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모님의 블로그
글로 남기는 나만의 기록장"인생을 축제처럼 살기 위해"라는 문구에 읽기 전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죽음에 대해 이것저것 읽으면서 마음가짐은 조금씩 변해가지만, 여전히 현재에 충실하게 잘 산다기보다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 사이로 떠내려가는 것 같으니까. 그래도, 하루아침에 마음이 활짝 열릴 리 없으니 꾸준히 읽으며 미세한 진전이 쌓이기를 바랄 뿐...
따뜻한 문장에 용기가 생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퍼진다. 내려놓는 것, 받아들이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을 위해 필요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이렇게 부드럽게 재차 설명을 듣는데도 이게 무 자르듯 시원하게 되지를 않아...괜찮다는 이 다독임에 뭉클함만 느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삶에 적용을 잘 시켜야 하는데, 갈 길이 참 멀다.
어쨌든, '삶이란 원래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 만남은 항상 마지막이 될 수 있으니 나에게 의미를 준 이들에게 감사 표현을 잘 해야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의 수만큼 만족과 행복의 기준이 있으니, 또 다른 이들의 마지막 이야기에서 새롭게 참고할 것도 많았고. 아직까지도 삶의 의미를 잘 모르겠지만, 이런 감사한 글들을 가까이하며 적어도 '왜 나만...' 같은 생각은 피하다 보면 뭔가 보이리라 믿고 싶다. 시간 제한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상황에 태평한 생각이긴 하지만...하루아침에 득도하지 못해도 괜찮을 거야, 괜찮아...
"어제 느낀 삶의 의미가
오늘 느낀 삶의 의미와 다를 수도 있다.
내일은 또 다른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으면 된다."


재미있을 것 같아 덥썩 집었는데, 읽다 보니 속이 터질 것 같다. 이런 자료들을 찾아 정리하시면서도 서문에 사랑과 희망을 언급하신 저자 분의 멘탈에 놀랄 지경. 끝난 지 오래된 사건들인데도 정말 질린다. 삼국시대도 아니고, 아니, 고려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데, 민간도 아니고 한 나라의 수장과 엘리트들이 모여서 이게 뭔 짓들인가...
세간에 이미 알려진 사건들도 설명을 보니, 그 뒤에 있는 무속의 파워에 머리가 띵하다. 일단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성수청과 국무당의 존재 자체가 언빌리버블. 아니, 괴력난신 멀리하는 유교 국가라서 옆나라를 그렇게 허리 숙여 모신 거 아니었습니까? 그냥 조작과 몰아붙이기가 간편한 소재로 저주를 이용한 게 아니라, 이 정도로 몰입하고 주물을 생활소품처럼 써대는 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매일이 불안하고, 어디 염증만 잘못 걸려도 바로 죽을 수도 있는 세상에 살면 뭔가 불안을 달랠 수단을 찾게 되는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일반 백성도 아니고 꼭대기에서 대놓고 이러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불가. 효종의 궁궐 대청소에선 정말 실소 터진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너무나도 허술한 조선의 궁궐 경비에 다른 의미로 놀람. 이런 환경에서 암살이 줄줄이 사탕마냥 일어나지 않고 지나갔다니...이런 정부 아래서 살아야했던 일반인들이 너무나도 가여울 뿐이다.
여러모로 뒷맛 별로지만, 변하지 않는 인간의 어두운 면이 가장 씁쓸하다. 유교도 믿고 무속도 믿으면서 좋은 쪽으로 행동할 수도 있지 않나. 사람 존중하고 예의 잘 지키면서 마당에 물 떠놓고 우리 사회가 화기애애해지기를 바라고 살 수도 있는데, 꼰대 작렬에 별 중요하지도 않은 부분 꼬투리 잡는 한편 적을 저주하는데 골몰하는 최악의 콤비네이션만 이어지니...세상이 불안으로 터져나갈 것 같은 이 시기, 과연 지금은 괜찮은지, 자신은 반복되는 실수의 일부분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다시 생각해보며 감상 종료.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제목이다. 이런 훌륭한 책(펴기 전부터 별 다섯 개)이 있다는 것에 흐뭇해하며 보았고 과연 재미있었다. 거리로는 훨씬 먼 나라들 전설에는 친숙하면서 동남아권 귀신을 몰라 감탄하는 자신의 모습이 매우 미묘하긴 한데...에잇, 늦게라도 즐겁게 보면 됐지. 다른 생각하지 마...
