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모님의 블로그
글로 남기는 나만의 기록장역시나 덮어놓고 집어왔으며, 저자의 최근 작품들에 비하면 꽤 소프트하다. 불만인 건 아니고, 추운 날 산 붕어빵 조심해서 씹었더니 생각보다 안 뜨거워서 한 입에 순삭한 느낌. 괴이 파트는 언제나처럼 피부가 스물스물하지만, 둘이 머리 맞대고 추리 내지 티키타카를 할 때는 훈훈(?)하면서 어릴 때 보던 괴담책들 주인공들이 이렇지 않았나 되돌아보기도 하고. 일관된 소름 레벨이나, 순한 맛보다는 매운 맛을 원하시는 분들한테는 어떨까 싶지만...공포에 살짝 약한 독자는 강약중강약이 편해유.
사실, 막판에 언급되는 이름에 이렇게 미츠다 월드가 연결이 되는가 다른 의미로 놀람. 작가의 여러 작품들이 동일 세계관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드문 것도 아니고 그런 걸 찾는 것도 재미지만...이 인물들이 나온 시리즈의 번역이 끊긴 뒤 방법 없어 원서 완독한 입장에서, 그런 기대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시리즈 뒤로 갈수록 공포 묘사와 판타지의 비중이 동시에 왕창 올라가니, 무서울 때는 우와 역시~ 하다가도 혼란스러웠다. 따지고 보면 괴이현상도 판타지에 속하고 판타지도 좋아하지만, 은근하던 요소가 갑자기 메인이 되고 작품 카테고리가 바뀌니...시리즈물은 분명 집필 단계부터 대략적인 것들이 정해져 있을테고, 다른 독자들은 이미 초반에 다 짐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쓰다 신조 작품 매력은 퇴마가 아니라고 지금도 생각하니까...'아이젠'이 이야기에서 맡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개그 판타지 지수도 급증해, 걷는 망자의 개그가 별책부록 훈훈같은 느낌이라면 이쪽은 가끔 부담스러웠다. 클라이막스는 빼박 판타지니, 미쓰다 작품들 내에서도 색이 다르다 여겼는데...이 인물들의 과거가 별도의 퇴마 탐정 시리즈가 아니라 도조 겐야 시리즈로 나오고, 이름만 언급한 게 아니라 마지막 장에 요약소개까지 해서 연결에 확실히 도장을 찍은 데는 뭔가 의미가 있겠지. 큰 의미는 없다 해도 작품의 아버지가 원하면 그러려니 하는 것이고...
문제의 시리즈 원서들은 다 읽고 도서관에 기증하러 들고 갔었다. 담당직원분이 체크하면서 라이트노벨은 안 받는다고 하심. 시리즈 번역본이 이 도서관에도 있다고 말씀은 드렸으나, 전체 내용을 생각하니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그때서야 생각하게 되었다. 직원분이 의심하는 눈으로 접수는 하셨으나, 이후 장서에 추가되지 않은 걸 보면 라이트노벨로 분류되어 폐기처분된 듯. 여러모로 착잡한 기억만 남기고 간 그대들이여...


호손이 싫어서 잠시 망설인다. 1권을 반도 읽기 전에 '이거는 아무리 불쌍한 사연이 있어도 수용불가'라고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오히려 더해서 혀를 내둘렀던 씁쓸한 기억이 떠오르지만...2편 번역이 나왔다니(맥파이 살인사건 후속작이 아니라 이게 먼저 나왔다는 것이 어지간한 추리소설보다 더 미스터리다...) 분명한 이유는 없으면서 아니볼 수 없다는 마음은 왜 드는 것일까. 아냐, 읽는 데 이유는 필요없어...
호로위츠의 좌충우돌이 딱하고 웃기면서도 역시 호손이 싫다. 시리즈라는 것이, 첫 등장 때 비호감이었던 인물이 점점 다른 면이 나오며 호감도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으니 약간 기대를 걸었는데 호감도 더 내려감. 본문에서도 호로위츠가 '사람들이 당신을 싫어할테니까요.'라는데, 이 모든 것이 작가가 의도하고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아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어...나는 호손이 싫어요! 호손 하나만으로도 질리는데, 그룬쇼가 서점에서 벌인 행각에 또 한 번 머리 띵. 책덕에게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이런 불명예를!
