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모님의 블로그
글로 남기는 나만의 기록장병원이나 수술에 관한 책은 뭘 봐도 항상 새로운데 - 의학의 세계는 방대하고, 영상이나 책으로 접할 수 있는 건 항상 작은 파편들이니 당연하지만 - '뇌종양 전문의'의 책은 또 새로우니 궁금해서 읽었다. 그리고 '뇌수술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전혀 다른 책이 나왔다'는 머릿말에 바로 코 꿰임. 수술이라는 게 능력자의 기술 쇼가 아니라, 치료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들 이야기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실감한다.
모든 챕터의 화제가 독자 1에게는 강도가 셌는데, 특히 '자아' 챕터는 지금 내 생각을 나도 모르겠으니 경험(?) 더 쌓고 다시 봐야할 것 같다. (독서 메모 쪼금 쓰는 수준에 이런 경우가 생기다니, 스스로 황당하기 그지없다...) 환자들과 아이 엄마는 그렇다치고, 저자가 자신의 마음 상태를 써놓았는데도 너무 벅차...이해하고 싶지만 쉽지 않은 환자들의 종교성, 어처구니 없는 수술실 내 위계질서(천조국도 이 지경이면...하아...), 잘 나가는 사람이라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은 '큰 수술'에 대한 심경 고백 등 하나씩 토론회를 열어도 될 듯한 주제들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곁가지를 친다. 그래도 모든 이야기 뒤에 희망이 있으니, 이제 정말 해가 바뀐 시기 약간의 용기를 얻었다.
"삶의 벼랑 끝과 깊은 골짜기에서는 삶의 높이도 드러난다. 어떤 비극이나 승리도 영원하지 않다. 우리 뇌는 매일 성장하며 새롭게 태어나고, 노력만 한다면 마음도 성장하며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애도나 인생 정리 관련 도서는 조금 접해봤지만, 실제로 일이 터졌을 때의 절차나 구체적 선택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 호스피스의 현황, 머무는 기간의 식사와 투약 정도(정말 알고 싶었다), 의사 - 간호사 - 보호자의 관점 차이, 돌봄 노동을 둘러싼 제도와 시각 문제 등 다양한 면을 알려주는 책을 만나 다행이다. 다행인데...책장 넘길수록 마음이 흔들흔들. 내가 서류 준비해 놓아도 조금만 삐끗하면 계획대로 일이 굴러가지 않을 수 있고, 호스피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병도 제한적이고(국립암센터 홈페이지 보니 진짜 암 + 그 외 조금;;), 노인 인구는 늘어나는데 호스피스 시설들은 줄어들고 있으니, 돌봄 속 편안한 임종이란 게 이제 로또 당첨과 비슷해 보인다. 새로운 깨달음에 몸에 한기가...
콧줄, 한국의 수액 소비, 캘리포니아에서 온 딸 증후군(이런 문제는 국경이 없구나..), 의사들 고소한 살인범(...), 공무원의 "돌봄은 의료의 영역이 아니다." 발언 등등 세부적인 부분에 한숨 또 한숨. 거듭 언급되는 것이 사회 전체의 신뢰 문제인데 본문 표현 그대로 '한국은 저신뢰사회'니 평온한 말기 치료가 보편화되는 날이 올까 의심스럽다. 그래도 한계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분들이 계시고, 호스피스가 있어 편안히 떠나신 분들과 위로받은 가족들의 이야기들을 보면 희망을 갖고 싶다. "지름길은 없다"는 말은 "답이 없다"는 말이 아니니까...
+ '홈 스위트 홈'(작가분이 추천사도 쓰셨다)과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의 내용에 '가정형 호스피스가 나왔으면 어땠을까'라는 대목에 눈이 번쩍 뜨이는데, 흐름상 어쩔 수 없지만 알아서 if 시나리오를 상상해야한다. 당연히 잘 안 되니까(...) 혹시나 해서 챗gpt에게 물었는데, 작품 내용부터 엉터리로 알고 있는데다 대답도 시원찮음. 애초에 훌륭한 이야기의 변형 시나리오를 굳이 궁금해한 것이 잘못인가...


