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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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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희망과 꿈을 나눠주는 거장의 에세이

기본지식 부족이라 학술책은 힘들어도, 제목부터 참 아름다운 책이고 에세이니까 평소처럼 낚여보기로 했다. 제목은 아름답지만 일단 현실의 참 아름답지 못한 문제들부터 이야기하고, 읽으면서 기가 꺾일 때쯤 이걸 해결하려면 어떤 기술이나 정책, 교육이 필요한가 이야기하면서 꿈을 좀 먹여준다. 과학하는 분이 썼으니 마냥 낙관적일리는 없고 이러이러하게 가면 가능하지만 세상 굴러가는 모양새를 생각할 때 어려울 것 같다는 말도 하고, 중간중간 읽는 사람 김이 빠지는 말도 계속 나온다만.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다 이성적일 것이라 여긴다면 말도 안 되는 기대라던가, 2020년에 처음으로 진화론을 받아들이는 미국인 비율이 50퍼센트를 넘었다던가(...), 영국 정도의 나라도 교육 불평등 수준이 어마무시하다던가...

그래도 무시무시한 현실만 확 던지고 '이대로면 우리 멸망하는데 일반인들이 바꿀 수 있는 건 너무 미약해서 없는 거랑 비슷해요'로 끝나는 것이 아니니 어디냐 싶다. 속도가 느릴지라도 저자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과학자와 시민 모두가 노력하고 정치가 태클을 걸지 않는다면 인류의 미래는 정말 밝을 것 같다. 당장 기후변화도 안 믿는 사람이 최강대국에서 재선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과학의 장미빛 꿈에 초를 치기는 하지만...어쨌든 일반 시민의 과학적 이해가 높아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면, 읽고 돌아서면 싹 잊고 다시 읽으면 또 새로울지언정 과학책을 열심히 보자 다짐하게 된다.

현재의 이슈를 설명하면서 또 여러 가지 새로운(많은 사람들에게는 안 그럴 수도 있겠다만) 것들도 알게 된다. 짧은 소개만 보아도 위대한 사람 조지프 로트블랫의 이야기라던가, GDP에서 연구에 할애되는 비중이 지금 한국이 영국의 두 배를 넘는다던가(!).

이런 책을 읽으면 좀 웅대한 부분이나 저자의 통찰력이 가장 빛나는 부분을 혼자 곰씹든 소개하든 해야한다만, (아마 에필로그 마지막 페이지 소개가 제일 적절하겠지만, 뭔가 스포일러같으니 패스한다) 내 통찰력이 모자라서 그런지 메모해놓고 싶은 문장은 다른 부분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썩 훌륭하지 못한 2류 과학(자연과학이든 사회과학이든)을 연구하기보다는 1류 SF를 읽으라고 권한다. SF가 더 재미있을뿐더러 틀릴 가능성이 더 높지도 않다."


과학이 우리를 구원한다면 - 우리 시대의 구루, 마틴 리스의 과학 에세이
과학이 우리를 구원한다면 - 우리 시대의 구루, 마틴 리스의 과학 에세이
해석하기 두려운 혼란들과 결말

애초에 밝은 책을 바라면 확 줄인 이력만 봐도 가슴이 무거워지는 작가의 작품을 골라선 안 되겠지. 한 챕터는 커녕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죽음의 공포를 별로 즐겁지 못한 연상으로 좀 덜어가는 주인공을 보면 마음이 더 무겁다.

나름 악전고투하는 주인공인데도 그 성격과 행동에 감정이입이 어렵고, 비자를 둘러싼 미친 부조리에 - 정말 블랙 코메디같은 상황이지만, 사실 약간만 다르지 지금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긴 하다 - 그 상황에 울부짖는 인물들의 모습에 숨이 턱턱 막힌다. 나는 독자지 천만다행히도 이 지옥같은 상황 속 항구에 있는 게 아닌데도,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그냥 풀썩 앉는 내 모습을 떠올릴 정도로. 서류 발급의 미친 스파이럴이, 이걸 실제로 겪은 작가가 쓴 만큼 읽는 사람의 정신을 쏙 빼는 절절함이 넘친다.

