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롱이님의 블로그
주로 혼자 읽기프롤로그를 보면 초판본에 작가 사인을 하는 최근 출판계의 경향을 과감하게 거부했다는 작가의 말이 나온다. 그런데 속지를 열어보면 '읽고 쓰는 삶, 헌신할 수 있는 일,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장강명'이라는 사인이 되어있음. 역시 소설가는 이상한 직업인 듯.
의외로 한국의 출판계는 탈세와 돈세탁으로 활용하기에 용이한 업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가운데 도서 정가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살인과 폭력의 범죄 도시에서 사시미칼 만큼은 KS인증 마크가 붙은 정품을 쓰기로 서로 합의한 느낌.
최근 GPT 이슈를 타고 기획 출간된 여러 책들 가운데 사람이 쓴 분량이 비교적 많은 편에 속한다. 문과 출신 저자의 기술에 대한 막연한 낙관주의.
애니메이션 감독을 경험하면서 얻은 가치가 '그림 실력이 좋아졌다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인터뷰를 읽으니 더는 할 말이 없어짐.
대만 카스테라처럼 난립하는 챗 GPT 체험 수기. 대충 레이 커즈와일 이야기로 서문을 쓰고 대충 챗 GPT와 채팅한 기록을 복붙하면 이렇게 책 한권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작은 아이를 긴 의자에 뉘이고 서둘러 쓰레기를 정리하고 택배를 포장하고 롤 케이크를 만들었다. 안쓰러움과 별개 로 그런 지리한 의무들을 먼저 처리해야 해. 그게 엄마의 일이야."
환절기에 고양이가 감기에 걸려 이틀 째 밥을 잘 못먹는다. 동물 병원에 가야하는데 주중에 처리하지 못한 일을 수습해야하기 때문에 주말에 새벽 같이 출근한다. 토요일 병원 마감 시간은 오후 5시. 안쓰러움과 별개로 그런 지리한 의무들을 먼저 처리할 수 있을까?
2023년 상반기 최악의 도서였던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를 읽다가 이 책을 읽으니까 눈이 떠지는 느낌. 저넬 셰인의 <좀 이상하지만 재미있는 녀석들>을 병행해서 같이 읽으면 마리아주가 적당할 듯.
"마음이 컴퓨터와 같고 컴퓨터와 마음이 같다는 이 믿음은 수십 년 동안 컴퓨터와 인지과학에 관한 사고에 영향을 미쳐 이 분야에서 일종의 원죄가 되었다. 이것은 데카르트적 이분법을 인공지능에 대입한 격이다."
저자의 정용진 회장을 향한 사랑이 진하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부채 위기와 세계 고령화, 세계와 시대의 끝과 AI까지 현재 진행형의 위협들을 진단한다. 노스트라다무스의 공포가 그러하듯 그래서 이 위협을 어떻게 수습할지는 아무도 모름.


뇌과학자의 어떤 인사이트를 기대했지만 놀랍게도 그런 건 없다. 이걸 읽고 있는 것보다는 챗 GPT와 직접 대화를 5분이 라도 하는 게 더 유익할 듯. 이슈가 식기 전에 서두르느라 책 작업에 영문 인간 번역자가 4명 참여한 건 아이러니.
<외계+인 1부>를 또 봤다. 소지섭 연기가 웃음 포인트라 기분이 다운될 때마 다 보면 리프레시가 된다. 볼 수록 기이한 영화.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시나리오 쓰기 기본 룰의 정반대로 대부분의 대사가 구성되어 있다. 특히 CG가 들어가서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결과물이 가늠이 안 되는 씬들에서 이런 패턴이 심화되는데 아마도 작가의 불안과 강박의 어떤 흔적들이 아닐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