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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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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띵해지는 힐러의 세계

표지부터 나를 웃겨주리란 기대가 생긴다. 플러스 간만에 언어가 통하지 않는 종족을 치료할 수 있는 힐러의 세계를 보자 싶어 펼쳤는데, 다른 의미로 놀라운 이야기가 왜 이리 많노. 책 더 두꺼웠음 큰일날 뻔. 예약 외의 다른 목적으로 병원에 전화를 거는 사람은 왜 이리 많고, 반려동물 없는 사람마저 두려워하는 광견병 주사는 왜 접종시키지 않으며(병원마다 쿠조를 한 권씩 비치해야 하는 거 아닌가...) 개도 화상을 입느냐는 질문은 어디서 나오는 발상인지. 저자분이 웃음으로 승화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하시는게 너무 짠하다. 많은 반려동물들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건 역시 보통 일이 아녀라...


어쩌다 보니 the 열혈 수의사 - 우리가 모르는 동물병원 진료실 이야기
어쩌다 보니 the 열혈 수의사 - 우리가 모르는 동물병원 진료실 이야기
재미나고 마음도 편한 서양미술 기초

아는 건 개뿔 없어도 미술은 좋아한다. 입문서를 읽고 뒤돌아서면 까먹고, 또 입문서를 보는 것이 이제 패턴인데 이번엔 무려 차니 선생의 책 오오오오. 펼치기도 전에 신나서 코에서 홍홍 소리가 저절로...

바사리가 남긴 유산들, 거푸집 사진까지 넣은 청동 조각품 만들기 설명 등을 보며 끄덕끄덕. 쉬운 정리 뿐 아니라 중간중간에 살포시 유머들이 있어 더 좋았다. 선생은 개그 욕심이 꽤 있으신 것 같음.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의 짧은 설명에서는 안도의 손뼉 짝. 나만 뭘 몰라서 임산부라 착각한 거 아니었음. 그래, 사람은 다들 비슷한 생각 하는기야!

그리고 다른 의미로 꽤나 생각하게 되는 9장 '미술품과 경제적 가치'. NFT 미술이 주가 될 미래에 대한 상상도 그렇지만(몇 년 지나면 사이버 미술관 입장하려고 VR을 사게 될려나?), 돈이 썩어나게 많은 사람들의 미술 소비 방식에는 10장에 소개되는 전문가 평가와 더불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구멍이 가득하더라.

"아주 비싼 집을 100만 달러에 구입한다고 해보자. 현재 주인이 누구인지 또 그들이 어떻게 구입했는지 경로를 모르고, 거래 이력과 관리 상태를 증명하는 문서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으며, 가격이 상당히 미심쩍게 느껴지고, 건축 재료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없고, 파는 사람이 현금만 받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다면 어떨까? 수 세기 동안 이런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미술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거 뭔 도깨비 나라 얘기...

토달면 끝없는 이야기들 엄청 많고, '미술을 가깝게 느끼고 좋아하면 즐거워요!'가 확 느껴지는 입문서였다. 책이 잘 팔려서 내한 강연이 성사되는 일...이 없으려나...

"어떤 작품을 좋아하고 싶은 열린 마음으로 살펴보았지만, 그냥 엉터리라고 생각되면 주저 없이 엉터리라고 말하자."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미술 기초 체력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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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끝나지 않는 조선 벼슬 뒤 이야기들

우리말 속의 조선 벼슬이라, 떠오르는 것들은 있는데 가짓수는 별로 없다. 책이 한 권 나올 정도로 존재하는 내용들을 모른다고 생각하니 봐야지 어쩌겠노. 무슨 러시아 문학 구절도 아니고 내 나라 표현들도 모르다니 한숨...