기시 미 선생의 책은 불황을 모르는 듯하니, 나만 이런 책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고 안심하는 한편 불안한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많길래 그런가 생각하니 슬프다. 이전 책들과 큰 차이는 모르겠고, 타인의 말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읽지 않겠지만, 독자 1은 잠시나마 마음의 평온을 얻는다. 아들러도 저자도 신이 아니고, 모든 이야기에 납득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 '현재'에 재집중하기엔 굿. 세월 가면 사람은 당연히 변하며, 그때 일은 그때 고민하면 된다고 오랜만에 주문 외운다.
마음 편하게 해주는 말에 기대는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 순간 할 수 있는 일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게 제일이라는 걸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불안과 자괴감의 구덩이와 한 발짝 이상 거리를 벌리지 못하는 사람에겐 주기적으로 약발이 필요하다. 일단 좋은 책들 접하면서 노력하면 저 구덩이에서 두 발짝까지는 떨어질 수 있으리라 희망하며, 그 정도는 스스로를 믿어봐야겠다. 다음 치료 예정일(?)은 최대한 먼 미래이기를...


초반의 경찰 심문부터 '음?'이라 뒤집어보니 원서 출간이 1998년이다. 표지 보고 '아마 도 고령 조연 + 숨겨진 과거가 담긴 카세트 테잎이 나오겠구만!' 생각했는데 그림부터 잘못 봤으니 이젠 시력도 문제인가 싶어 눈물. 스마트폰도 없고 집에서 비디오테이프 보던 시절에 가능한 상황들 오랜만에 보면서, 내용과 상관없이 슬쩍 입꼬리 올라가니 주책이다...
어음할인 같은 금융 지식을 뜯어보며 머리 아프기도 했는데, 항상 그렇지만 그럴 듯한 이름의 금융 상품들의 존재 자체가 공포다. 서점 카테고리에 금융 호러 장르가 따로 생겨야하는 거 아닌가? 오래전 데뷔작이어서 그런가 아니면 그냥 내 취향 문제인가, 굳이 등장한 구여친 1이나 마지막에 음하하 나였지롱!은 살짝 걸리지만...'정의의 은행맨' 초기형은 이랬구나 알고, 주인공을 정신없이 따라가며 재미있게 봤으니 오케이~


픽션임에도 시작부터 나오는 아동의 불우함에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시리얼킬러 이야기보다 어린이의 불행 드라 마가 훨씬 심장에 부담이 오기 때문에 후회막심. 그러나 표지의 살짝 서부극같은 느낌에 낚여 뒷표지도 안 살핀 내 죄이니 누굴 탓하리. 유사 가족들의 애정이 자라나는 모습이 훈훈하다 말하기엔 렌의 박복 수치가 너무 높다. 샌즈 부인이랑 수녀 말고는 도덕에 구멍이 숭숭 뚫린 어른들만 조우하니 우야노...렌이 고생할 때마다 속이 철렁하고, 잠깐이나마 행복을 느낄 때는 어이구 다행이다 하면서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에너지를 대폭 소모했다. 하이고...
하드보일드 소설 뺨 치는 맥킨티의 폭력성도 놀라웠다만(특히나 장기보관품...이런 소재는 천조국 창작물의 금기라 생각했는데 아닌가보다), 추리소설도 아닌데 사람 후려치는 반전(...인가?)에 쇼크. 막판에 목숨 걸어줬다고 해도 이런 게 뭔 아버지여! 행적과 연령까지 계산하니 여러모로 사람 같지가 않네...그래도 두려워했던 방향으로 끝나지 않았고, 에필로그에서는 안도감까지 겹쳐 만족감 두 배. 렌이 몇 번이나 읽으며 위안을 삼던 디어슬레이어도 감사하게도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있으니 얼마나 멋진가 함 봐야쓰겄다. 다 읽고 나면 작가의 최신작이 국내 출간이 되...려나?


