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모님의 블로그
글로 남기는 나만의 기록장"나는 묻는다 : 세상 모든 이야기는 고통에 관한 이야기일까?"
드디어 리스펙토르의 작품을 처음 읽어봤는데 - 참 빨리도 본다.... - 기가 꺾인다. 정말 얇은 작품이 이정 도면, 도서전시회에서 전시되었던 세상의 발견(천 페이지 넘어가면 책이 아니라 가구 아닌가...)은 보고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벤자민 모저라는 양반이(검색해보니 번역가이자 작가라고...) 카프카 이후 가장 중요한 유대인 작가로 뽑았다는데, 유대인 문학이라는 카테고리는 잘 모르겠다만 둘을 한 카테고리에 넣는다고 생각하니 절묘한지 기가 막힌 건지...카프카가 자글자글하다면 이 이야기는 꺼슬꺼슬하고, 카프카가 갈색으로 낡은, 헌 책 냄새 나는 하드커버를 연상시킨다면 이 이야기는 회색 표지 갱지로 찍고 울적한 부분은 인쇄 번져있는 책같은 느낌이다. 브라질에서 성인용으로 에드워드 골리같은 글을 쓰면 이렇게 되는 것일까...진짜 거의 마지막에 왜 별의 시간인지 알고 나니 더 우울하다. 책 소개도 안 읽고 제목에 홀랑 넘어간 나의 죄지 뭐 어쩌겠노. 세상의 발견은...용기가 좀 생기면 생각해보자. 이 얇은 책 속 한 여자의 불행으로 벌써 이번 달 한계치 다 찼음.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가 마지막 순간에 갚아야 할 것들의 가치가 더 커지는 것 같다.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에 되돌려 주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삶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과시하며 살아왔지만, 우리는 정작 하루살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요슈타인 가아더의 책을 본다. 나도 나이를 먹고, 주제마저 삶의 끝이다. 짧지만, 항상 기억해야하는 것, 생각해야하는 것들이 있고 부족한 나는 계속 곰씹으며 잊지 않도록 해야한다.


최근 세상의 흐름을 생각하면 인류애의 꿈과 같은 설정의 주인공이다. 터키인과 아르메니아인의 혼혈에, 유대인과 결혼해서, 서로가 상대가 속한 민족의 일을 더 고려하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하지만 주인공부터 자조하듯이 이 구제불능의 순진함은 현실과는 맞지 않지...책속에서라도 누군가가 괴로움 끝에 사랑과 희망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다행일지 모른다. 그리고 결말이 뻔하다면 뻔한데도 안도하는 내가 제일 뻔한 독자임...


작가가 사별 후 부인과의 추억을 돌아보는 글, 그리고 작가 본인을 보내고 나서 그 딸이 어머니 사후부터의 경과를 쓴 글, 그리고 추천사치고는 너무 길었는가 굳이 3부로 분류된 생판 남의 글이 합쳐진 짤막한 책이다. 결혼 전보다 결혼 후의 인생이 훨씬 긴 상황에서 첫 만남부터 작별까지를 돌아보니 자연스럽게 반은 자서전이다. 극동 문화권에서, 그 세대에 속한 사람이 짧은 글이라도 이 정도 글을 써서 애정표현을 했다는 것이 흔한 편도 아니고, 담백해서 개인적으로 약간 더 짠하다. 단지, 부인을 처음에 진료한 의사 이야기가 나올 때 그 짧은 페이지에 너무 엄청난 분노가 치밀어서...의사 욕을 이 글보다 더 길게 쓸 수 있을 것 같다만 자제하고. 그러나 바로 이어서 검사 결과를 "암 친구가 왔어요~" 노래하면서 알려주는 부인의 이야기에 또 숨을 내쉬고...딸의 글을 이어서 보니 결국 우리들은 살아있는 한 누군가를 보내고, 마지막엔 내가 없는 세상에 누군가를 남기고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새삼스레 느껴져서 이 더운 날에 살짝 어깨가 시리다.


