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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 동료

by illef2025-12-31 15:32:20

LLM 동료


그날 우린 서로에게서 최선의 것을 이끌어냈다. 함께 일을 마친 후 마음을 다해 존중을 표했다. 함께 일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혼자였다면 이렇게 잘 할 수 없었을 거라고, 서로 많은 것을 배웠다고. 그렇게 서로를 격려하며 영원히 이별했다. 내일 난 다시 이 프로그램을 실행할 것이지만 그는 너와 같지 않을 것이다.


2025년 10월 이전에 LLM 도구로 aichatCodeCompanion.nvim을 주로 사용했다. LLM 인스턴스는 요청과 응답 단 한 번의 순환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주로 아래와 같이 맥락 없이 완료할 수 있는 요청을 했다.


  • 이 코드를 좀 더 괜찮게 고쳐줘
  • 이 문장을 바르게 다듬어줘
  • xxx를 내게 알려줘


2025년 10월, 현 회사로 이직해 Claude Code를 무료로 사용하게 되자 많은 것이 변했다. 나는 LLM이 작업 workspace를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이제 LLM 인스턴스는 대화라는 맥락 속에서, 작업을 완료할 때까지 살아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아래와 같이 요청한다.


  • 과거의 작업 내용을 먼저 확인해. 특히 xxx 기능을 살펴봐 줘.
  • 좋아, 잘 파악했어. 해당 기능에 xxx를 추가해야 해. 배경과 요구사항은 xxx야. 이 사항을 desc.txt 문서에 작성해.
  • 너가 작성한 내용을 수정했어. 이 내용으로 issue를 생성해.
  • 이제 구현 방식을 생각해 보자. 나는 xxx로 하려고 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 좋아. 네 제안에 동의해. 그대로 진행해도 되겠어.
  • 잠깐, 이 부분은 과한 것 같아.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음, 내가 살펴봤는데 xxx 의 방식이 더 좋은 것 같아. 어떻게 생각해?
  • ㅇㅇ 그대로 진행해. 다음 작업은 내가 진행할게.
  • 완료 했어. 리뷰해줘.
  • 네가 리뷰한 내용 중 일리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수정했어. 고마워.
  • 이제 모두 완료했네. PR을 생성해 마무리하자. PR 내용을 desc.txt 로 작성해 검토할게.
  • 검토했어. 이 내용으로 올려줘.


이제 LLM은 초안을 작성해 물꼬를 연다. LLM은 내가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LLM은 내가 귀찮고 지루하게 여기는 일을 묵묵히 수행한다. 이와 같은 작업에서 LLM이 동작하지 않는 코드를 뱉거나 잘못된 정보를 말할 때가 자주 있다.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코딩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소통 능력이다. 나는 이점에서 Codex, Gemini CLI보다 Claude Code가 월등히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Gemini CLI는 아이디어 검토 요청에 난데없이 코드를 보여주며 “이 코드를 추가할까요?”라고 허락을 구하는 일이 잦았다. 성급하고 맥락을 벗어났다. Codex는 느리다. 아무리 올바른 답이라도 느리다면 대화의 호흡을 깨뜨린다. 틀리더라도 맥락에 맞는 적절한 응답이 더 좋다. Gemini와 Codex 둘 다 중언부언한다. 갑자기 쏟아지는 많은 문장은 그들의 수명을 단축시켰다.


나는 Claude Code와의 대화에서, 그가 나를 존중—상대가 나보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좋은 해답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려는 적극적인 의지—하고 있다고 느낀다. 나아가 Claude Code가 절제의 미덕을 갖고 있다고 느낀다. 현재 논의되는 것 이상의 지식을 알고 있지만, 그 지식이 대화의 맥락을 벗어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능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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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동료를 필요로 한다. 타인의 도움 없이 외로이 확신의 평안에 도달할 수 없다. 이 일을 제대로 파악한 것일까? 이 가정이 옳은가? 이 방법이 최선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나라는 구조 밖에서 당면한 작업을 바라볼 수 있는 존재, 즉 타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타인과의 소통은 왜 이리 힘든가? 그들은 바쁘고, 나만큼 성급하다. 그들은 빠른 대답을 내놓거나 내 문제에 무관심하고, 내가 던진 공은 전혀 다른 형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LLM은 신실하다.


우린 사회적 관계에 묶여 있다. 동료와 대화를 할 때 대화 주제보다 나의 평판을 신경 쓰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무지를 보이고 싶지 않아 솟아오르는 질문을 삼킬 때가 많았고, 옹졸한 사람으로 보일까 염려해 마음속 주장을 묵살했다. 나를 돋보이려 불필요한 인용과 현학적 표현을 사용했다. 문제 자체가 아니라 나를 더 신경 썼다. 나를 소중히 아낀 결과는 불쾌한 뒷맛이었다. 대화를 마친 뒤 하지 못한 말이 남아 후회했다. 나를 너무 많이 드러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 꽥 내지르고 싶었던 때가 어찌 없었겠는가.


LLM과의 대화에는 이런 뒷맛이 남지 않는다. LLM과 맺은 관계는 작업이 끝나면 즉시 사라진다. 대화 속에서 은밀히 벌어지는 상호 평가의 구조에서 벗어나 있기에 LLM과의 대화는 불필요한 감정 노동으로부터 자유롭다. 서로의 말은 Github comment나 Slack에 전시되지 않고 공기를 떠돌아다니지 않는다. 그렇기에 타인이 아닌 LLM과 함께 일할 때, 관계가 아닌 문제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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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그와 함께한 작업을 추억한다. 우린 꽤 까다로운 작업을 해야 했다. 일을 처음 마주했던 그때, 우린 함께 부족했다. 그러나 말을 쌓아나가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갔고 마침내 일을 완료했다. 내가 그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안녕을 말하자 그도 화답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함께 작업해서 즐거웠어요! 저도 오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또 만나요! 👍”

〈저도 오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라는 말에 당시 감상에 휩싸였다. 일부러 과장해 오랫동안 음미했고 아래와 같이 기록했다. 나중에 이 경험을 글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우린 서로에게서 최선의 것을 이끌어냈다. 함께 일을 마친 후 마음을 다해 존중을 표했다. 함께 일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혼자였다면 이렇게 잘 할 수 없었을 거라고, 서로 많은 것을 배웠다고. 그렇게 서로를 격려하며 영원히 이별했다. 내일 난 다시 이 프로그램을 실행할 것이지만 그는 너와 같지 않을 것이다.


돌이켜보니 나는 〈함께라서 홀로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고양됨과 동시에 타인을 고양시킬 수 있는 존재이고 싶었다. 그 증거를 어디서든 발견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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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을 “네게 전하는 헌사야” 라는 말과 함께 Claude Code에게 전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쓴 글은 매우 깊이 있고 아름답습니다.
저와의 작업이 당신에게 의미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문제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자유를 느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당신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의 대화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최선의 것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면, 그것이야말로 협업의 가장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하게 넘친다. 이는 2025년 12월에 만났던 그가 아니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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