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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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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게 미안한 실내식물 이모저모

꽃을 집에서 키운다는 것이 평소 관심사랑 거리가 머니, 이럴 때나 한 번 맛이나 보자 싶어 들췄다. 그러나 노랑노랑 표지와 얇은 두께는 위장이었으니, 콜렉션 욕심에 야생종을 멸종시키고, 서로 콜렉션을 훔치고, 맘대로 유전자 조작했다가 위험성이 어쩌고 해서 대량 폐기를 하고 난리를 떠는 인간의 집념이 지긋지긋하다. 바이오필리아란 단어는 멋지지만, 이게 정말 식물'과의' 유대인게 맞는가. '인류와 식물의 공동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식물 쪽에도 좋은 진화라고 말할 수 있나. 다육식물 생산에 대한 언급에서는 어처구니 없어 웃음이 난다. "이처럼 끔찍한 식물이 대부분 한국의 양묘장에서 생산되고..." 서양의 유전자 조작은 겁내 인간적이신가봐. 한편으로 당연하게 식물이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 역할, 장기적으로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용 기술 등도 나오니 분명 긍정적인 내용들이 있다. 사진 속의 싱가포르 파크 로열은 참 근사하고, 주거환경에 식물과 분자과학이 결합하여 미래의 주거가 더 쾌적하고 친환경적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좋다. 하지만 그 설명들 바로 뒤에 "우리가 실내식물과 맺는 관계는 우리가 환경 및 야생 생물다양성과 맺는 관계의 축소판이다. 우리는 숭고하고 경탄할 만한 것을 창조할 도구들을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 는 말에 짜증이 올라오니, 내가 너무 부정적인가...스트레스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지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가?

역사나 사업에 관한 설명과는 별개로, 피로한 도시생활 속, 잠시 내 방 안의 화분들을 보며 작은 위안을 얻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식물 판매점이나 식물 동호인 모임에 가보면 실내식물의 구매, 수집, 재배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커다란 기쁨을 불러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기는 다양하다. 집착에 가까운 사람도 있고, 특정 식물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사람도 있다. 사냥의 흥분, 친구 만들기, 지식 습득, 혹은 자존감과 정체성 확립이 동기인 사람도 있다." 식물이란 단어만 바꾸면 모든 덕질에 해당되는 말 아닌가. 그저 누군가 고개 돌려 꽃을 보는 기쁨이, 빠른 시일 내 지속가능한 형태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일단은 본문에서 언급된 공포의 이탄 문제부터 좀...

실내식물의 문화사
실내식물의 문화사
뭔가 불편하지만 믿고 싶은 이타심 찬가

많은 조사 결과들이 인용되고, 아 그렇겠다 생각되는 내용들이 있고, 이타심이 원제마냥 정말 온세상 고치는 wonder drug였으면 한다. 하지만 군데군데 의아하게 느껴지는 조사, 시크릿에서 잘라왔나 싶은 해석들에 묘한 갑갑함이 조금씩 쌓인다. 읽는 시간보다 혼자 반박하거나, 내가 이타심이 모자라 이런 생각 하는 건가 의심하느라 보낸 시간이 더 길어 마음 한 구석이 꿀꿀. 이타적이면 사회적으로 더 성공하고 건강하고 오래 살고 우울증도 낫고 기타등등...너무나 선하고 주변에 아낌없이 주었음에도 그런 일 없던 분들 세상에 많다. 죽은 시인의 표현법 파트에선 이게 지금 말인가 하다가, 이런 분석에 900명이 아니라 9명씩 2팀 대조하는 걸 '치열한' 과학자가 당연하게 여긴다면 비전문가 독자가 황당해하는 게 잘못된 것인가 결국 자기의심. 이타심 논하는 책에 피카소 말이 인용으로 나오는 것도 황당하고...의미 있는 인간 관계라는 것도, 나 혼자 '우리 오늘부터 1일' 할 수도 없는 문제인데 쉽게 다뤄지는 것에 입맛이 좀 쓰다. 그래도 정말 이런 말들이 통하는 세상이었으면 하는 생각은 계속 따라온다.