한국과 비슷한 귀신들이 생각보다 많아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하는 마음도 들지만, 역시 환경 차이인지 극동인 입장에서 신기한 설정이 많다. 필리핀 엘프의 존재부터, 기본 포즈가 물구나무라거나 혀로 주인 얼굴 핥아서 성형수술을 해준다든가 하는 아이디어 참으로 신선.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거나 사역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것도 그렇고, 흡혈귀나 시체 먹는 귀신 종류가 상당히 다양해서 떠오르는 질문이 한가득임. 제미나이 슨생에게 하나씩 답변 듣다보니 어쩐지 슬퍼진다. 결국 사람 발상은 환경에 맞춰서 나오는구나, 쩝. 엄청난 비중의 여성귀신들의 사연은 그냥 봐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남자한테 살해당하고, 임신 중에 죽고, 애 낳다 죽고, 유아 키우다 죽고, 기숙사에서 죽고...의학 지식과 인권 부족을 먹고 자란 전설들이라 생각하니 숙연해지면서도, 페이지 넘길 때마다 멋진 그림들과 신박한 능력에 오오 소리 절로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경건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옛날 분들...
어쨌든, 과연 이것이 귀신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 미묘한 피 풀락('매우 빠른' 것만으론 역시 부족허다)이나, 설정 자체가 벙 찌는 포네기 타예(역시나 이유를 알게 되니 씁쓸)까지 잘 읽었다. 개인적으론 맘바바랑이 마블 코믹스에 나오면 좋겠고, 엄선된 100종 귀신을 보았으니 다음엔 꼭 봐야 할 동남아 요괴 1001 이런 걸 좀 읽고 싶은데...세상 언제 내 맘대로 되던가. 유튜브나 더 뒤져보자고, 묘하게 입에 안 붙는 요괴들 이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오늘 감상 끝.


안 그래도 외관에서 우울함이 풍기는 책인데, 한국어판 서문부터 씁쓸한 놀라움이 날아온다. 체제가 바뀌었어도 미묘하게 바뀌어 남아있는 법들이 있다는 걸 외국인 책을 보고 알게 되다니. 기본은 표지에 쓰인 대로 '판사들은 왜 불의와 타협하는가'에 대한 연구이지만, 결국 모든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는 내용이라 마음이 무겁다. 도덕의 위기를 직업상 수시로 만나느냐, 살다가 가끔 만나느냐 차이가 있을 뿐 이런 고민을 한 번도 할 일 없는 성인은 없으니까...룰은 룰이니까 그 안에서 행동한 내 책임이 아니고, 연계된 사람들도 잘못 있으니 나한테 따지면 안 되고, 나부터 구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적용하면 판사가 아니어도 세상에 책임 있는 사람 아무도 없겠지. "자신을 구하기 위해 타인의 권리를 실질적이고 명백하게 침해하는 중대한 행위를 하는 것은 절대 허용돼서는 안 된다. 심각한 신변 위험은 형량을 줄이는 참작사유로 고려할 수 있지만 무죄판결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 매우 맞는 말인데, 진짜 위기 앞에서 이 문장 떠올리며 이 악물 수 있는가..."판사들이 억압적인 정권 아래에서 경력이나 직업을 잃거나 심지어 개인의 안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처럼 행동했다는 말은 정당한 변명이 될 수 없다." 스스로가 이 멀쩡한 말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해줄 수 있는 어른인가 확신이 안 서서 두렵다. 도덕적 실명이나 차악 선택 설명 전체가 충격과 공포. 특히나 국제법 로마 규정 설명을 보면, 이 내용 대부분이 제대로 현재 진행 중이고 도덕적 실명의 새로운 예시를 따로 찾을 필요도 없다는 것에 숨 쉬기가 힘들다.
