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98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꼬모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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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 군밤같은 뉴질랜드 인간(+개)극장 2탄

루스 슨생님의 후속작에다 표지 너무나도 귀여워 안 읽을 도리가 없음. 따스한 분위기도, 꽤 싸늘한 에피소드를 스리슬쩍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것도 그대로지만 훈훈 파트 분량이 더 많아 읽는 마음이 훨씬 편하다. 개들의 일화도 사진들도 입꼬리 절로 올라감.

개들이 보이는 사랑에 마음이 뭉클하고 그런 사랑을 받는 이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주인들도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가볍게 '좋겠다~' 소리 할 것도 아니다. 그리고 반려견에게는 처음부터 따라붙는 문제점인, 주인보다 짧은 수명을 생각하면 더더욱...암이나 노쇠로 인한 질환들로 고통스러워하는 것도 봐야하고, 운이 나쁘면 예상보다 더 빨리 헤어져야 하니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더 많은 이별들을 경험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고,  헤어짐이 고통스럽다고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많은 이들이 말하지만...당장 개들도 제 친구가 사라진 것에 2킬로미터 넘게 소리가 진동할 정도로 울었다는 이야기 보면 역시 엄두가 안 난다. 그냥 내 멘탈이 너무 약한 것인가...

어쨌든, 뒷이야기 홈페이지와 인스타 큐알까지 볼 수 있어 배부르고 따순 시간이었다. 귀염둥이 투이 사진에 넋 빼다 시간 왕창 잡아먹어 당황하긴 했으나(간만에 sns의 역기능 제대로 실감...), 후회는 없음. 자그마한 책방과 개들의 다음 이야기도 빨리 나오기를!

책방과 개 - 훈자와 세상 끝 책방의 친구들
책방과 개 - 훈자와 세상 끝 책방의 친구들
생물의 신비와 더불어 보는 정체성 탐색기

제목과 표지에서 '나는 서정적인 책이로소이다' 아우라가 뿜뿜이라, 겨울철 피부처럼 건조한 감성에 수분을 공급하고 싶어 픽. 예상보다 슬퍼 조금 당황했다. 분명 배드엔딩이 아니고, 책 마지막 문장은 요 근래 본 책들 중에서 제일 희망찬데도 은근히 시린 뒷맛이 남으니 가을 다 끝난 마당에 급센치해짐...끄으으...

여러 생물들의 모습이 이렇게 철학적인 인생 키워드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자연에서 뭔가를 배운다는 건 본래 이런 모습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본다. 신기한 지식만 암기하거나(...기실 이것도 잘 안 된다만), 인간의 파괴의 손길에 냉소나 자학만 보내는 게 아니라 내 모습을 돌아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리고 당장 어린 시절과 비교해도 손에 넣을 수 있는 과학적 정보들이 엄청난데도, 아직도 인류가 스스로의 정신과 육체에 대해 이렇게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이 씁쓸. 모든 챕터에 슬픈 체험들이 넘쳐나지만 잡종 챕터는 정말이지...한숨을 안 쉬고 넘어갈 수 있는 문장이 거의 없으니, 모르는 사람이 읽는 모습 봤다면 집에 뭔일 난 줄 알았겄지. 어쨌든...엄청나게 열심히 살아가는 생물들(특히 문어)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 나이 되도록 스스로를 아는 것도 힘들어 버벅대고 있을지라도, 적어도 나에 대한 정의를 남이 내리게 하지 말자고 새삼 생각해본다.


"시인 로스 게이는 이렇게 묻는다.

혹시 우리의 모든 슬픔을

- 우리의 모든 죽은 친족과 깨진 관계를,

삶이 불가능해 보이는 모든 순간을 -

하나로 잇는 것이,

그 모든 크고 작은 비통함을 하나로 잇는 것이,

혹시 그것이 기쁨이 되지 않겠느냐고.