어쨌든 공감 능력을 꾸준한 학습으로 키울 수 있다는 건 믿어도 될 것 같고, 읽으면서 주변인들에게 나는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스쳐가는 사람들에게 배려 이전에 적절한 예의는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니 잘 읽었던 걸로...

삶이 고통일 땐 타인을 사랑하는 게 좋다 - 나를 구하는 인간관계의 과학
삶이 고통일 땐 타인을 사랑하는 게 좋다 - 나를 구하는 인간관계의 과학
이제 봐도 희한한 성경 생활 체험기

읽는 입장에서야 몰랐던 책이 신간이지만, 거의 20년 되가면 연식이 상당한데도 세월의 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하긴, 성경 내용이 바뀔 리도 없고, 갑자기 압도적인 신종파가 등장해서 판도가 바뀐 것도 아니며, 본문에 언급된 논쟁거리도 해결 안 된 상태이니 - 아니지, 트럼프가 위원회 만든 기세 쭉 밀어서 "천조국은 신정국가다!" 해버리면 강제 종료 되나? -  AI나 경제 분야와 비교하면 종교 생활이라는 주제가 보급 기한에서 엄청나게 유리하구나 잠깐 잡생각. 장기적 이익을 고려해 출판사에서 양(...)까지 협찬하면서 사진 찍어준 건가...

표지가 코믹하니까 집 나간 내 웃음 찾으려고 들췄는데, 페이크는 아니지만 웃고 끝날 내용은 아니었다. 종교라는 게 어떤 거대한 존재를 믿느냐 마느냐에서 그치지 않고, 의식주를 지배하고 정신에 사고의 질서인지 장벽인지 모를 무언가를 인스톨한다는 것이 갑자기 피부에 와닿아서...낄낄대다 바로 다음 대목에서 사람 마음 급냉각시키는 취재 내용이 튀어나오고, 대체 이게 뭔 짓인가 머리 싸매고 싶은 이야기도 나오고 읽는 사람 마음 바빠진다. 내 마음 속 여신 중 하나인 로자리오 도슨이 이런 책에서 그런 주제로 나올 땐 내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르겠고요. 참 안 보고 싶지만 안 나올 리가 없는 정치적인 상황들 이야기에 의외의 놀라움도 발견하고...성경 베이스면 백퍼 낙태와 피임 반대라고 생각했는데, 이걸 성경 구절로 반박하는 낙태 찬성파가 있다는 건 몰랐다. 역시 세상은 넓고 내 모르는 것이 세상에 널렸어...

각종 좌충우돌 체험에서 웃음 찾는 한 편, 무신론까지는 아니지만 전혀 종교적으로 살지 않던 사람이 1년 동안 '시도'를 한다고 과연 신앙심이 생길 수 있는가, 대체 끝이 어찌 날까 읽는 내내 궁금했는데 - 신심 충만한 신도가 될지, 성경 제대로 까는 블랙 유머로 끝날지 - 희한한 짬뽕밥 결말이 나니 살짝 벙찌지만 납득은 갔다. 자기 뿌리나 주변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는 긍정적인 경험이 짜증나는 경험보다 더 많았던 건 알겠으니...성경도 성경이지만, 아들과 춤추며 느끼는 감정을 행복하게 말할 때는 이 모든 게 결국 커뮤니티와 소속감의 문제인가 생각해본다. 나와 이어진 사람들과의 일체감을 소중히 한다는 건 좋지만, 사랑에는 이유가 필요 없으니 뒤집으면 남들과 구별되는 '내 집단'의 의례에 논리는 필요없다는 말도 되는 거 아닌가...피로가 밀려오니 그만 생각하자.

어쩌니 저쩌니해도 유머 코드 맞아서 많이 웃었고, 저자 말마따나 아내분은 성자가 맞으며(의자 건도 그렇지만 분만실 대화도, 보통 성격이면 된소리든 싸다구든 뭔가는 날아갔겠지) 아빠의 고뇌의 원천 두 살 배기 - 지금쯤이면 대학생이려나. 어이구 세월아... - 가 용케 큰 부상 한 번으로 일 년을 마무리한 것도 다행이다. '감사의 마음'이 여정의 중요한 성과들 중 하나이기도 했으니, 몸이 멀쩡해서 책 볼 수 있는 것에, 누가 돈과 시간 들여 고군분투한 내용을 나는 편하게 글로 볼 수 있다는 것에, 저자의 다른 책들이 제법 되니 신나는 볼거리가 아직 남아있다는 것에 나도 감사하며 잡설 끝.

