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모님의 블로그
글로 남기는 나만의 기록장「쓰는 인간」에서의 묘한 언급에 낚였다. 매력 있고 잘 된 여행기이면서, 언급된 이들의 불만을 샀고 뻥이 섞여 있다는 책의 내용은 과연 어떨지. 책을 펼치니 전기작가가 쓴 애정 넘치는 서문이 먼저 사람 속을 태운다. 30쪽이 넘게 '읽자마자 푹 빠지게 멋진데, 진실이 꽤 부풀려지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고 심지어 표절한 구절도 있음에도 어쨌든 훌륭하다'는 얘기를 하니, 궁금증은 더해가고 대체 이 서문은 언제 끝나나 싶고...
어쨌든 그렇게 들춰본 책은 과연 최신 무선 청소기마냥 조용하고 강한 흡입력이 있었다. 하지만 읽기 전 이미 알고 있던 문제점들 외에, 개인적으로 속이 부글부글 끓는 포인트도 꽤 많다. 작가 본인의 시선보다는 인터뷰 대상인 백인 이민자들의 시각 문제지만, 책 전반을 관통하는 토착민들의 고통은 도저히 낭만으로 덮을 내용이 아니다. 하지만, 떠도는 이들의 고독뿐 아니라 지옥의 매지컬 리얼리즘같은 이 이야기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읽히고 있는 것이겠지...그렇다고 쓰린 맛이 가시는 건 아니지만.
부치 캐시디 전설이나 마지막의 경악스런 발굴 과정까지,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하며 잘 읽었다. 글 속에서도 파타고니아의 풍경들은 낭만적이고, 실제로 보면 더 아름답겠지. 하지만 사필귀정이 적용되지 않는 세상에서 흐른 피들 - 아마도 책에 언급된 일화들은 빙산의 일각 수준이리 - 을 생각하니, 방문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 책을 바이블 삼아 길을 떠나기엔 너무 약한 자신의 멘탈에 한숨 쉬며, 오늘의 감상 종료.


표지만 봤을 때는 좀 관념적인 책일까 했는데, 예상외로 재미있었다. 개인적 기록과 휴대용 노트의 역사 도 흥미롭고, 새롭게 변화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미친 역할의 해설들도 놀랍고, 나 자신이 하는 기록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고 여러모로 굿. 한편으로는 그만큼 답답하기도 한 것이, 연구가 제대로 서유럽권에 한정이라는 점. 몰스킨 스타일의 노트를 이야기하려면 어쩔 수 없는가 생각도 들지만, 극동에 필기 매니아들이 얼마나 많은데...연구 힘드니까 당신네들 조상 이야기는 알아서 챙기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어쨌든, 모뎀도 없던 시절 해외토픽 뉴스 보던 기분에 즐겁다. 미술사의 변천에 종이와 스케치북이 미친 영향이나, 각종 여행 기록, 저명한 노트 매니아들, 기록과 정신 건강(읽고 나니 오히려 알쏭달쏭해지기도) 등 재미있는 이야기들 한편으로, 경찰 수첩 파트처럼 약간 안 좋은 충격을 주는 이야기도 있지만. 깊게 생각하면 예전 흠모하였던 아날로그 수사물 형사들 이미지까지 깎여 나가니 넘어가고...개인적으로 풉풉 웃었던 건, 중세의 발췌문 노트들과 책 판매의 관계. 돌려보는 노트가 SNS로 변했다 뿐이지 결국 사람들 하는 일 똑같구나. 친구 노트에 쓰인 인용문에 낚여 서점 가서 책 주문하는 그 시절 사람들을 저도 모르게 상상하게 된다. 책이 지금보다 비싼 시절이니, 실제로 읽었더니 재미 없었으면 우정이 박살날 수도 있었겠지...
종이에 써내려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습관적인 (조악한) 독후감도 내 회백질을 변화시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평소 종이에는 그날 보고 버리는 메모들만 쓰기 때문에 멋진 고급 노트와는 인연이 없지만, 간만에 문구점에 가서 하나 집어올까 생각도 들고. 좋은 노트에 악필로 뭘 적을지는 나중에 고민하기로. 어쨌든 흥미진진한 한 권에 대만족!
"충분히 사용하라. 그러면 노트가 뇌를 바꿀 것이다."