그날 정체가 모호한 방울들 속에 떠 있는

다른 해수욕객들을 볼 때,

이 이상한 순간을 공유하기 전에는

다들 서로 낯선 사람이었던 그들을 볼 때,

나는 내 몸이 그들의 몸에 사슬처럼 이어져 있다고 상상했다. 내 슬픔이 그들의 슬픔과 이어져 있다고. 내 생존이 그들의 생존과 이어져 있다고."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 - 열 가지 바다 생물로 본 삶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 - 열 가지 바다 생물로 본 삶
한없이 울적한, 미신과 시대의 상처들

희한한 문양이 인쇄된 표지를 보고 집었을 때는, 신기한 전설이나 주술성 미술품들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완전 아니었다. 기본 배경이 일제시대인 탓도 있으나 내용 정말 어둡다...기우제까지는 헐 소리 좀 나오는 정도지만 나병 챕터부터는 몸이 굳어서 아무 소리도 안 나옴. 이런 일들이 일어난 지 아직 백 년이 안 지났다는 것도 소름끼치지만, 보통 사람도 '이제 더 남은 길이 없다' 생각할 때 영유아도 가리지 않고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쫙 올라온다. '어떻게 저런 짓을 하냐'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래도 아직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감사한 환경에 있기 때문이지, 저 사람들보다 나의 정신 제어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니까...조선에 풍장이 흔했다는 사실도 깜놀이고, 세기말 공포영화 저리가라인 풍경 묘사에 사고 정지. 온통 시체들이 널부러진 산이 불타오르는 광경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은데, 이미 한 번 상상했더니 이게 또 쉽지 않다 ○●□...

컬트집단은 또 왜 이리 많은지 읽으면서 복장이 터짐. 지금도 멘탈에 충격 오면 이런 집단의 먹이가 되는 것이 순식간이니, 이게 말세가 아님 뭐냐고 생각했을 일제 시대 조상님들이 쉽게 공략당한 것은 어쩔 수 없지. 그러나 살생하지 말고 욕심 부리지 말라는 규칙을 내세운 사람들이, 신도들을 킬러와 성노예로 만들 때는 정신차려야 하는 거 아닌가...브레인워싱의 효과는 대체 어디까지인가. 이름도 다 실리지 못한 희생자들이 가엾고, 당시보다 미신에 대한 믿음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해도 사람의 심리나 집단 행동 패턴이 거의 바뀌지 않은 것이 정말 괴롭다. 본문에서 다룬 많은 미신들이 지금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미신이 생겨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고, 궁지에 몰리거나 자기합리화 할 때 얼마든지 과학을 버릴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니 정신 바짝 차리고 살려 노력해야겠다...하아...


"미신 자료에서 우리는 도덕과 상식, 과학과 이성 같은 모든 평균적인 가치를 침묵시키는 공포와 절망과 슬픔을 만나야 했다."

미신의 연대기 - 지워진 믿음의 기록
미신의 연대기 - 지워진 믿음의 기록
큰 웃음 선사하는 대-단한 책들의 기록

신기방기한 트리비아에 속으로 손뼉 치고, 출판 사기 파트부터는 계속 폭소하면서 참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리 다각도로 맛이 간 책들이라지만, 웃을 수 없는 사연이 있기도 하고 시대적 한계도 있으며 상당한 노력을 거쳐 만들어진 작품들에 대해 낄낄대는 것에 죄책감이 좀 들긴 한다. 그러나 치즈로 만든 책, 하반신 뱀장어인 인어 삽화, 혼수상태의 환자를 깨우려면 '가슴 털을 뽑으라'는 의학서 얘기를 보면서 어뜨케 웃음을 참으리오. 작가의 전작도 해괴한 내용은 많았지만, 책에 눈 뒤집어져서 선 넘어간 사람들을 보며 까딱하면 저리 되는 건가 두려워 별로 웃지는 못했었는데 이번엔 그런 것도 없음. 어느 페이지를 뽑아도 꽝이 없고 진짜 끝내준다.

거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수준이던 하버드 대학 기록에 일단 배가 아프도록 웃은 뒤, 전문이 너무 궁금해서 인터넷 뒤졌는데 정식 출판본이 없음 ○●□...하버드 대학 신문의 이달의 역사 코너에 짤막한 인용은 있어서, 그걸 보고 또 웃었지만 아쉬움은 더 커진다. 학문의 전당이 지식(?)을 골방에 감추고 세상에 전수하지 않다니, 각성하라 하버드!

