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재킷> 이현 작가, 서평글
2024-08-10 00:17:20
"천우는 스토리를 지워 버렸다. 후회되지는 않았다."
p.24
(창비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 전인 가제본 책을 제공받아 읽었기 때문에, 정식 책과 페이지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
약 10일에 걸쳐 책을 완독했다. 첫날에는 2~30페이지씩 읽었다. 며칠 후 두 번째로 읽었을 때도 그 정도 읽었다. 그러나 반절 정도 읽은 후로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새벽까지 책을 붙잡고 있었다. 멈출 수가 없었다. 중심으로 가까워질수록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소용돌이치는 물살 같았다. 그 물살 속에서 천우신조호에 있는 아이들과 함께 희망과 절망을 오갔다.
이 책은 단순히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할 수 없다. 동시에 어느 책보다도 청소년 문학이다. 단순하고 가벼워 보이는 소재로, 새로울 것 없는 플롯으로, 인생사를 촘촘하게 재현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안개 속에 갇혔다.’ ‘망망대해에 버려진 것만 같다’ 등의 비유적이고 과장된 언어가 나에게 문자 그대로 벌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그것이 행운이든 불행이든 말이다. 어린아이이든, 어른이든 똑같다. 나에게는 설마, 아무렴,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기어코 닥쳐오는 상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또 구원받는다. 바다 한가운데 큰 파도 위에 떠다니는 작은 요트처럼. 그중 몇은, 아니 대부분은 파도에 삼켜져 난파되기도 한다. 다만, 몇몇은 전복되지 않는다. 전복되더라도 물에 흠뻑 젖어 천근만근 무거운 몸일지라도 일어나곤 한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찾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것이 어떤 의미이든. 이 책은 이러한, 그러한 이야기이다.
처음 인용문은 서평을 위해 책을 다시 읽다가 새롭게 다가온 구절이다. 이 두 줄로 가슴이 저릿했다. 지금도 저릿하다. 이 두 줄이 천우의 이야기(스토리)의 시작이자 끝 같다. 마치 예고처럼. 복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