1장에 소개되는 노래 '개고기 주사'(전우치 영화에도 나왔다는데, 노래는 커녕 이젠 영화 내용도 가물가물이다...)부터 신기한 내용들이 많다. 유명한 일화나 속담은 팩트 체크가 들어가서 재미있고, 나름 마음에 찍히는 말들도 많아 흥미 위주로 들여다보던 마음에 종종 망치 소리 땅땅. 연이어 소개되는 "죽은 정승이 산 개만 못하다", "대감 죽은 데는 안 가도 대감 말 죽은 데는 간다"를 보면 어째 사람이란 영 안 좋은 것만 불변하는가 씁쓸...당시 도적에 대한 정의('농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에서 특별한 일 없이 농사를 짓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잠재적 범죄자나 다름없었다')를 읽으면, 평범한 일반인은 지금 살아있다는 데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한국 최초 시사만화가라는 이도영 선생 그림에도 놀라고(검색하니 이름 딴 시사만화상까지 존재하는데도 찾아읽을 전기도 화집도 없다 아오...) 여러모로 나 홀로 서프라이즈 타임 만끽하였다. 개고기 주사 한 번 더 재생하기 전, 일단 나의 태도는 괜찮은가 생각해보기 위해 메모.

"세종 대 국정 논의는 아직도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난해한 부분이 많다. 이 부분을 꼼꼼히 분석해야 세종의 진짜 모습에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히 오래 걸리고 지루한 작업이다. 그러므로 고약해나 출산휴가와 같이 세종 대와 조선 시대 전체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없는 단편적인 사례들만 꼽아서 세종을 쉽게 평가하고 또 각자의 욕망을 마구 투영하는 것이다."

우리말에 깃든 조선 벼슬
우리말에 깃든 조선 벼슬
술을 사랑한 여성들에게 박수를

표지만 보고 대강 여성판 알코홀릭 진기명기 아니겠나 생각한 스스로를 반성합니다. 분명 재미있지만, 눈물 나는 기록들은 왜 이리 많은지. 당장 내 가족 입에 풀칠할 다른 수단이 없었던 이들, 고달픈 삶 속에서 노동 후 한 잔 외에 마음을 달랠 다른 수단도 여유도 없었던 이들이 버티고 또 버텨왔다는 것이 짠하기 그지없다. 아직도 술 한 잔을 둘러싼 성별과 인종과 계급의 차별이 남아있지만(1999년도 아니고 2019년에 일어난 상황을 읽으며 눈만 껌뻑) 누구나 입고 싶은 옷 입고 술 한 잔 걸쳐도 되는 세상을 위해 고생한 이들, 계속 분투 중인 이들이 수도 없다는 것은 기억해야겠지.

멋쟁이들의 인생에도 감탄사 날리다가, 빵 터지다가(최고봉은 예카테리나 대제의 '쏜다!'), 숙연했다가, 쌍욕도 했다가 정신 하나도 없다. 그리고 보통 이런 장르에 저자가 영미권 사람이면 동양 쪽 정보는 거의 안 쓰거나 뭔가 수상한 내용이 들어가는데, 이 책은 극동이랑(짧지만 막걸리 이야기까지 나올 때 감동) 아프리카, 남미권까지 상당히 조화가 잘 되어있다는 데에도 감탄. 마실 일은 없지만 선물하면 좋겠다 싶어 술이랑 양조장 이름도 적어놔야 하고(아직 검색하지 않았지만, 손이 닿는 금액이기를...) 명언도 많다. 이제는 고대어가 된 표현으로 말하자면 따봉!


"여성들은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항상 술을 만들고 마실 방법을 찾아왔다. 이러한 오래된 끈기가 희망을 준다. 어떤 미래가 닥치든, 확실한 건 그곳에 여성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여성들은 증류업자로서, 양조자로서, 바텐더로서, 그리고 그저 술을 마시고픈 한 사람으로서 4천 년에 걸친 억압을 견디며 살아남았다. 그런 여성이 이겨내지 못할 것은 이제 없으니, 건배!"

걸리 드링크 - 인류사 뒤편에 존재했던 위대한 여성 술꾼들의 연대기
걸리 드링크 - 인류사 뒤편에 존재했던 위대한 여성 술꾼들의 연대기
여전히 신기한 평면도 해설쇼

평면도 수가 늘면서 찝찝함의 종류도 좀 늘어나고, 이번에도 읽으면서 오호 오오오만 연발. 해설 없이 아는 건 이게 평면도라는 것뿐이니, 어차피 뻥해설이어도(그럴리는 없겠지만) 알 방법도 없다. 그냥 모자에서 토끼 나올 때처럼 열심히 놀라며 우케츠 매직 타임 만끽할 뿐.