휴대성 제로인 책이라(천 페이지 좀 넘는 위용), 불평도 슬쩍 나오고 다 읽는데 오래도 걸렸다. 그러나 읽고 나니, 파생상품(?)까지 따지면 훨씬 많을 이야기들을 이정도 분량으로 선별해 준 저자께 절로 감사의 인사. 가볍게 괴담이나 볼까 해서 집었는데, 도시전설=괴담이 아니라는 것부터 이야기들 뒤에 숨은 의미들, 퍼지는 방식이 우습게 여길 일이 아니었다. 전문서적의 존재에는 이유가 있어...그리고 드문드문이지만, 아무리 봐도 뻥 같은데 진짜인 일도 소개되니 세상 뭘 믿어야 할지 알쏭달쏭하다.
미드나 소설에 나와 익숙한 얘기도 있지만, 지퍼에 남의 옷 끼는 이야기는 어릴 때 들은 카더라랑 똑같으니 이게 국경을 넘은 건가 아니면 인간의 발상이 유사한 걸까. 황당한 문신 이야기는 비슷한 사례를 목격한 적이 있어서 근거가 충분하다 생각되지만, 자동번역도 되는 시대니 이제 도시전설이 아니라 전래동화가 되려나?
대기업 불신이 만든 괴담과 이민자에 대한 악의 가득한 이야기들에 착잡해지기도 하고, 인터넷 카더라가 이미 사이버전승이란 전문 용어로 해설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출간 당시엔 도시전설에 속하던 휴대전화 관련 이야기가 사실이 된 것에는 한숨도 난다. 거의 공유재산이 된 우리들의 전화번호여...어쨌든 근사한 도시전설 패러디 메일에 쿡쿡대며 마무리. 가짜 뉴스라는 단어가 피곤할 정도로 회자되는 세상, 근거 없는 이야기가 나돌 때는 무시하기보다 왜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질까 생각해보고 살아야겠다. 슨생님의 미국 민간전승 다룬 책도 보고 싶은데 원서도 절판이니, 정녕 답은 킨들밖에 없는가...
스티븐 제이 굴드의 칼럼 「생명을 보는 이 관점」에 나오는 다음 구절은 허위 경고의 더 많은 사례로 넘어가기에 적절한 이행을 제공한다. "인간 심리학의 기묘한 원칙이 하나 있다. 이것이야말로 바넘 같은 매력적인 흥행사부터 괴벨스 같은 사악한 선동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거짓말쟁이들이 익히 알고 이용해온 원칙이다. 즉 제아무리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도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어법에서는 복사를 통한 '진실'의 이러한 선언이야말로 (…) '도시전설'이라는 매력적인 영역에 해당한다."


여기저기서 접할 수 있는 저자의 대관식 사진마냥 즐거운 책이리라 생각했는데, 여러모로 사람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학창시절에 봤으면 더 많이 웃으면서 봤겠지만, 마냥 웃으며 보기엔 내가 나이를 너무 먹었나보다...독자와 파는 사람의 입장 차이 이전에, 책을 사랑하는 방식이나 위기에 버티는 태도에 두통이 온다. 일생을 한 분야에 헌신한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고 그 방식도 각양각색이라는 건 알지만, 더 빚을 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여자 친구 카드까지 쓰면서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건...뭐라고 코멘트할지 전혀 모르겠다.
대학 교육에 대한 지론도 충격이다. 공부 더 하고 싶으면 대학에 가고 아니면 안 가도 되는 세상이 제일이라 생각하지만, 대학 교육 자체가 젊은이들을 망친다는 발상은 살면서 해본 적이 없으니 내가 너무 체제에 길들여진 인간인가 또 머리 싸매게 됨. 헌책방이 있어 절판된 좋은 책들이 계속 생명을 이어나가는 것은 참으로 근사하지만, 그 책들도 처음엔 신간이었으니 신간 판매 서점을 낮춰 보는 것도 미묘하고..당장 저자 본인도 많은 책을 썼는데 말이다. 유머의 경계선도 그렇고('아주'가 아니라 미묘하게 옛날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사람 낑낑거리게 만드는 부분이 많지만, 지방 경제 문제나 관광청의 삽질(분명 똑같은 문제가 한국에도 있겠지), 다른 나라 책마을들 이야기도 알 수 있었고 읽은 보람은 분명히 있다. 너무 오래 '헤이온와이 가고 싶다' 타령만 했더니 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사라지고 있다만, 헤이온와이에서 캐리어 터지게 쇼핑하는 상상은 실컷 해도 되겠지...


