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롱이님의 블로그
주로 혼자 읽기동생에 관한 트라우마를 지닌 은성훈장 전쟁 영웅이 외계에서 날아온 2족 보행 전쟁 기계에 맞서 싸운다. 외계로부터 온 기계가 생각보다 최약체라서 당황스러움. 은성훈장을 받으면 약간의 세금 감면 혜택과 자녀가 군사관학교 입학시 가산점을 받을 수 있고 PX를 평생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글을 못 읽고 있다가 읽었다. 즐기면서 읽을 수 있었던 건 김애란 작가의 시간들을 살아왔기 때문이겠지만


유년기에 고양이를 네 마리 키웠다. 난 어떤 병을 앓고 있었고 어느 정도 치명적이라 분기에 한 번쯤 응급실에 머물곤 했다. 가끔 이렇게 죽는 건가 싶을 때가 있었고 가끔 죽기 싫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그 시절 나의 고양이들은 이상하게도 2년을 못 넘기고 죽었다. 셋은 알 수 없는 병에 걸렸고 검은 젖소 무늬 고양이는 담을 넘어 옆집에 놀러 갔다가 독극물을 먹었다. 서늘한 응급실에 누워 얘네들이 지금 나 대신 죽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언젠가 무언가를 책임질 수 있는 어른 같은 게 되면 고양이를 죽이지 않고 키우겠다고 생각했다.
난 그 시기를 살아남아 장수하는 어른이 되었다. 회사 동료가 더는 키울 수 없게 된 고양이를 데려왔다. 비겁하지만 두 살쯤 지난 고양이였다. 첫 번째 개복 수술을 했을 때 의사 선생님은 내장 발육이 안 되어 있어 6년 정도 살 수 있을 거란 이야길 했다. 고양이는 펫숍 출신이었는데 안 팔리는 고양이는 나이를 속이기 위해 급식을 제한한다고 했다. 고양이는 수컷이었지만 암컷보다 작았다.
몇 년 전부터 신부전으로 아팠다. 아침저녁 수액을 주사하면서 크리스마스까지는 같이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많이 아팠고 2차 병원으로 옮겼을 땐 여러 장기에 암이 전이된 상태였다. 미국 어딘가 AI 연구소란 곳에 림프종 검사를 보냈다. 연휴 시즌이라 검사지가 늦게 왔다. 소세포성 B세포 림프종이었다. 신부전 말기와 빈혈이 더해졌다.
검사 결과와 병증을 제미나이와 챗GPT에 하나하나 기록했다. 기대 여명을 수백 번 분석했다. 알 수 없는 수의학 연구 논문을 가져오고 가정법과 경우의 수를 더해도 4주를 넘기지 못한다는 답만 돌아왔다. 고양이는 3주째 되는 날 죽었다. 아침에 처음 배뇨 실수를 했다. 오늘은 출근하지 말까 싶었는데 아웃룩에 오후 3시 일정이 잡혀있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시즌제 드라마처럼 다음 시즌이 있고 퇴근하고 스테로이드를 먹일 수 있다고 믿었다. 해 질 녘 고양이는 소변을 흘리고 조금 식어있었다.
고양이는 18년쯤 살았고 나와 15년을 지냈다.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책임질 수 없는 어른이었고, 그래서 내가 고양이를 키운 건지 고양이가 나를 키운 건지 모르겠다.


