌 건가...

에이트 베어스 - 곰, 신화 속 동물에서 멸종우려종이 되기까지
에이트 베어스 - 곰, 신화 속 동물에서 멸종우려종이 되기까지
외계물질부터 누군가의 방귀까지, 숨

항상 즐겁고, 시간 지나면 과학 지식보다는 웃기는 얘기만 기억하게 되는(...) 샘 킨 슨생님 책. 이거 읽어야지 하고 잊었다가 정신차리니 몇 년이 지나갔다; 지금이라도 읽어서 다행...인가? 이겠지? 당장 제목의 의미 설명하는 대목에서 숨 참고 싶어진다. 별들의 먼지니 카이사르의 숨이니 하면 잠깐 낭만적일 수도 있다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지구상의 각종 생물이 배출하는 모든 기체를 흡입하고 있다는 걸 굳이 상상한다는 건 안 즐겁다. ‘한 사람이 24시간 동안 10의 24제곱 개의 산소 분자를 마신다’....저 많은 분자들의 출처가...과학적 진실이 나의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구만. 특히나 핵무기 파트의 탄소-14 설명을 보면 숨쉬는 한 희망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기후 공학이나, 우주 정착의 가능성(...혜성 100개를 작살낼 핵폭탄을 먼 우주의 목표물에 정확히 쏘려면, 기술은 제껴놓고 자본이 대체 얼마나 들려나...)이나 우리들 숨결의 낭만적 이동 예상도 마지막에 보여주면서 끝내니 마냥 슬퍼할 것도 아니다. 그리고 뭐...따져보면 방사능과 수백만 인의 입냄새나 방귀를 태어날 때부터 마셔놓고 지금 새삼스레 슬퍼해 봤자...

처음 듣는 카를 보슈 이야기나(하버의 유명세를 생각하면 이 사람을 몰랐던 나에게 경악함) 디킨스 VS 조지 루이스, 방귀광 선생, 주기율표 기둥을 새로 만든 레일리와 램지의 미친 인내심(10년을 바친 연구에서 결과를 못 봤어도 불평을 안 하던 사람이 넌더리 난다고 대놓고 말할 정도면 얼마나 참은 거냐...), 하와이 원주민들에 대한 잔인한 범죄, 더불어서 과학자가 취한 행동이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플루토늄 실험 중 실수들까지(이런 걸 교과서에 실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과학 상식 외에도 서프라이즈 한가득이다. 이번에는 이야기 말고도 과학 원리가 기억나야 할 텐데 과연...책이 나온 시기를 대강 따지니 슬슬 슨생님의 신간이 나올 때라, 검색하니 내년 여름 출간 예정이다 오예! 이번에는 늦지않게 바로 챙겨봐야지...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 우리를 둘러싼 공기의 비밀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 우리를 둘러싼 공기의 비밀
브래드버리 ver 아빠는 용감했다

뭔가 오싹한 것을 기대했는데 예상 외의 감동에 강타당함. 읽고 나서 책 뒷표지 다시 보니 선전문구에 밀려오는 미친 공감의 파도 밀려오구요. 일단 유랑 서커스 등장하는 데서 내 마음 속 기본 별점 두 개 먹고 들어가고, 악당 콤비가 비주얼 묘사부터 역할 분담까지 나의 이상(?)에 찰떡같이 들어맞으니 어쩜 좋소. 두근두근 읽다보니 60년대 기준이면 이미 평균 수명에 좀 가까운, 조용하고 기력없는 아버지가 명언 줄투척하면서 부성애, 중년의 정신 재생까지 다 보여주니 댁이 진주인공이셨네요. 사랑 논하는 파트는 교과서에 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한겨울 입술처럼 트고 건조한 마음에 뜻하지 않은 보습 타임.

"위안삼아 하는 말이지만 원래 모든 인간은 바보란다. 언젠가 최악의 바보가 돼서 '도와주세요!' 하고 외치는 날을 대비해 열심히 살아가는 거야." 추운 시기 마음 허한 어른이를 울리는 브래드버리...에잇 찬양한다!

