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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헤비했던 독일 밥상 변천사

독일 과자나 축제 음식 얘기 읽으며 힐링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쓴 맛 나는 책이었다. 역사 속 기근은 그래도 먼 옛날이지만, 국가 장려까지 받아 대량 미국 이민까지 이어진 식량 부족은 호랑이 담배 필 적 얘기가 아니니 울적하다. 그러나 양 세계대전들을 낀 식량 통제 이야기들에 비하면 이것도 양반. 특히나 2차 대전 총 사망 사인 1위가 폭격이 아니라 아사라는 게 진정 충격이다. 나치가 온 유럽을 깔아뭉개기만 한 게 아니고 식량을 있는대로 쪽쪽 빨아댄 걸 정작 독일인들은 패전 후에도 거의 모르고, '주둔군들 때문에 자신들이 비참해졌다고 믿었다'는 데서 머리 띵. 그러나 이것도 못 들어본 소리 아니니, 세상은 역시 히스토리 리피팅...그 와중에 모자란 배급품으로 용써서 맛있는 요리를 가족들에게 해준 여성들이 이기적이라고 비난 받았다는 블랙 코메디에 머리가 띵하다. "요리는 애국적 요구에 따라야 했으며 즐거움과 탐닉을 피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냥 나치 단백질 바 공장이나 세워서 돌리지, 굳이 식재료를 주면서 이건 뭔 쉰소리래.

복장 터지는 파트가 길다만 신기한 이야기들 매우 많다. 매대에서 식재료로 파는 토종닭 크기의 달팽이를 손님이 양손으로 잡으려는 중세 그림에 빵 터짐. 얼마나 맛있게 먹었길래 저런 사심 있는 사이즈로 그렸대. 무려 중세에 시도한 지방흡입술(!), 아동용 요리책, 식품과학과 공장 식품 산업, 노동자들을 위한 대규모 포장음식 판매, 현대적 빌트인 주방, 국제 음식박람회, 지금 환경 보호 운동과 꽤 가까운 내용의 채식주의까지 독일이 선두한 부문이 꽤나 많아 소소한 놀라움은 계속된다. 그리고 책 전체에 뿌려진 고기 사랑...최근의 독일은 채식주의 선진국이지만, 근대 초기에 1인당 연간 100킬로그램 먹었으면 그냥 주식이 고기였던 걸로...당장 국민주방 음식 목록도 돼지고기랑 소고기로 가득해서 슬쩍 봤다간 실수로 중복 인쇄된 줄 알 듯. 빵 값 올랐을 때도 참다가, 육류 가격 오르니 주부들이 도축업자들을 폭행했다(...)는 데서 건드릴 수 없는 고기의 신성함이 느껴진다. 2007년 기준 독일인들이 먹는 가장 인기 있는 음식 목록도 절반이 고기 메뉴. 그래 사랑이 어떻게 변하겠어, 양을 줄일 뿐이지...'독일인은 오직 생존을 위해서만 먹는다든지, 이웃인 프랑스와는 달리 음식을 진정으로 음미하지 못한다든지 하는 진부한 생각'이라는 말에 마지막으로 낄낄. 독일인들이 스스로에게 가진 편견은 이런 거군요. 힐링은 못했지만 잡생각 많이 하면서 잘 보았다. 읽고 나니 두툼한 삼겹살이 생각나는 건 부작용...인가?

독일의 음식문화사 - 무엇이 독일을 독일답게 만드는가
독일의 음식문화사 - 무엇이 독일을 독일답게 만드는가
여전한 열혈 형사의 모습에 잇몸 미소

시리즈 번역이 계속 나온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한 500pt로 ‘감동 - 끝’이라고 기록 마쳐도 될 것 같다. 그런 것 치고는 출간되자마자 읽지도 않았지만(백설공주가 드라마까지 만들어진 걸 보고 안심감이 과했던 듯...) 뭔가 힐링이 필요한 시간 재미있게 읽었다. 시간이 지나 피아도 나이 들고 상황이 바뀌었지만, 그 성질 죽지 않았음이 흐뭇하다. 남들은 이미 다 읽고도 남았을 시기에, 혼자 카트린의 본색에 놀라고 그때부터 없는 기억력 총동원해서 이전에 이런 기미가 있었는지 생각해보지만 헛된 노력이었다. 세부 사항은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소설이나 영화에서 인터넷 속 마녀사냥이나 자경단 문제가 다뤄지는 게 이제는 일상인데, 아직도 받아들이기 어렵고 피로하다. 댓글이나 메일은 쓰기 너무 쉬운 탓에 문제가 생기지만, 내가 피해자를 알지도 못하는데 직접 의심 가는 상대를 찾아가서 물리적으로 괴롭힌다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니...DC 히어로들이 악당 잡는 이야기는 좋아하지만, 수사 도중인 사람 집에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번갈아 와서 문 두들기는 광경은 뱃속을 싸늘하게 한다. 이런 일이 현실에서 그렇게 많을까? 세상물정이란 단어를 쓰기도 민망한 나이에, 내가 너무 모르고 있는 걸까.

