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모님의 블로그
글로 남기는 나만의 기록장바닐라님의 글 덕분에 감사히 보게 된 책이다. 내용 전체가 중요하지만 그림이기 때문에 더 강력하게 와닿는 부분들이 있다. 기후 변화에 관련한 책들은 모두 죄책감을 자극한다만, 이 책은 대기업이나 시스템 문제와 더불어 개인의 생활 태도에 대한 질문도 크게 던지기 때문에 현대적인 생활을 영유하는 죄에서 눈을 돌릴 수가 없다. 당장 며칠 전에 위성으로 본 뉴스에서, 끔찍한 홍수 속 피난 중인 파키스탄 사람의 말이 생각난다. 당신네 잘 사는 나라 사람들 때문에 왜 우리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느냐...
책이 나온 지가 십 년인데, 그동안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책에 나온 질문들은 더 무거워진다.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책임이 있는 이들의 각오와 수습 능력 둘 다 중요한데 둘 다 깜깜하게 느껴진다. 애초에 절약할 거리가 존재하지 않고 생존 자원부터가 부족한 곳의 사람들이 있는데, 그깐 놈의 절제의 미덕을 익히지 못하다니 그 사람들이 들으면 총이라도 쏘고 싶을 소리다만. 책에서 나온 인터뷰대로 선진국들 내부에서도, 세계적으로도 경제적인 불평등이 같이 해소되어야 하는데 냉난방비 걱정 안 하는 사람들은 아직 지구가 튀겨지는 맛을 못 느끼는 모양이고, 일반 시민은 여기서 어떻게 더 쥐어짜야 하느냐 생각을 안 하는 게 힘드니 정말 자원이 고갈되거나 산소통 없이 호흡할 수 없는 때에나 바뀔 수 있을까...'시민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변화는 성공한 적이 없다'라는 말은, 시민들이 모두가 힘을 합치면 변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 작가의 말처럼 '질문을 한다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라고 생각해야 할까? 나의 질문과 미미한 행동이 도움이 될까? 답은 없지만 뭘 비틀어 짜서라도 지금보다 노력을 해야겠지...
그리고 까먹을까 봐, 나중에 다시 검색해봐야 할 것 같아 찾은 것들 메모.
- 인터뷰에서 '20~30년 후엔 무조건 1도가 오르고...'라는 언급이 있는데, IPCC 검색하니 지금 이미 1도 넘게 오름.
- '전 세계 인구 3분의 1이 물 부족 상황을 겪고 있다' > 현재 물 부족한 이들 세계 인구 55%. 금세기 말 66%까지 올라갈 거라 추정.
- '킬리만자로 만년설 33퍼센트 소실' > 2024년 현재 70퍼센트 소실.
- 당연히 뭔가 터지고 불타는 전장에서 온실가스가 안 나올 리가 없으니까 검색. 강대국들이 정확한 정보 토설을 거부해서 그나마 추정한 게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5퍼센트(저거 두 배는 되면 몰라도 낮을 리는 없을 것이다...)가 군사 행동에서 배출'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1년간 발생한 온실가스가 싱가포르·스위스·시리아의 연간 배출량을 합친 것과 맞먹음'이라는데 2년 넘어가고 지금 중동까지 불타고 있으니...
- 2023년 기준 한반도 이산화탄소 농도 역대 최대
- 2023년 전 세계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한국 세계 6위(12.9t). 책에 옮긴이 주석으로 달렸던 2010년 11.4톤보다 더 높음. 중국(10.1t)보다 높음.