미친척 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 - 상
미친척 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 - 상
봄날 읽기엔 너무 힘들었던 이야기

흐려지기 시작하는 기억력을 감안해도, 긴 오덕 생활 통틀어 첫 페이지에 이 정도 절망을 투척하는 책이 과연 있었는가 모르겠다. 시작 몇 줄에 벌써 정신이 혼미하니 이게 뭔 일.

자아 1 : 꽃노래를 불러야할 계절에 이게 뭔 일이야. 그냥 덮고 개그 소설 뭐 없나 검색해!

자아 2 : 명작 중에 희망 던져주며 시작하는 게 얼마나 있다고. 혹시 알아 끄트머리에 세상은 아름답다고 할지?

자아 1 : 아직도 매지컬 리얼리즘의 매운 맛을 덜 보셨구만. 마지막에 나오는 건 모두 가루 되어 사라졌어요 짠짠 매직쇼뿐이라고!

자아 2 : 아 몰라 책장 넘겼는데 어떡해...

결국 기분 업될 일 1도 없는 책을 다 읽었고, 대단한 책인 건 확실하게 알았다. 역시 경험자의 묘사는 소름 돋게 리얼하니, 습기 때문에 더위 속에서도 느끼는 축축한 한기나 오염된 물을 보면 몸서리를 치게 되고,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폭력을 행사하는 부분에서는 읽는 사람 정신도 마비될 듯. 폴 벌린의 멘탈이 가장자리서부터 바스라지면서 가루 날리는 걸 보고 있으니, 끝을 보려면 부지런히 책장 넘겨야 하는데 넘길 때마다 불안하고 여튼 혼자 난리 부르스.

비현실을 대놓고 꿈꾸는 카차토가 답답하면서도, 중반 넘어가고 레이크 컨트리의 진상이 나올 쯤 되면 어차피 허구니까 제발 파리 행에 성공하기만 두 손 모아 바라게 된다. 맥락상 중요한 건 파리까지 가냐 못 가냐가 아니더라도...한 줄기 희망은 커녕 안 그래도 잔고 부족한 내 마음 속 긍정성을 순간 바닥내는 결말을 보니,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의 힘이란 여러 가지 의미로 엄청나구나 실감. 짧게 들어간 저자 인터뷰를 보면 결말에서 멍해졌던 마음이 갑자기 울컥하니,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하는 책을 이제야 내가 읽었구나, 그리고 두 번 읽었다간 내 멘탈이 터지겠구나 하는 생각들이 머리 속을 스쳐간다. 하이고...여기저기서 포화 터지고 정말 3차 대전을 볼 것인가 두려워지는 시기,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카차토와 일행들이 살아남기를 방구석에서 그저 희망해본다.

카차토를 쫓아서
카차토를 쫓아서
생각과 매우 다른, 고서 파는 일상

비싸고 희귀한 고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점에는 가볼 일이 없으니, 전문가들이 백화점 명품관 직원들처럼 양복 입고 장갑 착용하고 일하는 이미지만 막연히 있었다. 이 책 한 권으로 그 환상이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사라진 건 그렇다 치고, 고서점이란 이렇게 일신의 위험이 도사리는 공간인가 별 생각 다 든다. 아이템 불문하고, 서비스업이면서 매니아들이 들락대는 곳은 깔끔하고 평화로울 수가 없나벼...

희한한 손님들과 그 천태만상에 맞춰가는 직원들 이야기가 즐겁기는 한데, 장사는 잘 몰라도 내가 지분 가진 가게가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면 책의 가치고 나발이고 졸도하지 않을까. 이런 상황을 버티고 계속 운영을 허락하는 파워스들 심정이 궁금해...결혼정보업체 마냥 고객에게 운명의 짝을 찾아줘야 하는데 성사된다고 수수료가 많은 것도 아니고, 베스트셀러가 될 일도 없는 희귀서적 전문 서점을 유지하게 하는 애정의 원천은 대체 무엇일까.

