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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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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의 땅에서 쓰여진 너무나 따스한 말들

춥고 혼란스러운 시기, 어쩌다 알래스카에서 쓴 글을 집었는데(이유는 모르겠지만 표지 디자인만 보면 알래스카를 떠올릴 건덕지가 없다) 웬만한 핫팩을 능가하는 온기가 전해져서 잠시나마 현실에 대한 공포를 잊었다. 글도, 저자가 만난 사람들도...슬픈 역사부터 순환하는 대자연, 다정한 인연들과 삶과 죽음, 자연 보호 이야기, 제인 구달의 카메오(?) 출연, 문외한에게 충격을 주는 아름다운 사진들까지 종합선물세트마냥 꽉 차 있다. 거의 30년이 지나가는 지금, 이 사진들 중에는 더 이상 찍을 수 없는 풍경들이 있을 것이니 살짝 씁쓸해지기도...

만년동토의 이미지만 갖고 있다가 알래스카의 꽃과 푸른 들판을 보니 굉장히 놀랍기도 하고, 저자의 말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분명히 똑같은 봄이지만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기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기쁨의 크기는 각자가 넘긴 겨울의 모습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겨울을 제대로 넘기지 않고서야 봄의 실감은 아득히 멀다. 그것은 행복과 불행의 이상적인 모습과 어딘지 닮았다."

영하 이삼십도의 추위에 노출되지도 않았고, 떨어지는 포탄들과도 멀리 있으면서도 용기를 잃어가는 이에게는, 당신의 말이 에스키모들이 몸 녹이라고 나눠준 해표유다. 한 권 책으로 전해받은 알래스카의 풍경을 생각하고, 돌아오는 겨울을 두려워하지 말고, 돌아오는 봄을 감사하면서 기다릴 수 있도록 해야지...

긴 여행의 도중
긴 여행의 도중
읽긴 읽었는데 읽은 게 아님

나름 버지니아 울프 1인 축제를 계속한다고 집었는데, '내가 정녕 이 책을 보았소'라고 말하기 힘든 독서였다. 언급된 책들을 반도 안 읽은데다 콩그리브나 해즐릿은 금시초문. 이 책 좋으니까 읽어봐요가 아니라 이미 다 읽은 이에게 더 깊은 설명을 해주는 글들이니 나의 선택 좀 성급하였도다...감상이라기보다는, 나중에 다시 들춰보기 위해 메모를 남긴다. 언급된 책들을 어느 정도 읽고 나중에 다시 보면 아, 이런 뜻이었구나 깨달을 수 있겠지.

그래도 신기한 부분들이 많다. 온전히 찬양하지도 온전히 까지도 않으면서,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유일무이한 점들을 말하니 옛날 짤마냥 '어머 이건 봐야해!' 생각이 덜컥. 그리고 영국사람 입장에서 그리스나 러시아 문학 이야기하는 것이 괜히 신기하다. 극동의 독자1 입장에서는 다 외국문학이라...

제목을 따온 마지막 챕터 에세이는 역시 강렬하다. 집안에서 잠깐 나방이 날아다녔던 것을 가지고, 영국의 아침과 들판 풍경부터 갸날픈 생명에 대한 경이, 죽음의 거대함까지 말할 수 있다니 버지니아도 문학이라는 것도 참으로 대단하구나. 문외한의 입은 그저 강제오픈될 뿐.

이 에세이들을 쓰기 위해 버지니아가 얼마나 주의깊게 읽고 곰씹으며 생각했을까. 책을 통해 더 나은 나 자신이 되려면 그렇게 읽어야한다 생각은 하면서도, 당장 다음 책 빨리 보고싶어 손이 근질거리는 자신에게 한숨이 난다...하긴 조상님들도 말씀하셨지 제버릇 개 못준다고...

나방의 죽음
나방의 죽음
마음 포근해지는 책 사랑 행복 토스

올해 어찌어찌 요양원 이야기도 보고 책모임 이야기도 보았는데, 요양원에서 책 보는 이야기를 보니 또 조금 새롭다. 우연한 만남으로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소중한 인생의 무언가를 가르쳐준다는 것은 픽션 세계의 영원한 클리셰다만, 그래도 보면 또 훈훈하니 반복되는 것에는 역시 이유가 있는 법이구나 생각도 하고.

