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98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꼬모님의 블로그

글로 남기는 나만의 기록장
전체보기(327)
예상과는 너무 달랐던 유령과 사랑 이야기

제목이나 표지만 보고 읽어서 생각과 다른 책을 만나는 것도 재미다. 그래도 가끔은 그 차이가 너무 커서 혼란이 올 때도 있다. 백 퍼센트 자업자득이다만 갑자기 막 상상하게 되는 건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참...

제목도 여기저기서 봤고, 번역이 물 건너서도 잘 팔렸다는 정도의 사전지식만 갖고 뒤늦게 읽으며 뒷표지의 고딕소설이라는 문구에 대뜸 누가 시키지도 않는 상상이 머리 속에서 대팽창. '아마 식민지판 장화홍련이 투숙객의 앞에 나타나서, 투숙객이 추리를 하고...(여보게 그럼 고딕 소설이 아니라 추리 소설이라고 표지에 써져 있겠지...) 모스크바의 신사랑 샤이닝이 막 짬뽕이 되고...' 이런 망상하고는 비슷하지도 않은 내용이었다. 연결되는 건 장화홍련뿐...

셜리의 등장까지는 호오~ 하면서 보았는데, 설마 아무리 소설이라도, 그분이 인천에 왕림하신다는 대목이 나올 줄 몰랐으니 이름 보는 순간 잠깐 사고 정지. 어쨌든 계속 읽었고, 결말까지 하나도 예측하지 못했다. 액자소설의 내용도, 내내 주연들이 뿜는 독기가 사랑에 대한 급 깨달음으로 전환되는 결말도. 뭐, 개 같은 뭐라는 목소리가 원한을 사랑으로 바꾸길 바라는 목소리로 변했다면 좋은 결말이 맞겠지...책을 무작정 집는 이 버릇도 아마 못 고칠 것이고...

대불호텔의 유령
대불호텔의 유령
뭔가 낯설지 않은 그 옛날 사기극

같은 소재의 영화는 추천받았다가 아직도 못 봤고, 참으로 늦게 책을 보게 되었는데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하다. 베네데타에 대한 사전 지식이 딱 두어줄 정도라, 여성 동성애에 관한 서론이 길고 당시 수녀원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가 펼쳐지니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수녀가 된 이가, 동성연인을 만들었다가 시대가 시대니만큼 지탄받았나보다'라고 추측을 했는데...뒤로 가면서 진짜 깬다. 사건 전체의 인상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건 나뿐인가...아니, 정확한 진실은 뒤안길이다만 이쪽은 권력을 이용한 장기간 성폭행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질이 더 나쁜가...

목적의 차이는 있다만, 뭔가를 얻으려고 사기를 치고 주변을 위협한 것 자체가 큰 문제인데 피의자의 성 정체성만 끝도 없이 부각되는 것이 좀 입맛이 쓰다. 베네데타에 대한 처벌이 가혹한가 아닌가에 대한 의견은 있겠다만, 저자도 말했듯 그 처벌은 성적 일탈보다는 사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니 전혀 안타깝지 않다. 그리고 신성으로 사기쳐먹는 사람이 소세지 식탐을 못 참다니...영화는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하기는 한데, 당장은 볼 마음이 좀 사그러든다. 아우 피로해...

수녀원 스캔들 -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한 레즈비언 수녀의 삶
수녀원 스캔들 -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한 레즈비언 수녀의 삶
살벌한 신앙 검증의 시대, 한 지식인의 서바이벌에 대한 상상

냉전만 여러 사람 사상 검증으로 잡은 것이 아니니, 종교가 옵션이 아니던 때에 전향을 두 번이나 하고 안 죽었다는 건 여러모로 놀라운 일이다. 그라나다에서 살다 어릴 때 레콩키스타 때문에 지금의 모로코로 역이민가고, 외교일을 하면서 꽤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다 해적한테 납치당해서 유용할 수 있는 지식인 노예로 교황에게 상납당하고. 세례받고 글 배워서 책 쓰고, 그 와중에 로마가 작살나면서 잽싸게 고향으로 도주하는 그 파란만장함에 기대가 빵빵해져 페이지를 넘기는데...

자료가 적으면 최대한 가능성이 높은 추측을 논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추측 파트가 너무 많아서 중간에 피로해진다. 그는 아마 들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했을지도 모른다...확실한 건 저술한 책에 나오는 구절과 주변인들의 매우 적은 언급 뿐이니, 갑갑허다...이건 소개된 아민 말루프의 소설이 훨씬 재미있을 것 같은데 번역은 없고, 시대극을 영어로 보는 건...하아...

