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모님의 블로그
글로 남기는 나만의 기록장표지부터 깨발랄, 주제는 개이니 보자마자 푸석한 마음에 수분 가득 채워주리란 믿음이 차오른다. 씁쓸한 구석은 있긴 하나 어쨌건 그 믿음은 보답을 받았다. 이 약발이 며칠 갈 지는 모르겠지만.
능력만 대단한 것이 아니라 각종 업적과 벼슬자리(심지어 왕...) 이야기를 보니 정말 내가 개보다도 못하다는 자괴감도 든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사람 나밖에 없는 거 아니니 넘어가고...한도를 넘어간 개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 개한테 안 시켜먹은 일이 있기는 한 건가 싶을 정도로 너무 다양하게 부려먹는데다 품종을 만들었다 없앴다 지 마음대로니 개 볼 낯이 없어지는 장면들도 많다. 그리고 나치가 아무리 황당한 기획들로도 유명하다 해도, 개 학교까지 만들어서 말하는 개 부대를 만들려고 했다는 데선 할 말이 없음. 악행뿐 아니라 기행도 손을 안 댄 분야가 없구나...그 와중 황우석 박사 이름 오랜만에 보고 깜놀. 검색해보니 개 복제와 더불어 낙타 복제 feat 만수르 기사가 뜬다. 세상 참 신기한 일 가득해...
각종 트리비아들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저자의 톤이 개 사랑과 웃음으로 가득해서 읽는 내내 흐뭇했다. 모범적인 독후감엔 그런 사랑의 코멘트 중 하나를 꼽아 메모해야겠으나, 이번에 나의 마음에 꽂힌 문장은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님. "환생이 가능하다면 나는 꼭 왕실견 코기로 태어나고 싶다." 나도 그렇다...


사람이 병 나는 장소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니, 당연히 교도소에도 정신과 환자들이 있겠지. 하지만 뚜껑 열어보니 예상 외의 일들 투성이다. 의사도 어려워하는 심신미약의 평가 문제도 그렇지만, 심각한 환자인데도 법적인 사각지대에 있는 탓에 정신 감정 없이 재판 진행되는 일이 있다는 건 당황스럽다. 이런 구멍이 물 건너에만 있을 리가 없겠지.
노인 수감자 증가에 동반되는 치매 수감자 처우와 비용 문제에 꽤 가슴이 철렁하다. "교도소는 국가 시설이므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무상이다. 그러나 의료시설은 설사 국립이라 해도 무료가 아니다. 무전 취식을 하다 들어온 치매 노인의 의료비를 누가 부담하겠는가." "몇 년이 지나면 남성은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기는 커녕 자신이 교도소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 판결문에 의미가 있을까." 분명 범죄에는 처벌이 필요하고, 기댈 곳 없는 치매 노인에게 나라가 복지를 제공해야 하는 것도 맞는데 그게 이런 식으로 믹스가 되다니 소름...한국도 수감자 5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이라는 검색 결과를 보니 더 무섭다. 안 그래도 두려운 지옥의 로또같은 병 때문에, 자각도 없이 인생 마지막을 교도소에서 보낼 수도 있다니. 왜 항상 나쁜 일에만 열린 가능성이 넘쳐나나 모르겄네. 안 그래도 인생길 어디서 삐끗할지 모르는데 ○●□■....
청소년 범죄의 원인, 치료의 방향, 섭식 장애와 범죄, 처벌이 먼저냐 갱생이 먼저냐 등등이 아담한 책에 아주 꽉꽉 눌러 들어가 있어 머리 터지겠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조금이라도 해결되면 범죄 자체가 줄어들 것이고, 저자의 말마따나 교도소의 모습은 결국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해갈테니 답을 낼 능력은 없어도 마음에는 담아둬야겠지. 가진 건 투표권 한 장이 다인데 생각해야 하는 것들은 끝도 없는 현실이 황당하지만, 읽은 걸 토할 수도 없으니 뭐 어쩔기야...
