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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꼬모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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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야 봤나 눈물 나는 이야기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건 사회의 그늘을 까고 파는 이야기니까 애초에 속 편하게 볼 방법은 없고, 보통은 마지막에 햇살이 비출 거라는 믿음 하나로 부글거림을 참는다. 하지만 이번엔 중간중간 속이 터지면서도, 얘기가 어떻게 튈지 너무 궁금해 책장 넘기다보니 눌러참고 어쩌고 할 새도 없이 이야기 종료. 막판에 퉁바오쥐가 난입할 때,  '그래 이렇게 빛이 비추는구나!' 주먹 쥐고 기대했는데 결말에 빛줄기 너무 가늘어서 띠용이다만...어쨌든 재미있어 진작 보지 못한 게 후회된다. 그런데 작가 다른 작품이 꼴랑 한 권인데 미번역이니까, 읽어버린 것도 후회된다. 이게 다라니!

주연 3인방부터 강렬하다. 여러 가지 의미로 어떻게 이런 인물이 나왔나 싶은 퉁바오쥐, 착한 쓰레기 시키 롄진핑, 그리고 이야기 속 '울컥' 지분의 절반 정도 담당하는 리나...우리 리나 잘못 되었으면 이 조악한 글은 된소리의 도가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조연들도 개성 터지고, 특히나 법무부 장관님의 행적엔 소름...정치 드라마였으면 이 사람이 원탑일테니 슬쩍 아쉽기도.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이 동네도 없을 리 없는 사회 문제들도 꽉꽉 차서 하나씩 생각하면 끝도 없다. 사형, 차별, 이주노동자, 무국적 아동, 언터처블 업계 등등 완전 지옥의 종합 선물 세트. 판사들끼리의 사건 배정 조작 문제는 예상 밖이라 간만에 간담이 서늘했는데, 역시나 한국도 관련 기사들이 있어 법에 대한 믿음이 또 깎여나간다.

드라마화가 성공해서 그런가, 작가분이 새 책이 아니라 새 드라마 작업 중이라는 게 기쁘면서도 아쉽다. 그러나 뭐든 잘 팔려야 후속작을 접할 수 있을테니, 그저 신작의 성공과 노벨라이즈를 기원할 뿐. 이렇게 또 코가 꿰이네...


"한 사람이 얼마나 운이 좋아야 여기 계신 여러분처럼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세상은 몹시 따뜻하다고 긍정하며 살 수 있을까요? 또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서 어떤 범죄자가 잔인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바츠먼의 변호인
바츠먼의 변호인
두려운 시절, 용기 있던 사람들 

2차대전 시절 이야기를 꽤 접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하면 참전국이 아닌 나라들의 사정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 강대국들 사이에 꽉 끼어서 어떻게든 중립 지키려 혼 빠지는 줄타기를 하는 와중에, 자국민 플러스 손에 닿는 이들까지 구하려고 했던 터키 외교관들이 있었고 그 명단이 박물관에까지 있다니.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놀랍기도 하고 심각해진다. 그저 내가 모를 뿐, 세상에 참으로 많은 사정들이 있다...

유대인들을 터키까지 탈출시키려는 이야기이니 안 그래도 초조함이 기본으로 깔렸는데, 다양한 군상들이 안겨주는 스트레스에 속이 내 속이 아니다. 탈출극에 불을 붙이는 민간인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도, 셀바 커플에겐 끝까지 적응 실패. 사랑이나 종교의 관용에 대해 굳은 심지를 가진 건 좋은데, 자기 몸도 못 지키는 상황에서 언니 덕에 초특급 대우를 받으면서도 부부가 번갈아가면서 갑갑한 소리 할 때는 와 진짜...제일 긴장되는 기차 안 여정에서, 셀바가 한 일들은 의도는 좋아도 공연히 눈길 끌기 딱 좋으니 라파엘이 센 소리 하는 것도 당연하긴 했다. 그러나 이때까지의 언동에 비추면 댁이 해도 되는 대사인가 묻고 싶어유...당장 죽느냐 사느냐하는 마당에 마누라 놀래키지 않겠다고 되도 않는 변명했다가 더 무서운 일 부를 뻔한 것도 모자라, 있는대로 몸 사려야하는 상황에서 사망 신고 타령하는 페릿한테는 어느 순간부터 어이가 없어서 화도 안 난다. 우선순위 판단이 이 정도로 안 되는 레지스탕스가 이때까지 살아남은 것이야말로 진정한 픽션의 기적. 