 처음 시리즈 접할 때만 해도, ‘독일 사람도 다혈질인 사람은 있구나(...)’라는, 세계화 시대에는 걸맞지 않은 감상을 가지고 읽었는데...역시 시간이 지나고 계속 읽으면 엄청난 팬까지는 아니어도 정이 든다. 이게 사람인가 싶던 헤닝까지 이젠 그렇게 싫지 않음. 주변 사람 다 깔보는 성질의 인물이 소설도 쓰고 피아한테 정말 신경도 쓰는 모습을 보면 진짜 현실이나 비현실이나 사람은 어찌 변할지 알 수 없음. 읽다 그만 뒀으면 몰랐을 이런 맛이 있기 때문에 시리즈물은 역시 끝까지 봐야한다고, 다음 권이 나오면 늑장 부리지 말고 싸게 싸게 보자 오늘도 다짐한다!    


[세트] 몬스터 1~2 세트 - 전2권
[세트] 몬스터 1~2 세트 - 전2권
골라찍는(...) 재미의 시리즈 2탄

붉은 박물관보다는 범인 찾기 약간 난이도가 내려가 기쁘면서도, 내 타율은 역시나 그닥이었다. 첫 에피소드의 범인을 소가 뒷걸음치다 쥐잡듯 맞추어 의기양양했던 것도 한순간이고, 추리엔 소질 없다는 것만 재확인. '죽음을 10으로 나눈다'는 동기까지 합해서 그냥 벙...모든 동기의 만능 열쇠는 사랑이더라. 책 제목이기도 한 '기억 속의 유괴'가 장편이 아닌 게 아쉽지만 이야기를 못 읽는 것보다야 단편이라도 나오면 감사해야지 어쩌겠는가. 장편이었으면 광기의 친모 파트가 길고 끔찍했을테니 이정도인 게 적당한 것이겠지.

늦게 읽은 덕에 크게 기다릴 필요 없이 두 권을 연이어 즐겼으니 이것도 운이다. 일단 시리즈가 계속 연재 중인 걸 보니 정말 운 좋으면 3권을 금년 안에 본다던가...하는 건 너무 과한 욕심이려나?

기억 속의 유괴
기억 속의 유괴
동공에 지진 오는 카탈루냐의 상상력

처음 읽는 피뇰의 책은 표지나 작가 소개부터 동전으로 복권 은박지 긁는 기대감이 밀려온다. "우리는 우리가 증오하는 사람들과 결코 멀리 떨어질 수 없다."로 시작하니 눈물을 부르는 류의 SF인가 했는데...책이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라고 할 때, 이 책을 통해 진정 신세계를 만난 건 사실인데 나는 과연 이런 여행을 원했던가 모르겄어...분명 꽝이 아닌 복권인데 금액이 물음표로 남은 기분.

개인적으로 엄청 혐오하는 키워드가 반복되고, 꽉 짜여진 과학 설정이 중요한 게 아닌 작품인데도 시타우카들의 행동에 의문이 많이 드니 여러모로 놀라우면서도 소화가 힘들다. 책 뒤 해외 리뷰에선 '기대를 뛰어넘는 감정이입이~'라는데, 이건 독자 앙케이트 해봐야함. 주인공에게든 바티스에게든 감정이입 정말 곤란한 거 저뿐입니까.

주인공도 괴물들의 섬에 우리가 온 거라고 말하고, '침략'이란 게 무엇인지가 분명 중요한 포인트인데...침략하는 쪽은 워킹데드 생존자마냥 행동하고, 침략당하는 쪽은 지능만 낮은 게 아니고 생존본능도 엉망인데다, 아네리스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구역질남. 이름을 불렀더니 나에게 와 꽃이 되었다고 말하기엔 이미 벌린 일 너무 많으니 그저 주인공에게 상상의 싸대기를 날릴 뿐이다. 너무 늦었다고요 님아!