그 외에 웃기는 거 일일히 토 달았다간 블로그 일 년 써도 모자라니 참아야겠지. 구골플렉스를 인쇄하는 사람은 설마 없겠지만(지구가 파괴되어도 상관없다는 사람은 있을 터이나, 그 인쇄비를 감당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상식을 초월하는 소재나 양식의 책을 만드려는 도전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일테니 저자분이 2탄을 빨리 내주셨으면 좋겄다. 아니, 군데군데 언급을 생각하면 부디 본인 서재를 공개해 주시길. 제발!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 희귀 서적 수집가가 안내하는 역사상 가장 기이하고 저속하며 발칙한 책들의 세계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 희귀 서적 수집가가 안내하는 역사상 가장 기이하고 저속하며 발칙한 책들의 세계
감탄스럽고 머리도 쑤시는 공진화의 상상

제목이 참으로 근사해서 집었는데, 프롤로그부터 머리에 지진 온다. Sf가 아니고 포스트 휴머니즘 이론서, 그것도 삼부작 마지막 권. 꽈과과광...그렇다고 바로 손 놓기에는, 뭔 소리 나올지 궁금함을 버릴 수가 없어서 결국 봤음. 긴가민가한 부분의 비율이 이리 많으면 "읽었다"라는 말을 해도 되는지는 미묘하지만...

정신 아득해지다가도 오잉? 하면서 눈 떠지는 부분들이 있으니, 주된 내용인 인쇄 텍스트 - 전자 텍스트 관계부터 계속 나오는 코딩 - 디코딩 관계. 작가가 이야기를 쓰는 것도 일종의 코딩이고, 그걸 독자가 해석하는 디코딩 작업이 이루어진 결과는 처음 코딩과 다르다는 해설에 좀 이해가 빨라진다. 전자책으로 휴대성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달라진 작품 대면 방식이 작품 의미까지 영향을 준다는 데선 납득이 가기도 하고 안 가기도 하고...상호작용과 공진화 설명으로 AI와 사람을 생각해보니, '이거 좋은 것 같은데'와 '...진짜 좋은가?'라는 생각 사이에서 갈팡질팡. 안 해봤던 생각들 해봤고, 이거 진짜 봐야겠다 싶은 소설들도 알았으니(...해설에 결말 스포들이 포함되었다는 건 아쉽지만...) 나름 좋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호기심만 있고 기본은 없는 독자의 한계는 여기까지. 다른 책으로 목까지 굳은 느낌을 좀 풀어야 쓰겄음...

내 어머니는 컴퓨터였다
내 어머니는 컴퓨터였다
느무나 즐거운 워싱턴 포 2탄

퍼핏 쇼에서 이 팀 구성에 제대로 취향 저격 당한 터라, 객관성이고 나발이고 없고 그저 좋아유 상태에서 시작. 분명 재미있는데, 어디까지가 콩깍지고 어디부터가 이야기 자체의 재미인지 판단 불가다. 포도 좋지만 틸리가 이티 셔츠 입고 나오는 순간 마음 속으로 기립 환호! 전작보다 발전한 사교 요령, 여전한 백점 만점 패션 오오오~ 이 정도 설정이면 뒤에도 나오겠구나 싶은 에스텔도 웰컴이고, 읽는 동안 근심걱정을 잊고 행복했다...마지막 페이지를 기다리는 독자 숨 넘어가게 처리한 것만 빼고! 근간이라는 단어엔 '꼭 나온다', '빨리 나온다'는 뜻이 없으므로 그냥 원서가 답인가. 그러나 원서도 7권까지 나온 게 다이니, 빨리 읽어봤자 비축량만 제로가 되어 또 목 빼고 기다려야 함.  ○●□ 이걸 우짜노. 일단 다른 책 보고 다시 생각해보자...

블랙 서머
블랙 서머
신박한지 황당한지 모르겠는 커플 이론

프랑스 사회를 분석하는 책이고, 본토에서 출간된지 10년 가까이 되기도 하니 2025년 한국에서 읽는 누군가에게 백프로 공감을 준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 하지만 그런 부분을 감안하면서 봐도, 당혹스러움을 넘어 군데군데 불쾌하기까지 하다. 물론, 세부 사항에 짜증난다고 주요 흐름의 주장까지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언론인도 학자도 아닌 일반인이 블로그에 감상 쓰는데 입에 지퍼 채울 이유도 없음. 제목도 흥미롭고 두께도 얇아서 집었는데 후회막심이다.

