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롱이님의 블로그
주로 혼자 읽기발더스게이트3는 18시간쯤 플레이하고 할신을 구출했다. 지나온 여정을 돌아보면 후회로 가득하지만 되돌리지 않기로 한다. 살면서 후회가 없다는 말은 그저 다 하는 얘기일 뿐이다. 후회가 없다면 사는 게 얼마나 지루하겠어.


펜과 잉크와 스크린톤으로 만화 그리던 시절의 이야기. 권말에 데즈카 오사무의 문하생이었던 이의 회고가 나오는데 그분은 이제 신티크로 그리고 있다. 데즈카 오사무의 글을 읽으면 마야 문명의 빈틈없이 쌓아올린 성벽처럼 마음이 신비롭고 단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어 판 출판에 앞서 서둘러 표기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한국 지도는 3 번 정도 등장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존재는 편견에서 자유롭다.
한국 영화의 "자자, 선수 입장!"과 같은 톤앤매너의 북미 영화 대사가 "쇼타임!"이다. 보통 은밀한 작전을 하면서 귀에 이어폰을 끼고 무선 대화를 하면서 하는 대사인데 뭔가 긴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난 제법 여유만만한 캐릭터야 혹은 해커와 같은 별종이야라는 컨셉을 어필하기 위해 사용한다. 암튼 이런 대사가 나오는 영화치고 제대로 된 영화를 못 본 거 같은데 초반에 조연 캐릭터가 쇼타임을 외치는 순간 탈력이 와서 보다가 말았다.


19년만에 출시되는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의 후속작.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더 킹덤을 누르고 2023년의 GOTY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작품인데 현재까지 2023년 발매 게임 가운에 메타크리틱이 가장 높다. 스토리의 자유도가 높은 CRPG이다보니 그믐에서 함께 플레이하기를 모집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어쩐지 여기서 게이머를 찾는 건 쉽지 않을 거 같기도 하고 뭔가 북클럽을 오염시키는 느낌도 들어서 포기.


2023년에는 파벨만스를 보고 '용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마침 뉴 필로소퍼 22호의 주제가 용기 를 다루고 있다. 용기라는 건 모호하고 아득한 거라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처럼 "용기를 이해하기 위해선 계속 용기를 내보는 수밖에 없다." 원피스의 루피가 용기에 통달한 이유도 매화 계속해서 용기를 내었기 때문이겠지.
낯선 일본 이름 고유 명사를 따라가느라 잠시 길을 잃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120페이지가 지나 있었다. 다른 읽을 책들이 많아서 일단 홀드. 취조 씬의 클리셰가 인물들을 활용해 기묘하게 변주되어 있는데 매력적.
'이야기의 탄생'에 이어 두 번째 읽는 윌 스토의 책. 소재에도 불구하고 페이지터너급으로 잘 쓴다. 서이 초등학교 교사 사건부 터 주호민 사건 그리고 최근 인셀의 칼부림 사건까지 2023년 여름에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주요 사건들이 신기할 정도로 겹쳐진다.
6천 5백만 년 전에 지구를 불시착한 외계인의 서바이벌. 저예산이다보니 화면이 어둡고 애덤 드라이버 홀로 고군분투하지만 결론적으로 심형래의 티라노의 발톱 감성을 못 벗어난다. 운석이 지구에 떨어져서 공룡은 멸종하고 아슬아슬하게 애덤 드라이버는 지구 탈출에 성공한다.
자기개발서에 관한 풍자에 드라큐라와 하드코어를 섞은 하이컨셉까진 나쁘지 않았는데 이걸 플롯으로 엮다보니 난감해짐. 튀어보이는 재구성한 렌필드 캐릭터가 15분쯤 지나니까 김빠진 콜라처럼 식상해진다. 아콰피나는 심각한 거북목인데 피지컬이 강조되는 경찰로 등장하다보니 이게 더 도드라져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