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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꼬모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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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서도 믿기 힘든 한 서적상의 유산

'세계 서적상의 왕'이라는 호칭에서 대체 무슨 내용일까(좀 슬프지만, 책 팔아 재벌되어 나온 호칭은 아니었으리라는 예상은 적중했다...) 하면서 보았다가 뒤로 갈수록 고전 만화 주인공들처럼 내 눈이 띠용하고 나오는 것 아닌가 착각이 든다. 물론 이 사람 혼자 모든 걸 바꿨다고 말할 수는 없고, 시대와 장소 및 수많은 요소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다만...(1400년대에 성인 문해율이 70퍼센트라니 어메이징 피렌체!) 딱 하나만 어긋났어도. 플라톤이 이 극동지역의 교과서에까지 실리는 일이 아예 없었을 수도 있고, 콜럼버스 항해부터 아주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겠지.(...잠깐이지만 그편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역사는 학습해서 교훈 뽑아야지 가정할 것이 아닌데...)

멋진 책들은 항상 그렇다만 어지간한 소설 뺨때리는 드라마, 별의별 이야기들이 짬뽕된 종합선물세트같은 구성.(이정도면 한우급 중량이 아닐까) 전혀 기대 안 했는데 수녀원 얘기 봐서 괜히 반갑고, 잠깐이라도 레오나르도 다빈치 언급은 빠지질 않으니 역시 당신은 외계인. 이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도중, 아마 저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용이 아닐까 하는(두 번이나, 심지어 한 번은 책 가장 마지막 문단에 언급) 글을 나도 잊지 않으려 메모한다.

 

"모든 악은 무지에서 생겨난다"

"하지만 작가들은 어둠을 몰아내고 세계를 밝게 비춰왔다."

피렌체 서점 이야기 - ‘세계 서적상의 왕’ 베스파시아노, 그리고 르네상스를 만든 책과 작가들
피렌체 서점 이야기 - ‘세계 서적상의 왕’ 베스파시아노, 그리고 르네상스를 만든 책과 작가들
땀내와 위험 가득, 아름답고 무서운 북극 탐사

표지 보고, 환경 문제 + 아름다운 북극 + 극한 추위 같은 전형적인 이미지들을 상상하고 집었다. 분명 키워드는 맞았는데 흘러가는 양상이 매우 달라 당황한다. 이미 전조는 머리말에 있으니... "원정대는 전적으로 자연의 힘에 내맡겨졌고, 유빙이 우리를 어디로 운반할지, 원정대 탐험이 어떻게 진행될지 누구도 말하지 못할뿐더러 영향도 끼칠 수 없다."...예? 그래도 설마, 우주에도 가고 컴퓨터 돌려서 기후고고학까지 하는 시대에...라고 생각했는데 설마가 사람잡네.

- 위치상 위성과 GPS 작동이 원활하지 않음. 몇 시간 전 위성 사진 받은 거 보고 펜과 종이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사람이 계산해야함.

- 자랑스러운 감시카메라, 깔끔한 도면에 소개되는 시점에서 네 대 중 두 대 초반 고장(...)

- 유빙에 배 고정시키는 과정 자체가 위험천만

- 어마무시한 육체노동인 캠프 설치. 몸을 밀봉한 방한복에서 말 그대로 김이 올라오도록 설치했는데 중간에 얼음 상태 변하면 뛰쳐나와서 전선이랑 기구 다 옮겨야 함. 얼음이 갈라져서 사람 식껍하게 하거나 미니 얼음산인 얼음 능선 생기면서(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설명보고 긴가민가하다 다음 페이지 사진 보고 기겁...)

- 극지방에 신기루가 있다(!!!). 이 탐사 과정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시각을 믿고 걸어댕겼다간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 북극곰 계속 쫓아내야 함(1. 기기를 물어뜯거나 먹어서 북극곰에게 참사가 생김, 2. 곰에게 당해서 기기와 대원에게 참사가 생김)

- 보급하고 인원교체해야 하는데 코로나 터져 국경 봉쇄(...)

