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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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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 웃으며 전수받는 스웨디시 인생 꿀팁

전작이 더 유명한 것 같은데 아직 못 봤고, 항상 그렇지만 제목이랑 표지에 낚였다. 나의 마음에도 소프트한 단맛이 필요하니...

말년의 인생 정리에 대한 책들이 많기도 하니, 다른 분들 이야기와 비슷한 말도 있다만 즐거운 추억담과 섞어 유용한 팁을 들으니 좋다. 한 번 죽다 살았는데 본인은 임사체험 이런 거 하지 않으셨다는 이야기부터, 성형수술은 우리를 젊어보이게 하는 게 아니라 성형수술 받았다고 보이는 얼굴로 만든다는 것(...어떤 면에서 희망을 앗아가는 소리...), 돌볼 존재가 있다는 게 중요한데 어느 선을 넘어가면 반려동물을 두고 죽을 수도 있으니 식물을 키우라는 말, 제목으로 인용된 초콜렛 안 참기의 이유 등등을 즐겁게 감상했다. 예전부터 청력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보청기를 쓰리라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걷기 어려워지면 그날로 보행 보조기 구매해야 한다 굳게 결심. (가장 원하는 것은 관절 치료가 제발 눈부신 발달을 거듭해, 어지간하면 보행에 문제 없는 노년을 보내는 것이다만...) 자존심보다 소중한 골반 지키기가 우선!

데스 클리닝까지는 아니어도, 금년 내 성취하기엔 불가능한 책 정리를 어떻게 시작이라도 해야한다...마음같아서야 모든 책 저장하고 싶지만, 아파트 한 채 장만할 능력이 생기지 않는 이상 사람같이 살려면 마음 굳게 먹을 때다. 정리하고, 망누손 여사님처럼 청소 쫙 하고 꽃다발 사오면서 봄을 기다리면 꽤나 멋지겠지. 제발 성공해서 블로그에 '저도 깔끔하게 정리를 끝냈습니다 훗훗' 하고 쓸 수 있었으면...

초콜릿을 참기에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 - 90세 스웨덴 할머니의 인생을 대하는 유쾌한 태도
초콜릿을 참기에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 - 90세 스웨덴 할머니의 인생을 대하는 유쾌한 태도
뒷맛 씁쓰름한 대문호의 서신 빙자 연설집

버지니아 울프 때문에 '서신'이란 단어에 갑자기 꽂혀서 읽었는데...읽고 나니 무슨 옛날 드라마 주인공마냥 내 마음 나도 잘 모르겠다. 읽은 것을 후회하는가? 대문호의 글을 읽고 해설도 봤으니 남는 것이 있을텐데...

단편이나 좀 봤지 장편 작품도 손대보지 않은 내가 고골에 대해서 뭘 말할 수 있겠냐만, 외투가 날렸던 공포의 강펀치를 생각하면 이 사람은 과연 어떤 편지를 썼을까 기대감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책 펴자마자 옮긴이 머릿말에서 이게 순전한 편지가 아니라 독자 계도가 목적이며 당시에 엄청난 혹평을 받았다라고 나오니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리고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소련 이전 러시아 문학에 종교성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해도, 중세 시대 글인가 싶을 정도의 종교 타령에 어안이 벙벙. 힘든 일을 많이 겪고 죽을 뻔한 경험도 한 작가의 인생을 고려해야하는 부분들이 있다만, 인프라 따위도 필요없고 법도 필요없고 신앙만 독실하면 교회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는 생각은 너무 멀리 간 것 아닌가...시기상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읽으면서 어안이 벙벙해지는 레벨의 국뽕도 그렇다만(같은 우크라이나 출신 셰브첸코랑 입장차 너무 대조되어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농부에게 읽고 쓰기 가르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성서를 읽으려 하는 게 아니라면 다른 책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서는 안 된다고 열변을 토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쇼크 받았다. 그리고 푸쉬킨을 너무너무 사랑했다는 건 알겠다만, 책 전반부 "푸쉬킨 = 황제 사랑 나라 사랑" 평론은 대체...이해가 왜곡된 독후감을 공개하는 건 피해야할 일이라는 게 이런 것인가...(잠시 나의 부족한 글은 블로그에 써도 되는가 생각했는데, 추측 조회수 0~2 정도의 글에는 무의미한 고민이다...)