책 등만 보고 뽑는 찰나의 순간, 루 리드가 병나발을 불면서 크흐 사랑했다...이러면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랑 러브 스토리가 믹스가 되다(그런 내용이면 커버가 날주황색일리가...) 뽑고 나니 뒷표지가 침넘어가는 단어들로 꽉 차 있다. 1830년 웨스트포인트(맙소사 잭 리처의 주먹을 가진 뒤팽 나오나요), 은퇴 경찰, 애드거 앨런 포, 에드거상 대거상 노미네이트...상상과 달라도 잘 뽑았으니 로또 맞은 기분으로 읽었다.
시작이 포의 시 레노어라 시 모르는 독자도 제목이 어디서 나온 건지 알게 된다. 마지막까지 다 읽고 다시 시를 보면 기분이 꽤 묘해지는데 일단 넘어가고...포가 명탐정 앨런을 찍는가 싶어서 두근두근 기다렸는데 덕력도 자아도취도 어마어마한 인물로 나와서 참...(중간중간 오글거린다) 성격이 성격이다보니 안 좋은 꼴을 중간에 당해도 별로 안타깝지 않았으나, 클라이막스에서 디스 아닌 디스(...한 번도 아니고 그 다음 챕터 머리부분까지 확인 사살을...)를 당할 때는 안타까움과 헛웃음이 갑자기 올라와서 개인적으론 순간 긴장도가 쫙 내려감. 결말도 우와 반전! 이런 느낌이 아니라, 분명히 반전인데 이상하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날 풀리면서 흙이랑 같이 녹은 눈이 졸졸 흘러가는 느낌이랄까...책 뒤에 한 줄 평들은 소름, 통쾌, 충격을 이야기하지만, 잃어버린 존재들을 끼고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것이 그저 내내 안쓰럽다. 결국 모든 것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일들이었으니, 낙엽 시즌에 읽었으면 더 센치해져서 무슨 글을 썼을지 모르겠음. 이미 넷플릭스 영화가 있다길래 트레일러 찾아봤다가 진짜 놀람. 세상에 나의 여신 질리언 앤더슨이 마퀴스 부인이라구? 인간 버전 애나벨 아니셨나요? 갑자기 머릿속에서 소설 내용이 바뀜.
마퀴스 부인 : 랜도 씨가 이 학교에 오셔서 은밀한 관계에 휘말리지 않은 게 놀라울 따름이에요.
랜도 : 저는 부인과 은밀한 관계에 휘말리고 싶습니다
마퀴스 선생 : 여보 날 버리지마!
마퀴스 부인 : (샴페인잔 들면서) 자연을 거스르는 것은 없어요.
망상은 그만 두고 다음 책이나 읽자.


단순하게 살고 싶은 단순한 독자 1에게 가을맞이 감동과 절망을 안겨준 책이다. 시작부터 슬픈 내용이 나온다만, 역시 애정과 지식을 어울러 가진 이가 보여주는 숲은 한 줄 한 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혼자 마음대로 과학계의 윤동주라 생각하는 발비 선생도 있다만, 읽다보니 맙소사 영쿡 과학계에 김영랑이 있네...(누구 맘대로...) 놀라서 다시 저자 약력을 보니 애초에 과학 전공도 문학 전공도 아닌데 이떻게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하늘은 공평하지 않다. 아름다운 글이란 건 번역자분의 공도 당연히 크겠으니 어이구 감사합니다 하면서 옮긴이의 말을 읽는데 심지어 이 글도 아름답다. 정말 하늘은 공평하지 않아...
죽어가는 것을 아름답게 말할 때는 그냥도 괴로움이 배가 되는데, 무슨 대비 효과마냥 큼직하고 호러스러운 팩트 폭탄이 투척되니 아름다운 글을 읽으면서 끔찍한 현실에 안 아름다운 욕이 나온다. 지금 아는 어줍잖은 지식만으로도 지구 가열이 끔찍스러워 죽겠는데 이 흉악함이란. 순록과 사미족의 너무나 아름다운 관계를 말하다가 몇 페이지 지났다고 '툰드라 녹아서,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효과 85배인 메탄(오늘 챙겨봤던 다른 나라 클립에서는 28배라고 나왔는데, 어느 쪽이 맞는지 다시 찾아봐야겠다만 28배도 충분히 끔찍하다...) 절찬 방출 중!', 고결한 기운의 잎갈나무 이야기하다가 '시베리아 동토대 바닥 지금 붕괴 중이라 도시들 다 바닥에 꺼지는 중!' 이러면 심장이 뛴다...그 와중에 빨리 화성에 기지 건설해서 지구 탈출해야 한다는 러시아 과학자씨...선생님 과학적인 희망을 좀 줘요...'잠수병 걸리듯이' 죽어가는 나무들(모자란 과학 지식 때문에 압력과 물관부 공동화가 언뜻 이해가 안 가다가, 이 한 마디에 눈이 번쩍 떠짐), 이 와중에 정치질이랑 인종 차별(언제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인류의 존망을 논하는 시기엔 정신질환이 아닌가...), 이 중요한 지대를 끼고 있는 강대국 정부들의 태도(할 말은 많지만 굳이 나의 무지성을 대방출할 필요도 없으리라...)에 그냥 책 덮고 자면서 현실을 잊고 싶다. 그래도 계속 본다...
신기했던 건 다이애나 베레스퍼드크루거(...발음만 어려운게 아니라 타자로 한 번에 치기도 어렵다...)가 언급된 부분인데, 전에 오메오메 하면서 읽었던 '오버스토리' 주인공 중 한 명의 실제 모델이래서 깜짝! 선생의 약력에 맙소사 사랑에 빠질 것 같아...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산소 농도와 동물 전체의 존속에 대한 공포특급! 지구가 튀겨지면서 대기 중 산소 감소 > 영유아 노약자 부터 심정지 > 산소 부족으로 태아 유산..."제 생전이 아니더라도 당신 생전에는 틀림없이 보게 될 거예요." 공포에 떨면서도 선생님의 책을 장바구니에 클릭클릭...
이런 거대한 변화 속에 소시민은 무력할 뿐이지만, 벤 롤런스 선생(경건하게 불러야 할 것 같다...)의 말에 조금 용기를 얻는다.
"콩고, 수단, 우간다, 소말리아의 폐허와 난민 수용소에서 내가 배운 것은 희망이 분투를 낳는 것이 아니라 분투가 희망을 낳는다는 것이다. 희망은 가만히 누워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불활성 귀금속이 아니다. 달라지는 상황에 비추어 하루하루 제작되고 재정의되어야 하는 무언가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절망이 회복을 향한 첫걸음이라는 사실이다."