마리와 의사와 나의 해괴한 삼각관계가,  그놈의 비자들을 둘러싼 상황 때문에 바짝 말라가는 과정이 다른 의미로 정말 속이 탄다. 이게 다 뭐란 말인가. 주인공들이 술 마시는 장면 나올 때마다 이 책의 부록으로 술 한 병을 독자에게 주는 게 나았을 거라고 툴툴거렸다. 그리고 촐싹맞은 독자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마지막 페이지들...이거 희망인가? 이런 거 희망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가? 머릿속이 하얘지는 독자를 진정시키려는지 거의 40 페이지 가까운 작품해설이 권말에 붙어있다. 결말에 놀란 사람이 많기는 했는가 그 부분을 혹평한 평론가들 말도 언급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사람 혼을 쫙 빼놓고 결말이라도 이렇게 안 갔으면...생각하기 그냥 싫다. 작품 속 대부분의 고생을 직접 했던 작가에게 정말 존경을 표한다. 일단 마음이 좀 진정되면, 제7의 십자가도 읽어보아야겠다. 진정되면...

통과비자
통과비자
폭소와 함께하는 학자의 고군분투, 그리고 모리타니의 슬픔

이 책도 왜, 언제 독서 목록에 추가했는지는 잊었다(메멘토냐....). 벌써 내용과 표지가 예고편 한 편이나 다름 없어서(한국판 출판사인 해나무에서 총력을 다해 선전 문구를 표지에 전부 기술해놓았다) 사람 취향에 따라서는 바로 넘기는 사람도 있겠다만 나같은 사람은 바로 낚이기 딱 좋다. 특히나 최근 읽은 책들이 다 좋은 책들임에도 기분이 축축 처지는데다, 현재 손 대던 책이 반도 안 읽었는데 페이지 넘길 때마다 찰싹찰싹 맞는 느낌이라 웃음이 정말 절실했다. 아프리카와 메뚜기와 모험이라...절대 그럴리가 없는데도 인디아나 존스가 벌레 떨궈가며 돌아다니던 모습이 둥둥 떠다니고...인디는 곤충도 모르고 메뚜기 분장 같은 거 하지 않았는데 말이지.

  이미 프롤로그에서 학생들은 알지 못할 슬픔(...)이 밀려온다. [얼마 전만 해도, 아니 예전에는 "내 새끼, 이 다음에 커서 박사가 되려나, 장관이 되려나" 하며 귀한 대접을 받았는데, 요즘은 흔한 게 박사였다. 과잉 배출된 박사들은 문을 두드리는 직장마다 문전박대를 당하고 일자리를 찾아 방황하는 중이다.]

  그야말로 메뚜기 사랑을 살려가며 살 길을 찾기 위해 간 먼 나라 모리타니에서는, 우리가 해외 뉴스나 공포영화에서만 보는 미친 사막메뚜기떼의 공격이 일어난다. 정해진 주기도 없고, 집단행동하는 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멀쩡하게 따로 살던 것들이 아직까지 인간이 해명하지 못한 이유로 뭉치기 시작하면 갑자기 말 그대로 바닥의 흙만 남기고 다 먹어치우는 공포특급을 인간에게 선사한다. 아시아권도 메뚜기의 해악이 없는 것이 아니다만, 그냥 종이 다르거나 여기가 너무 대륙 끄트머리라 그런 일이 드문가 무지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읽고 많이 놀랐다. 마에노 울드 고타로 - 처음엔 희한한 필명이다 했는데, 읽다보면 저 울드라는 이름을 나도 존중하면서 기입하고 싶다. 모리타니 사람들이 애정을 담아서 선물해준 이름이고 작가도 그걸 뜻깊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 씨의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며 웃다 우는 에피소드들 뒤편에 이런 무서운 일들이 있다. 뉴스들을 조금 찾아보니 이 메뚜기떼 생지옥은 코로나 시기 더 심각해져서, 도저히 강 건너 일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내가 뭐 인류애가 넘치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해악을 늘려가는 메뚜기떼가, 먹을 거 없고 시간이 걸리면 바다도 건너겠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아니라고 해도...그리고 저렇게 넓은 지역에서 기아 문제가 생기면, 어떠한 경로든 전세계에 직접적인 영향도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저자가 써놓은 대로, 미리미리 돈과 자원 비축했다가 메뚜기떼가 뜨면 바로 대응해야 하는데 잠시라도 해악이 없으면 바로 지원도 끊기고, 미친 황해가 시작될 때 대응 시작하면 이미 늦고...읽는 사람도 속이 타는데 살고 있는 사람들 속이 어떨지는 상상불가다.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저자대로 대단하고 모리타니 사람들의 긍정성이 대단해서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서 이런 천재지변이 일어나는 가운데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걸까? 여행하러 가는 사람하고는 당연히 차이가 있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일화들 10분의 1만 일어나도 그 나라에 대해 오만 욕을 다 하는 사람들이 널린 세상이니...특히나 주인공의 현지 운전사인 음속의 귀공자 티자니...이거 조금만 고지식한 사람이었으면 현지인이 안 그래도 가난한 연구자 등을 쳐먹는다고 펄펄 뛸 수도 있는 상황인데, 나름 티자니를 자기 대변자로도 쓰고, 같이 돌아다니면서 아랍어도 프랑스어도 아닌 둘만의 재활용 언어를 쓰면서 할 대화도 다 하고 현지 정보도 조달하는데 정말 계속 웃게 된다. 요 몇 년 간 읽다가 정말 어깨까지 들썩이면서 전철에서 웃었던 게 처음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옆에 있던 사람들은 좀 무서웠겠지. 죄송합니다...)