읽으면서 간이 쫄아드는 이런 과정을 평온하고 담백하게 쓸 수 있다는 게 원정대장의 그릇이겠지. 이렇게 중요도가 높고 고립된 환경에서 일해야하는 팀의 총괄자면 당연한 일이겠다만...실패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한편 '포기는 선택사항이 아니다'라는 말이, 다른 책들에서도 나오는 말이라고 넘기기엔 꽤 묵직하다.

멋진 사진과 설명으로 보는 북극이 경이로우면서도, 후퇴 중인 빙하의 모양새가 너무 충격적이라 역시 공포는 피할 수 없다. 이 추운 날에도 북극은 계속 녹고 있겠지...그래도 맺음말에 대장님이 건네는 담담한 희망을 믿어보고 싶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미미해도, 어차피 망할 거라고 나몰라 그냥 책이나 볼래 할 수는 없으니께.

북극에서 얼어붙다 - 소멸하는 북극에서 얼음 시계를 되감을 330일간의 위대한 도전
북극에서 얼어붙다 - 소멸하는 북극에서 얼음 시계를 되감을 330일간의 위대한 도전
닮은 듯 다른 두 음악 이야기와 짠내

트로트와 엔카의 비교 분석이라니 이런 신기방기한 책이 있나. 약간이라도 지식이 생기면 명절날 아이스 브레이킹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도 살짝 하며 오픈.

시작부터 다이나믹하다. 갑자기 교회 음악과 군악대를 필두로 생전 못 들어본 음악이 밀려들며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의 짬짜면이 시작되고, 강제로 음악 시장이 하나로 합쳤다 쪼개졌다 하며 주거니 받거니. 그 속에서 사람들은 노래를 듣고 부르는 즐거움에 눈을 뜨고...대략적인 부분만 봐도 영화가 한 삼십 편 나올 듯하다. 아리랑이 일본에서 유행했던 시절, 이철의 오케 레코드(이런 신기한 양반에 대한 영화가 없다니!), 번안 작품인데도 원작과는 결말이 다른(!) 이수일과 심순애로 보는 정서 분석 등 신기방기의 화수분이다.

  '배가 고파 쓰러질 지경이어도' 라디오를 사서 노래 들으면서 따라 부른다는 기사에는 왜 이리 짠해지는지...농사철 노동요 말고도, 내 마음, 내 눈물에 대한 노래도 세상에 있다고, 따라 불러도 된다고 깨달았을 때의 마음은 어땠을까? 눈물겨움으로는 뒤에 나오는 강제노동 아리랑에 비할 바 아니지만...'석탄을 캘 때는 시장해서 죽을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면 곤봉이 날아온다'...돌아와요 부산항에에 대한 설명까지 보니 점점 숙연해진다. 가사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데, 무심해서 스쳐지나갔었구나. 이렇게 심각해지다 갑자기 '뽕끼'라는 단어가 나오니 긴장 와르르 무너짐. 이것이 완급조절...

트로트와 엔카에만 해당하는 얘기도 아닌 이성애나 엔카 원류 논쟁 파트, 테마부터 최근의 붐까지 둘을 같이 보니 초심자에게도 가깝게 와닿는 것들이 있다. 음계나 창법 쪽은 여전히 모르겠다만(당장 입 안에서 음을 누른다는 게 무슨 말인가...), 격변하는 극동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남은 음악들에는 역시 특별함이 있고 내가 몰랐을 뿐이더라.

트로트와 엔카가 더 많이 교류하며 언젠가 엔카의 한국 공연도 이루어졌으면 한다는 저자의 바람을 읽는데...가만, 올해 그런 tv 프로그램 하고 있잖아? 저자의 희망에 싹이 돋고 있다 오오오오.