뭔가 생각과 다르다만(ak소총이나 이지스 얘기같은 거 나올 줄 알았음...) 서점 추천도서에 있는 이유는 알 것 같다. 감탄사가 우와! 가 아니고, 천천히 오오...오오...오오오...나온다. 너무 조악시러븐 표현인가;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있으나, 약간 다른 의미에서 법과 주먹은 세트로 움직이는구나 실감난다. 헌법이란 것이 참 얄궂다. 남을 쥐어짤 때도, 국가 차원의 범죄를 정당화할 때도, 다시 일어서기 위한 준비를 할 때도, 침해될 수 없는 권리를 말하기 위해서도, 우리 나라의 인권이나 지식수준은 후지지 않다고 주장할 때도 필요하니 인간들은 대체 무엇을 만든 것인가 살짝 소름 돋는다. 몇몇 강대국이 세계에 빨대 꽂고 빨아대던 시절 약소국들의 헌법 만들기는 그냥 안쓰럽고...전체적 흐름도 흥미롭지만 언급되는 인물들의 인생이 놀라워서, 이들에 관한 책이 없나 좀 찾아봐야겠다.
일본 챕터에 나온 아주 짧은 안중근 의사 대목이 참으로 와닿는다. 최근에 식민지 시절 안중근 의사를 흉한이라고 적은 당시의 글을 봐서 괜히 서글픔 두 배. 그리고 혹시나 해서 대한제국 헌법 찾았는데, 시대를 감안해도 기분이 아주 별로라 후회막심이다. 그러길래 모르면 편한데 왜 굳이 찾아가지고...어쨌든, 무심한 독자 1도 종이 위에 쓰여진 법이 가지는 양극단의 무한한 가능성을 잠시나마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긍정적인 부분의 실현만 보고 싶다는 건 헛꿈이겠다만...


제법 두툼한 책인데도, 다 읽고 나니 이 범위를 아는데 이 책 한 권으로는 모자라는구나 생각이 든다. 각주가 워낙 많아서 실제로는 그렇게 두껍지도 않고...아시아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보다 차라리 지중해에 대해 아는 게 많은 수준이라(그 지식도 변변치 않다...) 이렇게나마 기본적인 지식을 접하게 되어 다행이다. 책 끝날 때 던지는 질문이, 서두의 정화 이야기와 맞물려서 상당히 오싹하기 때문에 '우와~'하면서 덮기에 무리는 있지만. 그래도 영화를 수십 편 찍어도 모자랄 이야기들, 놀라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지나가다 언급된 정도다만 암시장 세계 랭킹에서 2014년 기준 한국이 12위인 것도 살짝 충격. Havocscope 사이트에서 리스트는 안 나오고 링크만 자꾸 빙빙 돌아서 최근 한국의 위치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일단 가장 최근에 발표된 상위 10개국에는 안 든 것을 보니 괜히 안심. 그렇다고 저 랭킹이 이삼십 단계 떨어졌을 거란 생각도 안 들긴 해...전체적으로 한국 항구의 역사는 언급이 정말 적지만 아쉽지 않다. 실린 내용이 조금인데도 갑갑하니까...입지는 괜찮고 국력이 거지같으면 해괴한 소리나 듣는 거지...
전체 해양 무역의 역사만 해도 복잡한데, 동남아쪽의 엄청난 섬 숫자(사실 이때까지 대략이나마도 몰랐다는 게 나의 문제겠지. 저 멀리 남아공도 아니고 비행기 타면 얼마 걸리지도 않는 곳인데...) - 필리핀이 약 7000개에 인도네시아가 만 칠천여 개(지리학 전공을 택하기엔 너무나 무서운 환경이다...)에 당연히 다른 나라들도 섬이 있으니 다 합치면 대체 얼마나 될지... - 를 낀 복잡한 모양새가 가져온 여러 가지 현상을 좀 이해하려면 책을 최소 열 권은 읽어야 될 것 같다. 12부의 등대 설치를 둘러싼 현지인들과 영국, 네덜란드의 신경전에서는 착취로 가는 여정이 블랙 코메디스러워 헛웃음이 나고...그 동네 분들이 보시면 아무리 옛날 얘기라도 웃을 얘기가 아니겠다만...단물 쪽쪽 빨려는 욕망의 개고생이 있어 어쨌든 안전한 바닷길이 정비되었으니 참 여러 가지 의미로 인간사는 놀랍다.
역사가 재미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루트들은 계속 살아있고 모든 활동들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그리고 당연히 가까운 이웃이기 때문에 늦게나마 좀 더 알고 싶다. 얼마나 더 읽고 얼마나 더 이해할지는 자신없지만...최소한 뭔가 터졌을 때 놀라지 않는 마음가짐이라도 가질 순 있겠지.