뭔 타임 루프도 아닌 결말까지 대단한 이야기인 건 맞지만 간만에 멀미약 생각 났음. 한 조각 희망인 꼬마 삼각형 없었음 어쩔뻔. 영화도 있다길래 트레일러는 봤으나, 이걸 영상으로까지 보기엔 내 마음은 너무 지쳤다. 작가의 다른 책은 많이 쉬고 또 보는 걸로...

차가운 피부
차가운 피부
숨 죽이며 따라가는 제국의 혈흔

제목 폰트부터 파워당당에, 나팔 소리 울려퍼지는 착각 드는 표지의 박력에 주춤. 3부작인데 마지막 권 원서 출간도 아직이니 나중에 몰아볼까 잠깐 고민했다. 허나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니 있는 거 봐야지. 뭔가 사정이 있겠지만 1권 2권이 각각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되고 작가 이름도 카차였다 카트야였다 하니 3권 나와도 박스셋 판매는 요원해보인다. 하긴 출간이 되면 다행이지 뭘 더 바래...

당장 시작이 빌헬름 1세 징징대는 장면이라(...) 잔뜩 들어간 기합이 좀 풀린다. 사실 누가 얼마나 무능했냐는 이야기는 자세하게 봐도 즐거울 일이 없지. 그렇다고 유능한 사람의 얘기는 즐거운가 하면...대단한 사람이란 것이 선한 사람이라는 뜻 아니니까 피로가 누적된다. 이게 뭔가 싶은 각종 모략도 그렇다만, 무슨 배우도 아니고 적절한 장면에선 눈물 연기까지 출중하니(철혈 재상의 숨겨진...이 아니고 그냥 내가 모르던 재능...) 지금 정치인을 해도 잘 나가셨겠다. 의도는 딱히 선하지 않은 정책들을 시행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장단기적으로 시민들에게 이득을 주고 존경받는 국가적 위인도 되니, 운도 있겠지만 판단력 소름...

1권에선 맛뵈기만 나오는 유대인 이야기는 짧게 지나가는데도 엇 소리 나온다. 단어 몇 개만 바꾸면 그냥 외노자 관련 기산데? X는 커녕 컴퓨터도 없던 시대에도 마음만 먹으면 홍보 삽질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 책임질 능력도 없으면서 지 자존심이 남의 목숨보다 비싸다고 망상하는 양반들 판단 착오가 생사람들 무더기로 잡는다는 것까지, 몰랐는데 어디서 들어본 얘기들 줄사탕이다. 아, 가짜 뉴스도 나오네. 내용이야 지금 보면 헛웃음 터지지만, 대처하는 방법은 일반인 1이 봐도 답이 없다. 빌헬름 2세는 '독일인 집단 기억의 뒤안길로 물러났다'고 적혀있다만, 잊혀진 게 아니라 독일 사람들은 그 기억을 삭제하고 싶은 게 아닐까. 역사의 기록이란 어딘가 실패 가득한 상담 치료 기록 같다. 스트레스의 근원을 머리 속에서 치우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회피는 장기적 도움이 안 되고 결국 마주보고 욕 하면서 극복할 수 밖에 없는데 극복이 되었는가 시원하게 확인할 수도 없고 계속 시도해야하고...생각이 너무 옆으로 샜나.

피어오르는 잡생각들보다 제국 급조의 동력이나 특수성, 1차 세계대전이 국민 정서에 남긴 씁쓸한 영향들을 마지막까지 잘 기억해야 하는데 당장 2권 볼 때 다 기억나려나. 에잇, 기억 안 나면 안 나는 대로 읽으면 그만이다!

피와 철 - 독일 제국의 흥망성쇠 1871-1918
피와 철 - 독일 제국의 흥망성쇠 1871-1918
나도 힙한(?) 책을 봤다

드물게도, 지인과 같이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겨 흥분하며 읽었다. 여기저기서 눈에 띄고 제목도 신기하니 볼 마음은 있었는데, '이 정도 인기면 절판될 일 없다'고 마음 푹 놓았기 때문에 이번 기회 아니었으면 더 늦게 봤을지도. 나도 유행을 따라잡을 때가 있구나 음하하하.