감명을 받는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한 국가의 일이라도 A는 A고 B는 B이며, 시간 간격이 있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다를 땐 더 말할 필요도 없다는 건아는데...아르메니아인들에게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타륵이 너무나 자신있게 '아나톨리아 반도에서는 복잡하고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섞여 사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 우리는 민족국가로 변할 때도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참...어쨌든 절박한 시기,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키면서까지 목숨을 구하려고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로나마 접해서 다행이다. 하필 페릿의 대사라 미묘하긴 하지만, 여러모로 생각하게 되는 말 메모. 

"인생이라고 하는 게 뭘까요? 결국엔 우리 모두 죽잖아요? 적어도 사는 동안 부끄럽지 않은 소망들로 채워야지 살아온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네페스 네페세
네페스 네페세
땀흘리며 짚어보는 윤리학 기초

윤리학. 짚어 보면 개뿔도 모르면서, 의무교육 마쳤고 나이 들어 풍파 좀 맞아봤다고 마치 아는 양 저도 모르게 착각하게 된 분야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스스로가 너무 무섭네; 모르면 모르는 거지 안다고 착각하는 건 대체 뭐여...

자학 백 번 해봤자 돈도 안 되고(이걸로 돈이 벌리면지금 통장 잔고가 베조스 수준이겠지...) 히라오 선생님이 친절하게 기본부터 짚어주는 설명에 집중한다. 차근차근 설명 후 각 챕터마다 표로 정리도 해주시고, 권말에는 복습 겸 과제 용 부록까지 있으니 학생 때 이렇게 배웠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예시에 데스노트나 원피스, 대부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작품들이 나와서 마음이 더 편하기도 하다. 그 와중에 읽다 크윽 하는 문장들도 많고..."문제를 일으킨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자주 하는 변명은 '법의 절차에 따라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습니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법률에 따를 것인지 아닌지가 아닙니다. 그 당연한 것을 당당하게 말하면 곤란합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 사람이 인간으로서 제대로 행동했는지를 듣고 싶습니다. " 내가 너무 쉽게 감탄하는 건가?

사전적인 개념들을 제대로 탑재하지 못한 것도 창피하지만, 공리주의의 공리가 公利가 아니고 功利라는 걸 이때까지 몰랐다는 것에 순간 휘청. CSR이나 응용 윤리학이란 단어도 처음 보고...일단 표로 정리된 부분만이라도 까먹지 않도록 노력 많이 해야겠다. 그리고 윤리학이라는 게 뜬구름잡는 소리가 아니라, 서로 최대한 몸 보전하면서 살기 위한 바탕이라는 것도...최소한 주변의 꿈나무들이 이거 뭐예요 물어보면, 오답은 주지 않도록!


"우리는 그것을 지식으로 배우기만 할 뿐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윤리학 지식 같은 것은 술집 화장실에 붙은 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 모든 판단의 순간에 가장 나답게 기준을 세우는 철학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 모든 판단의 순간에 가장 나답게 기준을 세우는 철학
범인 잡기만큼 머리 아픈 보도 드라마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죄다 드라마나 소설에서 얻은 것이니, 정확히 아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일단 이 책도 르포도 아닌데다 외국 소설이니, 한국도 그러려니 하고 있다간 큰일 나겠지만...오보를 내면 신문사 안팎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정보도도 별로 읽어본 기억이 없으니, 별로 책임 안 지고 넘어가나보다 두루뭉술한 이미지만 가졌는데, 사실 확인도 안 하고 이런 생각하는 건 한 전문 직업군에 대한 큰 실례가 아닌가. 아는 건 여전히 없다만 선입견이라도 얼른 버려야겠다.

