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by 토독토독2026-07-04 10:30:03
다섯째 아이다섯째 아이

벤은 정말 괴물로 태어난 것일까. 아니면 해리엇과 가족들의 두려운 시선이 결국 그를 괴물로 만든 것일까.

오래도록 읽기를 주저하다 이제야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를 꺼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섬뜩한 공포소설이라고 말했지만, 책장을 덮은 뒤 내게 남은 감정은 공포보다 쓸쓸함이었다.

소설의 시작은 더없이 따뜻하다.

서로를 첫눈에 알아본 데이비드와 해리엇은 사랑하고 결혼한다. 런던 외곽의 넓은 빅토리아풍 저택을 마련하고, 부활절과 크리스마스마다 친척과 친구들이 모여드는 집을 꿈꾼다. 부족한 생활비는 양가 부모의 도움으로 채워지고, 루크와 헬렌, 제인, 폴까지 네 아이가 태어나는 동안 그들의 삶은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에 가까웠다.

물론 주변에서는 걱정도 있었다. 아이를 너무 많이 낳는 것은 아닌지,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하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큰 집에서 많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자신들이 꿈꾸던 행복이었으니까.

그러나 예정에 없던 다섯째 아이가 찾아오면서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해리엇은 이전의 임신과 전혀 다른 경험을 한다. 뱃속 아이는 밤낮없이 몸부림치고, 그녀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미친 듯이 거리를 걷는다. 아이를 잠재우기 위해 진정제를 먹고, 뱃속을 향해 "가만히 있어."라며 협박까지 한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벤은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태어난 벤은 가족이 기대했던 아기의 모습과 다르다. 좁은 이마, 빽빽한 머리카락, 비정상적으로 강한 근육, 지나치게 큰 힘. 울음소리조차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형제들은 벤을 무서워하고, 친척들은 집을 찾지 않기 시작한다.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집은 어느새 침묵과 긴장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된다.

결국 가족은 벤을 요양시설로 보낸다. 하지만 해리엇은 끝내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다. 시설에서 구속복을 입고 약에 취한 채 축 늘어진 벤을 본 그녀는 아들을 다시 집으로 데려온다. 그러나 벤의 귀환은 행복을 되찾아주지 못한다. 오히려 가족은 더욱 빠르게 무너져 간다.

루크와 헬렌은 기숙학교로 떠나고, 제인과 폴마저 집을 벗어나려 한다. 데이비드는 지쳐가고, 부부의 관계도 멀어진다. 결국 해리엇은 벤 하나를 지키기 위해 나머지 가족 모두를 잃어간다.

성장한 벤은 또래들과도 어울리지 못한다. 대신 사회에서 밀려난 아이들, 거칠고 폭력적인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무리를 이룬다. 절도와 폭력, 각종 사건이 이어질 때마다 사람들은 가장 먼저 벤을 의심한다. 해리엇 역시 언젠가 뉴스에서 벤의 이름을 듣게 될 것이라는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책을 읽는 내내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벤은 정말 괴물이었을까. 분명 그는 평범한 아이와는 달랐다. 하지만 작품 속 의사도, 교사도 벤이 완전히 비정상적인 아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고, 조금 더 세심한 돌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뿐이다.

그런데 가족은 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두려움은 경계가 되고, 경계는 혐오가 되고, 혐오는 결국 벤을 가족 밖으로 밀어낸다. 벤 역시 자신을 두려워하는 세상을 향해 조금씩 등을 돌린다.

도리스 레싱은 끝내 답을 주지 않는다.

벤이 정말 태생부터 괴물이었는지, 아니면 가족과 사회가 만들어 낸 존재인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그래서 [다섯째 아이]는 단순한 공포소설이 아니다. '정상'이라는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쉽게 배제하고 격리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리는 벤을 두려워하지만, 정작 더 무서운 것은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의 시선인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섬뜩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게는 무서움보다 서글픔이 더 크게 남았다.

누군가를 괴물이라고 부르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춘다. 그리고 어쩌면 그때부터 진짜 괴물은 벤이 아니라, 다름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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