1, 2편 클라이막스마다 호로위츠가 욕보는 걸 보니 이 패턴은 그냥 굳어지겠구나. 괜찮아 매권 머리 깨지고도 안 죽는 본즈도 있는데...어쨌든, 3권 번역도 좋다만 문플라워 머더스 번역이 빨리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힐링 독서모임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살짝 다르다. 재미있는 책들 이름이 군데군데 언급되지만, 본문에서 북클럽이 공식적으로 다룬 책이 오만과 편견 한 권 뿐이라...거기다 중간에 실종된 매들린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교차되니, 갑자기 샤이닝 걸즈 생각이 나면서 엄청나게 초조해진다. 아냐, 표지를 봐. 아무리 번역 제목이나 표지가 내용과 다른 책들이 있지만, 그 정도 스릴러면 이 표지일리가. 뒷표지에 적혀 있잖여 치유의 시간들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막바지에는 설마 얘가 등에 칼 꽂는 거 아닌가 안절부절못하고...요상하게도 csi형 살인이 나오는 소설에는 별 생각이 없으면서, 이런 스케일 작고 평범한 상황에서 질척대는 뭔가가 일어나는 것이 읽기 힘들다. 일단 상상하던 최악의 가정은 안 나와서 그것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이 드래곤 브레스처럼 뿜어져 나옴.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고 나니, 그래, 힐링 이야기인 것도 맞아...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처리하기 좋은 타이밍은 있겠지. 하지만 타이밍이랑 상관없이 어떻게든 마무리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문제도 있고, 사람 나이랑 상관없이 문제는 그냥 매일 생기지 않는가. 그때 나를 격려해주거나 함께 끙끙대며 생각해주려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용기가 생기고, 좀 다른 방향으로도 머리를 굴려볼 수 있겠지. 나의 노년에도 모나나 도리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만 내가 두 사람깉은 인물이 아니니 그리 되겄냐...
명대사는 아니지만, 아마 몇 년 지나면 절실하게 느껴질 대사를 메모메모.
"내 몸이 움직여야 하는 대로 제대로 움직이는 한 나는 감사하며 살 거야. 매일 아침 일어나면 오늘은 또 몸 어디가 말썽일까 싶거든."
"그러게. 혈압이나 관절에 문제가 없으면 기억력이 감퇴되어 있지."


전작이 더 유명한 것 같은데 아직 못 봤고, 항상 그렇지만 제목이랑 표지에 낚였다. 나의 마음에도 소프트한 단맛이 필요하니...
말년의 인생 정리에 대한 책들이 많기도 하니, 다른 분들 이야기와 비슷한 말도 있다만 즐거운 추억담과 섞어 유용한 팁을 들으니 좋다. 한 번 죽다 살았는데 본인은 임사체험 이런 거 하지 않으셨다는 이야기부터, 성형수술은 우리를 젊어보이게 하는 게 아니라 성형수술 받았다고 보이는 얼굴로 만든다는 것(...어떤 면에서 희망을 앗아가는 소리...), 돌볼 존재가 있다는 게 중요한데 어느 선을 넘어가면 반려동물을 두고 죽을 수도 있으니 식물을 키우라는 말, 제목으로 인용된 초콜렛 안 참기의 이유 등등을 즐겁게 감상했다. 예전부터 청력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보청기를 쓰리라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걷기 어려워지면 그날로 보행 보조기 구매해야 한다 굳게 결심. (가장 원하는 것은 관절 치료가 제발 눈부신 발달을 거듭해, 어지간하면 보행에 문제 없는 노년을 보내는 것이다만...) 자존심보다 소중한 골반 지키기가 우선!
데스 클리닝까지는 아니어도, 금년 내 성취하기엔 불가능한 책 정리를 어떻게 시작이라도 해야한다...마음같아서야 모든 책 저장하고 싶지만, 아파트 한 채 장만할 능력이 생기지 않는 이상 사람같이 살려면 마음 굳게 먹을 때다. 정리하고, 망누손 여사님처럼 청소 쫙 하고 꽃다발 사오면서 봄을 기다리면 꽤나 멋지겠지. 제발 성공해서 블로그에 '저도 깔끔하게 정리를 끝냈습니다 훗훗' 하고 쓸 수 있었으면...


버지니아 울프 때문에 '서신'이란 단어에 갑자기 꽂혀서 읽었는데...읽고 나니 무슨 옛날 드라마 주인공마냥 내 마음 나도 잘 모르겠다. 읽은 것을 후회하는가? 대문호의 글을 읽고 해설도 봤으니 남는 것이 있을텐데...