미스터리라고 표지에는 써있지만 딱히 범인을 먼저 잡는 것도 아니니 쪼금 김은 샌다. 그래도 사회부 기자라는 직업의 이런저런 면모에 놀라기도 하고 질리기도 하며 재미있게 읽었음. 경찰 상대로 기사거리 빼내는 것도 뭔 심리 게임처럼 해야 하고, 헤드라인 문장부터 어디에 어떻게 싣는가 같은 문제로 회사 사람들이랑 옥신각신해야하고, 승진도 신경써야 하고, 타 회사 기자들도 견제해야 하고 중간중간 거짓말도 잘 해야하니 직장 생활이 뭔 더 지니어스다.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면 책 한 권도 안 봐도 웬만한 심리학자 뺨칠 듯. 하지만 책이 나온 지가 거의 십 년이 되가고, 일단 말을 던져놓고 보는 sns나 유튜브 채널의 기사들이 인기를 끄는 지금은 세키구치나 니카이도 같은 기자들 이야기는 고리짝 옛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언론일을 물어볼 지인도 없으니 결국 궁금하면 기자분들이 쓴 책을 찾는 게 수인가...어쨌든 기사를 읽을 때, 누군가가 자기 피를 말려가며(때로는 남의 피를 말리면서) 글을 썼을 거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면서 보는 걸로...

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재미와 슬픔 주는 곤충들 이야기

자연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도시생활에 익숙해져 그런가 벌레 이야기엔 열의가 올라오질 않는다. 그래도 제목을 보고 뭔가 신비한 것이 있겠다 싶어 집었는데, 오 이거 요새말 - 혹은 이미 유행 지났는데 내가 모르는 말 - 로 꿀잼이다. 자연에 관한 지식이 재미있자고 배우는 건 아니다만, 그래도 이런 재미를 모르고 나이를 먹었다니 창피하기도 하고 손해본 것 같기도 하고...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곤충 껍질이 어느 정도 자가 수복이 가능한 큐티클이라는 사실을 오늘까지 몰랐으니, 주변의 아가들한테 그런 질문 받은 적이 없다는 게 정말 다행이다. 개미나 벌 허리가 왜 잘록한지도 생각해본 일이 없고, 한 30초만 생각해도 벌이 바구니를 들고 다닐 리가 없으니까 꿀을 운반할 방법이 뻔한데 그걸 먹어서 운반하고 귀가해서 토한다는 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고...살아있는 숙주에 알 낳는 포식기생자의 존재를 옛날옛적 학생용 책에서 보기는 봤다만, 그 포식기생자에 또 포식기생하는 곤충이 있다는 건 놀라서 순간 크흥 콧바람 나올 지경. 진짜 이게 다 뭐이미...

그리고 부패라는 과정이, 인간의 미적 감각에 들어맞지는 않더라도 세상의 순환에 꼭 필요하니 이에 기여하는 구더기 왜 수많은 곤충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게 맞다는 건 알겠음. (그렇다고 여름에 초파리 트랩 구매를 스킵하는 일은 없겠지만...)

영국의 위대한 박식가 제이컵 브로노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죽지만 탄소는 죽지 않을 것이다. 탄소의 생애는 당신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탄소는 흙으로 돌아갈 것이고, 때가 되면 식물이 그 탄소를 다시 흡수해 한 번 더 식물과 동물의 순환 과정에 집어넣을 것이다."

따져보면 아는 얘기인데 표현 진짜 멋있다...

그리고 생물 다양성이나 살충제 문제라는 게 참...침묵의 봄이 나온 게 검색하니까 1962년이다. 그럼 60년이 넘게 돌림노래가 점점 더 많은 근거와 함께 울려퍼지는 중인데도, 관심 없는 사람은 평생 관심 없고, 관심이 있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 미약하고, 서서히 쪄죽는 것보다 눈 앞에 밥줄이 사라지는 걸 더 두려워하는 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니 인간의 종족 보존이란 건 여러모로 글러먹었다. 뭐, 아직도 연구할 영역이 엄청 남아있는 곤충의 세계가 우리들을 구해줄지도 모르고, 인간이 작살날지라도 맥개빈 슨생님 말마따나 '곤충은 이미 몇 차례의 지구 격변에도 살아남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쪼까 희망적인 마음을 가져봐야지. 읽고 나서 유튜브 검색하니 슨생님 동영상도 꽤 많으니 한동안 심심할 일은 없겠다.

"식물과 끊임없이 전쟁을 벌인 결과, 곤충은 우리에게 마시고 먹고 더 나아가 치료하는 데 쓸 온갖 것들을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니 그들에게 고마워하고 또 고마워해야 한다."