"언론에서 크게 다룬 사건이라 해도 범인이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교정시설에 수용되면, 우리는 그걸로 한 건 해결됐다 여기고 그대로 잊어버린다. 그러나 비행이나 범죄를 저 지른 사람들은 소년원이나 교도소라는 담장 안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곳에는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법무교관과 교도관들이 있다. 또 이들 중 상당수는 머지않아 담장 밖 우리 사회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우리가 안심하고 살아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담장 안(교정시설)의 모습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게 좋지 않을까."


서문에서 제시되는 소수자의 7개의 분류 기준은, 성적 지향 외엔 누구나 언제 들어갈지 모르는 기준들이다. 그러니 너무 따지지 말고 적당히 서로 돕고 사는 게 최선이겠지만, 세상 그렇게 편하게 돌아간 적이 있으면 이런 책이 없겠지.
성에 대한 인식이나 대우에 정부가 개입한 사례들은 익숙한 일이니 끄덕끄덕 하며 넘어가다, 2부부터 깜짝. 재세례파의 이 무모한지 용감한지 모를 주장들에 눈만 껌뻑인다. 1500년대에 기존 교회에 반대하는 것도 모자라 정부는 사라져야 한다는 소리를 하다니, 사지를 보전할 방법이 있을 리가. 뒤이어 나오는 조르다노 브루노는 무려 예수를 깠으니 더 할 말이 없다. 튀어나온 못은 갈려나가는 것이더라...
체감 온도 제일 높은 3부는 생각할 거리만 많은 게 아니라 우울 지수도 높았다. 팩트가 내 기분 좋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니 어쩌겠냐마는...소수자였다가 사회적인 힘을 쥐자마자 소수자를 쥐어패는 사례를 보니 걱정과 스트레스가 뱃속을 채운다. 나한테 권력이 생길 일은 없다해도 권력 있는 사람 주장을 철썩같이 믿고 따라가는 일이야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오후 작가님의 명언처럼 인간이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으니 어디서 이성을 잃을지 모르지. 게다가 평상시에도 내 생각이 맞는가 긴가민가한데, 충격 받거나 빡치면 그런 고민할 겨를도 없으니 '이게 맞다!'고 못된 일 할 가능성만 무한히 열려있구나. 걷어차일 걱정만 해도 차고 넘치는데 걷어찰 수도 있다 생각까지 하니 불안이 용량 초과하네. 그래도 어쩌나, 천상 팔랑귀에 자기 확신도 없으면 걱정이라도 해야지. 아우 속이야...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간은 누구나 한평생 같은 위치에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개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간의 삶에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사회 소수자와 다수자가 달라질 수 있다. 누구나 사회 소수자가 될 수 있기에 사회의 보호도 필요한 것이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여름비처럼 여인은 장소의 고요에 잠겼다."와 "나노플랑크톤은 광자 에너지를 받아들여 유동 엽록체를 내보낸다."가 한 책 안에 들어있다니 참 신기하기도 하다. 그렇게 숲이 주는 은혜로움에 느긋하게 빠져드는데 회초리가 날아오기 시작. 맞아본 사람은 아는, 가늘고 유연해서 겁내 아프고 자국도 더 시뻘겋게 남는 그런 회초리가...한국어판에 추가되었다는 삽화나 사진들이 근사해서(이 그림을 봤다고 내가 야외에서 실물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것도 슬픔이다...) 우울함이 더하다. 이거 뭔 무슨 세계 멸망의 시여. 볼수록 인류멸망이 진즉 안 온 게 용할 지경이다. 특히나 특정 작물 대량 생산 때문에 자연이 파괴되는데, 그 특정 작물들마저 자외선량 증가하면 DNA 손상으로 수확에 문제가 생긴다니 인류는 쪄죽기 전에 굶어죽을 수도 있겠구나. 참 뭐같은 양자택일...
슬픈 말들이 실컷 나오지만, 마무리엔 다음 세대와 세상에 대한 무한 희망이 있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한편 당황스러움. 모두가 한마음으로 친환경하리라는 믿음도 그렇지만, 어른이 어떻게든 해야지 애들이 우리를 구원할 거라고 꿈꾸면 좀 그렇지 않나? 아니면 현재의 성인들이 싹 죽으면 희망이 생길 거란 얘기인가...더 생각하기 두려우니 그만하고, 푼돈이나마 숲 조성 기금이나 내야겠다.