서문이나 1장까지는 이런 측면도 있구나 생각하면서 읽었으나, 뒤로 갈수록 '내가 성폭력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거나 강간범을 처벌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는 문장의 신빙성 떨어지는 내용들 펼쳐지니 입맛이 확 떨어짐. 그리고 결혼이란 것에 성적 요소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게 다라면 기혼자 수가 지금 10분의 1도 안 되지 않을까? 이 사람이랑은 서로 다독여가면서 인생길 갈 수 있겠다 싶어서 결혼하고, 실제로 살아보니 그게 도저히 안 된다 싶은 경우에 헤어지는 거 아닌가? 성적 박애주의 읽을 땐 이건 블랙코미디인가 내가 뭘 읽고 있는 건가 정신이 왔다갔다함. "개인은 쾌락을 얻기 위해 각자 무수한 관계를 맺는 가운데, 가끔 상대적 또는 절대적 빈곤자에게 무상으로 성적 쾌락을 기부할 것이다. 물론, 자신이 희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깨닫지 못하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면서 말이다." 푸리에 이름도 처음 들어봤지만, 누가 나를 무식하다고 해도 상관없으니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빅브라더의 횡포고, 성적 빈곤자들을 위해 정부가 개입해서 성적 쾌락을 공평하게 나누도록 도와주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한다면 그냥 빅브라더의 날개 아래서 살기를 택하련다. 공동양육 얘기에선 잠깐 대동서 생각도 났지만, 다 읽고 나니 이 책에 비하면 대동서는 초온건서적임. 200페이지도 안 되는 책에 정신적 대미지를 얼마나 입었는지, 집어든 다른 책도 집중 잘 안 되고 정말 피곤하다. 이 분야의 책은 이제 포기다...

커플의 종말 - ‘커플’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시대에 대한 통찰
커플의 종말 - ‘커플’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시대에 대한 통찰
세상을 지배하는 냉장의 천의 얼굴

냉장과학, 보관 요령, 자본주의, 건강, 생활 쓰레기에 인간 드라마, 고민거리까지 세계를 넘나드는 별의별 이야기가 꽉 찬 배부른 책이었다. 냉장 기술 초창기의 도전자들 이야기에선 인생이란 대체 뭘까 한숨 쉬고(있는 돈 다 날리고 인생을 쏟아부었는데, 뒷사람 성공의 발판만 되고 끝난다는 게 참...), 프레드 맥킨리 존스를 보며 이렇게 멋있는 사람에 대한 영화가 왜 없는지 이해가 안 가 한참 궁시렁댄다. 아일랜드 독립운동의 중심에 냉장 선박과 축산업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냉장고 데이트 전문가의 존재에서 웃고 정말 어떻게 시간 가는지 모르겠음.

하지만 그 재미만큼이나 마음이 복잡해지는 책이기도 하다. 초반부터 인공빙설권의 확대가 자연빙설권을 축소시킨다는 현실을 듣고 시작하는 탓도 있지만, 냉장이 지구를 죽이는 동시에 인류를 먹여 살리는 이 얄궂은 상황을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당장 국민들의 기아 해결을 위해 대규모 냉장시설 건설이 절실한 나라들을 생각하면 막막함만 더하다. 막판에 언급된 아필 코팅이 인공빙설권 축소의 키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과연 가능할까. 농산물은 그렇다치고, 유제품이나 의약품은 어째야 하는지. 일반인이 에코백 쓰고 택배 안 시키는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는 문제다. 이젠 아인슈타인 선생(설마 냉장 얘기에서 존함 볼 줄 몰랐네유...)의 무공해 냉장고 상용화만 두 손 모아 기원할 수 밖에 없는가. 이게 실현만 된다면 아인슈타인이 인류의 구원자로 등급 상승하는 것도 당연하겠고,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다면 집에 포스터 모셔놓고 매일 머리 조아릴 의향 MAX다. Winter is coming이 절로 떠오르는 마무리에 위가 무겁지만, '망했어요' 생각 말고 "지혜를 모아 행동해야 한다"는 저자분의 말을 생각하려 한다. 내놓을 지혜는 없는 독자 1이지만, 적어도 남이 지혜를 내놓으면 빨리 따라갈 준비는 하고 살아야지...