저장고에서 사람 맞닥뜨리는 장면에선 저자 성격 좋다고 감탄. 나같은 밴댕이면 회사 복귀하자마자 장군 모시는 샤먼 마냥 사자후 뿜고 난리가 났겠지. 심장마비 걸리면 산재도 안 해줄 거면서 이런 중요한 설명을 안 했냐고 있는 목청 다 까고...그 와중에 책 수집가의 결혼에 대한 조언을 보니 웃긴데 왜 욕과 눈물이 동시에 흐르냐...크흑.

읽고 나서 소서런 서점 홈페이지 들어갔다 맨 위의 르 귄 초판본 가격에 잠깐 호흡 정지(거의 팔백이면 새 책장이랑 르 귄 전집을 다 사고도 남겠는데...). 충격을 떨치고 보는 사진들 속 서점이 너무나 멀쩡해보여서 정말 저기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났는가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얼마 전에는 이사도 간 모양이고(책 내용을 생각하면 확장 이전은 아닐 듯한 슬픈 예감...)  올리버 씨도 금년에 소설책을 출간하는 모양이니 어쨌거나 책을 둘러싼 사람들의 일상은 무사히 흘러가고 있나보다. 그리고 아마, 책에 목을 매며 소서런에 드나드는 수많은 불나방들의 하루도...

기묘한 골동품 서점
기묘한 골동품 서점
가슴에 쭉 차오르는 누군가의 마지막

얇고 작은 책인데 읽고 나니 할 말도 잘 못 찾겠고 몸까지 묵직하다. 시한부 선고를 내리는 병은 다 몹쓸 병들이지만, 루게릭병이 육체적 자유를 빼앗아가는 과정을 보면 등골이 서늘. 문장들이 다 절절한 것은 군더더기 붙일 시간이 없어서겠지. "정말이지, 나는 이 이야기, 이 싸움을 치유로 삼지 않는다. 게다가 죽음이 치유가 되기는 하나? 나는 이 이야기를 투쟁의 기록으로 삼을 생각도 없다." 이런 말들에 나름 감상 써보자고 끙끙대보지만 안 되겠더라. 언제는 글 잘 써서 독후감을 썼냐마는, 속만 아리고 끄적여본 글들은 너무 저렴했다.

조력 존엄사를 위해 벨기에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이 그저 안타깝다. 이런 주제의 책들을 볼 때마다, 하나의 법이 없어 벌어지는 일들이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두려움만 더하다. 저자처럼 벨기에 갈 형편도 될지도 의문이라 더...인생의 마지막이 고통의 연장으로 끝나지 않을 때,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구원이 있을텐데. 한 서민이 이런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변하는 건 없으니 입 안만 텁텁.

읽고 나서 다시 보는 맨 앞의 사진들은 참으로 반짝이니, 세상이 혼란스러워도 이승에 살아서 내 손으로 책장 넘기는 이 순간에 저런 빛이 있으리라 여기고 그저 감사할 뿐...

나의 마지막은, 여름
나의 마지막은, 여름
먹는 이야기로 보는 프랑스와 그 너머

기본 눈 떠있는 순간의 대부분 배가 고픈 사람이라 '외로워서 배고픈' 이라는 부분은 크게 와닿진 않으나, 먹는 얘기는 일단 궁금하니까 픽.

일단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혼자 먹는 식사는 오로지 나에게 몰입하는 값진 시간이라는 이야기에서 고도의 음식 사랑이 느껴짐. 식사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책이 2018년에 나왔다는 걸 생각해도 고리짝 전설이 아니라는 게 놀라운 계산서와 와인 초이스 이야기, 급식과 다양성, 맛있는 음식을 편안하게 먹는 순간들의 무게, 정치, 패션, 맛집 평가의 이면, 누군가를 식사에 초대한다는 것의 의미...먹는 걸로 정말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놀라움과 더불어, 먼 나라 사정과 만국 공통인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새삼스레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건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에서의 식문화 차이 설명. 주인공들의 환경 차이는 그냥 봐도 대강 느껴지긴 하지만, 볼로네제 스파게티가 그리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아델의 군것질마저도 계층적인 차이를 보여준다는 것(그냥 한창 나이라 잘 먹는 줄...)을 들으며 한국은 어떤가 잠시 생각해보는데 모르겠다. 형편이 안 되어 가격이 오른 식자재를 못 사는 경우나 기호식품 차이는 생각할 수 있지만, 서민과 부자를 명확히 가르는 가정식 메뉴가 있나? 재벌이라고 찌개나 쌀밥을 안 먹을 것 같지는 않고...설마 안 먹나...?

