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쉿 잡을 읽고
2026-06-03 10:21:02
불쉿 직업은 그것이 있든 없든, 사회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직업이다. 불쉿 직업은 그 자체로 해롭다. 내가 어떤 의미도 찾지 못하는 일에 주 5일, 하루에 8시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그것은 스스로에게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일이 우리 삶의 시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여기서 아무런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인생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직업은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직업을 가짐으로써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그날 먹을 저녁을 산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돈으로 교환되는 사회에서, 직업을 포기하고 불쉿이 아닌 것을 찾아 떠난다는 것은 무모한 짓으로 비친다.
작가는 불쉿 직업을 가진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진단한다. 고용률을 국내 경제의 핵심 지표로 삼으면서, 정부는 최대한 고용률을 높이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 수치화가 어려운 일자리의 질은 후순위로 밀린다. 그래서 수많은 불쉿 직업들이 창출된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는 낮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보상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사회적 가치가 없는 직업들은, 일하는 사람 스스로도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에 그에 대한 보상으로 많은 돈을 받는다.
작가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대책으로 내놓는다. 생계를 노동과 분리하여, 불쉿 잡에 있는 사람들이 가치 있는 노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며, 일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 보다 자유로울 수 있도록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장은 있으나 그 안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볼 여유가 필요하다. 기본소득은 당장 생계를 위해 지금의 일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직업은 사회적 생활을 하기 위한 돈을 버는 수단이기도 하며, 동시에 나의 대부분의 시간을 바침으로써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다.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시키는 일을 찾는 과정은 정말 쉽지 않다. 만약 처음부터 내가 의미를 느끼고, 돈까지 벌 수 있는 일을 찾았다면 정말 축하할 일이다. 그 일을 계속하길 바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이 책을 통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당장에 당신이 가치 없는 일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세상은 갈수록 의미를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지고, 당장 당신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무언가 일을 했어야 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