실전화기 편처럼 최종 해설에서 이건 너무 간 거 아닌가 싶은 에피소드도 있지만(그런 상황에서 실전화기를 쓴다는 데서 어이상실...) 어쨌든 굿. 어둠을 키우는 집처럼 무성의한 설계가 부를 수 있는 공포나, 어른들 때문에 피해를 뒤집어쓰는 아이들 이야기는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닌 듯 하니 충분히 으스스하고...책 속의 널찍한 주택들은 아니라해도, 단칸방 이상에 이사할 때는 AI한테라도 평면도 해설 꼭 받자고 다짐하며 스산하게 즐거운 시간 종료!

이상한 집 2 - 11개의 평면도
이상한 집 2 - 11개의 평면도
왜 이제야 봤나 눈물 나는 이야기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건 사회의 그늘을 까고 파는 이야기니까 애초에 속 편하게 볼 방법은 없고, 보통은 마지막에 햇살이 비출 거라는 믿음 하나로 부글거림을 참는다. 하지만 이번엔 중간중간 속이 터지면서도, 얘기가 어떻게 튈지 너무 궁금해 책장 넘기다보니 눌러참고 어쩌고 할 새도 없이 이야기 종료. 막판에 퉁바오쥐가 난입할 때,  '그래 이렇게 빛이 비추는구나!' 주먹 쥐고 기대했는데 결말에 빛줄기 너무 가늘어서 띠용이다만...어쨌든 재미있어 진작 보지 못한 게 후회된다. 그런데 작가 다른 작품이 꼴랑 한 권인데 미번역이니까, 읽어버린 것도 후회된다. 이게 다라니!

주연 3인방부터 강렬하다. 여러 가지 의미로 어떻게 이런 인물이 나왔나 싶은 퉁바오쥐, 착한 쓰레기 시키 롄진핑, 그리고 이야기 속 '울컥' 지분의 절반 정도 담당하는 리나...우리 리나 잘못 되었으면 이 조악한 글은 된소리의 도가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조연들도 개성 터지고, 특히나 법무부 장관님의 행적엔 소름...정치 드라마였으면 이 사람이 원탑일테니 슬쩍 아쉽기도.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이 동네도 없을 리 없는 사회 문제들도 꽉꽉 차서 하나씩 생각하면 끝도 없다. 사형, 차별, 이주노동자, 무국적 아동, 언터처블 업계 등등 완전 지옥의 종합 선물 세트. 판사들끼리의 사건 배정 조작 문제는 예상 밖이라 간만에 간담이 서늘했는데, 역시나 한국도 관련 기사들이 있어 법에 대한 믿음이 또 깎여나간다.

드라마화가 성공해서 그런가, 작가분이 새 책이 아니라 새 드라마 작업 중이라는 게 기쁘면서도 아쉽다. 그러나 뭐든 잘 팔려야 후속작을 접할 수 있을테니, 그저 신작의 성공과 노벨라이즈를 기원할 뿐. 이렇게 또 코가 꿰이네...


"한 사람이 얼마나 운이 좋아야 여기 계신 여러분처럼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세상은 몹시 따뜻하다고 긍정하며 살 수 있을까요? 또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서 어떤 범죄자가 잔인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바츠먼의 변호인
바츠먼의 변호인
두려운 시절, 용기 있던 사람들 

2차대전 시절 이야기를 꽤 접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하면 참전국이 아닌 나라들의 사정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 강대국들 사이에 꽉 끼어서 어떻게든 중립 지키려 혼 빠지는 줄타기를 하는 와중에, 자국민 플러스 손에 닿는 이들까지 구하려고 했던 터키 외교관들이 있었고 그 명단이 박물관에까지 있다니.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놀랍기도 하고 심각해진다. 그저 내가 모를 뿐, 세상에 참으로 많은 사정들이 있다...