사법 면책이나 상원 하원 관계, 사법부 전체의 권익 등 일반인이 알기 힘든 부분들의 설명도 들어볼 수 있었으니 분명 유익했다. 항상 그렇듯이 이런 류의 책은 정답 없는 문제집이라 슬퍼지지만...어쨌든 여러 사람 목을 꺾을 수 있는 직업 종사자라면 말할 것도 없고, 행사할 파워나 뿌릴 돈 없는 일반인도 스스로의 책임을 계속 물어야한다는 것은 확실히 각인했다. 나쁜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최소한 나중에 딴소리는 하지 않아야겠지. 물론 악에 저항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으나...모르겠다. 좋은 책 읽고 우울해하는 스스로를 답답해하며 감상 종료.
"모든 사람은 항상 선택을 하며,
권위주의적 통치자는 결국
그들이 지배하는 사람들의 선택에 힘입어
권력을 행사한다."


절판 염려 제로인 작가니, 영화 개봉 전에 보면 된다고 미루다가 이제야 읽었다. 당연히 이름값 하리라 예상은 했으나 이 정도로 재미날 줄은 몰랐음. 이 정도로 웃음과 눈물이 넘치는 우정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였던가. 개인적으론 첩혈쌍웅 계열을 매우 선호하지만, 이 삭막한 시기에 이렇게 소박하고 같이 삽질하고 쪼아대기도 하면서 챙길 거 다 챙겨주는 친구들을 보고 있으니 너무나도 흐뭇한거...미션 실행도 긴장 놓을 틈이 없고, 큰 고생은 끝났다 안심하는 순간에 또 훅 치고 들어오니 간만에 책 보면서 이거 어떡하냐고 발 구를 뻔했다. 록키 시리즈 팬을 눈물 흘리게 하는 명명, 위기 속의 군상들, 현재 우리들의 위기에 그대로 적용 가능한 문장들까지 제대로 빅재미 선물세트. 책 덮자마자 빨리 영화관 가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다. 발매 직후에 봤으면 몇 년을 속 태우고 기다려야 했을 테니, 이번엔 늦게 읽어 다행인 걸로...
10부작 드라마가 아니니 생략되거나 각색되는 부분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개인적으론 서로 구해주는 과정이나 냉소 티키타카가 줄어든 것이 제일 아쉬움. 그러나 역시 우주 영화는 극장 가봐야 안다고, 커다란 화면으로 보는 우주의 모습과 우주선의 뽀대에 제대로 넋을 잃었다. 대강 청소기 호스 같은 모습이라 생각하고 넘어갔던 선체 연결 통로(과학 지식의 부족이 상상력의 한계를 부른다...)는 또 왜 이리 멋있노. 영화 아니었음 불가능했을 록키네 우주선 내부 감상, 라이언 고슬링과 음악까지 굿. 책과 이런저런 차이가 있더라도, 이건 이거대로 먹을 거 꽤 있는 잔치였다. 편집 분량이 한 시간 정도 된다니 블루레이도 안 볼 도리가 없고, 피규어도 사고 싶고 무엇보다 티셔츠들 종류별로 다 갖고 싶어서 큰일 났음. 정신차려, 그런 걸 더 넣을 방 상태가 아냐! 그러면서도 피규어 페이지에서 눈을 못 떼는 자신의 모습에 통탄하며 감상 종료. Amaze Amaze Amaze 헤일 메리!


어디서 무슨 소개를 보고 리스트에 넣었는지가 생각 안 날 만큼 시간이 지났지만, 드디어 읽었다. 그리고 첫 페이지부터 띠용...이 페이지만 발췌하면 쌍팔년도 한국 청춘 소설에서 고교생이 읊어도 이상할 게 없다. 노예 같은 시민을 만드는 교육을 까는 내용인가 했는데 읽다 보니 그쪽이 아니라 호기심과 당황이 동시에 밀려온다. 무엇보다 주인공 성격이 너무 대단해서 정신과 의사 분석 있으면 좀 읽어보고 싶을 지경. 냉소와 흥분과 오만과 짜증이 이런 식으로 뭉칠 수도 있는가. 일단 주인공이 완성한 이력서 내용이 너무 대단해서(취직 사이트에 실수로라도 올라가서는 안 될 샘플...) 나중에 책 결말은 까먹어도 이 부분은 기억할 것 같다. 작가가 세상에 던지고 싶던 말이 여기 다 들어있는 거 아닌가, 비평 능력도 없으면서 잠시 상상도 해보고...
