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얼굴
핸드 투 마우스 08
2025-10-10 21:49:25“내가 인간 이하처럼 느끼거나 실제 나 자신보다 형편없는 사람처럼 느끼는 경우는 아주 많다. 예를 들어, 나는 독서를 사랑한다. 강한 호기심을 타고난지라, 무엇을 알고 싶을 땐 불편한 질문도 별생각 없이 던지는 편이다. 하지만 이런 나도 최저임금이나 그에 준하는 임금을 받고 일할 때는 책을 읽지 않는다. 그러기엔 너무 피곤하다. 책장 위로 눈알을 굴리며 정보를 소화하는 노력조차 그저 너무 힘에 겨워서 잠들어버린다. 내게 남아있는 그 알량한 에너지를 자기계발 같은 부질없는 것에 쓰도록 나의 뇌가 허락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피곤해 기절할 때까지 멍하게 벽이나 깜박거리는 화면을 바라보기만을 원한다.”
『핸드 투 마우스 - 부자 나라 미국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빈민 여성 생존기』 p.94, 린다 티라도 지음, 김민수 옮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왜 노력하지 않냐는 말은 의미가 없다. 가난 속에서 이미 그들은 노력의 수준을 넘어 자신들의 노동력과 시간을 전적으로 일터에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6시간 정도만, 그것도 불규칙적으로 잘 수 있는 환경에서 다른 추가적인 자기계발을 하라는 말은 수면을 줄이거나 아니면 다른 일을 포기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가 남에게 손가락질 받는 건 무서워하지만 남에게 손가락질 하는 건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