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온 - 일인칭 가난
2025-10-05 11:40:14
책의 표현을 빌려 “2000년대의 가난”, “어리고 젊은 가난”을 기록한 에세이. 나는 이 책의 도입부를 읽고 숨이 턱 막혔다. 굉장히 좋은 글을 보면 관용적 표현처럼, 가끔은 정말 소리 내어 “헙!”하고 숨을 쉬는 게 잠시 멈추곤 한다. 종이책이라면 문장에 무언가 만져질 것처럼 손으로 쓸어보기도 한다. 시간이 더 지나서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 문장이 나오기까지 글쓴이에게는 어떤 시간이 지나갔을까. 좋은 문장에는 긴 시간이 있고, 나는 긴 시간을 마주하면 그 경이감에 짧게나마 숨죽이는 것 같다. 거대한 조형물 앞에서 고개 숙이는 것처럼. 기도하고 싶은 마음으로.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종종 건강하지 않은 마음에 사로잡혔다. 나의 모난 생각이 누군가를 상처 줄까 걱정도 했다. 나는 아주 공감하며 읽으면서, 가난 앞에서 거짓말도 하는 모습에 나만 그런 건 아니었구나 위로도 얻으며 읽다가, 때때로 누군가의 가난을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 마음이 스스로 불편하면서도 일어나는 것을 멈출 순 없었다. 그래서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그 밑바닥에는 가난해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의 나를 충분히 달래고 받아들이지 못해 남겨진 마음이 있었다. 당시 누군가에게 그런 포용을 받지도 못했고 스스로를 살펴볼 겨를도 없었고 더 자라서도 아직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타인의 가난 앞에서 내 가난을 작은 것으로 참고 넘어갈 수 있는 것으로 여겼던 마음들이, 반대편에선 또 나의 가난만이 가장 큰 고통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들이 튀어나왔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좋았다. 진솔한 고백이 나의 부족한 부분까지 비춰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