사악한 것이 온다
사악한 것이 온다
반성 타임 갖게 하는 법 정신의 묵직함

여러모로 헤비한 책이었고, 최근 읽은 책 중에서 다 읽는데 제일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생소한 단어 찾아보다가, 갑자기 반성하다가 생각이 또 옆으로 새다가...날이 추워 그런가, 저자분 문장은 부드러운데 내용이 생각하면 할수록 무겁다.

시간 제대로 잡아먹은 것이 자연법 챕터. "이것을 정확히 아는 이는 아무도 없는 것 같다"라고 저자분이 써놓지 않았으면 나의 이해력을 비관하며 눈물 흘릴 뻔...어떻게 보면 인간 행동에 대한 모든 바탕이니 초심자가 한 번에 이해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다. 낑낑대며 읽고 나서도 계급사회에서 어떻게 구성원들이 자연법을 이해했을까 계속 의문이 남다가,  후반에 불쑥 튀어나오는 원문 "시민법과 관련하여 노예는 사람이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자연법으로는 그렇지 않다. 자연법과 관련하여 모든 사람은 평등하기 때문이다."에서 헉 소리. 이런 이해 방식은 지금도 크게 다를 건 없다는 슬픈 놀라움은 덤. 

일부 지역 제외하면 현대의 법이란 당연히 세속적이라는 막연한 생각도 박살. 교회법이 노동이나 손해배상까지 다뤄가며 유럽 법에 영향을 주고, 그 법이 흘러흘러 극동의 법에까지 영향을 주는 이 세상의 신기한 흐름 무엇이뇨.

좌라락 실린 교회법이나 시민법의 법률 격언들은 강펀치를 날리는 문장들로 가득하니, 그 뒤의 정신을 현대에 사는 성인으로서 이해하고 있었는가 계속 반성...특히나 교회법 시민법 양쪽에서 "침묵하는 사람은 동의하는 것이다"가 반복될 때는 어깨 처진다. 내가 이 말을 실천하는 사람인가 확신이 없어...잔뜩 기 죽어있는 와중 튀어나오는 "자기 부도덕을 변명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용납되지 않는다.". 졸지에 수많은 이들을 범죄자 만드는 이 기습 싸대기...

미성년 구제부터 보복적 상소 방지, 고인의 금니 처리(...), 흥분 상태에서 내린 판단에 대한 대처 등등 많은 것들이 이미 존재했으니, 여러모로 법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어메이징했다. (...그냥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법 조항은 엄청 늘었지만, 법과 정의에 대한 생각은 여기서 얼마나 발전을 한 걸까. 용어들을 얼마나 기억할지도 걱정된다만, 그 이전에 내 작은 그릇이나마 반성하는 마음이라도 담고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잘 될까 모르겄다;


법으로 읽는 유럽사 - 세계의 기원, 서양 법의 근저에는 무엇이 있는가
법으로 읽는 유럽사 - 세계의 기원, 서양 법의 근저에는 무엇이 있는가
일하고 울고 웃고 질문하고 살아가기

저자가 장의사이자 시인이라는 데서 호기심이 발동. 시 이야기도 물론 나왔지만, 오늘을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업계 동향도 알아야 하고 사업 확장이나 신규 아이템 생각도 해보는 직업인의 현실이 새롭다. 아무리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직업이라는 건 먹고 사는 수단인데 막연히 이분들을 무슨 수도승처럼 여긴 것 같다. 시야가 좁은 이에게는 책과 작가들이 은인일세...