숨겨진 세계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곤충들의 비밀스러운 삶
숨겨진 세계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곤충들의 비밀스러운 삶
내향형 주인공의 쌩고생 스릴러

범죄 세계의 특수 청소부라니, 자동으로 존 윅 시리즈나 SP가 떠오르고 이미 머릿속은 미친 액션의 꿈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과도한 지레짐작이 보답 받는 일 따윈 없었고...청소만 잘 하지, 사격은 커녕 소지한 무기도 없고, 이런 작품에서 꼭 필요한 해커 친구도 없는 고독하고 예민한 주인공에 한숨 팍. 그러나 이 설정이 무슨 죄가 있겠나, 애초에 표지부터가 액션 소설이랑 거리가 있는 프랑스 소설 집으면서 망상의 날개를 못 접은 게 잘못이지...

첫 페이지부터 나오는 운동 부족 문제도 그렇고, 직업 빼면 특수한 게 없으니 사체 운반하면서 낑낑대고, 맞고 한 방에 쓰러지기도 하니 보면서 갑갑한 장면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래도 흐름이 골 때리고, 의문이 꼬리를 물면서 사건의 진상이 점점 더 궁금해지니 페이지는 잘 넘어감. 개인적으로는 결말에 완전히 기대를 못 버려서 - 첨부파일에 핵폭탄급 비밀이 있을 줄 알았음 - 다시 한 번 김은 샜지만 어쨌든 납득은 간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상황 파악 다 했다고 생각하면 나중에 작살날 수 있다는 교훈도 와닿으니 어쨌든 잘 읽은 걸로. 요상한 기대가 없었으면 더 몰입해서 보았을 수도 있을텐데, 제 버릇 어디 못 주는 게 인생이니 어쩌리오...

범죄 청소부 마담 B
범죄 청소부 마담 B
그 순간들을 생각하게 하는 절절한 문장들

나이만 든 게 아니라 감성도 삭았는지, 연애와 이별이 가져오는 감정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젠 죽음이 아닌 이유로 헤어졌다면 족한 것 아닌가 하며 지내는 사람임에도, 책을 펼치니 마음이 괜히 요상하다. 아름다운 문장들을 읽고 이 뭔 조악한 글이냐만;;

시 같은 구절들에 좀 취하다가도, 아름다운지 집요한지 모를 부분에서는 자다깬 사람 마냥 꿈뻑꿈뻑. 글들이 종이 속에서 몸부림을 치는 와중 베르테르 언급까지 나올 땐 마음이 무겁다.(개인적으로는 베르테르란 인물이 꽤 오싹하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왜 감성을 감성으로 받지 못하노...) 사유와는 거리가 먼 독자에게도 잠시나마 동질감을 주는 '유치함' 파트마저도 '이 부분 제 마음 같습니다'라는 말은 못하겠다. 제대로 자기 감정에 쩔어서 퇴행할 때 원래도 부족한 문장력을 아예 상실하는 독자는, 그런 순간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놀랄 뿐. 주책맞은 나에게 섬세한 글들이 어울리지 않게 느껴져 살짝 움츠러들지만, 안 어울리는 말들을 곰씹는 것도 가끔은 괜찮겠지.

이별의 푸가 -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 일기
이별의 푸가 -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 일기
세상 신기한 그림들에 깜짝

화집이지만 어쨌든 해설도 있고 재미지니 독후감을 써도 괜찮겠...지? 미술 지식이 별로 없으니, 이 장르가 현대미술에도 애용된다는 것부터 놀라고 들어간다. 신화나 마녀같은 주제면 모를까, 4대 원소나 연금술을 지금도 그리고 있다는 건 완전히 예상 밖. 해설 없으면 몇 백년 전 작품이라 착각할 것 같은 그림도 있고, 완전히 추상화라 해설이 없으면 오컬트고 자시고 아예 뭔지 모르겠는 그림도 있고. 솔직히 파울 클레가 그린 마녀 그림은 초심자에게는 그냥 졸라맨이니, 해설이란 정말 중요허다...