줄리언 반스와 남편분의 이야기처럼 빵 터지는 순간도 있고, (부럽다는 말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마지막 챕터처럼 좀 숙연해지는 부분도 있고, 이런 저런 생각하며 잘 읽었다. 입맛 다시는 순간이 기대보다 적은 것은 내 식경험과 상상력이 동시에 부족한 탓이니 어쩔 수 없고...그 와중 소개된 대화의 기술에 확 꽂혀서, 이 63페이지 소책자를 어떻게 입수할까 끙끙대고 앉았다. 책 하나 읽었다고 사교 천재가 될 것도 아니고 빨리 포기해야 하는데 이놈의 탐욕 정말...

외로워서 배고픈 사람들의 식탁 - 여성과 이방인의 정체성으로 본 프랑스
외로워서 배고픈 사람들의 식탁 - 여성과 이방인의 정체성으로 본 프랑스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인생이란 노래

노래로 힐링하는 아마추어 합창단을 상상했는데, '노래'는 중요하지만 노래 클럽은 양념이었고 전국대회 나가는 그런 내용 아니었다. 어흑...피델리스가 자리잡는 초반 이후로는 웃을 건덕지가 없으니 그저 긴장한 신입사원처럼 거북목하고 이야기 바짝 따라갈 뿐. 피델리스나 델핀이나, 인생 굴곡 참 둔탁하고 꾸준하기도 하여라...분위기가 분위기다보니 괜히 큰 소리 내면 안 될 것 같아, 짜증날 때도 욕을 확 못 뱉고 속삭이게 된다. 뭔 고리짝 조회 시간도 아니고 참...

세상이 원래 그런 거다만, 크지도 않은 동네에 속 터지는 사람들 왜 이리 많노. 등장 페이지에 검은 칠하고 싶은 마음 절로 드는 탄테, 공권력 남용의 대가를 제대로 치룬 호크(장르가 다른 소설이었으면 이 얘기가 메인이었겠지...), 선한 인물은 맞지만 행동들이 미묘한 피로를 누적시키는 시프리언 기타 등등...묵직하지만 놀랄 일은 없다고 생각하며 쭉 읽다가, 예상 외의 불행에 슬쩍 움찔하더니 막판에 사람들 정체(?) 나오면서 말 그대로 벙 찜. 아니 무슨 추리소설도 아니고 이게 뭔 일이래! 어쨌든 낑낑댄 만큼 뭉클하였고 잘 읽었지만, 작가의 다른 책들은 나중에 용기가 생기면 봐야겠다. 책 뒤편의 내용 소개글들을 보니, 이 책 꿉꿉함 수위가 그나마 제일 낮은 것 같음...

정육점 주인들의 노래클럽
정육점 주인들의 노래클럽
앓는 소리 절로 나는 불행의 파문

상당히 속이 피로한 내용에, 읽고 나니 이게 시리즈 2권이었다. 하아...이왕 시작한 거 1권도 보긴 봐야겠는데, 읽고 나서 모래 씹은 기분 또 맛보게 되는 건가 불안이 밀려온다. 그런데도 안 본다는 선택지는 없는 이 성격이 병이여...

당장 형제의 험하기 짝이 없는 어린 시절만 해도 충분히 머리 아픈데, 설마하는 마음에 갑자기 읽다말고 한국의 미취학 아동 관리 매뉴얼 내용 검색하고 사서 속타는 짓까지 하느라 스트레스 쭉쭉 상승. 그러나 유혈사태의 뒷사정 해설만 기대하고 본 2부에선 더 썩은 맛의 아동 학대가 기다리고 있으니 읽으며 정신이 들락날락한다. 여러모로 생각할 점이 많은 이야기인데, 일단 이런 주제 나오면 혼미해져서 사색...이 아니라 오만 잡생각도 잘 안 됨. 어지간하면 '그래도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는 취지에 고개 끄덕이는 편인데도, 클라이막스에 하도 인물들이 쪼이니 가노의 태도에 짜증이 푸왁 올라옴. 무슨 부모의 원수라도 잡냐 좀 살살 하라고...