클래식 음악은 잘 모르지만, 언젠가부터 바흐라는 사람에게는 관심이 있었다. 20명의 자식 중 절반을 잃은 아버지. 온 세계의 영유아 사망률이 어마무시하던 시기 이니 이 사람만 그렇게 산 건도 아니다만, 장엄한 음악의 근본은 그런 곳에서 온 것일까, 막연히 상상했다. 그럼 전기부터 읽는 것이 수순이겠다만, 어쩌다보니 여행 가고 싶은 마음과도 겹쳐서 바흐를 아주 사랑하는 저자분의 바흐 투어부터 따라가게 되었다. 아이들뿐 아니라 첫부인도 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잃고, 참 성깔 있게 열심히 살고, 교회음악 만들었다고 딱히 착한 것도 아니었으며, 헬리콥터 아빠였던 사람. 그런 삶을 그 시기에 만든 음악 소개와 중간중간 덕질 에피소드와 만나니 소주 한 잔에 잘 구운 쥐포 씹는 기분이다. 참고도서까지 권말에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거의 대부분이 주변 도서관들에 없어서 역시 누군가를 알아갈 때는 투자비가 필요하다고 다시 깨닫게 됨. 책 한 권에 바흐에 빠삭해질리도 없다만, 그래도 앞으로 곡을 들을 때 기분은 많이 다르겠지.


읽는 게 좋다는 것과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니, 글재주없는 오덕으로서 보통은 책 읽으면서 나와는 다른 차원의 사람들에게 감탄만 할 뿐이다. 그래도 가끔,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을 다 때려박아 만들었구나 싶은 글을 읽으면 부러울 때가 있다. 얼마나 행복한 능력인가. 나열되는 거의 모든 키워드에 '미치겠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탐정, 그아말로 골수 매니아나 해봤을 구체적인 입시 망상도 그렇다만 발자국 패러디는 정말이지...그 시절 영화를 주인공들 조증으로 바꾸고 8배속으로 돌린 느낌에 정신 다 빠지고 나면 프로레슬링까지 나온다. 이런 책을 써서 책장에 꽂아둘 수 있다면 핫토이 피규어 장식하는 것만큼 배부르지 않을까?...아니려나...?


관 시리즈를 순서대로 본 게 아니라 3권을 이제야 보았다. 배경도 출간도 디지털 시대 이전이고, 기상천외한 트릭도 좋아하지만...마지막에 혈흔 반전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흥이 한방에 날아간다. 기괴한 저택이나 트릭 설정은 호불호 문제지만, 인체에 일어나는 일은 그 시절이라도 자문 구하는 게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닐텐데 뭐 이런...관 시리즈 영상화도 코앞인데, 설마 이 결말을 2024년에 그대로 쓸까? 정말?


부제가 충격과 망각의 경제사인데, 책은 재미있지만 딱히 쇼킹한 부분은 없다. 얼마 전에 읽은 책의 주인공 다티니가, 서신의 중요성 부분에 언급되어 반갑기도 했고(예나 지금이나 빠른 정보 입수와 전달은 생명줄이다만, 말과 기수를 사야하는 시절 한 통당 발송비가 교수 연봉, 회사 지점 1년 우편 지출이 지점장 연봉 수준이었다고 언급되는 걸 보면 참 감사한 시대를 살고 있구나 생각된다) 종교 갈아엎을 때마다 교회 재산 몰수가 나오는 건 동서고금 상관없이 참으로 똑같구나 싶고. 원서가 2015년, 번역이 2016년 출간인데 '오늘날 중국과 인도는 인구 덕에 위상을 되찾았을 뿐'이라는 대목이 있는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인간은 역시 앞날 예상하지 못하는 존재다. 그리고 짤막한 언급뿐이지만, 있는 기술도 천대해서 그 기술로 돈은 일본이 다 벌게 해준 조선 돌아가는 꼴은...아무리 재방송을 백 번을 봐도 내용이 거지같으면 볼 때마다 가슴에 천불 나는 거지 어휴...


80년대 소설이지만,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우주로 나가는 이 시대에 읽어도, 궤변으로 사람들의 기대고 싶은 마음을 파고들어 골수까지 파먹으려는 이들의 모습이 너무 똑같아서...그리고 뒤늦게 깨달아도, 자신의 그동안의 행적을 부정할 수 없어서 결국 계속 눈감고 싶어하는 모습들도.


연동되는 두 이야기가 한 권이라 훅 넘어가는 책이다. 나름 엽기 살인도 반전도 있지만 끌리는 것은 고립과 구원을 바라는 탐정 쪽이다. 꽤나 페이지가 넘어간 뒤에나 나오는 진짜 주인공은 유머도 없고 '스스로를 사회의 낙오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 캐릭터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았겠다 싶어 아쉽다.
"어떤 결과든 그걸 선택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어. 결과는 선택한 사람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거야. 자기 힘이 미치지 못하는 데 책임을 떠넘기는 것, 자신을 초월한 존재에게 구원을 바라는 건 도피에 지나지 않아. 하긴 편하기야 하겠지. 자기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결론 내면 방황하지도 후회하지도 않을 테고. 죽으면 모든 것에서 해방될지도 몰라. 하지만 비겁한 짓이야. 자신의 나약함과 선택을 전부 운명 탓으로 돌리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