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모님의 블로그
글로 남기는 나만의 기록장온라인에서 사랑 찾다 골로 갈 수 있다는 교훈은 이미 옛적의 엑스파일 에피소드에도 있었으니(지금은 초등학생들도 그 정도 묘사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겠지만, 그땐 참 무서웠다...), 도입부서 데이팅 앱으로 사람 만나 는 시점에서 좋은 일이 있을 리가. 게다가 첫 만남에서 이미 이 남자가 나의 짝이라 느낀다면, a. 이놈이 범인이다, b. 이 분이 곧 고인이 된다 둘 중 하나니까 큰 흐름은 이미 예상 가능하다. 그래도 주인공과 잠수남의 과거를 쫓는 과정은 흥미진진. 복장도 좀 터져서 그렇지...얌전히 경찰이나 탐정에게 맡겼으면 소설이 될 수가 없다는 건 알지만, 신변 안전을 위해서 피해야할 일들을 신나게 해대고 막판엔 그냥 날 잡아드쇼 수준이니 깝깝허다 깝깝해. 그리고 다른 부분 다 쳐내고 생각해도, 잠수탄 썸남한테 메일이 왔는데 닉네임이 '용서받지 못할 남자'면 진짜 백 년의 사랑도 식겠네. 그러나 주인공은 장단 맞춰서 답장까지 하고 있으니 어이고 뒷목이야...
어쨌든 결말은 긍정 파워 뿜뿜이고, 진짜 오랜만에 대놓고 '사랑이 이긴다'는 문장도 보고(이젠 이런 문장 사멸한 줄 알았음) 잘 읽었다. 데이트 시장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실용적 교훈도 꽤 있으니 어디 보안 관련 채널이나 범죄 토크쇼에 소개가 되면 좋겠는데 과연...


잠깐이지만 실없는 상상을 했다. 오후 교단이 생겨서 이 책이 바이블이 되고, 작가님이 강연하시면 다른 이들과 더불어 신도석에서 믿쑵니다 외치는 내 모습. 본문 인용문 인용사례의 삼위일체에 청소기 앞 먼지처럼 빨려들어간다. 본문에서 작가분이 본인도 거짓말을 한다고, 이 책에서 몇 번이나 거짓말을 했겠냐고 써놓으셨는데 현혹된 독자는 모르겠다. 설사 있더라도 너무나 그럴 듯 한 거...
처음 들어 화들짝인 서울 올림픽 뒷얘기, 후환의 제거라는 시점에서 해석하는 용산참사, 명품, 거짓말 기타등등 하이라이트가 아닌 부분이 없다. 이런 책에서 보리라 상상 못한 코에이 삼국지 일러스트나 원기옥에 경악과 감동의 컥 소리가 절로 나옴. 에필로그에 또 감동하면서 책 덮으려는데 부록이 있다. 사랑의 성취를 위해 책을 내기로 하셨다는 데뷔 사정에 깜놀! 서류만 수정해도 파김치가 되는데, 수백 페이지의 책을 써서 바친다는 것은 얼마나 사랑해야 가능한 것인가. 세상에 작가가 많다고는 해도, 역시 아무나 책 내는 게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혀를 내두르게 하는 겁나게 멋진 책이니, 내용을 오래 기억해야 할텐데 나의 기억력 과연...
"인생이 그러하듯이 우리는 책 한 권에서 배움과 허상을 동시에 간파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 배운다는 의미는 하나의 지식이 아니라 생각의 방식일 것이다.
노엄 촘스키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영웅을 찾기보다 좋은 생각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비록 촘스키 선생의 대다수 업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속속 틀린 것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그가 지향했던 가치만은 여전히 의미를 가진다고 믿고 싶다. 이 책에는 수많은 영웅 혹은 사기꾼이 등장하지만, 부디 여러분은 인물이 아니라 좋은 생각을 찾았기를 바란다."