작가분 직업이 작가이자 대중낭독가이기 때문인가, 낭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 처음엔 그냥 호오~ 하다가, 호흡을 늘려야한다고 피키에가 잠수복까지 사주면서 수영을 강요(?)할 때 풉 올라옴. 책을 읽기 위해 체력을 증진해야 한다는 이 극한의 책사랑! "넌 머지않아 열두 시간을 쉬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될 거다"라는 뿌듯함 가득한 이 대사 어쩜 좋소 - 당연히 책 추천들도 잔뜩 나와서 소소한 즐거움이 가득하다. 검색하니 번역이 없는 책도 있다만...어쨌든 소개된 책들만 찾아봐도 내년 읽을 거리는 충분할 것 같다.

십대 후반의 그레구아르가 하는 질문들이, 실제로 그 나이의 청년이 할 질문이라기보다는 나이들어 갈 길 헤메는 내가 할 법한 질문이라 살짝 씁쓸함을 느낀다. 이 모자란 문장력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이 현재진행형으로 두렵고, 만일 어린 친구들이 나에게 뭐라도 묻는다면 대답해줄 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초라한 모습...그래도 피키에 씨처럼, 자꾸 옛날 뒤돌아보면서 자기학대하는 것보다야 남아있는 시간은 앞을 보고 나아가고, 세상의 새싹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닐까. 책덕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이게 뭐야 싶은 내용일 수도 있다만, 내가 사랑하는 책, 책이 만들어주는 하나의 세계와 희망을 한 명의 아이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엄청나게 보람찬 일이 아닌가. 당연히 상대방도 원해야 가능한 일이니 성사 가능성이 참 희박하다만...그래서 소설인가 쩝.

곁다리지만, 소개글만 보면 살짝 비슷한 카테고리의 영화 행복의 권리 개봉을 계속 기다리다 어느 새 잊어버리고 있었다. 책 보다가 생각나서 다시 검색했는데 지금도 스트리밍 서비스조차 안 되니 영원히 개봉 안 하겠구만 이런 ●□○■...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보면서도 믿기 힘든 한 서적상의 유산

'세계 서적상의 왕'이라는 호칭에서 대체 무슨 내용일까(좀 슬프지만, 책 팔아 재벌되어 나온 호칭은 아니었으리라는 예상은 적중했다...) 하면서 보았다가 뒤로 갈수록 고전 만화 주인공들처럼 내 눈이 띠용하고 나오는 것 아닌가 착각이 든다. 물론 이 사람 혼자 모든 걸 바꿨다고 말할 수는 없고, 시대와 장소 및 수많은 요소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다만...(1400년대에 성인 문해율이 70퍼센트라니 어메이징 피렌체!) 딱 하나만 어긋났어도. 플라톤이 이 극동지역의 교과서에까지 실리는 일이 아예 없었을 수도 있고, 콜럼버스 항해부터 아주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겠지.(...잠깐이지만 그편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역사는 학습해서 교훈 뽑아야지 가정할 것이 아닌데...)

멋진 책들은 항상 그렇다만 어지간한 소설 뺨때리는 드라마, 별의별 이야기들이 짬뽕된 종합선물세트같은 구성.(이정도면 한우급 중량이 아닐까) 전혀 기대 안 했는데 수녀원 얘기 봐서 괜히 반갑고, 잠깐이라도 레오나르도 다빈치 언급은 빠지질 않으니 역시 당신은 외계인. 이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도중, 아마 저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용이 아닐까 하는(두 번이나, 심지어 한 번은 책 가장 마지막 문단에 언급) 글을 나도 잊지 않으려 메모한다.

 

"모든 악은 무지에서 생겨난다"

"하지만 작가들은 어둠을 몰아내고 세계를 밝게 비춰왔다."