뒷부분 러시아 시 평론은 고평가받는 의미있는 글이라고 해설도 있고, 일단 이 사람들 작품에 뭔가 엄청난 것이 담겨있을 듯한 열정적 평가라 찾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니 남는 건 분명히 있긴 하다. 그리고 뭐가 어떻게 변해서 마지막 글의 방향이 이렇게 되었는가 궁금해서라도 죽은 혼을 꼭 봐야겠다 마음 먹는다. 하지만, 그냥 읽는 게 좀 좋은 사람에게 상당량의 착잡함을 안겨주는 글들이었고, 별로 두껍지 않아 망정이지 두꺼운 책이었다면 읽다가 복통 왔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완벽한 이도 없고 나의 평가가 뭐 그리 중하겠냐마는...가을날 어울리지도 않는 고뇌를 안겨준 책이었다...

친구와의 서신 교환선
친구와의 서신 교환선
마블 영화 빰치는 새들의 슈퍼파워

새들에게는 그저 먹고 사는 데 쓰는 능력들이겠다만, 독자 1에게 간만에 옛날 노래 상기시키기에는 충분하다. "우~ 우~ 우와~ 우와~" 나온지 꽤 된 책이니, 읽고 나서 증보개정판을 찾는데 없다. 이런 신기방기한 이야기를 봤는데 이후 뭐가 더 발견되었는지를 알 수 없다니!

  초고해상도 시력을 자랑하는 새 vs 어두운 데서 잘 보는 대신 해상도 떨어지는 새 설명부터 흥미진진. 전문용어들이 나오지만 픽셀이나 카메라같은 쉬운 예시들로 끌어주는 선생님 계시니 믿고 따라간다. 자체 노이즈 캔슬링, 모래에 부리 박고 압력파 방출해서 먹이 찾기, 해수면의 냄새를 구분해서 지도 삼아 대양을 건너가기 등등 이것이 지구촌 매직쇼. 모든 새가 저 능력들을 한꺼번에 다 탑재하고 있었으면 혹성탈출 영화에 원숭이가 아니고 조류가 나왔겠지. 생활 방식에 따라 가진 초능력도 다르니 나름 공평하다. 자기장을 눈으로 본다는 게 진짜 기막힌데, 집필 당시 현재진행형 연구여서 확답이 아니라 '~듯 하다' 로 끝나는 이 감질나는 상황. 버케드 선생님 지금 2024년인데 그동안 뭔 일이 일어났는지 업데이트 어떻게 좀 안 될까요 플리즈...

마지막 장에서 다루는 정서나 유대 부분에서 흥분은 좀 가라앉지만, 감정을 유추하게 하는 새들의 행동과 더불어 '새에 대한 이해가 향상되면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도 향상될 것'이라는 말에 괜히 또 감동.(문장의 깊은 뜻 진짜 다 이해하고 하는 소리인가 스스로도 좀 물어보게 된다만; 사막같은 마음에 감동 밀려올 때 그냥 느끼련다...)증보판은 없어도 슨생님 다른 책 번역이 있으니 경건하게(?) 또 읽어보자!







사족 혹은 완전 잡설

- 새를 잘 모르다보니 머릿말에 등장하는 키위새부터 충격. 후반부에 그림이 등장하긴 하지만, 검색하니 키위 닮은 귀염둥이가 아니라 뭔가 털난 펭귄같은 몸에 날씬한 다리와 굵은 바늘같은 부리가 달린 존재가 나오는데 게임 크리처가 아님. (키위새 입장에선 니가 더 이상하게 생겼다고 코웃음칠 소리겠지...) 그리고 멧도요 검색하는데 제일 먼저 뜨는 자동검색어 '멧도요 둠칫'(...). Sns 셀레브리티셨는데 몰라뵈었음...

- 아무리 조사 목적이라고는 해도 눈을 가위로 도려낸다거나(...), 쏴죽여서 끓였다던가 하는 과거의 연구들에 불편함이 살살 쌓이다가, 마지막 정서 편에서 초유명 드립 또 마주하니 욕이...책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 잘난 발언 언급되면 기분 잡치는 이야기랑 직결이니 여러모로 대단한 위인이다...