모범적인 감상을 하려면 권말 해설을 따라 여러 번 되씹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지금의 여러 상황에 꽤 적용이 되는 문장들에 멋대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너무 곁가지를 치면 중요한 흐름을 놓칠 수도 있겠지만, '단순한' 인간을 양성하는 학원과 벤야멘타 선생의 심정 변화가 세월을 넘어 한국까지 번역되는 것엔 이런 이유들도 있는 게 아닐지...'생각하는 삶을 집어치우고' 떠날 용기는 없지만, 머리 터질 때 가끔 이 책을 떠올리며 한숨 돌릴 수는 있으리라 생각하며 오늘 감상 종료.
"무엇 때문에 인생에서 의미 있는 것을 기대해야만 하는 거지? 꼭 그래야만 하나? 나는 그저 미미하기 짝이 없는 존재일 뿐이다. 내가 작디작은, 아무 가치도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그것을, 그것을 난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고집한다."


제목에 쓰인 단어부터 너무나 묵직해서 꼭 읽어야 할 것 같은데, 표지에서 책 읽는 이의 얼굴에 멈칫한다. 분명 알아야 할 내용들이 들어있겠지만 기분 좋은 내용 하나도 없으리란 예감 풀풀. 그리고 역시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지...
세상 모든 도구는 쓰기 나름이지만, 책을 이런 식으로 들여다보니 굉장히 울적해진다. 거론된 많은 경우에 이 도구가 없느니만 못할 때가 있으니...한편으로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쓰레기와 보물 사이를 오가며 불타고 버려지고 뺏기는 쌩난리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헛웃음. 그 와중에 몇 년 안에 억 단위로 책이 사라지고 또 그만큼 나올 수가 있다는 걸 읽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다. 지구가 그때 민둥산이 안 되고 지금까지 왔다는 게 용할 지경. 그리고...나치가 정말 많은 악행을 저질렀지만, 일단 단독 1위는 말도 안 되는 숫자의 인명 학살이니 개인적으론 다른 범죄들은 비교적 안 놀라고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하지만 폴란드인 전체를 우매화하려 했던 시도를 읽다보면, 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의 외국인 입장에서도 잠시나마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로 분노가 치솟는다. 폴란드 사람들의 심정이 어떨지 감히 상상도 못하겠음. 뒤로 갈수록 책 이전에 탐욕과 복수란 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머리 싸매게 되는 점은 덤이다. 고뇌해봤자 답도 없는데 솔직히 답을 알고 싶지가 않음...하아.
씁쓸하나마 웃은 부분이 있기는 했다. 당장 당시의 잘난 사서들이 겁내 경멸하는 장르와 독자상을 보니 입에서 실소가 흐름. 기분은 별로지만 추리와 스릴을 모르고 사느니 교양 없는 독자로 그냥 살고 싶습니다. 없는 게 나은 부하를 짜르는 게 아니라 휴가를 주어 명작을 탄생시키는 영국 군대 스타일엔 좀 다른 의미로 감탄. 재능과 인간성엔 하등 관계없다는 진리도 재확인한다. 모두가 아는 사실도 확인할 때마다 맛이 새롭다는 것도 웃기고 참. 어쨌든 속이 터져 나갈 것 같은 내용들에도 바람 빠질 구멍이 약간 있긴 했다는 거...