피렌체 서점 이야기 - ‘세계 서적상의 왕’ 베스파시아노, 그리고 르네상스를 만든 책과 작가들
피렌체 서점 이야기 - ‘세계 서적상의 왕’ 베스파시아노, 그리고 르네상스를 만든 책과 작가들
땀내와 위험 가득, 아름답고 무서운 북극 탐사

표지 보고, 환경 문제 + 아름다운 북극 + 극한 추위 같은 전형적인 이미지들을 상상하고 집었다. 분명 키워드는 맞았는데 흘러가는 양상이 매우 달라 당황한다. 이미 전조는 머리말에 있으니... "원정대는 전적으로 자연의 힘에 내맡겨졌고, 유빙이 우리를 어디로 운반할지, 원정대 탐험이 어떻게 진행될지 누구도 말하지 못할뿐더러 영향도 끼칠 수 없다."...예? 그래도 설마, 우주에도 가고 컴퓨터 돌려서 기후고고학까지 하는 시대에...라고 생각했는데 설마가 사람잡네.

- 위치상 위성과 GPS 작동이 원활하지 않음. 몇 시간 전 위성 사진 받은 거 보고 펜과 종이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사람이 계산해야함.

- 자랑스러운 감시카메라, 깔끔한 도면에 소개되는 시점에서 네 대 중 두 대 초반 고장(...)

- 유빙에 배 고정시키는 과정 자체가 위험천만

- 어마무시한 육체노동인 캠프 설치. 몸을 밀봉한 방한복에서 말 그대로 김이 올라오도록 설치했는데 중간에 얼음 상태 변하면 뛰쳐나와서 전선이랑 기구 다 옮겨야 함. 얼음이 갈라져서 사람 식껍하게 하거나 미니 얼음산인 얼음 능선 생기면서(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설명보고 긴가민가하다 다음 페이지 사진 보고 기겁...)

- 극지방에 신기루가 있다(!!!). 이 탐사 과정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시각을 믿고 걸어댕겼다간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 북극곰 계속 쫓아내야 함(1. 기기를 물어뜯거나 먹어서 북극곰에게 참사가 생김, 2. 곰에게 당해서 기기와 대원에게 참사가 생김)

- 보급하고 인원교체해야 하는데 코로나 터져 국경 봉쇄(...)

읽으면서 간이 쫄아드는 이런 과정을 평온하고 담백하게 쓸 수 있다는 게 원정대장의 그릇이겠지. 이렇게 중요도가 높고 고립된 환경에서 일해야하는 팀의 총괄자면 당연한 일이겠다만...실패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한편 '포기는 선택사항이 아니다'라는 말이, 다른 책들에서도 나오는 말이라고 넘기기엔 꽤 묵직하다.

멋진 사진과 설명으로 보는 북극이 경이로우면서도, 후퇴 중인 빙하의 모양새가 너무 충격적이라 역시 공포는 피할 수 없다. 이 추운 날에도 북극은 계속 녹고 있겠지...그래도 맺음말에 대장님이 건네는 담담한 희망을 믿어보고 싶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미미해도, 어차피 망할 거라고 나몰라 그냥 책이나 볼래 할 수는 없으니께.

북극에서 얼어붙다 - 소멸하는 북극에서 얼음 시계를 되감을 330일간의 위대한 도전
북극에서 얼어붙다 - 소멸하는 북극에서 얼음 시계를 되감을 330일간의 위대한 도전
닮은 듯 다른 두 음악 이야기와 짠내

트로트와 엔카의 비교 분석이라니 이런 신기방기한 책이 있나. 약간이라도 지식이 생기면 명절날 아이스 브레이킹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도 살짝 하며 오픈.

시작부터 다이나믹하다. 갑자기 교회 음악과 군악대를 필두로 생전 못 들어본 음악이 밀려들며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의 짬짜면이 시작되고, 강제로 음악 시장이 하나로 합쳤다 쪼개졌다 하며 주거니 받거니. 그 속에서 사람들은 노래를 듣고 부르는 즐거움에 눈을 뜨고...대략적인 부분만 봐도 영화가 한 삼십 편 나올 듯하다. 아리랑이 일본에서 유행했던 시절, 이철의 오케 레코드(이런 신기한 양반에 대한 영화가 없다니!), 번안 작품인데도 원작과는 결말이 다른(!) 이수일과 심순애로 보는 정서 분석 등 신기방기의 화수분이다.