새의 감각 -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새의 감각 -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어딘가 막혀있는 나의 마음에 뚫어뻥

읽는 사람 느긋해질 시간이 한 페이지 넘어가기가 힘든 것도, 주인공들이 참 놀라운 방식으로 선악을 넘나드는 것도 여전한 친절한 요나손 씨의 책. 하나하나 키워드를 따지면 왕년의 아침 시간 드라마가 연상되는데 그것들을 묶어 이런 결과가 나온다니 당신이 해리 포터...초반에 형 캐릭터에 속이 부글부글 꿇어서리 이 인간 머리에 도끼가 꽂히거나 체르노빌에 버려지기를 간절히 바랐다만 뭐...벌을 받기는 받았으니께...생각해보면 이렇게 주인공들이 별 짓을 다 하는 작품에서 하나하나 권선징악한다면 준조연 가리지 않고 싸그리 형무소에 가거나 핵전쟁으로 지구가 증발하는 결말일텐데 그런 건 즐거움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

어쨌든, 평소에 잘 챙겨먹고, 몸 뺄 땐 잽싸게 빼더라도 정의 구현을 가끔 시도라도 해보고,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을 챙겨주는 성의도 보이며 살아가다보면 내 인생도 좀 더 웃을 일이 생기겠지. 마법의 북유럽 치즈나 비밀계좌 속 돈뭉치가 없어도, 오늘이라도 기프티콘과 인사 한 마디는 던질 수 있으니 즐거운 시간은 생각보다 가깝다.

지구 끝 날의 요리사
지구 끝 날의 요리사
괜히 울고 싶어지는 버지니아의 마지막 작품

난해하기도 하다만, '비타와 버지니아'에서 이 책이 일종의 유서라고 했다는 당시의 한 비평을 봐서 그런지 꽤나 우울한 독서 타임이었다. 그렇다고 읽은 걸 후회하는 것은 아니고...

형이상학적 부분에 대해서는 해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만, 각 독자들이 나름의 형태로 그걸 이해할 때까지 생각하는 것이 버지니아가 원하던 사유하는 독서의 형태일테니 정답을 작성할 필요는 없겠지. 다만 사람들의 관계, 극중 극 대사들에서 피로와 우울을 느끼는 건 그냥 내 기분 탓일까...서로 깊은 애정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상대방이 보는 것을 보지 못한다는 좀 아픈 말. 플롯 따위는 무의미하다는, 무대를 이끄는 당사자의 독백. 구역질나는 식사에도 맛있다고 탄성을 질러야하는 사회적 의무, '다시 만날 일이 절대 없는 상대이기 때문에' 잠시나마 솔직해질 수 있는 순간, 크게 생각하지 않고 보다가 본편보다 훨씬 우울해지는 극중극...연극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사람들의 수다는, 버지니아가 들었기 때문에 이 작품으로 대답하고 싶었던 말들일까? 그나마 마지막에, 이자와 자일즈의 싸움에서 포옹과 생명이 태어날 가능성도 있으리라 말하지 않았다면 우울할 때 접근 금지 책 리스트에 넣을 뻔...하아.

이 책의 완성이, 마지막 길 떠나기 전 작가의 마음 속 무거움을 약간이나마 덜어주었을까. 괜히 혼자 꿉꿉해진 기분으로 답이 없는 상상만 해본다... 

막간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막간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두 사람만이 만들 수 있었던 애정의 모습을 훔쳐보며

서간집을 보기 전에 읽었어야 되는지도 모른다만, 어쨌든 보았다. 서간집은 두 사람의 감정이 실린 이야기다만, 외부에서 보았던 상황이나 두 사람의 모습은 또 다르니 다시 이런저런 생각을(...솔직히 잡스러운 생각들을) 하게 된다. 만약이란 단어는 재난 대책 세울 때에만 필요한 단어지만...더군다나 장기간에 걸친 인간관계에 담겨진 수많은 감정들이 책 한 두권에 들어갈 리 없고, 내가 아는 것은 너무나 적으니 상상하려 아무리 애써도 될 리가 없는 것을 안다. 아는데도 안타까워지는 것은 왜일까...