디지털의 시대에도 어쨌든 책과 신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저자의 말처럼 "책과 책이 영원성을 부여한, 책 속에 든 생각은 우리보다 오래 살 것이다.". 멋지고 좋은 생각들만 아니라 없어졌으면 하는 것들도 함께 살아남을 것이니, 그걸 가려서 받아들일 후손들의 능력이 지금보다 뛰어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어쨌든, 참 텁텁하지만 대단한 내용을 접했음에 감사하며 오늘분 잡상 종료.


자기 파괴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나도 많지만, 그렇다고 익숙해지는 법이 없으며 볼 때마다 괴롭다. 눈뜬 시간 내내 아드 레날린 분비하며 자신을 학대하고, 사랑하는 이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본의는 아니어도 주변까지 끌어들이는 이 재앙 같은 모습...슬픔과 분노를 극복하고,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런 걸 세상에 더 알리고 싶으니까 배우가 읽자마자 판권을 덥석 산 것이기도 하겠지만...
글로나마 그 폭풍 속을 같이 지나가며 나는 과연 희망을 얻었는지 확신을 못하겠다. 스스로를 파괴하는 거듭된 시도들이 목숨을 앗아갈 정도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그 와중에 주변 사람들도 다치게 하고, 음주운전으로 자칫하면 임산부를 죽일 뻔 했다는 것을 뭐라고 생각해야 하는지. '내가 지금 괜찮으니' 다 괜찮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
그래도 도저히 사라질 것 같지 않는 자기 안의 분노와 마주보는 것이 가능하고, 더 이상 어디에서도 온기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을 때조차 아직 수많은 위로의 글들이 남아있다 생각하면 창밖의 풍경이 좀 더 밝아보인다. 리디아가 언어를 찾는 그런 순간을 기대하기엔 너무 나이를 먹었지만, 적어도 책은 계속 읽을 수 있어...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미생물로 쓴 소설들』에서 소개된 걸 보고 집었다. 작가 이름부터 이미 공인된 작품이니...단지, 마지막으로 파묵 선생 작품 읽고서 강산이 변할 시간이 지난 탓에 잊고 있었다. 한 방의 펀치보다 가벼운 잽을 무한대로 날리던 그 패턴을...아오!
살짝 대체역사물에 가깝지만 읽다보면 이거 다큐인가 헷갈릴 지경이다. 악몽같은 거리 두기 시절의 기억을 하나하나 되살리는 이 생생함...게다가 시대와 상황 설정상 속터짐은 뒤로 갈수록 배가 된다. 방역에 정치와 종교가 얽히면 그냥도 좋을 일이 없는데, 거기에 민족, 토착민과 외부인, 언어, 본토와 지방 관계, 외세에 대한 반감까지 어우러지니 답답 지수는 그저 치솟을 뿐. 중간중간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가...'하면서 멍때리게 된다. 왜 전염병으로 죽었는데 전염병으로 죽었다고 말하지 못하고, 살해당했는데 살해당했다고 말하지 못하니...'맞는 말이라도 네가 하면 믿지 않겠다'는 태도는 왜 소설이고 현실이고 상관없이 영원불멸인 거여...
이런 스트레스가 좀 풀리려면 고난 속의 감동적인 인류애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별로 없어서 뭉친 응어리가 내려갈 틈이 없다. 겨우 선의가 언급되어서 안도하려는 찰나, 그 선의 때문에 질병 더 퍼지는 것 보고 완전히 망연자실. 클라이막스의 종교시설 대개방에 이를 때는 거의 희망을 버렸는데, 그래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희생자가 생기고 나면 다들 정신을 안 차릴 수 없다는 걸 보여주니 다행...아니지, 이게 다행인가?
화자의 입을 빌려 파묵 선생이 까메오 출연하는 소소한 재미와, 오늘날 민족주의란 말이 얼마나 공허한가 생각하게 하는 결말까지 여러모로 대단한 한 권이었다. 아무리 많은 다큐멘터리, 논픽션과 소설들이 있어도 미래의 팬데믹 때 일어나는 일은 똑같으리란 상상에 마음이 무겁지만...에잇, 살 사람은 살겠지. 스스로가 미래의 가능성을 믿는지 안 믿는지 헷갈리는 가운데 오늘 감상 종료.
