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2026-01-19 20:16:22
유년기에 고양이를 네 마리 키웠다. 난 어떤 병을 앓고 있었고 어느 정도 치명적이라 분기에 한 번쯤 응급실에 머물곤 했다. 가끔 이렇게 죽는 건가 싶을 때가 있었고 가끔 죽기 싫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그 시절 나의 고양이들은 이상하게도 2년을 못 넘기고 죽었다. 셋은 알 수 없는 병에 걸렸고 검은 젖소 무늬 고양이는 담을 넘어 옆집에 놀러 갔다가 독극물을 먹었다. 서늘한 응급실에 누워 얘네들이 지금 나 대신 죽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언젠가 무언가를 책임질 수 있는 어른 같은 게 되면 고양이를 죽이지 않고 키우겠다고 생각했다.
난 그 시기를 살아남아 장수하는 어른이 되었다. 회사 동료가 더는 키울 수 없게 된 고양이를 데려왔다. 비겁하지만 두 살쯤 지난 고양이였다. 첫 번째 개복 수술을 했을 때 의사 선생님은 내장 발육이 안 되어 있어 6년 정도 살 수 있을 거란 이야길 했다. 고양이는 펫숍 출신이었는데 안 팔리는 고양이는 나이를 속이기 위해 급식을 제한한다고 했다. 고양이는 수컷이었지만 암컷보다 작았다.
몇 년 전부터 신부전으로 아팠다. 아침저녁 수액을 주사하면서 크리스마스까지는 같이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많이 아팠고 2차 병원으로 옮겼을 땐 여러 장기에 암이 전이된 상태였다. 미국 어딘가 AI 연구소란 곳에 림프종 검사를 보냈다. 연휴 시즌이라 검사지가 늦게 왔다. 소세포성 B세포 림프종이었다. 신부전 말기와 빈혈이 더해졌다.
검사 결과와 병증을 제미나이와 챗GPT에 하나하나 기록했다. 기대 여명을 수백 번 분석했다. 알 수 없는 수의학 연구 논문을 가져오고 가정법과 경우의 수를 더해도 4주를 넘기지 못한다는 답만 돌아왔다. 고양이는 3주째 되는 날 죽었다. 아침에 처음 배뇨 실수를 했다. 오늘은 출근하지 말까 싶었는데 아웃룩에 오후 3시 일정이 잡혀있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시즌제 드라마처럼 다음 시즌이 있고 퇴근하고 스테로이드를 먹일 수 있다고 믿었다. 해 질 녘 고양이는 소변을 흘리고 조금 식어있었다.
고양이는 18년쯤 살았고 나와 15년을 지냈다.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책임질 수 없는 어른이었고, 그래서 내가 고양이를 키운 건지 고양이가 나를 키운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