표지는 아련하나 소개 문구부터 불안하다. '나폴리의 작은 마을에서 열 세살 소년이 학교를 그만두고...' 고모라의 도시에서 아동 노동이라니, 책을 펴기도 전에 불안감이 파도 친다. 첫 페이지부터 올라오는 소금기에 역시나 싶지만, 혹시라도 햇빛이 날지도 모르니까 끝까지 봐야지 뭐...
라파니엘로 명대사가 너무 많다. 평소에 뭘 먹고 지내야 이런 인물의 언동을 상상해서 쓸 수 있는 걸까. 짜증나는 무한긍정이 아니라, 누를 땐 누르고 저주할 때는 저주하면서도 사람 훌쩍거리게 만드니 아아 돈 라파니...어흥흥...
그리고...눈물이 나오다가도 분노 때문에 쏙 들어가게 만드는 마리아의 수난! 집주인 나오는 대목마다 이 소설 장르가 살인 미스터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음. 이야기 속이라도, 신은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한다는 말이 아이 입에서 나오는 것에 속이 탄다. 주인공이 겪는 일들도 충분히 애처로운데, 둘이 같이 있으니 짠내가 두 배가 아니라 제곱...
불과 몇 달 사이 많은 일을 겪으며 어른이 되어버리는 소년이 마지막에 우렁찬 소리를 내뱉은 모습과 살짝 열린 결말에 조금은 안도한다. 이야기는 끝났지만, 아버지가 원했던 정도는 아닐지언정 소년과 소녀가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따스한 사람들과 같이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가진다'는 말 대신 '간직한다'는 말을 쓴 건 잘한 거야. 가진다는 말은 오만한 말이지. 대신에 간직한다는 말은, 오늘은 간직할 수 있지만 내일은 그것이 힘들 수도 있다는 걸 잘 이해하는 말이란다. 그래, 펜은 기념으로 간직하려무나.” 나는 부메랑을 생각했다. 지금은 내 손에 꼭 쥐고 있지만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했다.


표지부터 나를 웃겨주리란 기대가 생긴다. 플러스 간만에 언어가 통하지 않는 종족을 치료할 수 있는 힐러의 세계를 보자 싶어 펼쳤는데, 다른 의미로 놀라운 이야기가 왜 이리 많노. 책 더 두꺼웠음 큰일날 뻔. 예약 외의 다른 목적으로 병원에 전화를 거는 사람은 왜 이리 많고, 반려동물 없는 사람마저 두려워하는 광견병 주사는 왜 접종시키지 않으며(병원마다 쿠조를 한 권씩 비치해야 하는 거 아닌가...) 개도 화상을 입느냐는 질문은 어디서 나오는 발상인지. 저자분이 웃음으로 승화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하시는게 너무 짠하다. 많은 반려동물들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건 역시 보통 일이 아녀라...


아는 건 개뿔 없어도 미술은 좋아한다. 입문서를 읽고 뒤돌아서면 까먹고, 또 입문서를 보는 것이 이제 패턴인데 이번엔 무려 차니 선생의 책 오오오오. 펼치기도 전에 신나서 코에서 홍홍 소리가 저절로...
바사리가 남긴 유산들, 거푸집 사진까지 넣은 청동 조각품 만들기 설명 등을 보며 끄덕끄덕. 쉬운 정리 뿐 아니라 중간중간에 살포시 유머들이 있어 더 좋았다. 선생은 개그 욕심이 꽤 있으신 것 같음.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의 짧은 설명에서는 안도의 손뼉 짝. 나만 뭘 몰라서 임산부라 착각한 거 아니었음. 그래, 사람은 다들 비슷한 생각 하는기야!
그리고 다른 의미로 꽤나 생각하게 되는 9장 '미술품과 경제적 가치'. NFT 미술이 주가 될 미래에 대한 상상도 그렇지만(몇 년 지나면 사이버 미술관 입장하려고 VR을 사게 될려나?), 돈이 썩어나게 많은 사람들의 미술 소비 방식에는 10장에 소개되는 전문가 평가와 더불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구멍이 가득하더라.
"아주 비싼 집을 100만 달러에 구입한다고 해보자. 현재 주인이 누구인지 또 그들이 어떻게 구입했는지 경로를 모르고, 거래 이력과 관리 상태를 증명하는 문서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으며, 가격이 상당히 미심쩍게 느껴지고, 건축 재료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없고, 파는 사람이 현금만 받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다면 어떨까? 수 세기 동안 이런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미술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거 뭔 도깨비 나라 얘기...
토달면 끝없는 이야기들 엄청 많고, '미술을 가깝게 느끼고 좋아하면 즐거워요!'가 확 느껴지는 입문서였다. 책이 잘 팔려서 내한 강연이 성사되는 일...이 없으려나...
"어떤 작품을 좋아하고 싶은 열린 마음으로 살펴보았지만, 그냥 엉터리라고 생각되면 주저 없이 엉터리라고 말하자."