단편이나 좀 봤지 장편 작품도 손대보지 않은 내가 고골에 대해서 뭘 말할 수 있겠냐만, 외투가 날렸던 공포의 강펀치를 생각하면 이 사람은 과연 어떤 편지를 썼을까 기대감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책 펴자마자 옮긴이 머릿말에서 이게 순전한 편지가 아니라 독자 계도가 목적이며 당시에 엄청난 혹평을 받았다라고 나오니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리고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소련 이전 러시아 문학에 종교성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해도, 중세 시대 글인가 싶을 정도의 종교 타령에 어안이 벙벙. 힘든 일을 많이 겪고 죽을 뻔한 경험도 한 작가의 인생을 고려해야하는 부분들이 있다만, 인프라 따위도 필요없고 법도 필요없고 신앙만 독실하면 교회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는 생각은 너무 멀리 간 것 아닌가...시기상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읽으면서 어안이 벙벙해지는 레벨의 국뽕도 그렇다만(같은 우크라이나 출신 셰브첸코랑 입장차 너무 대조되어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농부에게 읽고 쓰기 가르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성서를 읽으려 하는 게 아니라면 다른 책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서는 안 된다고 열변을 토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쇼크 받았다. 그리고 푸쉬킨을 너무너무 사랑했다는 건 알겠다만, 책 전반부 "푸쉬킨 = 황제 사랑 나라 사랑" 평론은 대체...이해가 왜곡된 독후감을 공개하는 건 피해야할 일이라는 게 이런 것인가...(잠시 나의 부족한 글은 블로그에 써도 되는가 생각했는데, 추측 조회수 0~2 정도의 글에는 무의미한 고민이다...)
뒷부분 러시아 시 평론은 고평가받는 의미있는 글이라고 해설도 있고, 일단 이 사람들 작품에 뭔가 엄청난 것이 담겨있을 듯한 열정적 평가라 찾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니 남는 건 분명히 있긴 하다. 그리고 뭐가 어떻게 변해서 마지막 글의 방향이 이렇게 되었는가 궁금해서라도 죽은 혼을 꼭 봐야겠다 마음 먹는다. 하지만, 그냥 읽는 게 좀 좋은 사람에게 상당량의 착잡함을 안겨주는 글들이었고, 별로 두껍지 않아 망정이지 두꺼운 책이었다면 읽다가 복통 왔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완벽한 이도 없고 나의 평가가 뭐 그리 중하겠냐마는...가을날 어울리지도 않는 고뇌를 안겨준 책이었다...


새들에게는 그저 먹고 사는 데 쓰는 능력들이겠다만, 독자 1에게 간만에 옛날 노래 상기시키기에는 충분하다. "우~ 우~ 우와~ 우와~" 나온지 꽤 된 책이니, 읽고 나서 증보개정판을 찾는데 없다. 이런 신기방기한 이야기를 봤는데 이후 뭐가 더 발견되었는지를 알 수 없다니!
초고해상도 시력을 자랑하는 새 vs 어두운 데서 잘 보는 대신 해상도 떨어지는 새 설명부터 흥미진진. 전문용어들이 나오지만 픽셀이나 카메라같은 쉬운 예시들로 끌어주는 선생님 계시니 믿고 따라간다. 자체 노이즈 캔슬링, 모래에 부리 박고 압력파 방출해서 먹이 찾기, 해수면의 냄새를 구분해서 지도 삼아 대양을 건너가기 등등 이것이 지구촌 매직쇼. 모든 새가 저 능력들을 한꺼번에 다 탑재하고 있었으면 혹성탈출 영화에 원숭이가 아니고 조류가 나왔겠지. 생활 방식에 따라 가진 초능력도 다르니 나름 공평하다. 자기장을 눈으로 본다는 게 진짜 기막힌데, 집필 당시 현재진행형 연구여서 확답이 아니라 '~듯 하다' 로 끝나는 이 감질나는 상황. 버케드 선생님 지금 2024년인데 그동안 뭔 일이 일어났는지 업데이트 어떻게 좀 안 될까요 플리즈...
마지막 장에서 다루는 정서나 유대 부분에서 흥분은 좀 가라앉지만, 감정을 유추하게 하는 새들의 행동과 더불어 '새에 대한 이해가 향상되면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도 향상될 것'이라는 말에 괜히 또 감동.(문장의 깊은 뜻 진짜 다 이해하고 하는 소리인가 스스로도 좀 물어보게 된다만; 사막같은 마음에 감동 밀려올 때 그냥 느끼련다...)증보판은 없어도 슨생님 다른 책 번역이 있으니 경건하게(?) 또 읽어보자!