고양이가 림프종에 걸렸다. 원발 부위는 불명확이지만 원발암은 장 부근이었고 소장의 앞부분인 십이지장 정도로 추정된다.
평소 만성 신부전증이 있었고 구토와 요독증으로 인한 장염은 일상이었다. 설사로 인해 2주 정도 동네 동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항염과 소화 효소 관련 처방을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원장 몰래 연락해온 간호사였다. 그녀는 "심각해 보인다"며 2차 병원을 권했다.
2차 병원에서 암이 간을 비롯한 신장과 다른 여러 장기에 전이가 되었음을 확인했다. 만성 신부전 상태의 신장을 가진 고양이라 항암제의 강도를 높이면 신장이 견디질 못했고 항암제의 강도를 낮추면 치료가 불가능했다. 절충안으로 스테로이드와 세포 독성 항암제, 클로람부실을 처방받았다.
클로람부실은 1차 세계 대전 당시 머스터드 가스의 구조를 개선해서 만든 항암제였다. 대규모 살상 무기를 누군가가 치료제로 만들었고 그걸 물과 함께 삼키는 방식으로 75년째 연명을 위한 암 치료제로 사용되어왔다.
고양이에게 남은 시간은 진단 후 72시간에서 4주 사이. 클로람부실과 스테로이드 조합은 초기에는 잘 듣지만 암세포는 4주가 지나면 내성을 갖기 시작한다. 이후 암세포는 폭증하지만 신장 문제로 더 독한 2차 항암제를 쓸 여지는 없다. 어떻게 72시간을 넘겼지만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으로 위장 출혈이 발생하면서 빈혈이 시작되었다. 사흘쯤 울었더니 나는 감자 튀김을 먹었는데도 마운자로 없이 2kg이 빠졌다. 그동안 고양이 체중은 1/3이 사라졌다.
밤에 앤드류 포터의 단편 <코요테>를 찾아 읽었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재능을 가졌던 영화 감독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소설은 아버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호평을 받았던 첫 영화 시사회가 끝나고 어머니와 함께 찍은 스틸 컷 묘사로 끝난다.
"아버지는 슈트 차림으로, 어머니는 긴 이브닝 드레스 차림으로. 둘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본 내 기억 속 유일한 때다. 그들은, 그 둘은, 바람 불어오는 쪽으로 몸을 살짝 숙이고, 자신들이 아직 보지 못하는 무언가에 맞서 서로를 감싸안은 모습으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시절엔 몰랐겠지만 아버지는 이때가 그 생의 가장 절정의 순간이었다. 병원 대기실에서 약 조제를 기다렸다. 간호사가 실수로 스테로이드를 캡슐이 아닌 가루약으로 조제했다. 셀카의 시대가 끝나고 나를 피사체로 삼는 일은 없었는데 사진을 찍었다. 어쩐지 이것이 가장 절정의 순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헤어질 결심의 오마쥬인지 작가의 무신경함인지 그런데 오마쥬하기엔 헤어질 결심이 너무 근작이 아닐까? 전도연은 나이보다 열 살은 어린 배역을 소화하는데 리프팅이 잘 되어서 표정 연기 에 방해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읽는 현란한 맛의 소설. 그런데 정이현 소설을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 거 같다. 개인적으로 정이현 작가 의 글은 개에 관한 에세이가 가장 마지막 작품.


영화 감독 크쥐시토프 키에슬롭스키가 소설과 영화 장르를 비교하면서 영화가 소설에 비해 얼마나 비효율적인 장르인지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주인공이 의자에서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가는 상황을 묘사한다 고 할 때 소설은 한 문장이면 충분하지만 영화는 구구절절한 컨티뉴이티를 갖는 액션과 개연성을 납득시킬만한 편집이 필요하다는 것.
웹소설이 원작인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웹소설 장르의 특수성 때문에 전통적인 소설보다는 가속 패달을 밟을 수밖에 없고 비약과 사이다를 위한 점프가 빈번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이 원작을 영상으로 옮겼을 때 세팅부터가 흔들리고 관객은 상황을 납득하기가 힘들어진다.
2025년 한국 영화계의 거대한 대미지를 안긴 작품이지만 워너브라더스가 넷플릭스에 인수되는 현시점에서 어차피 영화라는 레거시 장르의 지속 가능성은 희박해지는 대세 흐름의 이정표 하나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신한 투자 증권의 애널리스트의 책. 유튜브에 나와 이야기한 부분에 흥미로운 요소가 있어서 책을 집어들었지만 의외로 내용의 전체적인 밀도가 낮다.


직장암 말기로 시한부를 살고 있는 저자가 딸을 위해서 남긴 주식 투자서. 저자의 살아온 여정이 디테일하게 기록되어 있어서 컨셉은 아닌 거 같고 생애 마지막 순간에 주식 투자 입문서를 쓰는 상황이 상식적인 일인가 생각해보면 매우 혼란스럽다.


살귀였으나 PTSD로 검을 들지 못하는 왕년의 사무라이가 콜레라로 딸을 잃고 아내마저 병에 걸리자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녹슨 검을 들고 거금이 걸린 배틀로얄에 참여한다. 클리셰맛이 진한 캐릭터에 사무라이 버전의 오징어 게임 정도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사 씬들이 많지만 배틀로얄 장르가 일본에서 시작된 거와 다름 없고 의외로 이마무라 쇼고의 원작 소설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