그래도 그 당시의 배경지식이 재미있고, 몸사려야하는 입장에서 저술할 때 얼마나 신경쓸 것이 많았는지 충분히 말해준다. 말 한 마디 잘못 썼다간 겉으로만 믿는 척 한다고 뭔 일 당할지 모르고, 기독교 최고예요 우왕 이런 거 썼다간 고향땅 진짜 못 밟을 것이고. 그런 것 치고는 꽤 과격한 한 마디를 쓰긴 했다만 저자가 추측을 꽤 길게 이야기해주니 납득. 짧게나마 그 시대에 번역이라는 걸 하는 애환도 나오고...낑낑댈 것이 뻔해도 역시 소설을 주문해야겠어...

책략가의 여행 - 여러 세계를 넘나든 한 16세기 무슬림의 삶
책략가의 여행 - 여러 세계를 넘나든 한 16세기 무슬림의 삶
환자가 된 암 전문의의 항암 생존 여정

의사도 사람이니 당연히 병에 걸린다만, 종양학과 교수가 암 치료를 받는 경우는 드물지 않을까. 그에 더해 전체 암의 1% 중에서 다시 1% 안에 드는 희귀암에 걸리고, 치료했는데 재발하고, 그 와중에 미국처럼 의료보험이 불안정한 곳에서 직장 의료보험으로 거의 무료치료(한 달 치료비 13만 달러인데 본인 부담금 50달러라는 게 기적 아닐까...)받는 참 여러모로 희귀한 이야기다. 뒷표지의 문구는 뭔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만... "세계 최고의 암 전문의는 자신의 암을 어떻게 치료했을까?" 한 번 읊고 1분 광고 때린 뒤에, 바로 그 특효약은 매일 꾸준히 섭취한 ○○○...라고 말할 것 같은데 그런 걸 기대하고 보면 대실망할 테니까.

치료 중의 고통과 고뇌를 다 논하면 벽돌책 될 수도 있었을텐데 300페이지도 안 되며 치료의 기본 과정을 이미 다 숙지한 사람이 지식과 직접 경험을 섞어서 이야기해주어 정보 가치도 높다. 많이 힘든 결정이었겠지만, 자신의 얼굴 변형을 보여주는 사진 페이지로 링크되는 Qr코드도 실려있어서, 얼굴 상실 챕터의 글이 더 피부에 와 닿는다. "암은 잔인하고, 아프고, 상처 입히고, 변화시키고, 흔적과 흉터를 남깁니다." 한 챕터를 할애해서 희망과 긍정을 논하면서도, 생존 뿐 아니라 삶의 질, 통증 완화 등 개개인의 다양한 기대가 있다는 것도 분명히 말한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이 속시원해서 더 읽기 잘 했다고 생각한다.

"저에게 질병은 실존적 의미도 없고, 중요성도 없습니다. 우리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시험을 당하고 도전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잔인합니다."

"암이든 심장 질환이든 자가 면역 질환이든 어떤 환자도 이런 식으로 자신을 성장시키거나 증명할 기회를 달라고 청하지 않았습니다."

"목표는 깨달음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가족과 의사의 지원을 받는 환자들이 암과의 싸움에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바로 살아남는 것입니다."

병 걸리면 아프고 심해지면 죽을 뿐이니, 의미 같은 게 있겠는가. 덮기 전 치료 연표를 보면서, 그저 치료기술의 발전이 더 많은 사람들을 낫게 해주길 기원할 뿐이다.

오늘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입니다 - 하버드 의과대학의 세계 최고 암 전문의가 희귀암을 두 번이나 극복하고 들려주는 진짜 솔직한 이야기
오늘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입니다 - 하버드 의과대학의 세계 최고 암 전문의가 희귀암을 두 번이나 극복하고 들려주는 진짜 솔직한 이야기
공포와 웃음을 동시투척하는 끔찍한 회복일지

중독을 다룬 모든 매체는 기본적으로 보고 나서 기분이 좋을 일이 없다. 일상이 행복하고 충만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중독의 길을 갈 리는 없으니까. 그래도 이 사람들은 극복을 했으니까 이 책을 썼으리라는 희망을 괜히 가진다. 어리석은 기대로 끝날 때도 있지만...