상당히 맥이 은은하여 솔직히 놀랐다. 내용 절반은 미친 듯 붐비는 미술관의 비상사태나 각종 무서운 관람객들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언급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톤이 고요하니 아아 그렇구나 받아들임. 하긴, 조우율이 얼마나 높은데 일일히 흥분했으면 심장병 와서 책을 쓰지도 못했겠지...그리고 재미있는 미술관 책들은 많지만, 개인적으로 예술품을 보고 또 보고 한없이 보면서 생길 수 있는 애정이나 느린 치유를 전달하는 책은 처음 읽으니 맛이 많이 다르다. 형을 잃고, 과거에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의 전직을 할 때는 분명 가슴에 격하게 쌓인 것들이 있었을텐데, 이렇게 나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긴 시간 그림들과 마주하며 감정이 평온해진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역시 작가의 성품이 반영된 게 아닐까. 하다못해 아들이 태어난 직후의 정신나간 바쁨도 편안한 서술과 외출에서 느낀 행복, '좋음'에 부드럽게 섞어내는 게 믿을 수가 없다. 마음 비우기(혹은 채우기) 책을 내셨으면 지금쯤 재벌 되시지 않았을까?

카테고리가 힐링이 아닌 한, 서점 베스트셀러는 보통 농도가 엄청 짙은 책들이라 생각했는데 읽고 나니 나도 편견이 고였는가 반성. 아니면 세상의 격함에 지친 사람들이 천천히 담백하게 다가오는 말들을 찾는 시기가 된 걸까. 예술품들의 순간의 강렬함만 기억하기보다 차분히, 자주 마주치며 내 마음을 찾아가는 법도 있다는 걸 늦게라도 알았으니 다음 미술관 관람 때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그리고 나의 감상이 지인의 공감을 쪼금이라도 얻어낼 수 있기를...제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위에는 언제나 위가 있다

누가 내 심정을 복붙한 것 같은 제목에 홀림. 내용의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으며, 이상한 설득력 충만한 문장들과 그림들이 얽혀 깨달음 혹은 충격을 배가시킨다. 웃으면서 시작했는데 뒤로 갈수록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엉망'이 등장하니, 이러고 건강 검진 때 혈액이나 피부에 이상 없었으면 '엉망' 뿐 아니라 면역력의 레벨도 작가는 인류의 정점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닐까. 내용상 분명 육아를 하시는 듯 한데 아이도 병에 걸렸다는 말이 없어, 문득 제노사이드의 아키리가 생각난다. 설마 저 아이는...

정리하지 않고도 정리하는 법에는 책장이 포함되어있지 않으니, 빨래바구니나 냄비 수납장보다 낮은 대접에 눈물. 혹은 그냥 눈속임이 불가능해 안 다뤄진 것인가. 엉망인 집을 치우기보다 속편히 엉망인 스스로를 받아들이라는 것이 골자지만, 그래도 무덤에는 아무 것도 못 가져가니 손에 쥔 걸 잠시라도 놓자는 걸 보면 이분도 일말의 생존 본능(?)을 아직 갖고 계신 것 같음. 사실...변명을 좀 할지언정 작품까지 써서 동족들을 변호하고 그 능력을 역설하는 게 멋있어..."엉망인 사람에게는 지갑을 잃어버린 날이든 열쇠를 잃어버린 날이든 그냥 평범한 하루다. 엉망인 아이로 태어나 엉망인 어른으로 자라난 우리는 고작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다." 계속 버티다보면 이런 경지에도 이를 수 있는가. 올해는 정말 대대적인 정리를 피할 수 없지만(외면에도 한계가 있다...), 어느 정도 끝나면 이 파워당당함 나도 써먹고 싶다. 어른이 되면 누구나 조금씩 엉망이다!...고 책에서도 그랬다니깐!