유튜브가 보우하사, 언급된 노래들을 좀 검색하니 가사들 구슬프기도 하다. 타향살이가 1934년 노래인데 지금 봐도 하...이런 노래들을 만든 사람들에게도, 따라 부르며 고달픈 시간 버텼던 사람들에게도 경의를. 고생하셨습니다.

한국의 트로트와 일본의 엔카 - 한일 대중음악 사회사
한국의 트로트와 일본의 엔카 - 한일 대중음악 사회사
이것이 팝콘각...! One day in 개봉

도시의 만화경 읽으면서, 이 그림 실물이 한 번 보고싶다 생각하며 기억 속에 접어두고 있었는데 어머나 세상에 책이 번역이 나왔네. 이게 무슨 감사한 일? 플러스 좀 덕스러운 발상이다만, '개봉'이라는 단어에서 바로 오는 두근거림이 있다. 중국어도 모르면서 자동 재생되는 "카이뻥요거~ 빠우칭티엔~" 포증의 도시, 전조랑 왕조마한장룡조호가 범인만 잡는 게 아니라 가끔 귀신도 잡았던 도시의 하루를 볼 귀한 기회 어찌 놓치랴.

그냥 슥 봐도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각자 열심히 뭘 하니 신기방기다만, 역시 도슨트가 중요하니 재미진 설명에 빨려들어간다. 도시 한 가운데서 타이타닉 찍을 뻔한 상황이라던가(잘하면 목조 다리까지 무너지는 초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뭐 이런 서스펜스한 그림이!) 길거리 점쟁이들도 등급 나눠져있는 모습이라던가('이 점쟁이는 고급 등급에 속하며 영업 의지가 매우 강하다' 대목에서 제대로 빵터짐) 어른들을 따라 바쁜 도시속을 다니는 아이들의 각양각색 모습 등등...지금과 크게 다를 것도 없는 길거리 광고판이나 노점, 그리고 여기저기 보이는 교통사고 직전 상황에 괜히 웃음이 샌다. 그리고 사마광 스앵님, 당시 인기였다는 여자 레슬링이랑(이게 영화가 되지 않는다는 게 믿을 수가 읎다...) 머리 꽃장식 극혐했다는 부분부분 언급에 정치행보 이전에 이거 그냥 성격인 거 보여서 또 빵 터지고. 덜어낼 포인트 없는 이 깨알재미!

저자가 여러 자료들을 털어가며 그림 속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려고 하면서도, "대개 삶은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보았고 느꼈다면 그냥 이해할 수 있다"고 할 때 살짝 심쿵. 이걸 언제 현지에 가서 줄서서 볼지는 모르겠고(이제는 시간과 돈만 문제가 아니라 줄 설 체력이 없다...) 모든 건 실물을 보는 것이 왔다지만, 이렇게나마 맛을 보니 저자와 글항아리의 은혜를 찬양하라 오예!

청명상하도 - 송나라의 하루
청명상하도 - 송나라의 하루
아드레날린 솟아나요, 좋았어!

심장병 환자가 피해야할 책 리스트를 만든다면 오승호의 작품이 반드시 들어가지 않을까? 강약중강약이 아니라 강강강으로 가다 메다꽂는 느낌에, 책 더 두꺼웠으면 호흡곤란 올 뻔...

안 그래도 예상도 안 되고 정신 혼미한데 - 그 와중에 아소가 질문을 쫘르르 정리해주는 친절함에 빵터짐 - 콜센터의 현실이나 나베시마가 조우하는 청년들 이야기들이 무거워 허리 졸라매는 스칼렛처럼 힘들어진다. 이럴 때 '대가 없는 사랑에 당첨되고 싶다'같은 문장 보면 싸대기 맞은 마냥 울고싶은 기분 드는 거지...읽는 데 기력이 왕창 빨리니, 이야기가 끝나 안도하는 한편 이렇게 소모를 하면 살이 좀 빠져도 되는 것 아닌가 잠시 부질없는 생각을 하였다.