사실 유명인의 작품보다 유명인의 가십을 접하기가 더 쉬우니, 버지니아가 그렇게 괴로워하고 수치스러워했던 추행에 대해서도 알기는 알았다만...이복오빠 한 명이 아니고 두 명이 다 그런 파렴치한 인간들이었다는 것은 몰랐기 때문에 꽤 간결하고 담백하게 쓰여진 설명을 보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내려앉는다. 평생 이 충격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사람을 사랑하는 걸 포기한 적이 없다는 것도 대단하게 여겨지고. 요새말로 폴리아모리에 대해서는 이해가 안 가는 면도 있다만(사람 한 명 챙기는 것도 신경쓸 것이 한도 끝도 없는데, 어떻게 동시에 복수의 사람을 신경쓰는 게 가능한가가 나에게는 영원의 수수께끼다)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 감정을 영원히 남을 작품으로 만들었고, 정열이 식은 이후에도 죽을 때까지 따스하게 서로를 생각했으니 인간 관계에서 그 이상 이룰 수 있는 것은 없겠지.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에서 익숙한 편지들의 인용도 나와 매우 반갑고, 두 사람을 둘러싼 환경, 사진들을 보니 두 여인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저자는 두 사람의 관계가 21세기를 맞아 더욱 큰 교훈을 줄 듯하다 했지만, 교훈이 없다해도 이런 관계에 대해서 알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다. 작품 외의 면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당사자들에게는 아주 미안한 일이다만...어쩌다보니 딱 싸늘해질 때 뒤늦은 나홀로 버지니아 울프 축제를 하는 느낌인데, 과연 이 기세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일단 본문에서 일종의 유서라고 했던 막간부터 얼른 봐야...

비타와 버지니아 - 버지니아 울프와 비타 색빌-웨스트의 삶과 사랑
비타와 버지니아 - 버지니아 울프와 비타 색빌-웨스트의 삶과 사랑
여러 생각 안겨주는 한 특수직업인의 삶

제목을 보자마자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가 생각나서 안 볼 수가 없었다. 일기를 써서 남긴 사형집행인이 있었고, 심지어 사형집행인의 회고록이 한때 인기장르였다는 것부터 놀라움. 머리말 끝의 '먼 시대의 매혹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 시대와 우리 세계를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말을 살짝 의심했다가, 다 읽고나서 완전히 흥미로만 시작했던 스스로를 반성.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엄연히 사법집행 업무를 맡고 있는데 사회적 매장을 당하는 상황 자체가 불합리하다만, '초'기피직업을 어느 날 갑자기 윗사람이 까라면 까는 거지 하면서 강제할 수도 있는 미친 시대라 생각하면 후대의 방구석에서 읽어도 희망이 안 느껴진다. 그래도 사형집행인들이 그 환경 속에서 자신들끼리 연대하고, 꾸준히 제도 안에서 자신들의 지위 향상을 꾀한 모습 자체가 감동. 특히 주인공격인 프란츠의 노력과 성과가, 이 상황들을 따져보면 거의 초인적이라 갑자기 나 너무 나태한가(...) 반성의 급물결...

잘 나갔던 지역의 특수성이라고는 해도 사형집행인에 대한 충분한 금전적 지원이 있었던 것이나, 명예 훼손이 상해죄보다 더 중했던 풍토, 부적 만들려고 영아 죽이는 게 드물지 않을 정도의 당시 사람들의 미신에 대한 강력한 믿음 등등, 빨려들어갈 것 같은 주제들이 수두룩. 특히 예전에는 인권이 부족했다고 여기면서 현대의 대학살에는 오히려 둔감한 우리들, 에필로그에서 꼬집는 관음주의 등등 생각할 면도 많고...이런 면들에서 나름의 답을 찾아야할텐데, 지도 받으면서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된 듯해 부끄럽다. 어쨌든, 읽을 수 있어 다행인 책이었고, 이참에 한국의 망나니에 대해서도 좀 찾아봐야지...