우울, 알콜 중독, 도피성 노숙생활에 입원 알콜치료까지 정말 살벌하고 지저분하고 이게 무슨 짓인가 싶은 이야기가 고전적인 둥근 그림체로 펼쳐지니 더 지옥같다. (어느 정도 시대가 겹쳐서 그런지, 옛날 데즈카 오사무 책 보다가 식껍한 기억이 갑자기 훅 올라옴) 당장 초반의 10분의 1도 안 지났는데 '이러고 인간의 몸이 버티는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고...정말 2~3페이지마다 '미치겠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중반에 참 실화같지 않은 스카웃으로 배관공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안도하는 것도 잠시, 도저히 맨정신이라 믿을 수 없는 동료들 대체 뭔가;;

1권 말에서 간단히 다뤄졌다가 2권 전체를 통해 나오는 입원 치료기도, 그림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글보다 더 강력한 부분이 정말 많다. 웃기긴 웃긴다. 작가 본인이 코믹하게 다루려고 한걸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히고 있으니까(왜 본문 시작전이 아니라, 책 앞날개도 아니고 뒷날개에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다 읽고나서 서문을 보다니...), 이 블랙코메디같은 세상을 웃으면서 감상해야 하는데...절망과 소름과 웃음이 동시에 밀려오니까 얼굴 근육이 안 움직인다. 인간은 정말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걸 느끼는 게 가능하구나 쓰잘데기 없는 딴 생각이나 잠깐 하고...

"언젠가는 술을 조절하면서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모든 병적인 음주의 완고한 강박관념" "현실에 대한 불안감, 공허감을 부정하기 위해 도취감을 갈구하는 것" "술이 없이 살아갈 때 생기는 마음의 공동을 무엇으로 메울지 생각해야 한다"등 작가가 병원에서 배운 각종 가르침들을 보면 술 아니어도 모든 의존증에 다 해당되는 이야기가 뼈를 친다. 퇴원 후 말년 식도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단주했고, 이 작품으로 상도 받았으니 그래도 굉장히 긍정적인 결말이다.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면 학생들에게 평생 술에 손을 못 대게 하는 공포를 안겨줄 것 같은데 아쉽게 절판. 그리고 짤막한 언급이다만 데즈카 오사무의 원고를 찢고(!) 작가에게 무릎치기를 날렸다는 편집장...세상은 안 좋은 의미로도 정말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실종 일기
실종 일기
지금도 마음에 다가오는 그 옛날의 여행기

이백 년도 더 전에, 딱히 관광 명소도 아니었던 북쪽으로 아이까지 데리고 여행을 간다는 것 자체가 놀랄 노자지만, 그런 요소를 빼도 당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게 납득이 가는 책이다. 시작부터 소견이나 감상을 구속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호기심과 까칠함, 때로는 밀물처럼 밀려오는 감성이 낯선 나라의 현 상황과 믹스되니 인터넷도 없는 시대에 얼마나 흥미로웠을까.

본문 중 메리는 그닥 좋지 않은 의미로 여자논객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자신이 사는 시대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들을 충분히 공부하고, 믿는 것을 말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는 성별도 호칭도 관계없지. 그냥 싫어서 까는 거 아닌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긴 하다만,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주저없이 말하는 깡을 보면 역시 아무나 프랑스 혁명을 현지에서 버티는 것이 아니다. 아주 다방면을 두루 까는 한편 사이사이에 북유럽의 자연 경관을 어찌나 감성적으로 묘사하는지 부족한 상상력의 사람도 홀딱 넘어가기 좋다. 나도 가서 보고 싶다! (홈쇼핑 여행채널에서 북유럽 패키지 팔 때 이 책을 읽어줘야 되는 거 아닌가?) 영화로도 나왔던 마틸다 왕비 스캔들이 실시간 이슈로 다뤄지는 것도 신기하고, 코펜하겐 대화재는 아예 몰랐는데 인터넷서 찾으니 엄청난 규모여서 이백 년 늦게 놀람; 그리고 분량은 적다만, 여행 중에 보기만 해도 마음이 벅차서 눈물이 흐를 정도로 사랑하는, 산딸기를 좋아하는 패니가 나오면 씁쓸하다. 아기 패니와 메리가 어떻게 되는지 모두가 다 아니까...한 번은 노르딕 느와르 중 한 권을 끼고 북유럽에 가고 싶었는데, 그 날이 오면 가방에 넣을 책이 이렇게 한 권 추가되었다.