  '배가 고파 쓰러질 지경이어도' 라디오를 사서 노래 들으면서 따라 부른다는 기사에는 왜 이리 짠해지는지...농사철 노동요 말고도, 내 마음, 내 눈물에 대한 노래도 세상에 있다고, 따라 불러도 된다고 깨달았을 때의 마음은 어땠을까? 눈물겨움으로는 뒤에 나오는 강제노동 아리랑에 비할 바 아니지만...'석탄을 캘 때는 시장해서 죽을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면 곤봉이 날아온다'...돌아와요 부산항에에 대한 설명까지 보니 점점 숙연해진다. 가사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데, 무심해서 스쳐지나갔었구나. 이렇게 심각해지다 갑자기 '뽕끼'라는 단어가 나오니 긴장 와르르 무너짐. 이것이 완급조절...

트로트와 엔카에만 해당하는 얘기도 아닌 이성애나 엔카 원류 논쟁 파트, 테마부터 최근의 붐까지 둘을 같이 보니 초심자에게도 가깝게 와닿는 것들이 있다. 음계나 창법 쪽은 여전히 모르겠다만(당장 입 안에서 음을 누른다는 게 무슨 말인가...), 격변하는 극동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남은 음악들에는 역시 특별함이 있고 내가 몰랐을 뿐이더라.

트로트와 엔카가 더 많이 교류하며 언젠가 엔카의 한국 공연도 이루어졌으면 한다는 저자의 바람을 읽는데...가만, 올해 그런 tv 프로그램 하고 있잖아? 저자의 희망에 싹이 돋고 있다 오오오오.

유튜브가 보우하사, 언급된 노래들을 좀 검색하니 가사들 구슬프기도 하다. 타향살이가 1934년 노래인데 지금 봐도 하...이런 노래들을 만든 사람들에게도, 따라 부르며 고달픈 시간 버텼던 사람들에게도 경의를. 고생하셨습니다.

한국의 트로트와 일본의 엔카 - 한일 대중음악 사회사
한국의 트로트와 일본의 엔카 - 한일 대중음악 사회사
이것이 팝콘각...! One day in 개봉

도시의 만화경 읽으면서, 이 그림 실물이 한 번 보고싶다 생각하며 기억 속에 접어두고 있었는데 어머나 세상에 책이 번역이 나왔네. 이게 무슨 감사한 일? 플러스 좀 덕스러운 발상이다만, '개봉'이라는 단어에서 바로 오는 두근거림이 있다. 중국어도 모르면서 자동 재생되는 "카이뻥요거~ 빠우칭티엔~" 포증의 도시, 전조랑 왕조마한장룡조호가 범인만 잡는 게 아니라 가끔 귀신도 잡았던 도시의 하루를 볼 귀한 기회 어찌 놓치랴.

그냥 슥 봐도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각자 열심히 뭘 하니 신기방기다만, 역시 도슨트가 중요하니 재미진 설명에 빨려들어간다. 도시 한 가운데서 타이타닉 찍을 뻔한 상황이라던가(잘하면 목조 다리까지 무너지는 초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뭐 이런 서스펜스한 그림이!) 길거리 점쟁이들도 등급 나눠져있는 모습이라던가('이 점쟁이는 고급 등급에 속하며 영업 의지가 매우 강하다' 대목에서 제대로 빵터짐) 어른들을 따라 바쁜 도시속을 다니는 아이들의 각양각색 모습 등등...지금과 크게 다를 것도 없는 길거리 광고판이나 노점, 그리고 여기저기 보이는 교통사고 직전 상황에 괜히 웃음이 샌다. 그리고 사마광 스앵님, 당시 인기였다는 여자 레슬링이랑(이게 영화가 되지 않는다는 게 믿을 수가 읎다...) 머리 꽃장식 극혐했다는 부분부분 언급에 정치행보 이전에 이거 그냥 성격인 거 보여서 또 빵 터지고. 덜어낼 포인트 없는 이 깨알재미!

저자가 여러 자료들을 털어가며 그림 속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려고 하면서도, "대개 삶은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보았고 느꼈다면 그냥 이해할 수 있다"고 할 때 살짝 심쿵. 이걸 언제 현지에 가서 줄서서 볼지는 모르겠고(이제는 시간과 돈만 문제가 아니라 줄 설 체력이 없다...) 모든 건 실물을 보는 것이 왔다지만, 이렇게나마 맛을 보니 저자와 글항아리의 은혜를 찬양하라 오예!