장의사들이 세미나도 하고, 찾아가지 않는 유해 상자의 보관료를 받기로 결정하는 것(이걸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이 앞다투어 유해를 찾아간다는 게 놀랍다. 부재를 마주하는 공포보다 두려운 보관료...)도, 시인이 어느 잡지에 시가 실리느냐를 신경 쓰고 저작권 생각을 하는 건 살아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결혼하고 이혼하고 변호사에게 애들 학비를 탕진하는 것도...저자 말대로 장례 자체가 산 사람을 위한 것이니기도 하니, 모든 게 오늘을 사는 문제로 되돌아온다. 저자가 이야기한 연령대별 시점에 공감도 되고, 얼마 전 대형사고를 운 좋아 모면했기 때문에 책이 내 어깨 툭툭 치며 살짝 취하신 멋진 삼촌처럼 이야기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살다보니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어 하고...

조력자살에 대한 글도 예상 외의 놀라움을 주었고(특히 커보키안의 조력자살을 받은 이들 중 75퍼센트가 여자라는 부분에 전기 충격), 저자가 스스로도 답을 못 찾은 질문을 잔뜩 할 때는 급 숙연해진다. 장례 사전 준비에 대한 질문들은 중구난방으로 생각이 올라와서 아예 정리가 안 되더라. 머리를 굴릴 수록 질문은 늘어나는데 결론을 낸 답이 하나 없으니, 죽음의 과정에 대해 가졌던 내 생각들의 근거는 이리도 약했던가 한숨이 난다.

고인을 보내는 작업과 사람들에 대한 진심어린 경의가 가득하고, 읽어서 좋았다. 그러나 연말에 정답도 없는 질문들을 이리 많이 토스받다니...어떤 질문은 답이 없는 걸 알아도 일단 던지는 게 중요하지만, 정답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괜히 바라는 것도 사람 마음이더라...

죽음을 묻는 자, 삶을 묻다 - 시인 장의사가 마주한 열두 가지 죽음과 삶
죽음을 묻는 자, 삶을 묻다 - 시인 장의사가 마주한 열두 가지 죽음과 삶
호러였으면 했으나 호러가 아니었더라

작가 전작도 재미있게 보았고, 비밀강령회라는 단어에 바로 낚였다. 내가 생각한 비밀과 작품에 나온 비밀에는 차이가 좀 있었던 것은 백퍼 내 사정. 집었으면 그저 끝날 때까지 책장을 넘길 뿐이다.

나쁜 놈은 바로 냄새 풍기니까 그 행적에 놀랄 일은 없고, '있냐 없냐'에서 묘하게 여운 남기지 않고 한쪽으로 명확하게 간다는 게 반전이라면 반전일까('없다니까!'라면서 '그런데 있을지도...'로 가는 이야기가 많으니까...). 그리고 역시 돈독 오른 인간이 초자연보다 훨씬 공포스러버...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보다 레나가 느끼는 감정의 물결에 끌려가며 읽었다. 편히 감정 이입되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상대가 없는 데도 끊임없이 용서를 구하게 되는 심정, 내가 알지 못하던 모습을 알게 될 때의 충격, 툭하면 후회되고 갑자기 밀려오는 화를 엉뚱한 데 돌리는 모습이 참 피부에 스물스물...읽다 좀 기분 처지기도 했다만, 어쨌든 진실은 밝혀지고 주인공들은 앞을 보고 나아간다. 나도 또 하루 열심히 살고 또 다른 책 봐야겄지. 그나저나 작가 홈페이지서 육각 쪽지 접기 보는데 이거 잘 안된다; 왜 에비가 폈으면 다시 못 돌려놨을 거라 생각했는지 바로 이해가 가네...

런던 비밀 강령회
런던 비밀 강령회
혹한의 땅에서 쓰여진 너무나 따스한 말들

춥고 혼란스러운 시기, 어쩌다 알래스카에서 쓴 글을 집었는데(이유는 모르겠지만 표지 디자인만 보면 알래스카를 떠올릴 건덕지가 없다) 웬만한 핫팩을 능가하는 온기가 전해져서 잠시나마 현실에 대한 공포를 잊었다. 글도, 저자가 만난 사람들도...슬픈 역사부터 순환하는 대자연, 다정한 인연들과 삶과 죽음, 자연 보호 이야기, 제인 구달의 카메오(?) 출연, 문외한에게 충격을 주는 아름다운 사진들까지 종합선물세트마냥 꽉 차 있다. 거의 30년이 지나가는 지금, 이 사진들 중에는 더 이상 찍을 수 없는 풍경들이 있을 것이니 살짝 씁쓸해지기도...