표지부터 이미 '좋은 일 없어...'라는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고,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주인공 성격을 보니 '좋은 일이 생길 수가 없다'는 확신이 든다. 그래도 최근의 인공지능 스릴러는 과연 어떤지, 궁금하고 아쉬운 건 이쪽이니 계속 볼 수밖에.
개인적으로는, 등장인물이 몇 명 되지도 않는데 전부 공감이 안 간다는 게 제일 무서웠다. 보통 쩔쩔매는 내향인을 보면 '그래 인간관계 힘들지...'하면서 공감하고,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약점을 자기가 계속 커버하려는 노력, 그런 모습을 애처롭게 여기는 배려, 실은 불안이나 실망을 극복하기 위한 경박함 등 각 인물마다의 매력에 잠시라도 이입하게 되는데, 그런 방향이 아니라 이야기의 온도가 더 낮아지는 듯. 읽을 수록 이런 내용을 쓰는 사람도 무서워지고, 다시 속표지를 보았을 때는 작가분의 미소마저 다르게 보인다. 윽...
이야기는 예상한 정도만큼 불길하게 흘러가는데, 분위기가 낯설지가 않다. 이거 어디서 많이 맡아본 냄새인데...하다가 확 떠오른 것이 프로테우스4. (세상에, 대체 언제적 얘기냐...) 최종 보스들의 의도에는 분명 차이가 있지만, 장치를 이용한 살인이나 임산부의 존재에서 간만에 추억 소환. 한편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지금도, 이런 방향의 두려움을 왜 우리들이 버리지 못하는가 고민하게 된다. 왜 미션 임파서블의 엔티티가 아니라, 블레이크 르모인이 말하는 영혼 있는 AI를 여전히 걱정하는지...이것도 AI에 물어봐야 하는가?
어쨌든 이런저런 생각하며 반전까지 잘 보았다. 반전에 등장하는 상황은 최근 언급되기 시작한 문제이니, 십 년 정도 지나면 또 어떻게 달라질까. 우리들은 인공지능의 또 어떤 면을 두려워하고 있을까. 운이 좋아 그때 무사히 이 장르의 책을 보면 알 수 있겠지...


위시 리스트에 넣은 뒤 제대로 한 세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용케 무사해서 늦게나마 읽게 된 것이 감사할 일. 읽는 내내 내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헷갈린다. 풍자소설이니 주인공이 문제 요소들의 집합체인 것은 당연하지만, 무능력하면서도 정신승리 능력만은 투뿔 등급인 쵤너에겐 학을 뗄 지경. 아직 50페이지 정도밖에 안 된 시점에서, 이미 머리가 얼얼해 남은 분량 어떻게 참고 볼지 걱정이 밀려온다. 그러나 과연 켈만 슨생님, 버디 무비로 바뀌면서부터는 대체 이 어이없는 여정 어떻게 될지 궁금해져서 계속 책장 넘길 수밖에 없다. 똑같이 대단(?)하지만 결이 제대로 다른 카민스키의 이기주의에 풍자 소설이나 컨셉 같은 것들은 잠시 기억의 저편으로. 이 무슨 지옥의 파티인가 싶은 갤러리 방문 장면은 뭐라고 감상을 써야할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소프트하게 마무리되는 모습이야말로 거짓말 같은 켈만 표 매직. 기본은 예술 시장의 풍자지만(당분간 관련 책들 마음 편히 못 집을 듯), 이기주의나 자기합리화, 자신의 행동과는 관계 없이 '나에겐 좋은 일만 생겨야 해'라는 사고 등등은 소심한 독자에게도 슬픈 반성거리다. 일부러 저렇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마음대로 잘 안 되어서 그런 거지...그래도 노력은 해야겠죠. 하아...


팔랑귀에 툭하면 감동하는 체질이라, 지식을 너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여러모로 반작용이 많고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나름 신경 쓰며 읽는 편이다. 그렇다고 조절이 그리 잘 되는 것은 아니고, 특히 이 책에선 많이 힘들었다. 일단 마음이 가벼워지는 대목이 없고, 후반 아프리카 챕터에서는 순간적으로 울컥해서 별 생각들(반 이상은 삼천포)을 다 하다 보니 진정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소름 끼치는 현재진행형 제국주의, 당장 식민지 신세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한국, 나 자신의 몰이해, 어릴 적 아무렇지도 않게 방송되던 부끄러운 소재의 프로그램들 등...
흥분이 가라앉은 뒤 다시 보아도, GDP 해설, 레반시즘, 경제 손실과 외교 마찰을 동시에 불러오는 일대일로 등의 이야기에서 긍정적인 미래를 전망하기 어려운 것은 변함없다. 인류가 명백한 경제적 손해를 불사하고 환상을 추구하는 모양새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현재의 그 규모와 속도는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범위를 완전히 넘어선 것이 아닐까. 이런 상황을 연구하면서 절망하는 게 아니라, 각성해서 현실을 개선하자고 말할 수 있는 태도는 어떻게 해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그 취지를 이해하고 행동하는 독자가 되고 싶으나, 한 표의 힘은 미미하고 거대한 힘을 가진 이들은 이런 책을 보지 않는 현실이 두렵다. 그래도 소심한 독자 1도 반성하고 괴로워하면서 1mm라도 나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내용이 너무 써서 눈물이 나더라도 계속 읽어야겠지...
"어떤 것이든 간에 신화를 부정하려면
확실한 근거에 따라 익숙한 모든 것에
매몰차게 등을 돌려야 한다.
그 순간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은 끝나고
새로운 세계가 다시 시작한다."