뉘른베르크의 사형 집행인 - 16세기의 격동하는 삶과 죽음, 명예와 수치
뉘른베르크의 사형 집행인 - 16세기의 격동하는 삶과 죽음, 명예와 수치
만감이 교차하는 사랑의 편지들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덕에 결국 서간집을 보게 되었다. 낭독 때 읽은 편지 전후에 비타가 무슨 말을 썼을까 궁금해져서...그야말로 사람 살살 낚는 문구부터, 널 이렇게나 사랑한다는 표현들에 간질간질하기도 하고, 간간히 나오는 질투나 두 사람을 둘러싼 시시콜콜한 상황들이 재미나기도 하다. 홀림 문구 제조기 비타의 시집 번역이 없다는 게 언빌리버블. 그리고 비타가 편지에서 흥흥거린 휴 월폴의 버지니아 묘사가 궁금해서 검색하니 참...버지니아가 비타 사랑으로 올랜도를 쓴 것과는 비교할 수 없어도, 이 사람의 버지니아 사모도 상당한 수준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버지니아는 아이돌...비타의 비서가 올랜도를 읽기 시작한 이야기를 하면서 비타가 "지금까지 현대소설은 전혀 못 읽어봤다는데~"라는 데서 빵터짐. 그렇지. 당연히 그때는 최신작이었지!

글 솜씨 + 시대 상황이 맞물리니, 연인 선물용 책갈피 세트같은 게 있다면 인쇄해 넣을 수 있는 문장들의 대홍수. 옮겨적으면 끝도 없다만 조금 골라보자면...

"당신 편지를 받는 일이 너무 좋아서 아침 우편물을 열 때면 가장 마지막까지 남겨두곤 해요. 아이가 마지막 초콜릿 조각을 남겨두듯이."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 얼마나 즐거울까요. 잉크가 유일한 소통 수단임을 체감하며 얼마나 가슴이 미어질까요."

"당신이 꽤 그리우리라고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스스로도 믿지 못할 정도로 당신이 보고 싶어. 그래서 이 편지는 고통에 차서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이나 다름없어."

"나와 있을 때는 원하는 만큼 슬퍼해도 괜찮아."

디지털의 개념이 없던 시기, 아름다운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 쓰는 서신들은 이런 것인가...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에도 실린 버지니아의 편지와, 그 전에 비타가 보낸 편지도 나란히 실려있다. 그런데 버지니아의 편지 뒷부분이 좀 달라서 당황스러워...뭐, 제일 중요한 부분은 똑같고, 한쪽엔 확연히 말줄임 표시가 있으니 다른 쪽도 아마 그렇겠다 하다만...어쨌든! 비타의 등대로에 대한 칭찬이 정말 폭풍같아서, 버지니아가 꽤 쑥쓰러워한 것이 제대로 와닿는다. 올랜도라는 책 자체가 사랑의 결정체지만, 비타가 포기해야했던 집을 작품에서나마 올랜도가 가질 수 있도록 버지니아가 써줬다는 건 처음 알아서 뭉클함이 밀려옴. "당신이 놀을 묘사한 단락들이 날 울렸어, 나쁜 사람."

연애의 결말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으니, 뒤로 갈수록 불안함이 밀려온다. 그래도 이 책에 선별된 서신들에선 마찰이 그리 크게 다뤄지지 않고, 공식적 관계가 끝난 뒤에도 다정하게 사랑하는 모습들이 나와 안도의 한숨. 마지막 서신 뒤 일주일도 안 지나 버지니아의 부고를 듣고 비타가 쓴 서신의 짧은 발췌가 마지막이니 씁쓸함은 어쩔 수 없다만...옮긴이의 글의 '버지니아와 비타는 역할이 아니라 자신에게 충실했다'라는 대목에, 그래서 서로 끌린 것일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아무리 편지들을 들여다본들 그 감정은 당사자들만 아는 것이고, 먼훗날 들여다보는 사람은 그저 상상할 뿐이지...

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
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
걱정 따윈 필요없는 흐뭇한 시리즈 속편

제목 패턴이 바뀌어서 이번은 단권이구나 하고 읽다가, 중간에 깨달아서 로또 터진 기분이다. 초반이 스티븐 킹 작품이랑 비슷하니 패러디인가 했는데, 그대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그분이 오셨구나!하며 마음 속에서 풍악을 울리고...안타깝게도 중간에 큰 일은 피하지 못하나, 심드렁하고 간이 크다는 최고의 조건을 갖춘 당신이 있으니 나는 그저 느긋하게 읽으면 될 뿐이지. 그래도 이야기 따라가며 살짝 긴장하다가, 악당이 궁금하냐니까 당연하지라는 대답에서 빵터짐. 표정이 그려져...박수!

