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롱이님의 블로그
주로 혼자 읽기정신과 의사의 임사 체험자 사례집. 작가는 150여 건의 임사 체험 사례를 조사했고 15종의 공통 패턴을 확인한다. 15종의 패턴 가운데 죽음의 순간에 그 모멘트가 너무 만족스러워서 이승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는 증언이 인상적. 죽기 전에 한번쯤 읽어보면 죽을 때 덜 당황스러울 거 같다.


이토 준지의 자서전과 창작론, 작품 셀프 해설을 한권에 묶었다. "스토리는 테마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괴이 현상이 집 안에서 일어나면 호러, 집 밖에서 일어나면 SF가 된다."등의 코멘트도 좋았고 책장에 그려놓은 플립 만화도 이토 준지 다웠다.
치과 기공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이토 준지는 연일 계속되는 과로에 이렇게 살다가는 40살에 죽을 거 같다는 예감을 느끼고 어차피 죽을 거라면 하고 싶은 일(만화)을 하다 죽겠다는 결심을 한다.


미국에서 업계 경력을 쌓은 디자이너의 평범한 에세이인데 타이틀에 뜬금없이 AI가 삽입되었다. AI 관련한 이야기가 전혀 없는 건 아닌데 분량도 매우 적고 깊이나 인사이트도 없다. 그냥 요즘 출판계의 트렌드인 듯.


사실 정세현이 누군지 잘 모른다. 책의 내용에도 나오는데 이승만의 유세를 직접 목격한 세대. 통찰이라고 하기엔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언어로 국제 정세를 이야기한다. 약간 오래된 호프집 술자리에서 안주를 집어먹으며 으르신의 정치 경제 이야기를 듣는 느낌. 적당히 호응하면 술값은 으르신이 낼 터이니 부담은 없다.


유키 하루오의 페이지터너 소설. 그의 방주를 읽었다면 십계를 읽고 싶어졌을 거 같은데 반대로 십계를 읽고나서 방주까지 읽고 싶어지진 않을 거 같다.


평소 살아오면서 섹소폰을 부는 중년 남성만큼이나 괴테 이야기를 하는 이들에 관한 좋지 않은 편견이 있다. 저자는 일 년에 100권씩 책을 읽다가 15년 전부터는 일 년에 괴 테의 책 한 권씩만 읽는다고 한다.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보통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문장의 비문이 잘 티가 안 난다. 그럼에도 이상한 문장이 귀에 들리는 신기한 책.
단순 지엽적인 문장력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글쓰기 책이지만 정작 저자가 글을 못 쓴다. 글쓰기와 자기 개발서를 섞으려는 의도를 가진 듯 보이지만 여러 가지로 괴랄한 책.


20세기 초 미국 대공황부터 근래의 중국 부동산 위기까지 세계 금융 위기의 주요 사건을 훑는다. 대공황 이후 회복되기까지 거의 25년이 걸렸는데 사실상 어떤 세대가 이런 재난과 맞닥뜨린다면 수습하기 쉽지 않은 문제.
여러 국제 정세를 조합했을 때 또다른 금융 위기의 발생은 불가피해보이고 그런 시대를 살아가게 될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는 잘 모르겠다.


지인으로부터 언젠가 자녀 교육이야말로 상속세를 회피할 수 있는 최고의 절세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한국적인 에너지가 집약된 대치동을 배경으로 그곳의 내부자인 동시에 외부자인 저자의 에세이.
대학교 시절 쑥고개 반지하에 살며 교수를 꿈꾸었던 저자는 50대의 돈에 집착하는 지도 교수의 현실을 목격하고 돈을 벌기로 하고 우연히 대치동에 입성해 논술 대표 강사가 된다. 그 과정에서 만났던 학생들의 성인 이후의 삶의 이력까지 짚게 되는데 새삼스럽지만 이래서 한국이 쇠락하는구나 싶음.


강형욱 이후 TV로 진출해 성공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나응식 수의사의 고양이 에세이. 고양이 전문 동물 병원에 관한 일상을 담는 듯 싶지만 고양이와 관련한 기본 지식들이 의외로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국내에서 출간된 게임 내러티브 관련한 여러 책들을 통틀어 가운데 가장 좋다. 아무튼 에세 이지만 내러티브에 관한 고민이 명료하게 담겨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