유대인들을 터키까지 탈출시키려는 이야기이니 안 그래도 초조함이 기본으로 깔렸는데, 다양한 군상들이 안겨주는 스트레스에 속이 내 속이 아니다. 탈출극에 불을 붙이는 민간인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도, 셀바 커플에겐 끝까지 적응 실패. 사랑이나 종교의 관용에 대해 굳은 심지를 가진 건 좋은데, 자기 몸도 못 지키는 상황에서 언니 덕에 초특급 대우를 받으면서도 부부가 번갈아가면서 갑갑한 소리 할 때는 와 진짜...제일 긴장되는 기차 안 여정에서, 셀바가 한 일들은 의도는 좋아도 공연히 눈길 끌기 딱 좋으니 라파엘이 센 소리 하는 것도 당연하긴 했다. 그러나 이때까지의 언동에 비추면 댁이 해도 되는 대사인가 묻고 싶어유...당장 죽느냐 사느냐하는 마당에 마누라 놀래키지 않겠다고 되도 않는 변명했다가 더 무서운 일 부를 뻔한 것도 모자라, 있는대로 몸 사려야하는 상황에서 사망 신고 타령하는 페릿한테는 어느 순간부터 어이가 없어서 화도 안 난다. 우선순위 판단이 이 정도로 안 되는 레지스탕스가 이때까지 살아남은 것이야말로 진정한 픽션의 기적. 

감명을 받는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한 국가의 일이라도 A는 A고 B는 B이며, 시간 간격이 있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다를 땐 더 말할 필요도 없다는 건아는데...아르메니아인들에게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타륵이 너무나 자신있게 '아나톨리아 반도에서는 복잡하고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섞여 사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 우리는 민족국가로 변할 때도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참...어쨌든 절박한 시기,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키면서까지 목숨을 구하려고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로나마 접해서 다행이다. 하필 페릿의 대사라 미묘하긴 하지만, 여러모로 생각하게 되는 말 메모. 

"인생이라고 하는 게 뭘까요? 결국엔 우리 모두 죽잖아요? 적어도 사는 동안 부끄럽지 않은 소망들로 채워야지 살아온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네페스 네페세
네페스 네페세
땀흘리며 짚어보는 윤리학 기초

윤리학. 짚어 보면 개뿔도 모르면서, 의무교육 마쳤고 나이 들어 풍파 좀 맞아봤다고 마치 아는 양 저도 모르게 착각하게 된 분야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스스로가 너무 무섭네; 모르면 모르는 거지 안다고 착각하는 건 대체 뭐여...

자학 백 번 해봤자 돈도 안 되고(이걸로 돈이 벌리면지금 통장 잔고가 베조스 수준이겠지...) 히라오 선생님이 친절하게 기본부터 짚어주는 설명에 집중한다. 차근차근 설명 후 각 챕터마다 표로 정리도 해주시고, 권말에는 복습 겸 과제 용 부록까지 있으니 학생 때 이렇게 배웠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예시에 데스노트나 원피스, 대부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작품들이 나와서 마음이 더 편하기도 하다. 그 와중에 읽다 크윽 하는 문장들도 많고..."문제를 일으킨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자주 하는 변명은 '법의 절차에 따라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습니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법률에 따를 것인지 아닌지가 아닙니다. 그 당연한 것을 당당하게 말하면 곤란합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 사람이 인간으로서 제대로 행동했는지를 듣고 싶습니다. " 내가 너무 쉽게 감탄하는 건가?

사전적인 개념들을 제대로 탑재하지 못한 것도 창피하지만, 공리주의의 공리가 公利가 아니고 功利라는 걸 이때까지 몰랐다는 것에 순간 휘청. CSR이나 응용 윤리학이란 단어도 처음 보고...일단 표로 정리된 부분만이라도 까먹지 않도록 노력 많이 해야겠다. 그리고 윤리학이라는 게 뜬구름잡는 소리가 아니라, 서로 최대한 몸 보전하면서 살기 위한 바탕이라는 것도...최소한 주변의 꿈나무들이 이거 뭐예요 물어보면, 오답은 주지 않도록!


