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98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꼬모님의 블로그

글로 남기는 나만의 기록장
전체보기(472)
언제나 즐거운 먹는 이얔

울적할 때 좋은 책들은 큰 위안이다. 그리고 허전하고 집중력도 떨어질 때, 제일 편안하고 즐거운 건 먹는 얘기다. 번역이 나온지가 십 년이 넘어가는 책이지만, 각종 소소한 이야기거리를 즐기면서 세상에 내가 모르는 어떤 맛난 게 또 있나 눈을 좀 번뜩여보기 적절했다.

나이 드니 별 이상한 데서 찡해질 때가 많은데, 벌써 역자의 말에서 찡하고 - 한국의 빵 과자 전래 역사에 비해 역사서가 없는 것이 안타까워, 제과업계에 몸담은 기술인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했다는 이야기 - 기술은 커녕 뭐 제대로 의사소통은 되었겠나 싶은 옛날에 긴 교배를 통해 7쌍 염색체의 밀을 21쌍 염색체로 탄생시킨 이야기나 - 얼마나 배고프고 필사적이었겠는가 - 사과가 몸에 좋다는 말 한 마디 하는데 시대와 맞서는 용기가 필효했다는 것에 또 찡...밥줄 걸리면 체면이고 자시고 없는 건 시대를 초월한다는 게 좀 슬픈 대목도 있고, 이 책 보기 전에는 존재 자체를 몰랐던 부세 아 라 렌느도 참으로 먹어보고 싶고...갑갑한 마음을 좀 샤워도 시켜주면서 이것저것 알려준 즐거운 책이었다.

양과자 세계사
양과자 세계사
연초 새삼스레 느껴보는 자조와 희망

가벼운 독서수다를 떨고 싶어서 그믐에 가입했으나

공개적인 곳에 글을 쓸 용기가 나지 않고,

어떻게 뭘 쓰지 고민하다 새해는 시작해 보기로 했다. 뭘 쓰기는 써야, 같은 책을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생길 수 있겠지...그리하여 2024년 읽은 첫 소설 이야기를 써본다. 신간도 아니고(국내 출간은 2016년이다) 시작부터 속이 갑갑한데도, 읽다보니 구질함 속의 햇살이랄까, 지속력은 매우 짧지만이야기가 끝나면 느끼는 '그래, 인생엔 희망이 있어!' 타임을 맛보았기 때문에 희망이 간절한 연초에 꽤나 적절한 책이었다.


자연재해에 대한 사회적 복구라는 개념도 별로 없던 백 년 전, 이미 동네는 한 번 초토화가 됐고 그 와중에 간신히 남아있던 제방 터지면 아주 가루가 될 지경인 미시시피 시골마을. 치안도 아주 대단해서 동네 경찰은 뇌물이나 받아먹고, 금주법의 시대에 어쩔 수 없이 출동하는 단속원들은 어디서 총맞고 묻힐지도 모른다. 이미 이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빡세건만, 여주인공은 남편 잘못 만난 것도 부족해 이미 갓난 아기를 잃은 상태. 초반 몇 장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오르기 시작한다. 이거 행복하게 안 끝나면, 차마 책을 태울 수는 없겠지만 일기장에라도 작가 욕을 쓰겠다 다짐하게 된다.


체구는 작으나 총질도 잘 하며 적응력이 뛰어나고 아픔 속에서 깨달은 게 많은, 읽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딕시 클레이. 그리고 갓난 아이가 배경에 없었다면 참으로 오글오글한 딕시와의 첫만남을 갖게 되는 또 한 명의 주인공, 밀주 단속원 잉거솔. (본문에도 있지만 책 뒤에 아예 등장하는 노래 리스트를 작가들이 정리해 놓았고, 첫 만남에 잉거솔이 부른 노래를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다. 아름다운 노래다만 멋들어진 만돌린 실력뿐 아니라 이 노래를 부르며 '깊고 두려움 없는 목소리'까지 뽐내다니...몸이 오그라든다) 둘이서 2주간 빡세게 인생의 쓴 맛을 보고 얻어맞고 채이고 물에 빠지고 사랑하고, 읽는 사람도 기진맥진할 무렵에 드디어 잔잔한 행복이 시작된다. 작가는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쓸 뿐이고 나를 행복하게 할 이유가 없을진대, 읽으면서 '아 제발 쫌!' 을 연발하던 나의 바람과 결말이 같으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아아 딕시!