읽고 나서 이것저것 검색하니, 모리타니의 수난은 끝이 없다. 구호금을 들고 간 게 아닌, 그냥 취재하러 온 일본 기자에게 그래도 취재하러 와준 사람은 당신뿐이라고, 고맙다고 말하는 농부의 모습에 할 말을 잃는다. 모리타니 지원 사업 찾기도 어렵고 연구소 후원 모금은 홈페이지에도 없다. 자주 감동하고 자주 까먹고 별로 돈도 없는 내가 이러다 또 금방 잊을 지도 모르지만...일단 작가의 신간이 일본에서 곧 나오니, 그걸 읽으면서 모리타니를 기억하고 싶다. 제목부터 조금은 희망이 보인다. '메뚜기를 쓰러뜨릴 거야 아프리카에서'!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 젊은 괴짜 곤충학자의 유쾌한 자력갱생 인생 구출 대작전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 젊은 괴짜 곤충학자의 유쾌한 자력갱생 인생 구출 대작전
아픔과 마주하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

중요한 대상이 인생에서 사라질 때 아픈 것은 모두 같으나, 아픔에 대처하는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여기에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방식이 너무 파괴적이라 남은 인생을 갉아먹는다면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스스로 도우려고 해야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참 부드럽게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상실의 고통을 어떻게든 빨리 치워버리려는 분위기가 아직까지 더 강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의 속도로 나아가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도 아픈 것이 정상이라고, 하지만 대처하는 태도를 갈고 닦으면서, 소중한 인생을 분노로 태우지 말라고, 삶이 끝난 것이 아니라고 하는 말들...전혀 모르는 타인이 책을 통해 전하는 말들이 참 따스하고 감사하다. 나의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감사히 여기라는 말대로, 저자분에게 닿지 못하더라도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습니다 - 이별한 사람들을 위한 애도심리 에세이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습니다 - 이별한 사람들을 위한 애도심리 에세이
기분 나쁜 이방인의 허무한 도망 게임

작가나 작품에 대한 예비 지식도 없이, 기억은 안 나지만 언젠가 읽을 책 목록에 추가했던 책이다. 그래서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얇은 두께의 소설 안에 이렇게 직시하기 괴로운 인간상들과 부정적인 세상 - 정말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모든 것들이 다 주인공의 시선 속에서 왜곡된다 - 이 빼곡하고 다 읽으니 힘이 빠진다.

흘러가는 방식에서 카뮈의 이방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데, 불쾌함은 이방인의 뺨을 치고 남는 수준이다. 병적인 긍정도 불쾌하지만 모든 것을 곡해하는 시선은 따라가는 것도 괴롭다. 그러나 여기 나온 군상들은 결국 작가가 경험하고 느낀 사람들이니 - 상상력이 섞여있겠지만, 저자와 역자 후기를 보니 그렇게만 생각할 수가 없다 - 씁쓸하기만 하다. 고생스런 집필 끝에 작가는 이런 허무를 독자들에게 알아서 판단하라 내놓았고, 판단도 소화도 어려워 참 괴롭다. 대단한 책이지만 봄날 마음을 사정없이 어지럽히는 책이었다.

도망자
도망자
응원하고픈 마을지킴이들의 고군분투

재미있고 빨라서 어느 새 다 읽어버리고, 마치 하야부사를 여행하다 떠나는 사람처럼 아쉬움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사실 갓파나 츠치노코 이야기도 나왔으니 그런 오컬트 요소를 활용하는 전개를 기대하긴 했다만, 읽다보면 그런 생각도 잊어버린다.

그냥 백면서생인 줄 알았던 주인공 미마가, 정든 마을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에 분노하고 포기하지 않는 부분도 괜히 좋았고 - 한때는 질릴 정도로 흔했으나 어느 새인가 보기 드물어지는 주인공의 덕목이다 - 정도 차이는 있지만 주인공의 일상과 추리 과정에 동네 사람들 모두가 얽히는 부분이 적당히 편안했다. 보통 시골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 책들은 진짜 추악한 닫힌 사회나, 너무 간섭이 심해서 뭘하든 남의 쑥덕방아를 들어야하거나, 아니면 모두의 순수성을 부담스럽게 강조하거나 하는 경우도 많은데 작품 속의 하야부사는 정말 편안하다. 이야기보다 그냥 하야부사가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하다못해 재수없는 면장도, 사람에 대한 애틋함을 아는 사람이었으니...산벚나무 우거진 미마의 집을 상상하니 다 읽었다는 게 더욱 아쉽다. 그러나 하야부사에 또 봄이 오듯이, 나도 다른 멋진 책들과 또 만나겠지.