읽기 전에는 먹히는 이야기들에 대한 이론일 거라고, 어쨌든 잘 된 책이니 서점 사이트에서 잘 보이는 거라고 예상하고 보기 시작했다가 정말 놀랐다. 3장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머릿속에 전구랑 느낌표가 번갈아서 계속 뜸. 안다고 생각했던 길이 모르는 길이라 계속 자빠지는데 누가 붙잡아주는 그런 느낌이 마지막까지 계속된다. 난 왜 이 책을 이제 읽었을까? 뭐, 독자 1이 책을 빨리 읽었다고 엄청난 깨달음을 얻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더 기여할 것도 없다만...책 전체를 통으로 암기할 수 없는 것이 한이다.
모든 챕터가 다 중요하니 하나씩 토는 못 달겠고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우왕 놀라워 뿐이니까...) 일단 독서가 뇌 네트워크 구성에 물리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부터 - 볼 기회가 없으리라 생각한다만 내 뇌 네트워크 스캔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 개인의 생존부터 세상 전체 시스템까지 겨우 몇 개의 단어에 뒤흔들릴 수 있다는 것, 전혀 생각하지 못한 기후변화를 둘러싼 이야기까지 계속 빵빵 터진다. 여기 실린 것들 중에서 분명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털어보면 근본적인 부분은 이해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온 것들이 있으니 얼굴에 불도 나고. 유튜브를 보니 영어 영상은 없지만 저자들의 영상들 일부는 영어자막으로 볼 수 있어서, 몇 개라도 좀 챙겨보려 한다. 요 몇 년 안의 명절 독서 중에 제일 끝내줬고, 영어판도 없는 책이 한국에 번역된 것에 대해 원더박스 출판사에 마음의 큰 절 꾸벅...아이구 감사합니다...


시작할 때는 아리스가와 아리스 스타일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 밀실 살인이 일어나고, 주변의 법학도들을 하나씩 털면서 마지막에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 뚜껑을 여니 야쿠마루 가쿠 쪽이었다. (예상해서 맞는 게 없다...) 무고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살인범까지 사회복귀시킬 가능성도 불사하겠다던 가오루의 계획은 소설 속 내용이라도 씁쓸하다. 무고의 증명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맹목성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동력이다만...마지막에 죗값에 대한 두 사람의 모습이 완전히 갈리는 건 읽고 생각 많이 하라 내는 숙제라고 작가가 옆에서 말하는 것 같아 살짝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법이 정해놓은 형 집행의 기준은 있지만, 그게 정말 충분한지, 죄를 대하는 마음가짐은 어째야 하는지는 바라는 답은 있어도 정답은 없으니...
더불어, 다시 시작할 수 없는 곳까지 몰아붙인 건 어른들인데, 괜찮으니 다시 시작하라고 하는 말을 어른이 꺼내는 것에 분노했던 미레이의 짧은 회상도. 괜히 어른인 나 자신의 무력함이나 무심함을 지적받는 것 같다. 과몰입이다만 반성은 해야겠지...어떻게 현업 변호사가 소설까지 쓸 수 있는지 참으로 놀랍다만(진짜 부럽다...), 그래서 무심한 독자의 피부에도 이리 와닿나보다.