사실 무라세의 동기가 이해가 안 가지만 - 아무리 생각해도 1순위는 내가 지켜야할 존재를 계속 주시하는 것인데, 굳이 이런 선택을 하려면 양념이 훨씬 많아야하지 않나?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 주인공들 각자가 선택하고 그 책임을 마주하는 모습에 괜히 숙연해지고, 나는 어떠한가 생각도 든다. 속죄라는 단어가 무거워서 그렇지,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을 어찌 질 것인가는 매일매일 피할 수 없는 일이니까...

로스트
로스트
한 권 가득 넘쳐흐르는, 멋지고 가끔 슬픈 당신의 조각들

방구석 나홀로 버지니아 울프 축제는 아직 진행중이다. 역자분이 공들여 선별하신 산문집이라 그런지 통으로 외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글들로 꽉 차있어 읽은 것이 느무나 뿌듯하다. 허전한 속에 군고구마보다 울프!

"말은 우리가 말을 쓰기 전에 우선 생각하고 느끼기를 바랍니다." 이런 문장을 보면서 감동과 양심의 가책을 동시에 느끼고, 위인의 편지글을 읽는 것에 대한 대단히 긍정적인 말들을 보며 '그래, 후대에 자기 편지를 읽는다고 생각해도 버지니아가 대노하지는 않았을 거야!' 하면서 안심하고 혼자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아무리 별 볼 일 없는 소설이라도 최고의 작품과 비교될 권리는 있다'라니,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읽는 사람의 기준이 이리 다른 것일까. 내가 만일 어찌어찌 첫 책을 낸 작가인데, 평론가가 톨스토이 작품이랑 비교하면서 내 작품을 까면 그날로 심리치료 시작할 것 같은데...소설을 존경하고 사랑할 뿐 아니라 겁박하고 부수기도 해야한다는 말도 그렇고. 높은 이상이나 자신감같은 단어 몇 개로 논하기 힘든 말들이다. 이 말들로 버지니아 울프를 어설프게 분석하려 드는 것보다, 버지니아 울프니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여성 문제나 서평은 거의 모든 문장이 두근거려서 골라서 토를 달다간 365일도 모자란다.

런던 에세이들을 보니 지금 당장 런던으로 떠나고 싶다. '먼 바다의 선박을 불러와 창고 아래에 포로로 잡아두는 거친 도시의 노래가 이곳에서 낮게 우르릉거린다.' 순간 사고를 정지시키는 이 한도초과의 근사함 뭡니까. 문방구 다녀오는 과정에 도시의 겨울 풍경과 사람들을 통으로 담아 전해주니 이것이 해리포터 뺨때리는 버지니아의 마법일세. 중고서점 들르는 장면에서는 마음속으로 좋아요 버튼 한 백 번쯤 누른 듯. 이 서점 혹시 남아있을까 검색했는데 찾지 못했다. 대신 연필사러 가던 길 지도를 올린 멋쟁이가 계셔서, 언젠가의 여행을 대비해 저장하고 친절한 타인의 대박을 기원하였다. 때애애앵큐우우우.

시작부터 쭉 느껴지지만, 마지막 장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앞을 보려고 한 사람이라는 게 확 피부에 와닿는다. 그 모습에 감탄하는 만큼 버지니아의 아버지가 더 싫어지기도 하고. 버지니아는 자기 아버지니까 애증을 가지는 것이지, 먼 훗날 글 읽는 사람에게는 이런 사람에게 애정을 가질 건덕지가 없어...

매 페이지 매력 터지는데다, 결정적으로 표제를 따온 파트에서 나의 무질서한 독서도 누군가 이해해준다는 느낌에 또 찡. 그것도 단어 하나하나를 그리 중하게 생각하는 그 버지니아 울프가...