하야부사 소방단
하야부사 소방단
인간이 만드는 다리와 이야기들

다리라는 것이 만드는 데 힘들고 돈이 드니, 정말 필요한 장소에 만들어지고 완성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된다. 오가는 사람들의 숫자가 누적되는 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쌓여가지만, 다 찾기엔 세상의 다리가 참 많기도 하고...

다리에 관련된 책들도 많지만 일단 이 책은 저자가 저자이니만큼 재미있고 읽기가 편하다. 당장 첫페이지에 나오는 엘베 강의 수로교부터가 신기방기다. 집필된 지가 꽤 되어서, 2024년 관점에서는 그렇게 신기할 것이 없는 장가계 유리다리 이야기도 있다만, 사실 이 다리도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완공 직후에 실제로 올라가봤으면 기절초풍할 곳이긴 하지. 실재하는 다리들 중에 여러 모로 특이한 곳들, 그리고 소설이나 그림에 나오는 가상의 다리들이 두루 나온다. 책에 두 군데나 그림이 실렸는데 흑백 상태에서 알아보기 너무 힘들어 검색한 그림 악녀 흐릿은...해설이랑 보면 참 씁쓸하기도 하다. 내용만 보면 저 다리 무너져야 될 것 같다만 화가의 깊은 속내 내가 어찌 알리.

당장 여행 가서 현지의 다리들을 보기는 좀 어려워도, 전설이나 작품 속의 다리들은 다시 보면서 즐겁게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만들어낸 무언가에 끊임없이 이야기를 덧붙여가는 사람의 능력에 감탄하면서.

세계의 다리를 읽다 - 악마의 다리부터 퐁네프까지 다리에 얽힌 별난 이야기
세계의 다리를 읽다 - 악마의 다리부터 퐁네프까지 다리에 얽힌 별난 이야기
포장되지 않은, 포장할 필요가 없는 상실의 이야기

상실의 기록을 담은 책들은 아주 많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들은 다르고 특별하다. 죽음과 이별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만 그 여로도 고인과의 관계도 다르니까. 어찌되건 절절한 책들은 반드시 한 두 군데는, 너무 똑같은 생각이라 전기같은 충격을 주는 구절들이 있다. 이 책도 그렇다. 그리고 그냥 내 짐작이지만, 치매와 조력자살이라는 특수한 부분이 있어도 사랑하는 이의 상실과 그에 대한 저자의 전혀 아름답지 못한 괴로움과 몸부림이 코로나 직후 울고 싶은 미국 독자들의 뺨을 때린 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저자는 남편과 가족들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천사도 아니고 신경질도 낸다. 정신적 버팀목이어야 할 내 남편이 점점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내가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며 챙겨야하는 존재가 되는 것도 모자라 조력자살을 알아보는 과정은 더 험난하다. 피로가 쌓인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부엌을 엉망으로 만들게 되고, 노인들이 이런 류의 지저분함에 왜 익숙해지는지 깨닫는다. 간신히 남편을 보내고 난 뒤에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분노와 메스꺼움도 느낀다. 이런 감정들은 사실 사람들한테 내보이고 싶은 부분은 아니다. 더군다나 세상은 깔끔하게 빨리 애도하고, 열심히 살라고 너무 쉽게 말하고, 주체 못 하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싫어하니까. 하지만 나의 세계의 기둥이 하나 무너졌는데, 감정의 폭발이나 가끔은 부조리할 정도의 왜곡된 생각을 한 번도 안 할 수도 있을까? 그런 면에서 와닿는 것들이 있는 책이었다.

그냥 우연이지만, 마침 쉼보르스카의 시집을 보는 중인데 작품에도 언급이 되어서 순간 더 복받치는 것도 있었다. (한 잔 술과 쉼보르스카면 정말 눈이 안 떠질 때까지 울 수도 있지 않을까)

애도는 사실상 끝나는 일이 없다. 하지만 작가는 남편의 말대로 이 여정을 글로 썼고, 힘든 이야기를 세상과 공유했다. 에이미 블룸의 책을 처음 읽는 일개 독자인 나에게는, 이미 충분히 경이롭다.

