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롱이님의 블로그
주로 혼자 읽기미국 팝 음악의 프로듀서 릭 루빈의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에시이. 뿌연 안개 속을 헤매는 듯 막연하고 모호한 가운데 인용구와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끼어든다. 알파고와 이세돌에 관한 후일담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부분이 괜히 기억에 남는다.


선정적인 제목이라서 역시 19년차 피쳐 에디터답구나 싶었는데 내용 역시 선정적이다. 중년의 노화라는 게 맨살을 드러낼 수밖에 없고 그래서 날것의 모습일 수밖에 없다.
책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인데 3호선 버터플라이는 불과 스물아홉에 목욕탕 가는 게 창피하지 않음을 자각했던 거 같다. 그리고 이걸 슬퍼하면서 번뇌한다. 그런데 서른과 마흔의 중년은 그런 감정의 잔해조차 남아있지 않은 듯.
목욕탕 가는 게 이젠 안 창피해
하지만 난 그게 슬프기도 해
수많은 바람이 불어오고 가고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 가고


몇 가지 정치적 이슈에도 불구하고 근래 한국 드라마, 영화 가운데 로케이션과 미술, 대사, 연기가 좋다. 4컷 만화 원 작의 우연을 필연과 플롯의 드라마로 엮어내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이 흔적이 보임.


- 1월 : <빅 히스토리> 데이비드 크리스천, 신시아 브라운, 크레이그 벤저민.
- 어느새 책을 비롯해 영화, 음악, 게임에 이르기까지 어떤 미디어를 경험해도 감흥이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빅 히스토리는 매 챕터를 넘길 때마다 나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교정되면서 화각이 넓어짐.
- 2월 : <돌봄과 작업> 정서경, 서유미, 홍한별, 임소연, 장하원, 전유진
- "그렇게 작은 아이를 긴 의자에 뉘이고 서둘러 쓰레기를 정리하고 택배를 포장하고 롤 케이크를 만들었다. 안쓰러움과 별개로 그런 지리한 의무들을 먼저 처리해야 해. 그게 엄마의 일이야.”
- 비록 엄마는 아니지만 엄마라는 가장 오래된 직업에 대해서 생각했다. 골디락스 존처럼 경계에 있는 것들이 가장 매혹적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엄마라는 직업이야말로 감정과 이성, 비공식적인 일과 공식적인 일의 어떤 경계선에서 끊임없이 밸런스를 잡아야하는 일이라는 생각. 좋은 엄마란 되기 힘들고 내가 엄마가 아니라서 안도하게 됨.
- 3월 :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장강명
- 존 그리샴의 <카미노 아일랜드>를 읽다가 한국 출판계를 소재로 하는 에세이를 접했다. 한국 출판계의 오랜 관행이 탈세와 돈세탁에 상당히 용이한 시스템이란 생각. 전두환 장남 전재국이 롤모델이 되는 느와르도 괜찮지 않을까?
- 4월 : <빌리 서머스> 스티븐 킹
- 용두사미지만 2023년에 출간된 스티븐 킹 소설 가운데 가장 즐기면서 읽었다. 리 하비 오스왈드로 시작해 메이어 오브 킹스타운 시즌 1로 갔다가 샤이닝으로 마무리.
- 5월 : <AI 이후의 세계> 헨리 키신저
- 한참 챗 GPT에 관한 책이 쏟아져나오던 시기에 덩달아 출간한 책. 챗GPT 꼬리표를 달고 출간된 수십 종의 책들 가운데 그나마 정상적. 개인적으로 한참 AUTO GPT 같은 걸 돌리고 있던 시절이라 늦봄에 재밌게 읽었던 거 같기도
- 6월 : <GV 빌런 고태경> 정대건
- 읽을 땐 대한민국의 연극영화과 교재로 삼아도 좋을 법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연말 모임에서 정작 요즘 연극영화과 대학생들의 실태에 관한 뒷담화를 듣고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20대 대학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리라.
- 7월 : <파벨만스> 스티븐 스필버그
- 7월 내내 읽은 책 보다 이 한편의 영화가 너무 압도적이어서 책 주제를 벗어나고 말았다.
- 8월 : <김혜순의 말> 김혜순
- 늙은 시인의 생존기. 일년 그리고 24시간을 각성 상태 살아야했던 그렇게 시간이 흘러 노년에 이른 시인의 삶만큼 하드고어한 일이 또 있을까?
- 9월 :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사카모토 류이치
- 인두암으로 시작해 직장암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기록한 투병기는 아니고 작업 일지. 내가 보기에 그는 일 중독에 가까운데 일 중독은 어떤 관성에 가까운 거라서 교정이 되지 않는다.
- 10월 : <수확자> 닐 셔스터먼
- 2023년의 주식 시장을 비롯 AI가 주도하는 시대 상황과 타이밍이 잘 맞물린 영 어덜트 소설이 아닐까 싶은데 의외로 시장의 반응은 없었다. 국문 네이밍의 문제 같기도 한데 자칫 발음이 이과계 소설 같음. 반전에 대한 무리수에도 불구하고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기분 좋은 변주.
- 11월 :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 신화, 거짓말, 유토피아> 자미라 엘 우아실, 프리데만 카릭
- 5년 전후로 출간한 스토리 관련 책 가운데 개인적으로 고르고 싶은 책. 목차만 보고 또 조셉 캠벨 사골 우려먹는 책인가 싶었는데 의외로 괜찮다. 사골 국물이긴 한데 일단 건더기도 많고 재료도 신선한 걸 쓰고 다대기 양념도 너무 짜거나 싱겁지 않게 밸런스가 잡혀있다.
- 12월 : <전쟁의 기술> 로버트 그린
- 언젠가 책으로 읽었는데 러닝 머신 뛰면서 윌라로 다시 들었다. 로버트 그린의 산만한 만담이 왜 재밌는지 모르겠는데 약간 쇼츠 보듯이 듣고 있으면 시간이 잘 간다. 덕분에 2023년에 목표했던 달리기 거리에 거의 근접.