간만에 믿고 보는 세계문학전집에서 하나 골랐는데, 읽고 나니 마음이 복잡하다. 원래 이 카테고리에 읽고 나서 룰루랄라 행복한 책이 거의 없고, 평소 하지 않던 생각을 해보는 것도 독서의 의미 중 하나지만...이 정도로 에너지가 소진될 줄 몰랐다.
별로 두껍지도 않은 소설인데 여러모로 당혹스럽다. 일단 개인적으로 이름 전혀 보고 싶지 않은 인물이 주연 중 한 명에, 실존 인물들이나 문화적 요소를 등장시키는 데 비해서는 각종 설명이 뻥에 가까운 수준. '재구성한 또 다른 현실'이라고 표지에 써 있으니 속은 것은 아니지만. 등장하는 모든 것들이 회색 크레파스를 짓뭉갠 듯한 이 허무한 분위기를 만드는 장치일 뿐인 작품이니 정확한 지식이 필요가 없는 것도 맞고. 절반 가까이 읽을 때쯤 겨우 분위기에 적응했는데, 문제의 저주 능력(내용에 기 빨리느라 잠시 잊었던)이 발동하며 다시 당황하기 시작한다. 이게 스위스식 매지컬 리얼리즘인가요. '이 분위기면 아무래도...'라고 몰살을 예감할 때, 네겔리가 자포자기하는 것이 아니라 살기로 결심하고 살아있는 풍경을 찍기 시작하는 모습에는 다른 의미로 놀랐다. 보통 주인공이 이런 경험을 하면 마지막에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한 것에 경악 2연타. 영화는 완성했으나 조용히 주변에 묻어가는 태도는 그대로인데다, '저주는 했지만 결과를 내가 모르면 책임 없다'는 대단한 마음가짐이 마지막 페이지 이다의 모습과 맞물려 거의 공포소설급으로 섬뜩하다. 머릿속에 담배 연기가 꽉 찬 듯한 이 기분 어쩌면 좋노.
그래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과 관련 지식들이 담긴 상세 해설에 감탄하며 기분이 좀 풀렸다. '그들은 현실 세계에 발을 반쯤만 걸치고 있다'라는 말이 너무 찰떡같이 맞는 표현이라 마음속으로 밑줄 쫙. 일단 질식할 것 같은 세계문학의 파워를 맛봤으니 당분간은 좀 쉬어갈 수 있는 책을 찾아야겠다. 사유도 중요하지만 마음에도 환기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유...


혼백과 조숙한 아동의 합동수사라...독서에도 운이란 게 있는가, 아니면 그냥 특이 설정이 유행인 것인가. 무작위로 집었는데도 계속 이런 분위기의 작품들을 읽게 되니 헷갈린다. 어쨌든 '기상천 외한 복수극', '복수와 파멸의 칼날'이라는 문구들에 혹하기도 하고, 외양도 아주 푸짐해서 기대를 품고 열심히 읽었다.
이야기 속도도 빠르고, 인물들도 개성이 있고, 추리 논리들도 분명하니 분명 재미는 있는데...'반전의 반전'은 이제 꽤 흔하지만,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패턴이 계속되니 좀 피곤했다. 간만에 등산 가서, 다음 지점이 정상이라고 믿고 어떻게든 올라갔는데 도착하니까 그 다음 지점이 정상일 때의 피로와 유사하달까. 이게 작품의 문제인가, 아니면 세월과 함께 인내력과 이해도가 저하되며 생기는 문제인가. 설마 나, 새로운 스타일 못 받아들이는 독서 꼰대...? 게다가 구로하랑 가라쓰가 사랑과 영혼을 찍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빗나간 것도 머쓱하고. 추리소설 읽다 자기의심에 빠지다니 이게 무슨...
어쨌든 반전을 배가 터질 만큼 실컷 보았고, 악도 처단했으니 오케이. 일단은 형사가 평범하게(?) 수사하는 신작은 요새 없는가 체크해 봐야겠다. 특수 설정도 좋지만, 역시 익숙한 맛이 그리워지는 게 사람 마음인 듯...


