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등불 삼고 살아야 할지
2025-10-28 17:45:25
노자의 도덕경을 도덕, 즉 예의범절, 윤리 등의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착각하는데 한 번이라도 이 책을 들춰보았다면 결코 그런 내용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도덕경이 쓰인 배경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170여 개의 제후국이 난립하던, 그야말로 대혼란의 시대였다. 끝없는 전쟁을 치르며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가기도, 수많은 생명을 죽고 죽이기도 하며 불안한 생존을 이어갔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인도하는 스승을 찾아냈으며 그중에 초나라의 이이가 있었다. 그의 어머니가 62세에 낳은 자식이라 머리가 센 채로 태어나자마자 말을 했다는 설로 후대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 노자이다. 지금으로 치면 국립도서관에서 문서를 관리하던 그는 노년이 되자 관직에서 물러나 은둔의 삶을 살았고 이 책은 그즈음 쓰였다고 한다.
짧게 요약하면 도덕경은 도교의 근본이 되는 도와 덕에 관한 책이며 여기서 도는 우주 만물의 실체를 이루는 근본 이치, 덕은 도의 본질이 반영된 개인의 내면을 말한다. 그리고 그 둘의 질서는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시처럼 짧고 형이상학적으로 다루는 상징적인 표현이 많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무언가 새롭거나 특별하거나 독특한 이야기들은 전혀 아니다. 무엇보다 인위적이지 않고 무위를 추구한다는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무리하여 애쓰지 않아도 나는 이미 나로서 완전하고 우주와 하나라는 범아일여 사상과 맞닿는 지점이 10년 넘게 운동으로 요가를 해오던 도반의 마음을 울렸다. 또한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안으로 깊게 아는 삶, 움켜쥐기보다 내려놓으며 쌓기보다 베푸는 삶이 하늘의 도이고 성인의 덕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와 데이터 과잉의 시대 속에 본질에 대해 말하는 것이 현실과 동떨어지고 우습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세상의 끊임없이 변해왔고 동서고금 매 순간 갈대처럼 흔들리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안내해주는 지침서가 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