일단 실린 글 두 개가 3기니의 프로토 버전이라니 3 기니를 읽어야하고, 아직 읽지 않은 소설도 있고 비평서도 있으니 나홀로 축제는 계속 진행 예정이다. 내가 정말 작품의 이면까지 다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고, 이전처럼 기분 무거워져 어영부영 접을 수도 있지만...인생 어쨌든 돈벌이건 덕질이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이지!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감성지수 한계치까지 올리는 밤풍경 감상

날이 추워지니까 괜히 속까지 허전해진다. 이럴 때는 전기장판 속에서 군고구마 왕창 먹는 게 직빵이라 생각하지만 더 이상의 뱃살과 당뇨가 두려우니, 그림들 보면서 감성을 빵빵하게 만드는 게 낫겠지.

표지도 예쁘고, 설명과 인용문들도 감성 터진다. 한 페이지 큼지막하게 나온 에드워드 호퍼의 "말로 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는 말도 있으니, 미술 지식을 외우려 애쓰기보다 그림 자체를 두근거리며 오래 바라보는 것이 맛이겠지. 밀레나 루벤스처럼 유명한 화가의 작품인데도 처음 보는 그림들부터, 아예 처음 알게 된 앤 매길의 옛날 프랑스 영화같은 심쿵한 작품들(소멸되었던 연애세포가 살아돌아왔는가, 잠깐이나마 착각할 정도), 장 베로의 영화 스틸같은 작품들까지 그냥 봐도 싱숭생숭한 그림들을 밤이라는 주제로 모아놓으니 바라보면서 마음만은 나도 시인.(...마음만이어서 다행이다...) 읽을 때 전화나 카톡 안 온 게 천운이다. 순간적으로 부푼 마음에 닭살 돋는 답장해서 넓지도 않은 인간관계에 큰 지장 왔을지도...

화가가 사랑한 밤 - 명화에 담긴 101가지 밤 이야기
화가가 사랑한 밤 - 명화에 담긴 101가지 밤 이야기
미쓰다 월드 전연령대 청춘극장

역시나 덮어놓고 집어왔으며, 저자의 최근 작품들에 비하면 꽤 소프트하다. 불만인 건 아니고, 추운 날 산 붕어빵 조심해서 씹었더니 생각보다 안 뜨거워서 한 입에 순삭한 느낌. 괴이 파트는 언제나처럼 피부가 스물스물하지만, 둘이 머리 맞대고 추리 내지 티키타카를 할 때는 훈훈(?)하면서 어릴 때 보던 괴담책들 주인공들이 이렇지 않았나 되돌아보기도 하고. 일관된 소름 레벨이나, 순한 맛보다는 매운 맛을 원하시는 분들한테는 어떨까 싶지만...공포에 살짝 약한 독자는 강약중강약이 편해유.
















































사실, 막판에 언급되는 이름에 이렇게 미츠다 월드가 연결이 되는가 다른 의미로 놀람. 작가의 여러 작품들이 동일 세계관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드문 것도 아니고 그런 걸 찾는 것도 재미지만...이 인물들이 나온 시리즈의 번역이 끊긴 뒤 방법 없어 원서 완독한 입장에서, 그런 기대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시리즈 뒤로 갈수록 공포 묘사와 판타지의 비중이 동시에 왕창 올라가니, 무서울 때는 우와 역시~ 하다가도 혼란스러웠다. 따지고 보면 괴이현상도 판타지에 속하고 판타지도 좋아하지만, 은근하던 요소가 갑자기 메인이 되고 작품 카테고리가 바뀌니...시리즈물은 분명 집필 단계부터 대략적인 것들이 정해져 있을테고, 다른 독자들은 이미 초반에 다 짐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쓰다 신조 작품 매력은 퇴마가 아니라고 지금도 생각하니까...'아이젠'이 이야기에서 맡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개그 판타지 지수도 급증해, 걷는 망자의 개그가 별책부록 훈훈같은 느낌이라면 이쪽은 가끔 부담스러웠다. 클라이막스는 빼박 판타지니, 미쓰다 작품들 내에서도 색이 다르다 여겼는데...이 인물들의 과거가 별도의 퇴마 탐정 시리즈가 아니라 도조 겐야 시리즈로 나오고, 이름만 언급한 게 아니라 마지막 장에 요약소개까지 해서 연결에 확실히 도장을 찍은 데는 뭔가 의미가 있겠지. 큰 의미는 없다 해도 작품의 아버지가 원하면 그러려니 하는 것이고...
