"시간이 조금은 남아 있다. 인간이 바늘을 다시 놀려 미래를 위한 생명을 집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마련할 시간은 있다. 자연이 파괴되면 예술이 정체되고 과학의 창조성도 그 뒤를 쫓을 것이다. 문명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흥망을 겪었다. 그런데 이번은 다르다. 지금 우리에게는 역사의 교훈이 있다.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예술에서 새 얼굴을 찾고 자연에서 또 다른 새 얼굴을 찾아보자."
죄의 목소리를 침 꼴딱꼴딱 삼켜가며 읽었던 기억에, 작가 이름 보고 성질 급한 어린이 선물 포장 쥐어뜯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 언제 이야기 다 끝났는가 눈 꿈뻑거리며 책 덮는 건 비슷하지만, 뭔가 속에 걸린다. 아니 이럴 거면 걔는 왜 중간에 굳이 이름도 넣고, 그 놈이랑 같이 있었다는 언급은 뭐하러 한 거여. 젊은 화가 얘기에 몰두한다고 까먹었다가, 떠올리니 갑자기 분하다. 그리고 화가의 마지막은 간접적으로 나오지만, 이런 건 그냥 확 보여 달라니깐 소리 나오는 건 그냥 성질 탓이다. 문학 이론이라던가 완성도를 따지면 이렇게 가는 게 훌륭한걸까? 에잇 난 그런 거 몰라! 신문기사 형식으로라도 뭘 껴줘야 하는 거 아녀요 작가님?
그리고 옛 시절 일본의 미술계 묘사가 너무 소름...어디까지가 취재 기반이고 어디부터가 과장인지 모르겠지만, 마음같아서야 죄다 뻥이었음 좋겠다. 화가뿐 아니라 읽는 사람도 속병이...지금이야 설마 저 정도는 아니겠지만, 뜨문뜨문 들은 풍문으로 추측하면 예체능 쪽 대학의 위계질서는 동아시아 전반 비슷한 듯 하니 이 책 읽고 다른 의미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있을 듯. 어떤 업계든 그들만의 리그란 건 정말 징글징글허다.
뭐, 쫌 궁시렁대긴 했지만 재미있었고, 다음 책 나오면 또 보겠지...이미 낚였으니깐...


제목부터 비장하고, 전달 효과를 두 배로 늘려주는 훌륭한 그림들 덕에 가슴에 벽돌 올려놓은 느낌 따불이다. 환경 문제에는 나도 어엿한 빌런 1이고, 이미 아는 문제 같아도 새 책 보면 몰랐던 새 죄목이 또 생기니 스트레스는 받는데 안 볼 수도 없어...검색하니 올해 2월 기준으로 열 마리가 안 된다는 뉴스 속 바키타가 너무나 귀여워 속이 더 쓰림. 그래도 책이 '네 죄를 알렸다!' 무드가 아니라, 감사함과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자는 톤이라 다행이긴 함. "고통은 전염되지만 행복도 마찬가지거든요." 아흐흐...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제목부터 움츠러드는 피바다 챕터. 희귀종의 불법 거래는 나름 예상 범주지만, 혼획 어획물 이야기는 머리에 벼락 꽂는다. 죽여놓고 돈이 안 되니까 버리는 물고기가 어획량의 40퍼센트나 되다니 이 무슨...그런데 솔직히 이보다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 들어서 더 무섭네. 이런 화제에선 피할 수 없는 밀집 사육 문제도, 전에 봤다고 무서움이 덜 해지는 주제도 아니고...지구의 미래를 지키려다 정말 죽는 사람들도 있는데 책상 머리서 편하게 우물쭈물하는 난 뭐하는 사람인지 참.