만년동토의 이미지만 갖고 있다가 알래스카의 꽃과 푸른 들판을 보니 굉장히 놀랍기도 하고, 저자의 말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분명히 똑같은 봄이지만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기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기쁨의 크기는 각자가 넘긴 겨울의 모습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겨울을 제대로 넘기지 않고서야 봄의 실감은 아득히 멀다. 그것은 행복과 불행의 이상적인 모습과 어딘지 닮았다."

영하 이삼십도의 추위에 노출되지도 않았고, 떨어지는 포탄들과도 멀리 있으면서도 용기를 잃어가는 이에게는, 당신의 말이 에스키모들이 몸 녹이라고 나눠준 해표유다. 한 권 책으로 전해받은 알래스카의 풍경을 생각하고, 돌아오는 겨울을 두려워하지 말고, 돌아오는 봄을 감사하면서 기다릴 수 있도록 해야지...

긴 여행의 도중
긴 여행의 도중
읽긴 읽었는데 읽은 게 아님

나름 버지니아 울프 1인 축제를 계속한다고 집었는데, '내가 정녕 이 책을 보았소'라고 말하기 힘든 독서였다. 언급된 책들을 반도 안 읽은데다 콩그리브나 해즐릿은 금시초문. 이 책 좋으니까 읽어봐요가 아니라 이미 다 읽은 이에게 더 깊은 설명을 해주는 글들이니 나의 선택 좀 성급하였도다...감상이라기보다는, 나중에 다시 들춰보기 위해 메모를 남긴다. 언급된 책들을 어느 정도 읽고 나중에 다시 보면 아, 이런 뜻이었구나 깨달을 수 있겠지.

그래도 신기한 부분들이 많다. 온전히 찬양하지도 온전히 까지도 않으면서,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유일무이한 점들을 말하니 옛날 짤마냥 '어머 이건 봐야해!' 생각이 덜컥. 그리고 영국사람 입장에서 그리스나 러시아 문학 이야기하는 것이 괜히 신기하다. 극동의 독자1 입장에서는 다 외국문학이라...

제목을 따온 마지막 챕터 에세이는 역시 강렬하다. 집안에서 잠깐 나방이 날아다녔던 것을 가지고, 영국의 아침과 들판 풍경부터 갸날픈 생명에 대한 경이, 죽음의 거대함까지 말할 수 있다니 버지니아도 문학이라는 것도 참으로 대단하구나. 문외한의 입은 그저 강제오픈될 뿐.

이 에세이들을 쓰기 위해 버지니아가 얼마나 주의깊게 읽고 곰씹으며 생각했을까. 책을 통해 더 나은 나 자신이 되려면 그렇게 읽어야한다 생각은 하면서도, 당장 다음 책 빨리 보고싶어 손이 근질거리는 자신에게 한숨이 난다...하긴 조상님들도 말씀하셨지 제버릇 개 못준다고...

나방의 죽음
나방의 죽음
마음 포근해지는 책 사랑 행복 토스

올해 어찌어찌 요양원 이야기도 보고 책모임 이야기도 보았는데, 요양원에서 책 보는 이야기를 보니 또 조금 새롭다. 우연한 만남으로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소중한 인생의 무언가를 가르쳐준다는 것은 픽션 세계의 영원한 클리셰다만, 그래도 보면 또 훈훈하니 반복되는 것에는 역시 이유가 있는 법이구나 생각도 하고.