문제의 시리즈 원서들은 다 읽고 도서관에 기증하러 들고 갔었다. 담당직원분이 체크하면서 라이트노벨은 안 받는다고 하심. 시리즈 번역본이 이 도서관에도 있다고 말씀은 드렸으나, 전체 내용을 생각하니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그때서야 생각하게 되었다. 직원분이 의심하는 눈으로 접수는 하셨으나, 이후 장서에 추가되지 않은 걸 보면 라이트노벨로 분류되어 폐기처분된 듯. 여러모로 착잡한 기억만 남기고 간 그대들이여...

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짜증이 나는 데 왜 보게 될까유

호손이 싫어서 잠시 망설인다. 1권을 반도 읽기 전에 '이거는 아무리 불쌍한 사연이 있어도 수용불가'라고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오히려 더해서 혀를 내둘렀던 씁쓸한 기억이 떠오르지만...2편 번역이 나왔다니(맥파이 살인사건 후속작이 아니라 이게 먼저 나왔다는 것이 어지간한 추리소설보다 더 미스터리다...) 분명한 이유는 없으면서 아니볼 수 없다는 마음은 왜 드는 것일까. 아냐, 읽는 데 이유는 필요없어...

호로위츠의 좌충우돌이 딱하고 웃기면서도 역시 호손이 싫다. 시리즈라는 것이, 첫 등장 때 비호감이었던 인물이 점점 다른 면이 나오며 호감도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으니 약간 기대를 걸었는데 호감도 더 내려감. 본문에서도 호로위츠가 '사람들이 당신을 싫어할테니까요.'라는데, 이 모든 것이 작가가 의도하고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아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어...나는 호손이 싫어요! 호손 하나만으로도 질리는데, 그룬쇼가 서점에서 벌인 행각에 또 한 번 머리 띵. 책덕에게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이런 불명예를! 

1, 2편 클라이막스마다 호로위츠가 욕보는 걸 보니 이 패턴은 그냥 굳어지겠구나. 괜찮아 매권 머리 깨지고도 안 죽는 본즈도 있는데...어쨌든, 3권 번역도 좋다만 문플라워 머더스 번역이 빨리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숨겨진 건 죽음
숨겨진 건 죽음
슬며시 부러운, 함께 해답 찾아가기

힐링 독서모임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살짝 다르다. 재미있는 책들 이름이 군데군데 언급되지만, 본문에서 북클럽이 공식적으로 다룬 책이 오만과 편견 한 권 뿐이라...거기다 중간에 실종된 매들린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교차되니, 갑자기 샤이닝 걸즈 생각이 나면서 엄청나게 초조해진다. 아냐, 표지를 봐. 아무리 번역 제목이나 표지가 내용과 다른 책들이 있지만, 그 정도 스릴러면 이 표지일리가. 뒷표지에 적혀 있잖여 치유의 시간들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막바지에는 설마 얘가 등에 칼 꽂는 거 아닌가 안절부절못하고...요상하게도 csi형 살인이 나오는 소설에는 별 생각이 없으면서, 이런 스케일 작고 평범한 상황에서 질척대는 뭔가가 일어나는 것이 읽기 힘들다. 일단 상상하던 최악의 가정은 안 나와서 그것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이 드래곤 브레스처럼 뿜어져 나옴.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고 나니, 그래, 힐링 이야기인 것도 맞아...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처리하기 좋은 타이밍은 있겠지. 하지만 타이밍이랑 상관없이 어떻게든 마무리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문제도 있고, 사람 나이랑 상관없이 문제는 그냥 매일 생기지 않는가. 그때 나를 격려해주거나 함께 끙끙대며 생각해주려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용기가 생기고, 좀 다른 방향으로도 머리를 굴려볼 수 있겠지. 나의 노년에도 모나나 도리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만 내가 두 사람깉은 인물이 아니니 그리 되겄냐...