청명상하도 - 송나라의 하루
청명상하도 - 송나라의 하루
아드레날린 솟아나요, 좋았어!

심장병 환자가 피해야할 책 리스트를 만든다면 오승호의 작품이 반드시 들어가지 않을까? 강약중강약이 아니라 강강강으로 가다 메다꽂는 느낌에, 책 더 두꺼웠으면 호흡곤란 올 뻔...

안 그래도 예상도 안 되고 정신 혼미한데 - 그 와중에 아소가 질문을 쫘르르 정리해주는 친절함에 빵터짐 - 콜센터의 현실이나 나베시마가 조우하는 청년들 이야기들이 무거워 허리 졸라매는 스칼렛처럼 힘들어진다. 이럴 때 '대가 없는 사랑에 당첨되고 싶다'같은 문장 보면 싸대기 맞은 마냥 울고싶은 기분 드는 거지...읽는 데 기력이 왕창 빨리니, 이야기가 끝나 안도하는 한편 이렇게 소모를 하면 살이 좀 빠져도 되는 것 아닌가 잠시 부질없는 생각을 하였다.

사실 무라세의 동기가 이해가 안 가지만 - 아무리 생각해도 1순위는 내가 지켜야할 존재를 계속 주시하는 것인데, 굳이 이런 선택을 하려면 양념이 훨씬 많아야하지 않나?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 주인공들 각자가 선택하고 그 책임을 마주하는 모습에 괜히 숙연해지고, 나는 어떠한가 생각도 든다. 속죄라는 단어가 무거워서 그렇지,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을 어찌 질 것인가는 매일매일 피할 수 없는 일이니까...

로스트
로스트
한 권 가득 넘쳐흐르는, 멋지고 가끔 슬픈 당신의 조각들

방구석 나홀로 버지니아 울프 축제는 아직 진행중이다. 역자분이 공들여 선별하신 산문집이라 그런지 통으로 외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글들로 꽉 차있어 읽은 것이 느무나 뿌듯하다. 허전한 속에 군고구마보다 울프!

"말은 우리가 말을 쓰기 전에 우선 생각하고 느끼기를 바랍니다." 이런 문장을 보면서 감동과 양심의 가책을 동시에 느끼고, 위인의 편지글을 읽는 것에 대한 대단히 긍정적인 말들을 보며 '그래, 후대에 자기 편지를 읽는다고 생각해도 버지니아가 대노하지는 않았을 거야!' 하면서 안심하고 혼자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아무리 별 볼 일 없는 소설이라도 최고의 작품과 비교될 권리는 있다'라니,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읽는 사람의 기준이 이리 다른 것일까. 내가 만일 어찌어찌 첫 책을 낸 작가인데, 평론가가 톨스토이 작품이랑 비교하면서 내 작품을 까면 그날로 심리치료 시작할 것 같은데...소설을 존경하고 사랑할 뿐 아니라 겁박하고 부수기도 해야한다는 말도 그렇고. 높은 이상이나 자신감같은 단어 몇 개로 논하기 힘든 말들이다. 이 말들로 버지니아 울프를 어설프게 분석하려 드는 것보다, 버지니아 울프니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여성 문제나 서평은 거의 모든 문장이 두근거려서 골라서 토를 달다간 365일도 모자란다.

런던 에세이들을 보니 지금 당장 런던으로 떠나고 싶다. '먼 바다의 선박을 불러와 창고 아래에 포로로 잡아두는 거친 도시의 노래가 이곳에서 낮게 우르릉거린다.' 순간 사고를 정지시키는 이 한도초과의 근사함 뭡니까. 문방구 다녀오는 과정에 도시의 겨울 풍경과 사람들을 통으로 담아 전해주니 이것이 해리포터 뺨때리는 버지니아의 마법일세. 중고서점 들르는 장면에서는 마음속으로 좋아요 버튼 한 백 번쯤 누른 듯. 이 서점 혹시 남아있을까 검색했는데 찾지 못했다. 대신 연필사러 가던 길 지도를 올린 멋쟁이가 계셔서, 언젠가의 여행을 대비해 저장하고 친절한 타인의 대박을 기원하였다. 때애애앵큐우우우.

