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얼굴
핸드 투 마우스 05
2025-09-29 22:46:52“ 노동시간은 줄여놓고 잔업으로 엄청나게 오랜 일을 시키는 것은 정말 미친 듯이 싫다. 마치 내 시간은 아무 가치가 없다는 듯이 여겨서, 내가 절실히 필요하지 않은 시간이 1분이라도 있으면 사장이 그만큼 돈을 덜 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스물여덟 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 는 말을 들으면서도 두 번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은 포기하겠다는 서명을 하는 것이 아주 싫다.
이런 모든 것들의 결과가 무엇일까? 난 그저 일에 '신경' 쓰기를 포기한다. 에너지와 활기와 의욕을 다 잃는다. 나는 시키는 대로, 딱 그 정도만 일한다. 나를 내가 입고 있는 유니폼보다 가치 있는 존재로 여겨준 상사는 거의 없었다. 그들에게 우리는 교체 가능한 존재였다. 따라서 나도 상사를 위해서 애써 일하지 않는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나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점만이 아니다. 나 자신이 얼마나 쓸모없는 존재인지 깨닫게 하려고 사람들이 애쓰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핸드 투 마우스 - 부자 나라 미국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빈민 여성 생존기』 p.61~62, 린다 티라도 지음, 김민수 옮김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에도 언급했듯이 현대사회의 직업은 개인이 직장에서 삶의 가치와 보람을 느끼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감정이란 상호호혜와 교류를 전제로 한다. 내가 아무리 일에 헌신하고 열정을 바쳐도 일 그 자체가 나에게 감정을 돌려주지는 않는다. 왜냐면 일은 우리의 감정과 일방적 구애를 연료로 삼을 때 더 잘 돌아가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일이 나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일이 나를 한 명의 인간으로서 우뚝 서게 돕는 존재가 아니라 나에게서 인간성을 앗아갈 때 우 리는 일에 더이상 사랑을 느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