명대사는 아니지만, 아마 몇 년 지나면 절실하게 느껴질 대사를 메모메모.

"내 몸이 움직여야 하는 대로 제대로 움직이는 한 나는 감사하며 살 거야. 매일 아침 일어나면 오늘은 또 몸 어디가 말썽일까 싶거든."

"그러게. 혈압이나 관절에 문제가 없으면 기억력이 감퇴되어 있지."

세상 끝 작은 독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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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에서 단테의 <신곡> 연극을 봅니다.
[그믐연뮤클럽] 8. 우리 지난한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여정, 단테의 "신곡"
같이 읽고 싶은 이야기_텍스티의 네버엔딩 스토리
김준녕, 오컬트도 잘합니다. [다문화 혐오]를 다루는 오컬트 호러『제』같이 읽어요🌽[텍스티] 텍스티의 히든카드🔥 『당신의 잘린, 손』같이 읽어요🫴[텍스티] 소름 돋게 생생한 오피스 스릴러 『난기류』 같이 읽어요✈️[책증정] 텍스티의 첫 코믹 추적 활극 『추리의 민족』 함께 읽어요🏍️
10월 20일, 극단 '족연'이 돌아옵니다~
[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모두를 위한 그림책 🎨
[도서 증정] 《조선 궁궐 일본 요괴》읽고 책 속에 수록되지 않은 그림 함께 감상하기![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책증정] 언제나 나를 위로해주는 그림책 세계. 에세이 『다정하게, 토닥토닥』 편집자와함께"이동" 이사 와타나베 / 글없는 그림책, 혼자읽기 시작합니다. (참여가능)
각양각색! 앤솔로지의 매력!
[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책나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시간을 걷는 도시 《소설 목포》 함께 읽어요. [장르적 장르읽기] 5. <로맨스 도파민>으로 연애 세포 깨워보기[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
사랑은 증명할 수 없지만, 증명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있다
[밀리의 서재로 📙 읽기] 29. 구의 증명최진영 작가의 <단 한 사람> 읽기[부국모독서모임] 최진영의<구의 증명>, 폴 블룸의<최선의 고통>을 읽고 책대화 해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레슨!
[도서 증정] 『안정감 수업』 함께 읽으며 마음을 나눠요!🥰지금보다 나은 존재가 될 가능성을 믿은 인류의 역사, 《자기계발 수업》 온라인 독서모임
한국의 마키아벨리, 그의 서평 모음!
AI의 역사한국의 미래릴케의 로댕최소한의 지리도둑 신부 1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일본의 탐미주의 작품들
[그믐클래식 2025] 10월, 금각사 [북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년』 함께 읽어요!
공룡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기로!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7. <경이로운 생존자들>[밀리의 서재로 📙 읽기] 10. 공룡의 이동경로💀《화석맨》 가제본 함께 읽기
추석 동안 읽을 만한 일본 추미스!
[책 증정] 호러✖️미스터리 <디스펠> 본격미스터리 작가 김영민과 함께 읽기 [박소해의 장르살롱] 7. 가을비 이야기 [박소해의 장르살롱] 10. 7인 1역 [박소해의 장르살롱] 2. 너의 퀴즈 [박소해의 장르살롱] 21. 모든 예측은 무의미하다! <엘리펀트 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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