사족 혹은 완전 잡설
- 새를 잘 모르다보니 머릿말에 등장하는 키위새부터 충격. 후반부에 그림이 등장하긴 하지만, 검색하니 키위 닮은 귀염둥이가 아니라 뭔가 털난 펭귄같은 몸에 날씬한 다리와 굵은 바늘같은 부리가 달린 존재가 나오는데 게임 크리처가 아님. (키위새 입장에선 니가 더 이상하게 생겼다고 코웃음칠 소리겠지...) 그리고 멧도요 검색하는데 제일 먼저 뜨는 자동검색어 '멧도요 둠칫'(...). Sns 셀레브리티셨는데 몰라뵈었음...
- 아무리 조사 목적이라고는 해도 눈을 가위로 도려낸다거나(...), 쏴죽여서 끓였다던가 하는 과거의 연구들에 불편함이 살살 쌓이다가, 마지막 정서 편에서 초유명 드립 또 마주하니 욕이...책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 잘난 발언 언급되면 기분 잡치는 이야기랑 직결이니 여러모로 대단한 위인이다...


읽는 사람 느긋해질 시간이 한 페이지 넘어가기가 힘든 것도, 주인공들이 참 놀라운 방식으로 선악을 넘나드는 것도 여전 한 친절한 요나손 씨의 책. 하나하나 키워드를 따지면 왕년의 아침 시간 드라마가 연상되는데 그것들을 묶어 이런 결과가 나온다니 당신이 해리 포터...초반에 형 캐릭터에 속이 부글부글 꿇어서리 이 인간 머리에 도끼가 꽂히거나 체르노빌에 버려지기를 간절히 바랐다만 뭐...벌을 받기는 받았으니께...생각해보면 이렇게 주인공들이 별 짓을 다 하는 작품에서 하나하나 권선징악한다면 준조연 가리지 않고 싸그리 형무소에 가거나 핵전쟁으로 지구가 증발하는 결말일텐데 그런 건 즐거움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
어쨌든, 평소에 잘 챙겨먹고, 몸 뺄 땐 잽싸게 빼더라도 정의 구현을 가끔 시도라도 해보고,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을 챙겨주는 성의도 보이며 살아가다보면 내 인생도 좀 더 웃을 일이 생기겠지. 마법의 북유럽 치즈나 비밀계좌 속 돈뭉치가 없어도, 오늘이라도 기프티콘과 인사 한 마디는 던질 수 있으니 즐거운 시간은 생각보다 가깝다.


난해하기도 하다만, '비타와 버지니아'에서 이 책이 일종의 유서라고 했다는 당시의 한 비평을 봐서 그런지 꽤나 우울한 독서 타임이었다. 그렇다고 읽은 걸 후회하는 것은 아니고...
형이상학적 부분에 대해서는 해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만, 각 독자들이 나름의 형태로 그걸 이해할 때까지 생각하는 것이 버지니아가 원하던 사유하는 독서의 형태일테니 정답을 작성할 필요는 없겠지. 다만 사람들의 관계, 극중 극 대사들에서 피로와 우울을 느끼는 건 그냥 내 기분 탓일까...서로 깊은 애정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상대방이 보는 것을 보지 못한다는 좀 아픈 말. 플롯 따위는 무의미하다는, 무대를 이끄는 당사자의 독백. 구역질나는 식사에도 맛있다고 탄성을 질러야하는 사회적 의무, '다시 만날 일이 절대 없는 상대이기 때문에' 잠시나마 솔직해질 수 있는 순간, 크게 생각하지 않고 보다가 본편보다 훨씬 우울해지는 극중극...연극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사람들의 수다는, 버지니아가 들었기 때문에 이 작품으로 대답하고 싶었던 말들일까? 그나마 마지막에, 이자와 자일즈의 싸움에서 포옹과 생명이 태어날 가능성도 있으리라 말하지 않았다면 우울할 때 접근 금지 책 리스트에 넣을 뻔...하아.
이 책의 완성이, 마지막 길 떠나기 전 작가의 마음 속 무거움을 약간이나마 덜어주었을까. 괜히 혼자 꿉꿉해진 기분으로 답이 없는 상상만 해본다...


