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에 이용당하지 않겠어
2026-04-12 21:35:12
오른쪽 칼럼에 생긴 박스 [유디테의 자본주의 알아가기] 에 엄청난 부담이 느껴진다. 난 그냥 돈에 환장한 돈미새일 뿐인데. 이왕 밝혀진 거 이 책에 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지.
어제의 모임에서 우리 가족은 도널드 트럼프를 전범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나 같은 반골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좇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것을 같이 욕하는 사람에게 더 끌리기 마련이다(오싫모여 영원하라). 저자는 예술가이자 교육자인데 트럼프가 처음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그 시기의 어떤 미국인들이 그랬듯 현타가 상당하게 온 모양이다. 그처럼 표현이 많고 행동이 큰 나라에서 이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선택하는 것이 나름 큰 결심이라면 결심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현대인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 의미있는 생각과 발화의 필수요소임을 주장한다. 대한민국의 오늘이라고 별반 다르겠는가. 회사에 노동 시간도 모자라 글로벌 거대 기업에 여가 시간까지 바치면서도 진짜 휴식을 찾아 비행기를 타고 배를 타고. 그래 봐야 거기서도 조식 시간에 맞춰 일어날 거면서. 그 조식 역시 사진 찍어 어딘가에 올리겠지. 애초에 떠난 그곳이 진짜 내가 원했던 곳인지는 확신할 수 있는가. 계속해서 책은 도망친 곳에서 낙원을 만들어 보려고 했던 저항자들을 소개한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메우는 것은 녹록잖다. 템플스테이나 명상센터에 들어가서 얻은 깨달음과는 상관없이 돌아온 집에는 먼지가 쌓여있고 공과금도 내야 하는 것처럼. 그렇다면 다음 저항은 거부이다. 덕분에 아르카북스에서 자만추로 필경사 바틀비도 읽었다. 하지 않기를 택함으로써 자유 의지를 공고히 하는 것은 쇼펜하우어나 사르트르 등 여러 철학적 전통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곳은 어디인지, 우선 욕망에서 뗄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 봐야겠다. 뜬금없이 유행하는 봄날의 봄동비빔밥을 계절의 상실에 따른 예감이 만든 신호로 읽을 수 있다면 저자의 제안처럼 이미 존재하는 것과 가진 것에도 다시 흥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참, 나는 집중력을 도둑맞은 지 오래다 싶으면 그냥 앞부분의 '들어가며'만 읽어도 좋겠다. 아주 친절하게 요약되어 있다. 참고로 서문은 영화 벌새의 감독이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