길 위의 편지
길 위의 편지
어른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옛이야기들

나이 들어도 설화집은 가끔 손이 간다. 큰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시대의 슬픔이나 한계가 느껴져서 속터질 때도 있다만, 어릴 적 생각도 나고 지명을 보면서 아, 이런 전설이 그 곳에...하면서 괜히 감탄도 하고. 어떻게 읽어야한다는 마음의 부담이 없어서 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소재 같은 퇴마 이야기도 있다만, 임신 목적의 강간이라던가 남의 걸 뺏고도 딱히 벌받지도 않는, 시대의 한계가 뻘건 줄로 그어진 듯한 이야기가 종종 두통을 부른다. 복성군이나 남이장군은 사실 일반 백성들과 거리가 있는 이들인데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설화를 남겼구나 생각하면 약간 찡하다. 내 밥줄이랑 전혀 관계 없는 높은 사람들에게도 측은함을 가지고 대하는 마음을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구나. 아니면 지금도 다들 그리 사는데 내 속이 좁은 건지도 모르지.

  숭유억불 아래서도 참 많기도 한 도승이랑 보살 얘기, 처음 듣지만 뭔가 영화같은 사곡리 말세우물 이야기...이야기들도 신기하지만, 넓지도 않은 나라인데 아직까지는 손대는 책들마다 겹치는 이야기 비율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에도 놀랄 따름이다. 조상님들은 상상력이 무궁무진하셨구나.

같은 땅에 살아도 수백 년 차이면 가치관이나 생활상이 거의 다른 행성에 사는 수준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설화들을 읽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이야기를 만들고 전한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내친 김에 전설의 고향이나 좀 보고 자야지...

귀신들린 책 - 우리 설화 스토리텔링
귀신들린 책 - 우리 설화 스토리텔링
튀르키예 커피 사랑과 중독의 역사

터키 커피 이야기만 볼 기회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간결하게 볼 수 있는 책이 나와서 좋다. 좋은데...처음 듣는 출판사인데, 편집디자인은 자세히 모른다만 일반적으로 보는 책과 차이가 커서 슬쩍 보면 팜플렛같은 외양에 살짝 보기 불편하다. 어쨌든 내용은 재미있다.

일단 살면서 읽은 모든 책들 다 털어서 제일 놀라운 추천사가 실려있으니, 처음 나오는 추천사가 가사가 적힌 5페이지의 악보! 잠깐 사고가 멈췄다가, 바로 유튜브에 작곡가명 + 커피로 검색하니 자막이 실린 커피 러브 칸타타가 나온다. "Coffee love will go beyond time and go to eternity!~~~" 이것이 독서의 놀라움인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커피에 중독되어가는(...) 과정이 유럽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 이쪽이 먼저다만 - 역시 인간의 생태(?)는 비슷한 것이구나 또 쓸데 없는 감탄. 브라질 커피 재배에 얽힌 이야기나 전통 커피 도구들, 가게 입장에서 보면 정말 진상인 애호가들에 커피 점 설명에 커피 하우스의 온갖 기능까지 신기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정도 이야기가 있어 커피 부심이 생기는구나. 커피 중독 챕터의 손님들 모습을 보면, 이들을 견뎌내고 긴 세월 버틴 커피 하우스들과 커피 문화는 다른 의미로도 대단할 수 밖에 없다고 혼자 생각도 하고...이번 주말엔 터키식 커피를 마시면서 책 내용을 좀 곰씹어 봐야겠다.

튀르키예 커피 문화
튀르키예 커피 문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랑과 가학의 상관관계

내용을 모르고 빌렸다가 놀라는 경우는 꽤 많다만 이 책의 충격이 내가 기억하는 한 최고다. 예전 인터넷 어디서인가 이게 프랑스인들이 선정한 위대한 프랑스 문학 10선인지 20선인지에 든다고 해서 읽을 책 목록에 넣었는데...글자 사이즈도 크고 얇은데도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 힘들어서 다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간 읽었던 소설들에서 가학적인 성애가 길게 묘사되는 경우는 그 상황의 잔인함이나 허무함같은 걸 전하려했기 때문에 그 장면의 하나하나를 길게 곰씹거나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시작부터 놀랍기는 하지만, 남자 주인공과의 만남이나 주인공이 복잡한 심리를 갖게 될 이유가 나올 줄 알고 계속 넘기는데 안 나온다...뭐지? 소설에서 인물들이 일하거나 요리할 때 나오는 세세한 묘사들을 읽을 때 편안하면서 즐거울 때가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한 권 전체를 세세한 묘사로 가득 채워서 읽는 이에게 그런 방향의 즐거움을 주려 하는 것인가? 후반에 재클린을 목표로 삼게 되면서 결말에 이르기까지는 아예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어안이 벙벙하다. '설명 따윈 필요없어. 나오면 되니까 나오는 거야'라고 작품이 말하는 것 같다. 그냥 대놓고 사람이 그저 쾌락의 도구일 뿐이었다는 대목이 나오니 내가 뭘 읽고 있는 것인가 싶고...