상황은 급박한데 권말에 나오는 할 수 있는 일 리스트들은 새로운 것이 없으니,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이 정도구나 허무하다. 죄를 더 짓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도 있기는 한데, 솔직히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주머니 사정 문제로 그렇게 된 부분이 있으니 좋아할 일 없음. '아무 조치도 행사하지 않거나 미봉책으로 일관하는 정치인들에게는 표를 던지지 마세요'라는 항목이 그나마 지금 할 수 있는 일들 중 가장 효과가 크겠지. 검색하니 역시 환경 공약은 뒤로 밀려있어 씁쓸하나, 사람보다 당 이름에 투표하는 세상에서 환경 공약 보고 도장 찍을 거라고 후보들이 생각하겠는가. 어찌 됐건, 할 수 있는 일이나 하자...
"우리는 모두 환경에 충격을 주면서 살아갑니다. 그 사실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될 수 있는 대로 그 충격을 줄이려고 노력합시다."


피곤하다 피곤해...장묘를 둘러싼 부조리와 돈잔치, 부부 동성제까지 딴 나라 얘기지 만 읽다 드러눕고 싶다. 여기도 모 회장님 이후 화장이나 납골 공원 문화가 불 번져서 그렇지, 학생 때만 해도 대놓고 장묘에 이런저런 집착하시는 어르신들 봤으니까 비슷한 일들 분명 아직 있겄지. 좀 코믹하게 그려놓아 그렇지, 당장 권두의 어머니 유언부터 참 뭐라 코멘트 치기도 어려운 비극 아닌가. 고독사도 사회 문제지만, 주변에 사람 많으면 가는 길도 내 맘대로 못 하거나 여러 사람 속만 뒤집어 질 수 있다는 뒤늦은 깨달음 얻음. 찔끔찔끔 나오는 부업 동료 야스코 씨 없었음 이야기 끝나기 전에 위장약 사러갈 뻔 했다.
어쨌든 사쓰키 말처럼 뼈는 그냥 칼슘이고, 개인적으로 묘는 산 사람이 마음껏 고인을 그리워하기 위해 필요한 장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관리에 저금 대부분을 써가며 속앓이하면 뭔 의미가 있나 싶음. 다행히 이야기 마지막엔 숨구멍들이 좀 뚫렸고, 세상 변하는 모양 보면 어린 친구들은 이런 걸로 고생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책을 덮는다 후우우...


온라인에서 사랑 찾다 골로 갈 수 있다는 교훈은 이미 옛적의 엑스파일 에피소드에도 있었으니(지금은 초등학생들도 그 정도 묘사를 별로 두 려워하지 않겠지만, 그땐 참 무서웠다...), 도입부서 데이팅 앱으로 사람 만나는 시점에서 좋은 일이 있을 리가. 게다가 첫 만남에서 이미 이 남자가 나의 짝이라 느낀다면, a. 이놈이 범인이다, b. 이 분이 곧 고인이 된다 둘 중 하나니까 큰 흐름은 이미 예상 가능하다. 그래도 주인공과 잠수남의 과거를 쫓는 과정은 흥미진진. 복장도 좀 터져서 그렇지...얌전히 경찰이나 탐정에게 맡겼으면 소설이 될 수가 없다는 건 알지만, 신변 안전을 위해서 피해야할 일들을 신나게 해대고 막판엔 그냥 날 잡아드쇼 수준이니 깝깝허다 깝깝해. 그리고 다른 부분 다 쳐내고 생각해도, 잠수탄 썸남한테 메일이 왔는데 닉네임이 '용서받지 못할 남자'면 진짜 백 년의 사랑도 식겠네. 그러나 주인공은 장단 맞춰서 답장까지 하고 있으니 어이고 뒷목이야...
어쨌든 결말은 긍정 파워 뿜뿜이고, 진짜 오랜만에 대놓고 '사랑이 이긴다'는 문장도 보고(이젠 이런 문장 사멸한 줄 알았음) 잘 읽었다. 데이트 시장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실용적 교훈도 꽤 있으니 어디 보안 관련 채널이나 범죄 토크쇼에 소개가 되면 좋겠는데 과연...