시작부터 쭉 느껴지지만, 마지막 장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앞을 보려고 한 사람이라는 게 확 피부에 와닿는다. 그 모습에 감탄하는 만큼 버지니아의 아버지가 더 싫어지기도 하고. 버지니아는 자기 아버지니까 애증을 가지는 것이지, 먼 훗날 글 읽는 사람에게는 이런 사람에게 애정을 가질 건덕지가 없어...

매 페이지 매력 터지는데다, 결정적으로 표제를 따온 파트에서 나의 무질서한 독서도 누군가 이해해준다는 느낌에 또 찡. 그것도 단어 하나하나를 그리 중하게 생각하는 그 버지니아 울프가...

일단 실린 글 두 개가 3기니의 프로토 버전이라니 3 기니를 읽어야하고, 아직 읽지 않은 소설도 있고 비평서도 있으니 나홀로 축제는 계속 진행 예정이다. 내가 정말 작품의 이면까지 다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고, 이전처럼 기분 무거워져 어영부영 접을 수도 있지만...인생 어쨌든 돈벌이건 덕질이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이지!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감성지수 한계치까지 올리는 밤풍경 감상

날이 추워지니까 괜히 속까지 허전해진다. 이럴 때는 전기장판 속에서 군고구마 왕창 먹는 게 직빵이라 생각하지만 더 이상의 뱃살과 당뇨가 두려우니, 그림들 보면서 감성을 빵빵하게 만드는 게 낫겠지.

표지도 예쁘고, 설명과 인용문들도 감성 터진다. 한 페이지 큼지막하게 나온 에드워드 호퍼의 "말로 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는 말도 있으니, 미술 지식을 외우려 애쓰기보다 그림 자체를 두근거리며 오래 바라보는 것이 맛이겠지. 밀레나 루벤스처럼 유명한 화가의 작품인데도 처음 보는 그림들부터, 아예 처음 알게 된 앤 매길의 옛날 프랑스 영화같은 심쿵한 작품들(소멸되었던 연애세포가 살아돌아왔는가, 잠깐이나마 착각할 정도), 장 베로의 영화 스틸같은 작품들까지 그냥 봐도 싱숭생숭한 그림들을 밤이라는 주제로 모아놓으니 바라보면서 마음만은 나도 시인.(...마음만이어서 다행이다...) 읽을 때 전화나 카톡 안 온 게 천운이다. 순간적으로 부푼 마음에 닭살 돋는 답장해서 넓지도 않은 인간관계에 큰 지장 왔을지도...

화가가 사랑한 밤 - 명화에 담긴 101가지 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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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다섯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4월 16일, 체호프를 낭독합니다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그믐밤] 43. 달밤에 낭독, 체호프 2탄 <세 자매>[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싱글챌린지로 읽었어요
아니 에르노-세월 혼자 읽기 챌린지숨결이 바람 될 때MT 법학 싱글 챌린지밀크맨 독파하기
스토리 탐험단이 시즌 2로 돌아왔어요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10번째 여정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스토리 탐험단 9번째 여정 <여자는 우주를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스토리 탐험단 8번째 여정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유디테의 자본주의 알아가기
지긋지긋한 자본주의왔다네 정말로 자본주의의종말
제발디언들 여기 주목! 제발트 같이 읽어요.
[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7) [제발트 읽기] 『토성의 고리』 같이 읽어요(6) [제발트 읽기] 『전원에서 머문 날들』 같이 읽어요[제발디언 참가자 모집] 이민자들부터 읽어 봅시다.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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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SF소설] 10.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8.솔라리스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그믐의 흑백요리사, 김경순
브런치와 디저트 제대로 만들어보기ㅡ샌드위치와 수프디저트와 브런치 제대로 만들어보기솥밥 제대로 만들어보기
혼자 읽어서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
웰다잉 오디세이 1분기에 이 책들을 읽었어요
[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독서모임에도 요령이 있나요?
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밤] 7. 북클럽 사용설명서 @시홍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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