"우리는 그것을 지식으로 배우기만 할 뿐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윤리학 지식 같은 것은 술집 화장실에 붙은 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 모든 판단의 순간에 가장 나답게 기준을 세우는 철학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 모든 판단의 순간에 가장 나답게 기준을 세우는 철학
범인 잡기만큼 머리 아픈 보도 드라마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죄다 드라마나 소설에서 얻은 것이니, 정확히 아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일단 이 책도 르포도 아닌데다 외국 소설이니, 한국도 그러려니 하고 있다간 큰일 나겠지만...오보를 내면 신문사 안팎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정보도도 별로 읽어본 기억이 없으니, 별로 책임 안 지고 넘어가나보다 두루뭉술한 이미지만 가졌는데, 사실 확인도 안 하고 이런 생각하는 건 한 전문 직업군에 대한 큰 실례가 아닌가. 아는 건 여전히 없다만 선입견이라도 얼른 버려야겠다.

미스터리라고 표지에는 써있지만 딱히 범인을 먼저 잡는 것도 아니니 쪼금 김은 샌다. 그래도 사회부 기자라는 직업의 이런저런 면모에 놀라기도 하고 질리기도 하며 재미있게 읽었음. 경찰 상대로 기사거리 빼내는 것도 뭔 심리 게임처럼 해야 하고, 헤드라인 문장부터 어디에 어떻게 싣는가 같은 문제로 회사 사람들이랑 옥신각신해야하고, 승진도 신경써야 하고, 타 회사 기자들도 견제해야 하고 중간중간 거짓말도 잘 해야하니 직장 생활이 뭔 더 지니어스다.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면 책 한 권도 안 봐도 웬만한 심리학자 뺨칠 듯. 하지만 책이 나온 지가 거의 십 년이 되가고, 일단 말을 던져놓고 보는 sns나 유튜브 채널의 기사들이 인기를 끄는 지금은 세키구치나 니카이도 같은 기자들 이야기는 고리짝 옛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언론일을 물어볼 지인도 없으니 결국 궁금하면 기자분들이 쓴 책을 찾는 게 수인가...어쨌든 기사를 읽을 때, 누군가가 자기 피를 말려가며(때로는 남의 피를 말리면서) 글을 썼을 거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면서 보는 걸로...

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재미와 슬픔 주는 곤충들 이야기

자연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도시생활에 익숙해져 그런가 벌레 이야기엔 열의가 올라오질 않는다. 그래도 제목을 보고 뭔가 신비한 것이 있겠다 싶어 집었는데, 오 이거 요새말 - 혹은 이미 유행 지났는데 내가 모르는 말 - 로 꿀잼이다. 자연에 관한 지식이 재미있자고 배우는 건 아니다만, 그래도 이런 재미를 모르고 나이를 먹었다니 창피하기도 하고 손해본 것 같기도 하고...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곤충 껍질이 어느 정도 자가 수복이 가능한 큐티클이라는 사실을 오늘까지 몰랐으니, 주변의 아가들한테 그런 질문 받은 적이 없다는 게 정말 다행이다. 개미나 벌 허리가 왜 잘록한지도 생각해본 일이 없고, 한 30초만 생각해도 벌이 바구니를 들고 다닐 리가 없으니까 꿀을 운반할 방법이 뻔한데 그걸 먹어서 운반하고 귀가해서 토한다는 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고...살아있는 숙주에 알 낳는 포식기생자의 존재를 옛날옛적 학생용 책에서 보기는 봤다만, 그 포식기생자에 또 포식기생하는 곤충이 있다는 건 놀라서 순간 크흥 콧바람 나올 지경. 진짜 이게 다 뭐이미...

그리고 부패라는 과정이, 인간의 미적 감각에 들어맞지는 않더라도 세상의 순환에 꼭 필요하니 이에 기여하는 구더기 왜 수많은 곤충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게 맞다는 건 알겠음. (그렇다고 여름에 초파리 트랩 구매를 스킵하는 일은 없겠지만...)

영국의 위대한 박식가 제이컵 브로노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죽지만 탄소는 죽지 않을 것이다. 탄소의 생애는 당신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탄소는 흙으로 돌아갈 것이고, 때가 되면 식물이 그 탄소를 다시 흡수해 한 번 더 식물과 동물의 순환 과정에 집어넣을 것이다."