"일상에서 거짓말과 징조들을 읽는 것으로 충분한 희망을 찾지 못하면 깊은 '체념'의 감정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내와 논쟁한 적이 있는 이 정신 상태에 대해 누리는 '운명주의'와 비슷한 감정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우리 생각에 '운명주의'는 아니다. 왜냐하면 운명주의를 믿는 사람은 위험을 알지만 신에게 자신을 맡겼기 때문에 조치를 하지 않는다. '체념에 휩싸인 절망'인 경우 위험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고 누구에게도 자신을 맡기지 않으며 믿지 않는다. 부마 의사는 때로 총독이 하루의 업무를 마친 다음 '이제 우리가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없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았다. 혹은 항상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지만 인력 혹은 여력이 모자라거나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시간에 잠시의 행복과 위안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하게 이성적인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희미한 어둠 속에서 서로를 안는 것임을 총독 파샤나 콜아아스나 누리나 이제는 다 알고 있었다."


"클라우드 농노: 그 어떤 기업에도 속해 있지 않은 (즉 노동자가 아닌) 사람이면서도, 오랜 시간, 종종 고된 노동을 공짜로 하며 클라우드 자본의 상품 재고, 즉 블로그 포스트나 비디오, 사진, 리뷰, 그 외 디지털 플랫폼을 다른 이들에게 매력적인 것으로 보이게 해줄 수많은 것을 생산하고 클릭하는 사람."
자칭 '자유지상주의적 마르크스주의자'의 저작이니, 애초에 손도 대지 않을 이들도 많을 책이다. 그래도 클라우드 자본의 현황을 들여다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에 유용한 한 권임은 틀림없다. 친근한 태도로, 자본주의의 용어들부터 차근차근 시작하고 마지막에 학습지 요약처럼 복기까지 해주니 읽기도 편하다. 내용이 불편해서 그렇지...'유쾌한 역설' 같은 언급에 유쾌는 커녕 한숨만 팍팍 나고, 분명 시민들에게 있는 가능성을 믿고 던지는 긍정적 멘트에도 개인적으로 마음이 답답하다. 모르겠다. 세상이 긍정적으로 굴러갈 여지가 충분한데, 내가 너무 비관적이고 때묻어 이런 말을 믿을 수 없는 것인지...
우리가 대형 플랫폼의 노예란 건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단순히 '지금이 sns의 시대니까'라고 넘어가기엔 참 기괴한 성장 방식을 보니 슬쩍 오한이 온다. 돈을 갈쿠리로 모으는데 서류상 이윤이 0이 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흑마술이 아닌가. 틱톡이나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도 제시된 관점에서 보니 새롭기도 하고 좀 더 이해가 간다. 단지...어설프게라도 알고 나니까, 일련의 이런저런 사태들은 이제 악화될 일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생각만 든다. 전세계의 노동자가 대동단결을 열댓 번을 한들 해결할 수 있을까?
이상을 가지는 것도 좋고, 특히나 정치에서는 목표치를 좀 높게 잡아야 반박하는 쪽과 타협하고 절충할 때 그나마 중간치 결과는 낸다고 생각하지만, 권말에 그려지는 이상 세계 플랜을 보며 괴로움이 정점에 달한다. 자꾸 돌림노래를 부르게 되는 것이 스스로 괴롭지만, 내가 왜곡된 세계관과 경제관을 가져서 진보의 희망을 못 가지는 것인가 고민하게 되고 점점 뭐가 뭔지 모르겠음. 대기업 주식 배분 얘기엔 차라리 좀비 아포칼립스가 오는 게 더 빠르다는 생각이 들고, 가상의 부동산 제도는 인구를 거의 반토막을 낼 유혈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할 듯. 국회 통과는 커녕, 저런 제도 발의하는 의원은 그 다음 날 암살되지 않을까.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우리가 지옥 같은 수용소를 살았던 아버지보다 주저해야 할 이유는 없을테니까요." 라고, 눈을 뜨라고 외치는 넘치는 활기를 어떻게 기억할지 고민하며, 오늘 감상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