살짝 의외였던 부분도 있지만, 깔끔하게(...뭔가 다른 수식어가 나을 듯 한데 잘 생각나지 않는다) 잘 끝났으니 만족스럽다. 시리즈물은 왜 한 번에 두 권씩 나오지 않는가 부질없는 푸념을 하지만, 기다리면 나오겠지. 이 속도면 왕좌의 게임에 비하면 양반이야...

살인 재능
살인 재능
병원 신세 안 지고 따는 메달은 없나봐유

재미있는 시리즈에 외전이 나온 것을 뒤늦게 알았으니 얼른 본다. 일단 올림픽 경기들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고로(...자랑이냐) 신기방기. 플라톤이 3관왕 레슬링 우승 선수였다는 얘기부터 추억의 빠떼루, 조르기의 살상력(솔직히 오싹함)에 듣도보도 못한 골볼(그 와중에 한국팀의 엄청난 성적...!), 수구의 초과격함 등등. 성질과 피로가 밀려오는 '블랙 스위머’ 드립이나, 서핑 억압의 역사도 있다만, 아무리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이야기라도 평화로운 얘기만 있을 리가 없지...허이구...

낯선 해부용어들도 많지만 그림이 큼직하게 나와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다.(...다 기억할 수 있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스포츠 심장 그림이 매우 인상적인데, 얼마나 많은 시간 운동을 해야 이렇게 큰 심장을 가지게 될까. 매 종목마다 따라오는 별의별 통증 이야기를 생각하면, 아픔과 바꾼 심장의 크기 참으로 짠하다. 어째 몸 성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 하나도 없고, 열심히 할수록 더 아프니 뭔일인가 싶음. 말 그대로 관절을 갈아가며 4년에 한 번 오는 기회를 잡으려고 아파도 아파도 연습하는 사람들은 수두룩한데, 꿈을 이루는 사람의 숫자는 한정되니 어느분야든 삶은 참 녹록지 않다...

그나저나 미술관에서 올림픽으로 옮겨갔으니 그 다음은 뭘까나. 동계올림픽? 월드컵?

올림픽에 간 해부학자 - 그들의 뼈는 어떻게 금메달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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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에서 단테의 <신곡> 연극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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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극단 '족연'이 돌아옵니다~
[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모두를 위한 그림책 🎨
[도서 증정] 《조선 궁궐 일본 요괴》읽고 책 속에 수록되지 않은 그림 함께 감상하기![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책증정] 언제나 나를 위로해주는 그림책 세계. 에세이 『다정하게, 토닥토닥』 편집자와함께"이동" 이사 와타나베 / 글없는 그림책, 혼자읽기 시작합니다. (참여가능)
각양각색! 앤솔로지의 매력!
[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책나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시간을 걷는 도시 《소설 목포》 함께 읽어요. [장르적 장르읽기] 5. <로맨스 도파민>으로 연애 세포 깨워보기[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
사랑은 증명할 수 없지만, 증명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있다
[밀리의 서재로 📙 읽기] 29. 구의 증명최진영 작가의 <단 한 사람> 읽기[부국모독서모임] 최진영의<구의 증명>, 폴 블룸의<최선의 고통>을 읽고 책대화 해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레슨!
[도서 증정] 『안정감 수업』 함께 읽으며 마음을 나눠요!🥰지금보다 나은 존재가 될 가능성을 믿은 인류의 역사, 《자기계발 수업》 온라인 독서모임
한국의 마키아벨리, 그의 서평 모음!
AI의 역사한국의 미래릴케의 로댕최소한의 지리도둑 신부 1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일본의 탐미주의 작품들
[그믐클래식 2025] 10월, 금각사 [북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년』 함께 읽어요!
공룡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기로!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7. <경이로운 생존자들>[밀리의 서재로 📙 읽기] 10. 공룡의 이동경로💀《화석맨》 가제본 함께 읽기
추석 동안 읽을 만한 일본 추미스!
[책 증정] 호러✖️미스터리 <디스펠> 본격미스터리 작가 김영민과 함께 읽기 [박소해의 장르살롱] 7. 가을비 이야기 [박소해의 장르살롱] 10. 7인 1역 [박소해의 장르살롱] 2. 너의 퀴즈 [박소해의 장르살롱] 21. 모든 예측은 무의미하다! <엘리펀트 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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