오야마 표 범인 찍는(?) 재미는 여전히 쏠쏠하지만, '뭐여 이건!' 하는 순간이 꽤 많은 한 권이었다. (나만 그런가...) 세 번째 에피소드의 트릭을 맞힌 독자는 진짜 존재할까? 용의자 수가 적다 보니 사다리 타기로 골라도 맞출 확률이 높지만, 이 트릭을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인가? 약간 진정한 뒤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트릭을 봤다고 좀 흐뭇해지지만, 당장 해설이 나온 순간엔 누가 옆에서 옆구리 확 찌르면서 '놀랐지 메롱!' 하는 느낌. 마지막 에피소드 트릭도 그런 면이 좀 있지만, 앞에서 너무 놀란 탓에 그냥저냥 놀라고 끝났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다른 장르의 요소가 섞이는 것에도 움찔. 특수설정 적용한 추리물이 넘치는 세상에, 추리랑 관련 없는 세부 설정에 약간 넣었다고 놀랄 일은 아니지만...설마 이 설정을 트릭에 넣는 건가, 그렇게 되면 기발한 게 아니고 그냥 반칙이 아닌가 조금 불안해지긴 했다. 걱정이 기우로 끝나 매우 안심하는 한편, 너무나 저조한 스스로의 범인 적중률에 한숨 쉬며 감상 끝.


한 상점가에 다자녀 가정이 왜 이리 많은가, 출산 장려금이 많이 나오는 설정인가 하며 보는데 그런 언급은 없었다. 마음에 세간의 때가 너무 묻은건가 이런...어쨌든 재미있게 보았다. 분명 '소소한 동네 사건 & 훈훈한 이웃사랑' 카테고리이긴 하지만, 절세미남 천재 요리사나 생각보다 고약한(?) 죽음, 집을 정기방문하는 스토커, 부모들 사이 치정 등이 나오는 걸 보니 '역시 사람은 버릇은 쉽게 버릴 수 없다' 생각이 절로 든다. 이런 컨셉이면 우에오로도 까메오로 나오려나 잠깐 생각했는데 아니어서 조금 머쓱.
잔재미를 즐기면서도 개인적인 불만은 조금 있었다. 예전에 이런 교차서사 작품에서 한번 데인 뒤로는, "양쪽 다 보면 더 깊이 있는 내막을 알 수 있다"가 아니라 "양쪽 다 안 보면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가 되면 화가 훅 올라와서...모든 독자들이 표지에 홀랑 넘어가 가지런히 두 권을 늘어놓고 스타트를 끊는 것이 아닙니다 작가님. 한 권만 봤다가 사고라도 나서 다른 한 권을 읽지 못하는 사태라도 생기면, 범인을 영영 모를 수도 있다니까요. 궁시렁궁시렁.
그러나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준이고, 쓰쿠네와 조연인 마이카도 귀엽고, 오랜만에 소년 소녀 탐정물을 보니 조금 들뜨기도 했고 여러모로 즐거웠다. 구성상 후속작은 힘들 것 같지만, 혹시나 모르니 약간은 기대해보고 싶고. 형제자매들의 미래도 그렇지만, 라면집이 망하지 않고 버틸지가 궁금해서...오늘 책 잡담은 여기서 종료.
![[세트]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 형제 편 + 자매 편 - 전2권](https://image.aladin.co.kr/product/36426/39/cover150/k772039292_1.jpg)
![[세트]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 형제 편 + 자매 편 - 전2권](https://image.aladin.co.kr/product/36426/39/cover150/k772039292_1.jpg)
불가능 범죄라고 뒤표지에 적혀 있길래, 퀴즈쇼 중에 기상천외한 살인이 일어날 거라 기대했는데 전혀 그런 이야기 아니었다. 책장 넘기면서 슬럼독 밀리어네어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 것은 단순히 주제가 퀴즈라서인가. 하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두 작품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화자가 최종 승자도 아니고, 폭력과 피칠갑이 없으며, 전국적인 재해도 다뤄지긴 하나 전체적으로 소박한(?) 분위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퀴즈를 푸는 목적이 너무나도 다르니까.
퀴즈 대회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으니, 묘사된 연습 과정이 실제와 얼마나 비슷한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뜯어보니 퀴즈를 푸는 과정 자체가 선문답을 방불케 해서 신기하기 그지없다. 답을 알기 때문에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라, 틀리건 말건 일단 버튼 눌러서 풀 생각을 해야한다는 것은 점점 불안으로 굳어가는 어른에게는 간만의 찬물 세례. 아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이거 참...이유 없이 사랑하고 열정을 부은 무언가가 내 인생을 긍정해주는 경우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 반대도 있기 때문에 레오의 말들에 착잡해지기도 한다. 아냐, 이 책에서까지 열정과 인생이 동시에 박살나는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어.
마지막의 혼조 파트가 생각보다 싱거워서 잠깐 실망하긴 했으나, 다시 생각하니 과도한 정열을 보여주거나 괜히 억지 감동을 쥐어짜지 않아 담백하게 잘 끝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깨알 지식들까지 포함해서 즐거운 한 권이었고, 적어도 오늘의 책 선택은 오답이 아니었음을 기뻐하며 감상 끝.
"퀴즈를 계속하는 한 평생 오답과 함께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