냉장의 세계 - 인류의 식탁, 문화, 건강을 지배해온 차가움의 변천사
냉장의 세계 - 인류의 식탁, 문화, 건강을 지배해온 차가움의 변천사
오랜만에 느끼는 그 시절의 동...심?

sns랑 인터넷 게시판이 등장하는 요새 호러물인데도, 원인의 윤곽 잡히기 시작하는 막판까지 아날로그 시절 읽었던 괴담의 분위기가 풀풀 풍긴다. 정확히 어디를 꼬집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도서실에서 빌려와 방 안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읽을 때 바로 그 느낌.(...지금 생각하면, 굳이 그러면서까지 왜 읽은 건지;) 어딘가 덕력 높은 호러 팬의 해설을 좀 찾아봐야 할 것 같음. 그리고 이상한 집 시리즈만큼은 아니어도 요새 호러엔 비주얼이 중요한 것인가, 중간에 슬쩍 들어간 그림들은 그렇다치고 막판에 화보 모음까지 들어있어서 다른 의미로 충격. 장르와 관계없이, 화보 자료 들어있는데 보면서 이렇게 안 기쁜 거 처음이다. 그 와중에 덧니는 있어도 충치 없는 건강한 구강 무엇...

결말은 그렇게 놀랍진 않았고(줄기찬 '죄송합니다'에서 뭔가 이걸로 한 방 멕이겠구나 생각은 했음) 오히려 약간 서글펐다. 문제의 근원 쪽은 순수하게 기분 나쁘고 끝이지만, 이쪽은 내가 사랑하는 존재를 어떻게나마 지키려는 그 마음이 악행의 뿌리라 안 좋은 뒷맛이 아주 끈적함. 그나저나 영화판은 대체 어떻게 만들었나 모르겠네. 책에서는 마지막에 나오는 중요한 요소가 이미 예고편에서 나오고, 삽입되는 기사들이 두어 시간 영상에 넣기엔 양이 너무 많으니 각색의 모양새가 궁금하다. 그러나 지금 느끼는 질척함도 여유로 며칠 갈텐데, 굳이 영화를 또 보고 찝찝하다고 궁시렁대는 것도 좀 그렇지. 어쨌든, 노화된 마음으로 잠시 어린이의 공포를 다시 느껴봤으니 좋은...게 아닌가?...모르겠다. 깊이 생각하지 마...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복잡다단한 '만들기'의 의미

제목에 '만들기'가 들어가 있으면 장르 불문하고 신기한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는데, 그런 책이 아니었다. 인류학 중 완전히 관념적인 부분을 강의하는 책인데다 타겟도 대학원생 이상이니, 포기하고 넘어갈까 하다가 결국 읽어보기로 함. 역시 어려웠다. "물질보다는 정신, 자연보다는 문화의 차원에 자신을 다시 새겨넣는 방식으로만 자신과 세계를 알 수 있는 피조물의 곤경을 잘 보여준다" 이런 식의 문장들이 줄을 이으니 페이지 넘어가는 속도가 이렇게 느릴 수가 없음.

인류학은 단순한 자료 수집 기술의 학문이 아니라는 것부터, 물질에 대한 여러 견해들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에선 그런가보다 하며 따라갈 뿐이다. 하지만 이런 철학들을 바탕에 깔고서 유물들과 그와 관계된 인간들의 행동들을 해석해서 전파하는 것이니, 간접적으로 접했던 바탕을 본다는 건 나쁘지 않았음. 주먹도끼 이야기나, 당연하게 쓰는 도구들이 실제로는 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그 반대라는 것에는 살짝 충격을 받기도 했고.

4개 학문의 연결만으로도 충분히 스케일이 크지만, 이윽고는 모든 물질이 연결된다는 지점까지 이르면 학문을 넘어 지구대통합. '그 자체로 학교'인 세계에서 알아서 배우라는 것도 그렇고, 아득할 정도로 넓어지는 범위에 머리가 아파오긴 하지만 이걸 피부로 느낄 수 있으면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지겠구나 생각이 든다. 저자가 제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핵심을 비전공자가 한 번의 독서로 이해하는 건 무리겠지만, 덕분에 평소에 안 하던 생각들도 해보았으니 충분하다. 얼른 다음 책으로...

만들기 - 인류학, 고고학, 예술,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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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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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그믐밤] 43. 달밤에 낭독, 체호프 2탄 <세 자매>[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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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자본주의왔다네 정말로 자본주의의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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