라엘리안 무브먼트에 관한 넷플릭스 다큐. UFO가 한참 유행하던 시절에 김영사에서 출간한 '우주인이여 나를 데려가라'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70년대와 80년대 어느 시점에 라엘리안 무브먼트는 나름의 전성기를 구사했었고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아직까지도 나름의 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70년대 중후반에 세계적으로 UFO가 자주 목격이 되었고 산책을 갔다가 외계인과 조우해 우주선을 관람했다고 주장하는 프랑스 관종 클로드 보릴롱이란 자가 라엘리안 무브먼트라는 신종교를 창시한다.
이후 그는 스스로를 라엘이라 칭하며 우주선을 타고 인류를 창조한 외계 행성을 방문 후 다시 지구로 복귀. 그곳에서 과거 지구에 머물렀던 부처, 예수, 엘리야 등을 만나고 자신이 예수의 형제였다는 뜻밖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이후 라엘리안 무브먼트의 종교는 마치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초샤이어인으로 진화하 듯 한단게 업그레이드 된다.
70년대와 80년대에 가입한 신자들이 많아보인다. 우리나라 라엘리안 무브먼트의 홍보 유튜브 등을 찾아봤는데 노년층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상황. 온라인 게임도 그렇고 사이비 종교도 신규 유저가 유입되지 않으면 암울하기 마련인데 일단 교주의 나이도 있고 라엘리안 무브먼트의 미래는 과연 어찌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부산행 이후 가장 보기가 곤혹스러운 작품이 연상호 감독의 영화와 드라마. 볼테르가 '우리가 성공할 때는 칼날 바로 끝에서 성공하며, 우리가 죽을 때는 손에 든 그 무기로 죽는다'라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데 연상호 역시 부산행의 신파를 이후 작품에서 계속 반복하며 연명하고 있다.
정이는 초반부터 신파가 디밀고 들어와서 보다가 포기했는데 그나마 선산은 초중반까지는 신파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연상호는 각본에 참여했을뿐 연출은 민홍남이라는 신인 감독. 김현주의 연기는 도대체 잘 모르겠고 박병은, 현봉식, 최유화 등 조연들의 연기가 좋다.


선정적인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뇌과학에 관해 산만하게 파편화된 잡문 모음집. 블로그 글을 모아서 출판한 건지 편집자가 부재한 상태에서 글을 쓴 건지 아니면 산만하기 쉬운 뇌의 속성을 저술로 보여주려고 한 건지 모르겠다.


기적의 금주, 절주 비 법까지는 아니고 알콜 중독 치료를 위한 약물 처방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있다. 실제 알콜 중독자의 케이스 소개도 흥미로움. 알콜 중독과 의존증의 경우 대부분 가정이 망가진다.


파레토 법칙을 소재로 활 용한 자기개발서. 선택과 집중하라는 말로 요약되는데 사실상 아무 내용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적당한 성공의 경력이 있다면 아무 말이나 차용해서 자기개발서 쓰기 용이한 시대인 듯.


불면증에 관한 약제 설명이 좋았다. 벤조디아제핀 수면제 섭취시 치매 발생 확률 높이는 부분도 명료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납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