그 와중에 영매나 예언자(...), 신지학자가 부업(아니, 그쪽이 본업인가?)인 화가들 왜 이리 많노. 교과서에 실린 작품만 생각해보면 도저히 그런 상상을 할 수 없는 몬드리안이 신지학 협회 네덜란드 지부 회원이라는 글에선 눈만 껌뻑. 세상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염사라고 주장하는 작품들은 이런 책 아니면 볼 기회가 아예 없었을 것 같고, 여러모로 희한한 경험 선사하는 한 권이었다. 개중에 멋있는 그림들은 또 엄청 멋있으니 한동안 구글링할 거리들 떨어질 일은 없을 듯. 파도 파도 신기한 게 계속 나오는 놀라운 세상 만세다.

오컬트 미술 - 현대의 신비주의자를 위한 시각 자료집
오컬트 미술 - 현대의 신비주의자를 위한 시각 자료집
고생(?) 끝에 낙이 오네 끄흐...

웃음이 간절해서 명랑하고 귀여운 표지의 책을 집었는데, 도중에 머리가 아파 잠시 눈을 감는다. 분명히 밀리의 행동에 유머가 있기는 있는데...갈수록 웃음은 안 나오고, 이야기가 굴러갈수록 스트레스만 야금야금 계속 상승. 어느 정도 넘어가면서 정이 붙게 되는 에이딘까지 고난을 겪고, 초반의 은행 심부름부터 설마설마했던 게 역시나가 되니 이게 뭐냐는 소리가 안 나올 수가 없음. 이 표지와 흐름이면 어떻게든 마지막은 해피엔딩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속이 왜 부글부글하노. 밀리의 탈출극은 또 어찌 이리 꼬이는지, 읽으면서 웃어야 되나 울어야 되냐 모를 지경. 짜증을 누르고 또 누르며 겨우 모두가 활짝 웃는 결말을 맞이하니, 진부하고 뭐고 다 상관없고 역시 해피엔딩이 최고다 만세다...아우 피곤해...

83년째 농담 중인 고가티 할머니
83년째 농담 중인 고가티 할머니
감사한 분들이 들려주는 일과 사명감

책 표지의 저자명은 '현장 과학수사관 28명'이고 각 챕터에도 글쓴이의 이름이 없다. 맨 뒤에 작은 글자로 명단이 쭉 실려있기는 하지만, 사람이 고생을 이야기할 때는 누가 좀 알아줬으면 할텐데 오히려 뒤로 한 발짝 가는 모습에 살짝 놀란다. 대형 스타들이 써준 추천사가 앞표지에 뻘건 대형폰트로 찍히지 않은 것에 괜히 아쉬운데(뒷표지에는 너무 작게 박혀있고, 본문에서도 맨 처음 페이지가 아니라 제일 마지막...), 생각해보면 일개 독자가 생각하는 걸 전문가들이 모를 리 없으니 그냥 내시는 분들께서 '책을 남겼다는 게 중요하지 판매는 중요하지 않다'는 마음이셨을 수 있겠다. 많이 많이 파셨으면 하는 건 그냥 독자 1의 속된 생각...여러모로 이 미친 자기 PR의 시대에 참 보기 드문 일이다.

이미 시작에 '전국 1832명 과학 수사관을 대표하여'라고 적힌 데서 세상에 잠 잘 시간은 있는가 깜놀. 시나 도가 아니고 전국에 1832명이라니 뭐 인간 문화재냐. 이거는 일을 때려치거나 보살이 되거나 할 수 밖에 없겠구나 짐작했는데 역시다. 안 그래도 정신적인 압박이 있는 작업이 양까지 많으니, 어지간하면 불평 한 두 마디라도 나올 것 같은데 짜증은 커녕 본인들의 마음가짐을 반성하는 문장들이 더 많으니 참...고생담도 '내가 이렇게 고생했다'가 아니라 억울한 사람이나 가족들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이니 작업에도 마음가짐에도 고개 숙일 뿐이다. 인간에게 제일 실망할 수도 있는 자리에서 희망을 찾는 1832명의 보살님들, 이 글을 보실 리 없겠지만, 그래도 감사하며 박수를 보냅니다.


"이 비극은 과연 막을 수 없었을까?...우리가 진실을 찾아 내는 이유는 단지 사건의 원인을 밝혀내는 것만이 아니다...사라진 생명들은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교훈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는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그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책임감이자,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눠야 할 사명이리라."

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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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은 그믐밤입니다~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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