악역들은 생각보다 빡센 인과응보를 겪지 않았으나, 이것들의 길고 꾸질한 고통보다는 주인공들의 새로운 출발로 빨리 넘어가는 게 내 정신건강에도 좋았으니 더 따지지 않을 것이다. 새해라는 것이 사실 달력상의 숫자가 바뀌는 것이지 내가 새로 태어나는 것도 아니다만, 희망을 갖고 싶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게 되는 시기가 아닌가. 이럴 때에, 답도 없고 인터넷도 없는 환경에서 인생에 두들겨맞고 감당할 수 없는 재해까지 만나지만, 그 끝에 드디어 꿈꿔본 적 없는 조용하고 따스한 행복이 있다고 말해주는 이야기를 읽으니 뭉클하기 그지없다. 이런 만남은 우연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서에 과도한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다만, 한 편의 이야기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죄는 아니지 않은가. 독서와 함께 부푼 희망이 이삼일은 갈지 잘 모르겠지만, 그 뒤에 또 새로운 책들을 만나겠지. 그리고 또 끄적여볼 용기가 생기면, 홀로 또 꾸역꾸역 써보자.

기울어진 세상
기울어진 세상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증정-선착순 10명] 청선고로 모여라!『열여덟의 페이스오프』작가와 함께 읽기4,50대 세컨드 커리어를 위한 재정관리 모임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커리어와 나 사이 중심잡기 [김영사] 북클럽
[김영사/책증정]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는 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구글은 어떻게 월드 클래스 조직을 만들었는가? <모닥불 타임> [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
[여성]을 다양하게 말하기
[책증정] 페미니즘의 창시자,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자 《메리와 메리》 함께 읽어요![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책증정]『빈틈없이 자연스럽게』 반비 막내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클래식 2025] 9월, 제 2의 성 [도서 증정] 《여성은 나약하고 가볍고 변덕스럽다는 속설에 대한 반론》 함께 읽기[도서 증정] <문제적 여성들의 북클럽> 번역가와 함께 읽기
그믐의 대표 작가, 조영주
[책 증정] <탐정 소크라테스> 조영주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증정] 작가와 작가가 함께 등판하는 조영주 신작 <마지막 방화> 리디셀렉트로 함께 읽기[장맥주북클럽] 1. 『크로노토피아』 함께 읽어요[박소해의 장르살롱] 19. 카페 조영주로 오세요
책도 주고 연극 티켓도 주고
[그믐연뮤번개]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짧은 역사, 천천히 길게 읽고 있습니다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 그림책 좋아하세요?
벽돌책 사이, 그림책 한 칸 (부제: 내가 아는 29가지 기쁨의 이름들)[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도서 증정] 《조선 궁궐 일본 요괴》읽고 책 속에 수록되지 않은 그림 함께 감상하기!"이동" 이사 와타나베 / 글없는 그림책, 혼자읽기 시작합니다. (참여가능)
진짜 현장 속으로!
[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중독되는 논픽션–현직 기자가 쓴 <뽕의계보>읽으며 '체험이 스토리가 되는 법' 생각해요[도서 증정] 논픽션 <두려움이란 말 따위>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동아시아)[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
체호프에서 입센으로, 낭독은 계속된다
[그믐밤] 47. 달밤에 낭독, 입센 1탄 <인형의 집>[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
봄에는 봄동!
단 한 번의 삶방랑자들여자에 관하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편견을 넘어 진실로: 흑인문화 깊이 읽기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5.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루시우 데 소우사
비문학을 꾸준히 읽는 중
독서기록용 <한옥 적응기>독서기록용 <가난의 명세서>[독서 기록용]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