난 엉망이야 - 어질러진 인생을 위한 엉망 관리법
난 엉망이야 - 어질러진 인생을 위한 엉망 관리법
한 건물을 스쳐간 반짝이던 청춘들에 쿨쩍

호텔이라는 단어만 제목에 들어가도 괜시리 설레는데, 부제에서 뭔가 대하 드라마의 냄새가 난다 오오오오...생각과는 약간 달랐지만, - 하루이틀 묵고 나가는 손님들이 메인이 아니니까 - 한 역사적 건물이 바라본 수많은 여성들의 삶은 역시 대하 드라마가 맞았다. 당장 투숙객 명단 화려하기도 하여라...시대마다 변하는 ‘꿈을 찾아 뉴욕에 온 청춘 여성들’을 맞이했던 건물과, 비서학교 학생들과 모델들, 잡지사 객원 편집자들 이야기가 살짝 설레면서 씁쓸하다. 좌절을 안고 귀향한 사람들이나 꿈이 이뤄졌어도 행복하게 끝나지 못한 사람들 이야기는 지금도 흔하지만, 흔하다고 덜 슬퍼질 일도 없으니. "뉴욕이 멀리에서 보았을 때처럼 가까이에서 보았을 때도 반짝인다는 것, 중요한 사람들이 진짜로 있고 나도 그 일부가 될 수 있고 그들 중 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왜 눈물이 날라카지...

초창기 여성 전용 호텔 사정이나(무슨 동물원도 아니고 구경꾼들이 차 타고 관람하러 왔다는 데서 실소 터짐) 지금은 폐간된 잡지 『마드모아젤』의 파워, 세대별 여성에게 요구되거나 허용되던 것들이 중간에 갑자기 역행을 한다거나, '안젤라의 재'에도 언급된 말라키가 카메오(?) 출연하는 등 서프라이즈도 많았다. 간략하게만 알던 실비아 플라스의 인생사도 살짝 충격. 한 사람의 불행한 결말이 아니라, 같은 처지에 있던 여성들의 방황의 상징격이라는데서 우울이 밀려온다. 바비즌을 못 떠나고 나이 들며 남은 사람들은 초반부터 다른 세입자들에게 좋은 인식을 못 받지만, 후반에 가니 이것이 승자다 소리밖에 안 나옴. 주변 작은 아파트 월세가 천 달러였던 시기에, 임대료 규제 보호법 덕에 센트럴파크 코앞에다 모마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장소에서 호텔 서비스 받고 275달러 내고 살고, 건물 리뉴얼 공사 후에도 객실 보장 받았으니 꿈 이뤄 떠나지는 못했을지언정 참으로 안정된 노후 아닌가.

바비즌은 이제 고급 아파트고 여성들의 처지도 변했지만, 뉴욕뿐 아니라 모든 도시에 상경한 용감한 어린 별들이 잠시라도 안전하고 자유롭게 꿈꿀 곳이 있었으면 한다. 눈물이라도 안심할 수 있는 장소에서 쏟아낼 수 있기를..


"건물 3층 공용 공간 벽에는 한때 이곳에 살았던 화려한 영화배우들과 모델들의 흑백 사진이 걸려 있다. 그렇지만 이 문을 거쳐 간 이름 없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았다. 젊고, 야심 있고, 기대에 부풀었으며, 이곳에서 처음으로 자유를 맛본 사람들. 기대했던 대로 유명해지지는 못했을지라도 모두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다. 게일 그린이 ‘외로운 여자들’이라 불렀던 이들조차도."

호텔 바비즌 - 여성의 독립와 야망, 연대와 해방의 불꽃이 되다
호텔 바비즌 - 여성의 독립와 야망, 연대와 해방의 불꽃이 되다
기립박수 나오는 우울증 투병기

코로나 터지고 나온 책이니 별로 오래된 책이 아닌...것이 아닌가? 뭔 반어법같은 제목에, 표지도 노랑노랑이라 신기해서 안 볼 수가 없다.(다 읽고 검색하니 원서 표지는 시뻘겋게 불타오른다. 저건 저것대로 이게 뭔일인가 싶어 집어들 듯.)

내가 미국 사람이 아니라 그런가, 68년생인 저자가 속한 미국의 한 세대가 '우리는 다 핵전쟁 때문에 비참하게 죽을 거다'라는 보편적 믿음을 청소년기에 갖고 있었다는 설명이 상당히 경악스럽다. 풍요로운 천조국에 이런 백해무익한 유행이 있었다니...이런 사회적 환경과, 집안에 우울과 중독 내력이 있는데도 언급이 불가능한 상황, 임의적 약 복용의 위험, 끊임없이 불안이나 자기 비하 요소만 찾게 되는 심리 등을 중간중간 비틀린 웃음(...주제가 주제다보니 웃고나서 죄책감도 들지만, 아마존의 에릭 씨 이야기는 안 웃을 도리가 없어...)과 함께 읽다가 쓰레기장 분노 폭발 파트에서 2차 경악. 분량은 짤막해도 뻔한 말로 간담이 서늘하고, 이 무서운 일이 벌어질 때까지 사고의 변화가 완전 별세계 별사람 이야기로 안 느껴져 더 소름.