사랑을 담아
사랑을 담아
왕조의 이름 뒤에 있는 간절함과 뿜뿜 부심

제목만 보고 뽑았다가 - 가장 많이 쓰이는 한자들에 대한 책이 아닐까 해서 - 표지를 보니 부제가 왕조 이름 12개로 푸는 중국 문화의 수수께끼다. 이건 이거대로 뭔가 있겠지 하고 그냥 읽기로 했다.

한자에 대한 지식도 많지 않고, 특히 몇몇 한자는 아예 나라 이름이 뜻으로 나와있으니까 별 생각없이 넘겼는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미친 듯이 예를 따지고 남의 나라 국호까지 참견하던 시절에 무려 나라의 이름을 만드니 정말 두뇌를 풀가동해서 만들었을 것이다. 책이 그렇게 두껍지도 않고 초창기 한자들 그림들도 많이 들어있으며 토막지식이 많으니 재미도 있다. 한수를 넘어 은하수까지 포함하는 한나라, 전혀 예상 외의 뜻이 있는 당나라, 부수 설명하다 줄줄이 나오는 건물 관련 한자들...당연히 옛 사람들의 예 사랑 오행 사랑도 나오고 신기한 것들 많다.

단지...다 그런 건 아니다만 한국에 번역된 중국 역사 서적들은 상당히 감정을 실어 서술하는 책이 좀 많고(거의 매 페이지마다 느낌표가 있던 책도 있었지...) 이 책은 번역자분이 간지럽다고(...) 본문 구절을 빼고 그 부분을 주석으로 넣은 부분도 있을 정도로 중화사랑의 기운이 넘쳐난다. 내가 사학자도 아니다만 몽골인들은 중국인의 DNA를 품고 있었을 거라고 하는 부분 보면 좀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그래도 깨알 지식과 더불어 역자분 말마따나 옆나라에 대한 흥미롭고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책임은 분명하다. 사실 제일 눈이 번쩍 뜨인 건 '정부 기관 공문은 방송체(仿宋體)고 인장은 송체인데 누가 당신에게 내민 공문에서 이게 안 지켜지면 사기다' 대목...그러나 이 책 원서가 2015년에 나왔고 범죄는 나날이 발전하는 걸 고려하면 이 부분도 이제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기억해두는 걸로!

12개 한자로 읽는 중국 - 왕조 이름 12개로 푸는 중국 문화의 수수께끼
12개 한자로 읽는 중국 - 왕조 이름 12개로 푸는 중국 문화의 수수께끼
깨알 재미 넘치는 유럽의 문장 해설

유명 기업이나 축구팀 로고들을 통해 물 건너의 문장들이 그래도 낯설지는 않다. 저게 과연 뭘까 하는 의문을 안 가져서 문제다만; 나만 무심한 건 아니었던 모양인지 머리말에도 국내 문장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저자분들의 아쉬움이 나와있다.

문장을 뜻하는 용어부터가 처음 접하는 것들이고, 가족관계, 직업, 동네 등 다양한 내용들도 그렇고 귀족들만 쓰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도 신기하다. 영국에는 문장원이 아직도 있고 케이트 미들턴에게도 하나 만들어 줬다는 것도 왕년에 서프라이즈 보던 기분이다. 분할 도형이나 각종 용어까지는 다 외울 수 없겠다만, 인상에 남는 그림들이 꽤 많아서 - 개인적으로 장풍 날리는 코끼리랑 보름달이 머리에 확 박힌다 - 어느 정도는 기억할 듯. 축구팀들이 사용하는 문장도 그렇다만 진짜 왕좌의 게임 문장 해설까지 나와서, 비유가 좀 그렇다만 출출할 때 먹방보는 사람마냥 책을 보게 된다. 이걸 다 외울 수 있으면 앞으로 로고만 봐도 재미가 쏠쏠할텐데 안타깝다 후...그래도 이 분야가 아시아권에 소개가 적은 거지 유럽에서는 덕들이 넘치는 모양이라, 정보 홈페이지나 나만의 문장 만들기같은 페이지들도 많다. 쑥스럽다만 나도 하나 만들어 보고...

눈아픈 사분할 문장에도 많은 이들의 관계가 얽혀있다고 생각하니 재미있게 느껴진다. 문장 관련 책들이 좀 더 출판되기를 기다릴 뿐!

문장과 함께하는 유럽사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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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4월 16일, 체호프를 낭독합니다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그믐밤] 43. 달밤에 낭독, 체호프 2탄 <세 자매>[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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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에도 요령이 있나요?
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밤] 7. 북클럽 사용설명서 @시홍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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