표지 보고 치유 서점보다는 살인 서점이겠다 생각하고 빌렸는데 아니었다. 누군가 남겨준 발자취를 따라가며 진실을 알고,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중심에 서점이 있다는 것은 아주 멋진데...좋구만 음허허허허 이런 소리가 쉽게 안 나오는 건 빌리가 싫어서.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고 픽션의 세계에서는 그 불완전함이 매력이어야 하는데, 어째 남긴 단서를 쫓아갈수록 엄청난 반전보다는 찌질함만 꼬리를 물고 드러나니...결말의 마지막 편지가 있어 그나마 낫다만, 빚더미에 앉은 서점을 유산으로 남긴 것부터 시작해서(채무상속은 사랑의 증거가 될 수 없다...) 인물 묘사의 거의 모든 것이 공감 불가. 그래도 모두가 사랑하는 공간을 지키려고 사장과 직원뿐 아니라 손님들 모두가 힘쓰는 모습에 뭉클하다. 과거의 무게보다 미래를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나도 언젠가 알았으면 좋겠다.
"서점으로는 절대 돈 못 벌어." 떠나려는 내게 리가 말했다. "하지만 예산을 잘 꾸리면서 더 많은 손님을 서점으로 끌어올 방법을 찾게 된다면 돈보다 더 많은 걸 얻게 될 거야. 그건 내가 장담할 수 있어."


사진들부터 황홀하다만, 서점들 이야기 속 운영자들의 사명감에 괜히 엄숙해진다. 책이 고수익 아이템도 아닌 세상에,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사람들에게 지식이나 재미를 나눠주려고 긴 시간 집필하고, 출판하고, 판매하는 분들이 없으면 서민 독자 1이 어떻게 이런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고 살겠나.
시종일관 진지하니(상당히 발랄한 리처드 부스 사진도 약발이 그닥이다) 심각하게 읽다가 책 대량 구매와 체력 언급되는 부분에선 빵 터지기도 하고...무거운 책 들고 다니는 게 점점 힘들어져서(슬프지만 어깨만 쑤시는 게 아니라 엘보도 힘들다...) 어떻게든 덜 들고 다니려 노력 중인데, 마음의 힘뿐 아니라 체력 키워 무거운 종이책도 감당해야 한다는 말씀에 덕력의 레벨 차를 실감. 전자책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면도 있다만, 멋진 서점들과 사람들과 책 사랑(서점에서 죽고 싶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흐뭇허다. 역시 서점은 황홀한 곳이여...
"서점에는 없는 것이 없다. 동서고금의 현인들이 이야기해준다. 어떻게 살 것인지를 묻고 대답해주는 책들이 있다. 거장들의 예술을 만날 수 있다. 돈 벌고 돈 쓰는 방법도 있다. 온갖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읽어야 한다, 그런 생각은 안 된다는 법이 없다. 도그마가 없다. 우상도 없다. 자유로운 사유의 공간이다."


제목도 특이하고 한 번에 읽기도 어려운 작가 이름에 두께도 얇으니 외적인 매력은 거의 만점. 추리랑은 백만 광년 떨어져있으나, 오묘한 음울함에 진짜 세상에 별 책이 다 있구나 놀랄 뿐이다. 소설이 안 팔려 고민하는 작가들이 주인공인 경우는 많지만, 작가의 구상은 사람들에게서 보호해야 하며 문자화는 진정한 창작을 방해한다고 믿는 인물이 집단으로 나오니 시작부터 이것이 뭔 일인가 싶음.
인물들이 돌아가며 발표하는 이야기를 단편집처럼 볼 수도 있고, 챕터 4의 디스토피아 이야기의 충격이 상당해서(이런 내용이 사오백 페이지면 멘탈 약한 독자는 정신상담 받을 듯...) 재미있는지 끔찍한지 읽으면서도 모르겠다. 중간에 생각없는 독자 언급할 때는 내가 이런 독자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어 괴롭기도 했고...책을 좋아할 뿐, 책을 통해 훌륭해졌다 말할 수 없는 뜨뜻미지근한 독자는 글을 나눠줄 의미가 없는 경멸스러운 존재인가? 읽으면서 별 생각이 다 드니 여러모로 두꺼웠음 큰일날 뻔.
러시아 작가들 단편모음집 말고는 작가의 다른 번역이 없는 게 아쉽지만, 영문 번역들은 좀 있어서 주문을 할까 말까 고민된다. 그 와중에 that third guy라는 삼백 페이지 좀 넘는 영문판이 147,910원이라 표지에 금 발랐나 어떻게 저 가격일까 궁금함. 언젠가 번역이 나온다면 알 수 있으려나...
+ 음울한 와중에 갑자기 사람 웃겼던 파트의 대사 메모.
'그리고 말이지, 내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내 침대로 돌아간다면, 맹세컨대, 모든 구혼자 가운데 신랑감으로는 제일 말이 없는 사람을 고를 테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