따져보면 아는 얘기인데 표현 진짜 멋있다...

그리고 생물 다양성이나 살충제 문제라는 게 참...침묵의 봄이 나온 게 검색하니까 1962년이다. 그럼 60년이 넘게 돌림노래가 점점 더 많은 근거와 함께 울려퍼지는 중인데도, 관심 없는 사람은 평생 관심 없고, 관심이 있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 미약하고, 서서히 쪄죽는 것보다 눈 앞에 밥줄이 사라지는 걸 더 두려워하는 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니 인간의 종족 보존이란 건 여러모로 글러먹었다. 뭐, 아직도 연구할 영역이 엄청 남아있는 곤충의 세계가 우리들을 구해줄지도 모르고, 인간이 작살날지라도 맥개빈 슨생님 말마따나 '곤충은 이미 몇 차례의 지구 격변에도 살아남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쪼까 희망적인 마음을 가져봐야지. 읽고 나서 유튜브 검색하니 슨생님 동영상도 꽤 많으니 한동안 심심할 일은 없겠다.

"식물과 끊임없이 전쟁을 벌인 결과, 곤충은 우리에게 마시고 먹고 더 나아가 치료하는 데 쓸 온갖 것들을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니 그들에게 고마워하고 또 고마워해야 한다."

숨겨진 세계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곤충들의 비밀스러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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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에서 단테의 <신곡> 연극을 봅니다.
[그믐연뮤클럽] 8. 우리 지난한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여정, 단테의 "신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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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녕, 오컬트도 잘합니다. [다문화 혐오]를 다루는 오컬트 호러『제』같이 읽어요🌽[텍스티] 텍스티의 히든카드🔥 『당신의 잘린, 손』같이 읽어요🫴[텍스티] 소름 돋게 생생한 오피스 스릴러 『난기류』 같이 읽어요✈️[책증정] 텍스티의 첫 코믹 추적 활극 『추리의 민족』 함께 읽어요🏍️
10월 20일, 극단 '족연'이 돌아옵니다~
[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모두를 위한 그림책 🎨
[도서 증정] 《조선 궁궐 일본 요괴》읽고 책 속에 수록되지 않은 그림 함께 감상하기![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책증정] 언제나 나를 위로해주는 그림책 세계. 에세이 『다정하게, 토닥토닥』 편집자와함께"이동" 이사 와타나베 / 글없는 그림책, 혼자읽기 시작합니다. (참여가능)
각양각색! 앤솔로지의 매력!
[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책나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시간을 걷는 도시 《소설 목포》 함께 읽어요. [장르적 장르읽기] 5. <로맨스 도파민>으로 연애 세포 깨워보기[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
사랑은 증명할 수 없지만, 증명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있다
[밀리의 서재로 📙 읽기] 29. 구의 증명최진영 작가의 <단 한 사람> 읽기[부국모독서모임] 최진영의<구의 증명>, 폴 블룸의<최선의 고통>을 읽고 책대화 해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레슨!
[도서 증정] 『안정감 수업』 함께 읽으며 마음을 나눠요!🥰지금보다 나은 존재가 될 가능성을 믿은 인류의 역사, 《자기계발 수업》 온라인 독서모임
한국의 마키아벨리, 그의 서평 모음!
AI의 역사한국의 미래릴케의 로댕최소한의 지리도둑 신부 1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일본의 탐미주의 작품들
[그믐클래식 2025] 10월, 금각사 [북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년』 함께 읽어요!
공룡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기로!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7. <경이로운 생존자들>[밀리의 서재로 📙 읽기] 10. 공룡의 이동경로💀《화석맨》 가제본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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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증정] 호러✖️미스터리 <디스펠> 본격미스터리 작가 김영민과 함께 읽기 [박소해의 장르살롱] 7. 가을비 이야기 [박소해의 장르살롱] 10. 7인 1역 [박소해의 장르살롱] 2. 너의 퀴즈 [박소해의 장르살롱] 21. 모든 예측은 무의미하다! <엘리펀트 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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