작가분 직업이 작가이자 대중낭독가이기 때문인가, 낭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 처음엔 그냥 호오~ 하다가, 호흡을 늘려야한다고 피키에가 잠수복까지 사주면서 수영을 강요(?)할 때 풉 올라옴. 책을 읽기 위해 체력을 증진해야 한다는 이 극한의 책사랑! "넌 머지않아 열두 시간을 쉬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될 거다"라는 뿌듯함 가득한 이 대사 어쩜 좋소 - 당연히 책 추천들도 잔뜩 나와서 소소한 즐거움이 가득하다. 검색하니 번역이 없는 책도 있다만...어쨌든 소개된 책들만 찾아봐도 내년 읽을 거리는 충분할 것 같다.

십대 후반의 그레구아르가 하는 질문들이, 실제로 그 나이의 청년이 할 질문이라기보다는 나이들어 갈 길 헤메는 내가 할 법한 질문이라 살짝 씁쓸함을 느낀다. 이 모자란 문장력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이 현재진행형으로 두렵고, 만일 어린 친구들이 나에게 뭐라도 묻는다면 대답해줄 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초라한 모습...그래도 피키에 씨처럼, 자꾸 옛날 뒤돌아보면서 자기학대하는 것보다야 남아있는 시간은 앞을 보고 나아가고, 세상의 새싹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닐까. 책덕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이게 뭐야 싶은 내용일 수도 있다만, 내가 사랑하는 책, 책이 만들어주는 하나의 세계와 희망을 한 명의 아이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엄청나게 보람찬 일이 아닌가. 당연히 상대방도 원해야 가능한 일이니 성사 가능성이 참 희박하다만...그래서 소설인가 쩝.

곁다리지만, 소개글만 보면 살짝 비슷한 카테고리의 영화 행복의 권리 개봉을 계속 기다리다 어느 새 잊어버리고 있었다. 책 보다가 생각나서 다시 검색했는데 지금도 스트리밍 서비스조차 안 되니 영원히 개봉 안 하겠구만 이런 ●□○■...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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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증정] 《조선 궁궐 일본 요괴》읽고 책 속에 수록되지 않은 그림 함께 감상하기![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책증정] 언제나 나를 위로해주는 그림책 세계. 에세이 『다정하게, 토닥토닥』 편집자와함께"이동" 이사 와타나베 / 글없는 그림책, 혼자읽기 시작합니다. (참여가능)
각양각색! 앤솔로지의 매력!
[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책나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시간을 걷는 도시 《소설 목포》 함께 읽어요. [장르적 장르읽기] 5. <로맨스 도파민>으로 연애 세포 깨워보기[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
사랑은 증명할 수 없지만, 증명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있다
[밀리의 서재로 📙 읽기] 29. 구의 증명최진영 작가의 <단 한 사람> 읽기[부국모독서모임] 최진영의<구의 증명>, 폴 블룸의<최선의 고통>을 읽고 책대화 해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레슨!
[도서 증정] 『안정감 수업』 함께 읽으며 마음을 나눠요!🥰지금보다 나은 존재가 될 가능성을 믿은 인류의 역사, 《자기계발 수업》 온라인 독서모임
한국의 마키아벨리, 그의 서평 모음!
AI의 역사한국의 미래릴케의 로댕최소한의 지리도둑 신부 1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일본의 탐미주의 작품들
[그믐클래식 2025] 10월, 금각사 [북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년』 함께 읽어요!
공룡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기로!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7. <경이로운 생존자들>[밀리의 서재로 📙 읽기] 10. 공룡의 이동경로💀《화석맨》 가제본 함께 읽기
추석 동안 읽을 만한 일본 추미스!
[책 증정] 호러✖️미스터리 <디스펠> 본격미스터리 작가 김영민과 함께 읽기 [박소해의 장르살롱] 7. 가을비 이야기 [박소해의 장르살롱] 10. 7인 1역 [박소해의 장르살롱] 2. 너의 퀴즈 [박소해의 장르살롱] 21. 모든 예측은 무의미하다! <엘리펀트 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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