역자 후기를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해보려하는데 더 혼란스럽다. 저자가 연인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로 규정한 작품이라는데다 그 당사자가 초판 서문까지 써준 걸 보니 정말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성인의 상호합의된 연애 관계는 남이 끼어들어 평가할 것이 아니다만, 이런 특이한 관계를 이런 하나의 책으로 세상에 발산한다는 건 대체 무슨 의미일까. 역자분은 '어떤 극한의 추구, 절대를 향한 자아의 완전한 헌정 의지'라고 쓰셨는데, 누군가를 한없이 사랑한다는 것과 누군가에게 끝도 없는 폭력을 쓰고 싶다는 것의 관계를 이 나이 먹도록 모르는 나이기 때문에 프랑스인들이 부여한 그 문학적 가치를 모르는 것일까. 언젠가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던 속편까지는 보지 않을 것 같다. 독서는 내가 가지 못했던 길과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다만,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곰씹으려고 책을 읽을 필요는 없겠지. 2024년 최고로 피로한 독서였다...

O 이야기
O 이야기
간절히 읽게 되는 소아암 치료기

급성 소아 백혈병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접하게 된 책이다. 저자분이 sns도 운영 중이시고 책 중에 다른 책이나 영상도 소개되니 더 챙겨보면서 정보를 늘려야겠다 싶다. 약간의 지식이 생겼다고 당사자에게 별 도움이 될 수는 없다는 건 알지만...이런 과정이 있구나 알게 되니 좀 침착해지지만, 역시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어쨌든 약간이라도 지식을 쌓아놓고, 혹시라도 헌혈이 필요할 때는 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 

본문 중에서, 세상을 떠난 노견처럼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싶지 않다고 네 살 예설이가 이야기할 때는 그저 한 타인도 괴로우니, '울컥했다'는 단어 뒤에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포함되어 있겠는가. 저럴 때 옆에서 건넬 수 있는 말이 있으면 좋겠는데, 어설픈 말보다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나을지도 모르고...예설이가 다행히 계속 치료받으며 일상으로 돌아간 것처럼, 책을 덮으며 그저 아이들이 건강해지기를 바랄 수 밖에 없는 무력한 어른이다.

우리 딸 머리 깎을 때 가장 많이 아팠습니다 - 소아암 예설이네 희망 일기
우리 딸 머리 깎을 때 가장 많이 아팠습니다 - 소아암 예설이네 희망 일기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증정]《내 삶에 찾아온 역사 속 한 문장 필사노트 독립운동가편》저자, 편집자와 合讀하기[📚수북플러스] 4. 나를 구독해줘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같이 연극 보고 원작 읽고
[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
같이 그믐달 찾아요 🌜
자 다시 그믐달 사냥을 시작해 볼까? <오징어 게임> x <그믐달 사냥 게임> o <전생에 그믐달>
8월 22일은 그믐밤입니다~ 함께 읽어요!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이디스 워튼의 책들, 지금 읽고 있습니다.
[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휴머니스트 세계문학전집 읽기] 3. 석류의 씨
문화 좀 아는 건달의 단상들
설마 신이 이렇게 살라고 한거라고?그믐달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
퇴근의 맛은 두리안 ?!
[도서 증정] 소설집『퇴근의 맛』작가와 함께 읽기[📚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여기가 아닌 저 너머를 향해...
[함께 읽는 SF소설] 07.화성 연대기 - 레이 브래드버리[함께 읽는 SF소설] 06.앨저넌에게 꽃을 - 대니얼 키스[함께 읽는 SF소설] 05.생명창조자의 율법 - 제임스 P. 호건[함께 읽는 SF소설] 04.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 케이트 윌헬름
이렇게 더워도 되는 건가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기후위기 얘기 좀 해요![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1. <화석 자본>무룡,한여름의 책읽기ㅡ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독서 모임에서 유튜브 이야기도 할 수 있어요
[팟캐스트/유튜브] 《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같이 듣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