우리말 속의 조선 벼슬이라, 떠오르는 것들은 있는데 가짓수는 별로 없다. 책이 한 권 나올 정도로 존재하는 내용들을 모른다고 생각하니 봐야지 어쩌겠노. 무슨 러시아 문학 구절도 아니고 내 나라 표현들도 모르다니 한숨...
1장에 소개되는 노래 '개고기 주사'(전우치 영화에도 나왔다는데, 노래는 커녕 이젠 영화 내용도 가물가물이다...)부터 신기한 내용들이 많다. 유명한 일화나 속담은 팩트 체크가 들어가서 재미있고, 나름 마음에 찍히는 말들도 많아 흥미 위주로 들여다보던 마음에 종종 망치 소리 땅땅. 연이어 소개되는 "죽은 정승이 산 개만 못하다", "대감 죽은 데는 안 가도 대감 말 죽은 데는 간다"를 보면 어째 사람이란 영 안 좋은 것만 불변하는가 씁쓸...당시 도적에 대한 정의('농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에서 특별한 일 없이 농사를 짓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잠재적 범죄자나 다름없었다')를 읽으면, 평범한 일반인은 지금 살아있다는 데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한국 최초 시사만화가라는 이도영 선생 그림에도 놀라고(검색하니 이름 딴 시사만화상까지 존재하는데도 찾아읽을 전기도 화집도 없다 아오...) 여러모로 나 홀로 서프라이즈 타임 만끽하였다. 개고기 주사 한 번 더 재생하기 전, 일단 나의 태도는 괜찮은가 생각해보기 위해 메모.
"세종 대 국정 논의는 아직도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난해한 부분이 많다. 이 부분을 꼼꼼히 분석해야 세종의 진짜 모습에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히 오래 걸리고 지루한 작업이다. 그러므로 고약해나 출산휴가와 같이 세종 대와 조선 시대 전체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없는 단편적인 사례들만 꼽아서 세종을 쉽게 평가하고 또 각자의 욕망을 마구 투영하는 것이다."


표지만 보고 대강 여성판 알코홀릭 진기명기 아니겠나 생각한 스스로를 반성합니다. 분명 재미있지만, 눈물 나는 기록들은 왜 이리 많은지. 당장 내 가족 입에 풀칠할 다른 수단이 없었던 이들, 고달픈 삶 속에서 노동 후 한 잔 외에 마음을 달랠 다른 수단도 여유도 없었던 이들이 버티고 또 버텨왔다는 것이 짠하기 그지없다. 아직도 술 한 잔을 둘러싼 성별과 인종과 계급의 차별이 남아있지만(1999년도 아니고 2019년에 일어난 상황을 읽으며 눈만 껌뻑) 누구나 입고 싶은 옷 입고 술 한 잔 걸쳐도 되는 세상을 위해 고생한 이들, 계속 분투 중인 이들이 수도 없다는 것은 기억해야겠지.
멋쟁이들의 인생에도 감탄사 날리다가, 빵 터지다가(최고봉은 예카테리나 대제의 '쏜다!'), 숙연했다가, 쌍욕도 했다가 정신 하나도 없다. 그리고 보통 이런 장르에 저자가 영미권 사람이면 동양 쪽 정보는 거의 안 쓰거나 뭔가 수상한 내용이 들어가는데, 이 책은 극동이랑(짧지만 막걸리 이야기까지 나올 때 감동) 아프리카, 남미권까지 상당히 조화가 잘 되어있다는 데에도 감탄. 마실 일은 없지만 선물하면 좋겠다 싶어 술이랑 양조장 이름도 적어놔야 하고(아직 검색하지 않았지만, 손이 닿는 금액이기를...) 명언도 많다. 이제는 고대어가 된 표현으로 말하자면 따봉!
"여성들은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항상 술을 만들고 마실 방법을 찾아왔다. 이러한 오래된 끈기가 희망을 준다. 어떤 미래가 닥치든, 확실한 건 그곳에 여성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여성들은 증류업자로서, 양조자로서, 바텐더로서, 그리고 그저 술을 마시고픈 한 사람으로서 4천 년에 걸친 억압을 견디며 살아남았다. 그런 여성이 이겨내지 못할 것은 이제 없으니, 건배!"