특수청소를 하시는 분들이 내신 책들을 읽었을 때는 사람이 꽤 숙연해지니,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이라면 굉장히 정적이고 무거울 것 같은데 나카야마 시치리의 책이니 그럴 일은 없다. 당장 첫 챕터인 기도와 저주 편이 너무 소름끼쳐서 - 역시 귀신보다 인간의 삐딱함이 훨씬 무섭다 - 대체 뒤는 어떻게 되려나 겁났는데, 점점 뒷표지에 쓰인 '휴먼' 비중이 커져서 다행이었다...절망과 희망에서 시라이가 재능과 열등감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괜히 가슴이 시리고...고독사라고는 해도 임종의 순간에 혼자였다는 것과 아예 그와 관계된 인간관계가 없다는 것은 다른 말이니, 특수청소가 필요한 물리적인 흔적과 더불어 타인에게 아무런 흔적을 안 남길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 비중이나 호불호에 큰 차이가 있을지언정...
초반에 이오키베는 죽은 이들이 내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생각한다 말하는데, 아마 세상에 수도 없을 고독한 죽음의 애환을 이런 이야기로나마 애도하고 풀어주려 하는구나, 괜히 혼자 짐작하고 조금이나마 후련함도 느낀다. 하긴, 이것도 살아있는 사람 생각이지 간 사람들의 사연들이 소설 하나로 공양이 되겠냐마는...
이걸 읽고 나니 에세이 내셨던 분들이 얼마나 자신의 고생을 짤막하게 줄여 쓰셨는가 느껴져 더 존경스럽다. 주의할 게 얼마나 많고, 육체적으로 오는 부담이 얼마나 많은지만 쭉 써도 벽돌책을 몇 권을 내실텐데...이런 거 보면 불평 좀 덜 하고 살아야 하는데 연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이 마음가짐 유지될지 확신할 수 없는 나는 약한 사람...


제목이나 표지만 보고 읽어서 생각과 다른 책을 만나는 것도 재미다. 그래도 가끔은 그 차이가 너무 커서 혼란이 올 때도 있다. 백 퍼센트 자업자득이다만 갑자기 막 상상하게 되는 건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참...
제목도 여기저기서 봤고, 번역이 물 건너서도 잘 팔렸다는 정도의 사전지식만 갖고 뒤늦게 읽으며 뒷표지의 고딕소설이라는 문구에 대뜸 누가 시키지도 않는 상상이 머리 속에서 대팽창. '아마 식민지판 장화홍련이 투숙객의 앞에 나타나서, 투숙객이 추리를 하고...(여보게 그럼 고딕 소설이 아니라 추리 소설이라고 표지에 써져 있겠지...) 모스크바의 신사랑 샤이닝이 막 짬뽕이 되고...' 이런 망상하고는 비슷하지도 않은 내용이었다. 연결되는 건 장화홍련뿐...
셜리의 등장까지는 호오~ 하면서 보았는데, 설마 아무리 소설이라도, 그분이 인천에 왕림하신다는 대목이 나올 줄 몰랐으니 이름 보는 순간 잠깐 사고 정지. 어쨌든 계속 읽었고, 결말까지 하나도 예측하지 못했다. 액자소설의 내용도, 내내 주연들이 뿜는 독기가 사랑에 대한 급 깨달음으로 전환되는 결말도. 뭐, 개 같은 뭐라는 목소리가 원한을 사랑으로 바꾸길 바라는 목소리로 변했다면 좋은 결말이 맞겠지...책을 무작정 집는 이 버릇도 아마 못 고칠 것이고...


같은 소재의 영화는 추천받았다가 아직도 못 봤고, 참으로 늦게 책을 보게 되었는데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하다. 베네데타에 대한 사전 지식이 딱 두어줄 정도라, 여성 동성애에 관한 서론이 길고 당시 수녀원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가 펼쳐지니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수녀가 된 이가, 동성연인을 만들었다가 시대가 시대니만큼 지탄받았나보다'라고 추측을 했는데...뒤로 가면서 진짜 깬다. 사건 전체의 인상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건 나뿐인가...아니, 정확한 진실은 뒤안길이다만 이쪽은 권력을 이용한 장기간 성폭행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질이 더 나쁜가...
목적의 차이는 있다만, 뭔가를 얻으려고 사기를 치고 주변을 위협한 것 자체가 큰 문제인데 피의자의 성 정체성만 끝도 없이 부각되는 것이 좀 입맛이 쓰다. 베네데타에 대한 처벌이 가혹한가 아닌가에 대한 의견은 있겠다만, 저자도 말했듯 그 처벌은 성적 일탈보다는 사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니 전혀 안타깝지 않다. 그리고 신성으로 사기쳐먹는 사람이 소세지 식탐을 못 참다니...영화는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하기는 한데, 당장은 볼 마음이 좀 사그러든다. 아우 피로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