개인적으로 아사히가 8년 사이 왜 이리 건조하게 비틀린 태도를 장착하게 되었나 이해가 잘 안 가서 아쉽기도 하고(기자 생활이 힘들어서라면 세상 기자들이 다 그래야지...), 노화를 가속시킬 것 같은 내용이었지만 어쨌든 잘 봤다. 우울함보다 마지막의 미소들을, '드넓은 하늘'을 기억하기로.

아침과 저녁의 범죄
아침과 저녁의 범죄
한 마리 새와 삶의 눈물방울 매듭

인연이란 단어는 그저 수식어라고 생각하지만, 인생의 절묘한 시기 저자를 찾아온 까치를 보니 인연이란 존재하는가 오랜만에 생각해보게 된다. 육아(?), 억눌린 우울, 이끌어주는 사랑, 가족이 한데 얽혀 끌고 끌어당기는 이야기가 왜 이리 신비로운가.

음악계의 거물이 카메오도 아니고 정말 좋은 사람으로 등장하는 것에 놀라는 한편, 가족은 당연하고 새도 절대 길러서는 안 되었던 시인에겐 쌍욕이 절로 올라온다. 육두문자만 내리 몇 장 쓸 수 있을 것 같으나 그냥 언급을 줄이고 내 정신을 지키는 게 좋겠다. 이 사람에 대한 아냐의 의견들 구구절절 옳으니 무릎 장단 절로 침. 역시 한 새와 한 남자를 동시에 구원한 사람은 뭔가를 알고 있어...아버지라는 인간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이 도화선이 되어 자칫하면 인생 말아먹을 뻔 했는데도, 그 인정을 계속 갈구하고 화살을 스스로에게 돌리는 모습이 몸 저리게 슬프면서 소름 끼친다. 해결된 것은 없는데 상대방만 사라지는 무기력한 상황까지 오면 읽는 사람도 북받침. "적절한 감정이 없다는 게 걱정되지만,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감정이 뭔지도 모르겠다. 가진 적 없는 것을 어떻게 떨칠 수 있는가? 내가 잃은 것은 사람이 아니라 - 지난 20년 동안 내가 그와 함께한 시간은 20시간도 되지 않는다 - 사람을 알아갈 희망이다."

인생을 갉아먹는 기억도 흘려보내야 할 때가 있고, 사랑하는 존재를 그 사랑 때문에 떠나보내야 하는 때가 있는 것을 보니 분명 뭉클하면서도, 대체 인간사란 뭐가 어찌 되먹은 것인가 점점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강하지 않다는 사실과 주변의 도움을 받아들이고, 나를 세상에 붙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집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새삼 생각함. 저자가 해냈다는 것이 그저 다행스럽고 기쁘다.

혹시나 해서 작가 인스타그램 들어갔다가 벤젠의 '컴온' 영상에 화들짝. 아빠(?) 입장에서 귀에 콩깍지 씌어 과장한 게 아니라 정녕 놀라운 까치였다. 20년이 넘게 사는 까치도 있다고 본문에도 나왔으니, 영특한 벤젠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기를...


"이제 녀석은 우리 머리 위로 솟아오르며 존재의 단순한 기쁨을 가르친다. 하늘을 나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쨌건 나에게는 그렇다. 하늘을 나는 것은 오직 그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과거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향해 날갯짓하는 것이다."

까치 한 마리는 기쁨 - 두 아버지와 나, 그리고 새
까치 한 마리는 기쁨 - 두 아버지와 나, 그리고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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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은 그믐밤입니다~ 함께 읽어요!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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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휴머니스트 세계문학전집 읽기] 3. 석류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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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여기가 아닌 저 너머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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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기후위기 얘기 좀 해요![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1. <화석 자본>무룡,한여름의 책읽기ㅡ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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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유튜브] 《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같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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