평면도 수가 늘면서 찝찝함의 종류도 좀 늘어나고, 이번에도 읽으면서 오호 오오 오만 연발. 해설 없이 아는 건 이게 평면도라는 것뿐이니, 어차피 뻥해설이어도(그럴리는 없겠지만) 알 방법도 없다. 그냥 모자에서 토끼 나올 때처럼 열심히 놀라며 우케츠 매직 타임 만끽할 뿐.
실전화기 편처럼 최종 해설에서 이건 너무 간 거 아닌가 싶은 에피소드도 있지만(그런 상황에서 실전화기를 쓴다는 데서 어이상실...) 어쨌든 굿. 어둠을 키우는 집처럼 무성의한 설계가 부를 수 있는 공포나, 어른들 때문에 피해를 뒤집어쓰는 아이들 이야기는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닌 듯 하니 충분히 으스스하고...책 속의 널찍한 주택들은 아니라해도, 단칸방 이상에 이사할 때는 AI한테라도 평면도 해설 꼭 받자고 다짐하며 스산하게 즐거운 시간 종료!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건 사회의 그늘을 까고 파는 이야기니까 애초에 속 편하게 볼 방법은 없고, 보통은 마지막에 햇살이 비출 거라는 믿음 하나로 부글거림을 참는다. 하지만 이번엔 중간중간 속이 터지면서도, 얘기가 어떻게 튈지 너무 궁금해 책장 넘기다보니 눌러참고 어쩌고 할 새도 없이 이야기 종료. 막판에 퉁바오쥐가 난입할 때, '그래 이렇게 빛이 비추는구나!' 주먹 쥐고 기대했는데 결말에 빛줄기 너무 가늘어서 띠용이다만...어쨌든 재미있어 진작 보지 못한 게 후회된다. 그런데 작가 다른 작품이 꼴랑 한 권인데 미번역이니까, 읽어버린 것도 후회된다. 이게 다라니!
주연 3인방부터 강렬하다. 여러 가지 의미로 어떻게 이런 인물이 나왔나 싶은 퉁바오쥐, 착한 쓰레기 시키 롄진핑, 그리고 이야기 속 '울컥' 지분의 절반 정도 담당하는 리나...우리 리나 잘못 되었으면 이 조악한 글은 된소리의 도가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조연들도 개성 터지고, 특히나 법무부 장관님의 행적엔 소름...정치 드라마였으면 이 사람이 원탑일테니 슬쩍 아쉽기도.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이 동네도 없을 리 없는 사회 문제들도 꽉꽉 차서 하나씩 생각하면 끝도 없다. 사형, 차별, 이주노동자, 무국적 아동, 언터처블 업계 등등 완전 지옥의 종합 선물 세트. 판사들끼리의 사건 배정 조작 문제는 예상 밖이라 간만에 간담이 서늘했는데, 역시나 한국도 관련 기사들이 있어 법에 대한 믿음이 또 깎여나간다.
드라마화가 성공해서 그런가, 작가분이 새 책이 아니라 새 드라마 작업 중이라는 게 기쁘면서도 아쉽다. 그러나 뭐든 잘 팔려야 후속작을 접할 수 있을테니, 그저 신작의 성공과 노벨라이즈를 기원할 뿐. 이렇게 또 코가 꿰이네...
"한 사람이 얼마나 운이 좋아야 여기 계신 여러분처럼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세상은 몹시 따뜻하다고 긍정하며 살 수 있을까요? 또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서 어떤 범죄자가 잔인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2차대전 시절 이야기를 꽤 접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하면 참전국이 아닌 나라들의 사정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 강대국들 사이에 꽉 끼어서 어떻게든 중립 지키려 혼 빠지는 줄타기를 하는 와중에, 자국민 플러스 손에 닿는 이들까지 구하려고 했던 터키 외교관들이 있었고 그 명단이 박물관에까지 있다니.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놀랍기도 하고 심각해진다. 그저 내가 모를 뿐, 세상에 참으로 많은 사정들이 있다...
유대인들을 터키까지 탈출시키려는 이야기이니 안 그래도 초조함이 기본으로 깔렸는데, 다양한 군상들이 안겨주는 스트레스에 속이 내 속이 아니다. 탈출극에 불을 붙이는 민간인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도, 셀바 커플에겐 끝까지 적응 실패. 사랑이나 종교의 관용에 대해 굳은 심지를 가진 건 좋은데, 자기 몸도 못 지키는 상황에서 언니 덕에 초특급 대우를 받으면서도 부부가 번갈아가면서 갑갑한 소리 할 때는 와 진짜...제일 긴장되는 기차 안 여정에서, 셀바가 한 일들은 의도는 좋아도 공연히 눈길 끌기 딱 좋으니 라파엘이 센 소리 하는 것도 당연하긴 했다. 그러나 이때까지의 언동에 비추면 댁이 해도 되는 대사인가 묻고 싶어유...당장 죽느냐 사느냐하는 마당에 마누라 놀래키지 않겠다고 되도 않는 변명했다가 더 무서운 일 부를 뻔한 것도 모자라, 있는대로 몸 사려야하는 상황에서 사망 신고 타령하는 페릿한테는 어느 순간부터 어이가 없어서 화도 안 난다. 우선순위 판단이 이 정도로 안 되는 레지스탕스가 이때까지 살아남은 것이야말로 진정한 픽션의 기적.
감명을 받는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한 국가의 일이라도 A는 A고 B는 B이며, 시간 간격이 있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다를 땐 더 말할 필요도 없다는 건아는데...아르메니아인들에게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타륵이 너무나 자신있게 '아나톨리아 반도에서는 복잡하고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섞여 사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 우리는 민족국가로 변할 때도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참...어쨌든 절박한 시기,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키면서까지 목숨을 구하려고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로나마 접해서 다행이다. 하필 페릿의 대사라 미묘하긴 하지만, 여러모로 생각하게 되는 말 메모.
"인생이라고 하는 게 뭘까요? 결국엔 우리 모두 죽잖아요? 적어도 사는 동안 부끄럽지 않은 소망들로 채워야지 살아온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