터질 듯한 괴로움에 정점을 찍은 형과의 사별을 우울증 팟캐스트 기획으로 연결시킬 때는 울컥했다. "좋다. 그러면 내가 한번 시끄럽게 굴어 보겠다." 아아 모 선생님! 청취자만 도움을 받은 게 아니라, 출연료도 없이 유명인들이 게스트로 참여해 이야기하면서 도움을 받는 것도 놀랍고 참 이런저런 생각하게 된다. 미국도 이렇게 치료나 도움 받기가 어려우면, 한국은 대체 어떨까...

한 사람의 기록으로서도 대단하다 생각하지만, 마지막의 인지왜곡 설명과 아홉 가지 교훈은 우울증 치료랑 상관없이 그냥 인생 팁. 감정적 추론이나 사람 우선 어법은 책상에 메모 붙이고 수시로 점검해야겠다. 본문에 잠깐 언급되었던 보수당 체험 논픽션도 엄청 궁금한데, 2006년도 나온 책이 아직도 번역 안 되었음 포기하고 원서나 사야겠지. 하이고...

유쾌한 우울증의 세계 - 미국 최고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가 털어놓는 우울증 투쟁 공생기
유쾌한 우울증의 세계 - 미국 최고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가 털어놓는 우울증 투쟁 공생기
있는데 없는 것 같은 희망에 탈력

도중에 덮었다간 오히려 더 나쁜 상상으로 이어질 것 같아 끝까지 봤는데 와 속이...1대1이면 폭행이고 다대일이면 집단 폭행이지, 무슨 부 활동도 아니고 학교란 수식어는 왜 붙이는지 항상 의문인 범죄도 소화 안 되는데 희생자에게만 끝도 없이 잔인한 내용이 이어지니 정신이 가출할 지경이다. 다크히어로의 시원한 활약도 없고, 누군가를 구하기 위한 희생 정말 더럽게 비싸다...그거야 전후사정 쏙 빼고 두 줄 요약하면야 법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재판의 형량이 가벼울 도리가 없지만, 픽션에서는 그래도 쪼금 도피처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 약한 독자는 웁니다.

페니가 '되돌아갈 수 없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무엇이 옳았는지 계속 생각하기로' 한 것처럼, 읽는 사람도 계속 정답은 아니어도 오답에선 멀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건 머리로는 아는데 이게 참...어쨌든 마지막 장면에는 희망이 있기는 하니까 끝까지 다 봐서 다행이야...다행...일 거야...

죄인이 기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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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좋은 소설 읽기] 1. 모나의 눈[느낌 좋은 소설 읽기] 2. 오버스토리
버지니아 울프의 다섯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4월 16일, 체호프를 낭독합니다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그믐밤] 43. 달밤에 낭독, 체호프 2탄 <세 자매>[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싱글챌린지로 읽었어요
아니 에르노-세월 혼자 읽기 챌린지숨결이 바람 될 때MT 법학 싱글 챌린지밀크맨 독파하기
스토리 탐험단이 시즌 2로 돌아왔어요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10번째 여정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스토리 탐험단 9번째 여정 <여자는 우주를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스토리 탐험단 8번째 여정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유디테의 자본주의 알아가기
지긋지긋한 자본주의왔다네 정말로 자본주의의종말
제발디언들 여기 주목! 제발트 같이 읽어요.
[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7) [제발트 읽기] 『토성의 고리』 같이 읽어요(6) [제발트 읽기] 『전원에서 머문 날들』 같이 읽어요[제발디언 참가자 모집] 이민자들부터 읽어 봅시다.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동구권 SF 읽어보신 적 있나요?
[함께 읽는 SF소설] 10.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8.솔라리스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그믐의 흑백요리사, 김경순
브런치와 디저트 제대로 만들어보기ㅡ샌드위치와 수프디저트와 브런치 제대로 만들어보기솥밥 제대로 만들어보기
혼자 읽어서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
웰다잉 오디세이 1분기에 이 책들을 읽었어요
[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독서모임에도 요령이 있나요?
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밤] 7. 북클럽 사용설명서 @시홍서가
모집중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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