서간집을 보기 전에 읽었어야 되는지도 모른다만, 어쨌든 보았다. 서간집은 두 사람의 감정이 실린 이야기다만, 외부에서 보았던 상황이나 두 사람의 모습은 또 다르니 다시 이런저런 생각을(...솔직히 잡스러운 생각들을) 하게 된다. 만약이란 단어는 재난 대책 세울 때에만 필요한 단어지만...더군다나 장기간에 걸친 인간관계에 담겨진 수많은 감정들이 책 한 두권에 들어갈 리 없고, 내가 아는 것은 너무나 적으니 상상하려 아무리 애써도 될 리가 없는 것을 안다. 아는데도 안타까워지는 것은 왜일까...
사실 유명인의 작품보다 유명인의 가십을 접하기가 더 쉬우니, 버지니아가 그렇게 괴로워하고 수치스러워했던 추행에 대해서도 알기는 알았다만...이복오빠 한 명이 아니고 두 명이 다 그런 파렴치한 인간들이었다는 것은 몰랐기 때문에 꽤 간결하고 담백하게 쓰여진 설명을 보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내려앉는다. 평생 이 충격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사람을 사랑하는 걸 포기한 적이 없다는 것도 대단하게 여겨지고. 요새말로 폴리아모리에 대해서는 이해가 안 가는 면도 있다만(사람 한 명 챙기는 것도 신경쓸 것이 한도 끝도 없는데, 어떻게 동시에 복수의 사람을 신경쓰는 게 가능한가가 나에게는 영원의 수수께끼다)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 감정을 영원히 남을 작품으로 만들었고, 정열이 식은 이후에도 죽을 때까지 따스하게 서로를 생각했으니 인간 관계에서 그 이상 이룰 수 있는 것은 없겠지.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에서 익숙한 편지들의 인용도 나와 매우 반갑고, 두 사람을 둘러싼 환경, 사진들을 보니 두 여인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저자는 두 사람의 관계가 21세기를 맞아 더욱 큰 교훈을 줄 듯하다 했지만, 교훈이 없다해도 이런 관계에 대해서 알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다. 작품 외의 면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당사자들에게는 아주 미안한 일이다만...어쩌다보니 딱 싸늘해질 때 뒤늦은 나홀로 버지니아 울프 축제를 하는 느낌인데, 과연 이 기세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일단 본문에서 일종의 유서라고 했던 막간부터 얼른 봐야...


제목을 보자마자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가 생각나서 안 볼 수가 없었다. 일기를 써서 남긴 사형집행인이 있었고, 심지어 사형집행인의 회고록이 한때 인기장르였다는 것부터 놀라움. 머리말 끝의 '먼 시대의 매혹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 시대와 우리 세계를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말을 살짝 의심했다가, 다 읽고나서 완전히 흥미로만 시작했던 스스로를 반성.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엄연히 사법집행 업무를 맡고 있는데 사회적 매장을 당하는 상황 자체가 불합리하다만, '초'기피직업을 어느 날 갑자기 윗사람이 까라면 까는 거지 하면서 강제할 수도 있는 미친 시대라 생각하면 후대의 방구석에서 읽어도 희망이 안 느껴진다. 그래도 사형집행인들이 그 환경 속에서 자신들끼리 연대하고, 꾸준히 제도 안에서 자신들의 지위 향상을 꾀한 모습 자체가 감동. 특히 주인공격인 프란츠의 노력과 성과가, 이 상황들을 따져보면 거의 초인적이라 갑자기 나 너무 나태한가(...) 반성의 급물결...
잘 나갔던 지역의 특수성이라고는 해도 사형집행인에 대한 충분한 금전적 지원이 있었던 것이나, 명예 훼손이 상해죄보다 더 중했던 풍토, 부적 만들려고 영아 죽이는 게 드물지 않을 정도의 당시 사람들의 미신에 대한 강력한 믿음 등등, 빨려들어갈 것 같은 주제들이 수두룩. 특히 예전에는 인권이 부족했다고 여기면서 현대의 대학살에는 오히려 둔감한 우리들, 에필로그에서 꼬집는 관음주의 등등 생각할 면도 많고...이런 면들에서 나름의 답을 찾아야할텐데, 지도 받으면서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된 듯해 부끄럽다. 어쨌든, 읽을 수 있어 다행인 책이었고, 이참에 한국의 망나니에 대해서도 좀 찾아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