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롱이님의 블로그
주로 혼자 읽기개인적으로 류츠 신은 삼체3권를 쓰면서 초샤이어인이 된 작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구상섬전은 삼체 시리즈를 쓰기 전의 작품이라 특유의 투박한 텔링이 인장처럼 남아있다. 그럼에도 세상에 그 누가 양자중첩을 이렇게 이야기로 풀어내겠나.
양자 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죽음은 강한 관측자에서 약한 관측자로, 그리고 마침내 비관측자로 변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내가 약한 관측자가 되면 장미의 확률구름이 파괴 상태로 붕괴되는 속도가 느려질 것이고, 그때 나는 그 장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마블의 성공 이후 한때 유니버스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온갖 유니버스가 만들어졌고 심지어 신세계 그룹도 그룹사를 모아 신세계 유니버스라는 걸 만들었다. 막연한 생각에 유니버스를 만들고 나면 일본 어 딘가의 라멘 육수처럼 국물 베이스의 다양한 맛의 라멘을 이것저것 확장해서 떼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던 거 같다. 그런데 세상에 천지창조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고 이런 시도들은 모조리 망했다.
커누 리브스의 존윅 조차 발레리나로 유니버스를 넓히기까지 4편의 장편을 찍어야만 했다. 변성현은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지만 만들다가 만 길복순 직후에 알 수 없는 스핀오프로 한국적인 킬러들의 유니버스를 시도한다. 어떤 당위성도 없는 유니버스 앞에 플롯과 캐릭터는 표류하다 침몰한다.


해외 사전 판매로 손익분기점은 넘어섰다고는 하지만 흥행은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박찬욱 커리어의 정점은 헤어질 결심에서 동조자까지가 아니었을까? 지나보니 우리는 한국 영화의 짧았던 절정과 몰락의 시기를 살았던 세대가 되었다.


<체인소 맨>의 후지모토 타츠키 첫 장편 만화. 체인소 맨의 전작이며 원형질의 정서가 담긴 작품이 아닐까 싶은데 체인소 맨이 정제된 '제정신이 아님'이라면 이건 그냥 날것의 제정신이 아닌 만화.


스필버그의 뮌헨을 비롯해 검은 9월달 사건을 다룬 영화들은 종종 있어왔다. 이 사건이 20세기의 가장 충격적인 테러로 기억되는 이유는 사건의 현장이 당시의 위성 중계라는 기술의 진화와 맞물려 전세 계로 실시간 중계되었다는 점이다. 스테인백을 비롯해 자막 연출, 16mm 카메라 등 당대 촬영 기술의 고증의 디테일이 잘 살아있는 부분도 재미 요소.


김중혁 작가의 메모에 관한 에세이. 메모에 관한 이것저것 앱들에 관한 언급이 반갑고 각각에 대해 개인적으로 느꼈던 소회와도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돌아보면 내가 여전히 매일 쓰고 있는 앱은 구글 킵인데, 역시 심플 이즈 베스트.


논버벌로 장편 영화의 러닝 타임을 어떻게 이끌고 갈 수 있는가에 대해 의구심이 생길만하지만 놀랍게도 목표 달성. 동물을 향한 밀도 높은 관심과 관찰에서 나오는 모션들이 아쉬운 엔딩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봐야할 이유를 제공한다.


2025년 BEP를 넘긴 몇 안 되는 한국 영화. 익숙한 맛의 내부자들 플롯의 한국 영화인데 배우가 다르고 내부자들 못지 않게 배우들은 열연한다.


교수이자 자의식 과잉 관종 인플루언서 김대식의 인공지능 에세이. 절반은 인공지능의 역사 그리고 다른 절반은 인공지능으로 비롯될 염세적 상상을 기술해놓았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대로 과거 세상은 지금 사라지고 있고, 새로운 세상은 아직 형태를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항상 괴물이 등장한다. 대체 나 그리고 우리는 어쩌다가 이런 피곤한 시대를 살게 된 걸까 자문자답하다가 세상에 피곤하지 않은 시절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그런 황금기도 없었던 거 같아서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보기로 한다.


전지현에서 존 조까지 화려한 캐스팅에 이모개 촬영 감독.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서경 각본이 어리둥절하다. 이 대사와 이 씬과 이 플롯이 맞는지 당황스 러운데 작가 자신이 결이 다른 옷을 입었을 때 벌어질 법한 상황 같기도 하고 4화 이후부터를 봐야할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