잠깐이지만 실없는 상상을 했다. 오후 교단이 생겨서 이 책이 바이블이 되고, 작가님이 강연하시면 다른 이들과 더불어 신도석에서 믿쑵니다 외치는 내 모습. 본문 인용문 인용사례의 삼위일체에 청소기 앞 먼지처럼 빨려들어간다. 본문에서 작가분이 본인도 거짓말을 한다고, 이 책에서 몇 번이나 거짓말을 했겠냐고 써놓으셨는데 현혹된 독자는 모르겠다. 설사 있더라도 너무나 그럴 듯 한 거...
처음 들어 화들짝인 서울 올림픽 뒷얘기, 후환의 제거라는 시점에서 해석하는 용산참사, 명품, 거짓말 기타등등 하이라이트가 아닌 부분이 없다. 이런 책에서 보리라 상상 못한 코에이 삼국지 일러스트나 원기옥에 경악과 감동의 컥 소리가 절로 나옴. 에필로그에 또 감동하면서 책 덮으려는데 부록이 있다. 사랑의 성취를 위해 책을 내기로 하셨다는 데뷔 사정에 깜놀! 서류만 수정해도 파김치가 되는데, 수백 페이지의 책을 써서 바친다는 것은 얼마나 사랑해야 가능한 것인가. 세상에 작가가 많다고는 해도, 역시 아무나 책 내는 게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혀를 내두르게 하는 겁나게 멋진 책이니, 내용을 오래 기억해야 할텐데 나의 기억력 과연...
"인생이 그러하듯이 우리는 책 한 권에서 배움과 허상을 동시에 간파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 배운다는 의미는 하나의 지식이 아니라 생각의 방식일 것이다.
노엄 촘스키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영웅을 찾기보다 좋은 생각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비록 촘스키 선생의 대다수 업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속속 틀린 것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그가 지향했던 가치만은 여전히 의미를 가진다고 믿고 싶다. 이 책에는 수많은 영웅 혹은 사기꾼이 등장하지만, 부디 여러분은 인물이 아니라 좋은 생각을 찾았기를 바란다."


표지는 아련하나 소개 문구부터 불안하다. '나폴리의 작은 마을에서 열 세살 소년이 학교를 그만두고...' 고모라의 도시에서 아동 노동이라니, 책을 펴기도 전에 불안감이 파도 친다. 첫 페이지부터 올라오는 소금기에 역시나 싶지만, 혹시라도 햇빛이 날지도 모르니까 끝까지 봐야지 뭐...
라파니엘로 명대사가 너무 많다. 평소에 뭘 먹고 지내야 이런 인물의 언동을 상상해서 쓸 수 있는 걸까. 짜증나는 무한긍정이 아니라, 누를 땐 누르고 저주할 때는 저주하면서도 사람 훌쩍거리게 만드니 아아 돈 라파니...어흥흥...
그리고...눈물이 나오다가도 분노 때문에 쏙 들어가게 만드는 마리아의 수난! 집주인 나오는 대목마다 이 소설 장르가 살인 미스터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음. 이야기 속이라도, 신은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한다는 말이 아이 입에서 나오는 것에 속이 탄다. 주인공이 겪는 일들도 충분히 애처로운데, 둘이 같이 있으니 짠내가 두 배가 아니라 제곱...
불과 몇 달 사이 많은 일을 겪으며 어른이 되어버리는 소년이 마지막에 우렁찬 소리를 내뱉은 모습과 살짝 열린 결말에 조금은 안도한다. 이야기는 끝났지만, 아버지가 원했던 정도는 아닐지언정 소년과 소녀가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따스한 사람들과 같이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가진다'는 말 대신 '간직한다'는 말을 쓴 건 잘한 거야. 가진다는 말은 오만한 말이지. 대신에 간직한다는 말은, 오늘은 간직할 수 있지만 내일은 그것이 힘들 수도 있다는 걸 잘 이해하는 말이란다. 그래, 펜은 기념으로 간직하려무나.” 나는 부메랑을 생각했다. 지금은 내 손에 꼭 쥐고 있지만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