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검20. 나이트런-프레이
2024-12-14 21:26:35
단행본으로 사서 봐도 가독성은 좀 구리다.
처음 봤을 때는 잘 그렸다는 인식이 별로 없었는데 이후를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잘 그린 편이지.
그림은 볼만하다.
행성을 넘어 성계단위로 넘나들며 괴수와 적대한다는 설정.
주인공 앤 마이어는 퇴물 기사 전술 어드바이저.
전장에서 괴수와 맞서는 것으로 시대의 참혹함을 표현해주었다.
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모두가 살아간다는 편의적인 해피해피가 없다.
이제야 전선 좀 안정되고 은퇴하나 생각하며 돌아가려는데 아린과의 연락두절.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괴수의 침입에 질의 동생이 죽는 것으로 독자는 음 좆 되고 있군.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쪽만이 아니라 영식이 출몰하고 그 강하다는 기사님들이 허수아비마냥 썰려나간다.
앞으로 맞설 적에 대한 에피타이저로는 적절했다.
누가 주연급으로 강한지도 알려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진다.
앤은 이 사건이 어떻게 된 건지 알게 되었다.
자신의 절친 프레이가 괴수와 함께 거니는 모습을.
프레이가 이 모든 죽음의 원흉이라는 것이다.
드라이가 취한 조치는 앤을 가두는 것.
좋아하는 여자 지킨다는 생각도 있겠지만 그녀의 돌발 행동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것도 있었을테지.
프레이와 친했잖아.
프레이랑 붙어버리면 인류는 어떻게 하라고?
그렇지만 반대편에서는 앤을 믿어주는 녀석들이 있었어.
그녀에게 이 문제를 해결을 기대하는거지.
직접적으로 말은 안했지만 프레이를 죽여주길 바랬을거야.
겉으로 어떻게 포장하든 인류를 위해 네 친구를 죽이라고 지지한거지.
앤은 그 지지에 힘입어 아린으로 향할 수 있었고.
물론 거기에 자신의 의지는 있어.
앤을 어떻게 믿느냐의 차이가 문제가 된다.
내면을 서술해줘서 얘가 막으러 간다는걸 편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3자의 입장에서 앤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었을까.
프레이를 죽이지 않고 함께한다는 선택지가 불가능한 것도 아닐텐데.
그녀의 광적인 박애주의에 휘말려서 동조한거지.
사실 엄청 위험한 행위이다.
한 인류의 운명을 결정지을지도 모르는 짓을 개인적인 감상과 정에 치우쳐 결정해버렸어.
작가가 좀 변태적인 기질이 있는거 같다.
아린에 도착하기 전에 친구를 희생해야 했고 거기에 기도하는 어머니라니.
뭘 좀 아는군.
앤이 아린에 도착한 뒤에도 사람들의 희생은 계속된다.
사람들이 다치고 죽고 희망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가닥 희망이라고 남은건 퇴물기사 앤 마이어.
그녀 혼자서 대중의 모든 기대를 받으며 프레이와 싸우러 간다.
막상 이렇게 쓰면서 보니까 스토리가 뭐 없긴 하네.
만화는 전투씬으로 떼울 수 있어서 다행이지.
소설에서 그러면 재미 없는거 같다.
그림 작가 구해서 그리는게 독자 입장에서도 고맙겠지.
실제로 누가 쎄고 누가 대단하고 그런게 뭐가 중요하담?
아무튼 전투씬 잘 봤구요.
앤은 희생을 발판삼아 프레이의 앞에 도착하게 된다.
여기서도 ㅈㄴ 죽었어요.
이름 아는 기사들을 언급하며 앤은 프레이를 죽여야 할 당위성을 찾으려 한다.
품에 안긴 그 순간에도 얼마나 망설였을지는 본인만이 알겠지.
마침내 그녀에게 검을 겨누며 사람들이 죽었다고 말한다.
그게 널 죽여야 할 이유라고.
스스로 그걸 납득했는지는 모르겠다.
프레이를 베어넘긴 뒤에 속죄하듯이 자살을 선택했던건 무슨 의도였을까?
스스로 알고 있는 거다.
프레이가 수 많은 사람들을 죽였을지라도 자신은 프레이를 죽여야 한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자신의 신념처럼 오기를 부렸지만 프레이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고.
프레이에 대한 사죄로 죽음을 택한다는건 설득력 있는 해석이 아니다.
어느정도 있더라도 주된 이유는 스스로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레이를 죽인 자신이 잘못되었다.라고.
개인적으로는 이때 뒤지는게 좋았는데 살아나버렸다.
살아난 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그래서 이뤄진 일이 뭔지 봐라.
앤이 인류를 구했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봤을때는?
사람들의 호의와 기대에 떠밀려서 어머니이자 친구인 자를 죽였다.
스스로를 원망하고 죽지 못했다면 그 원망은 어디로 향하는 것이 자연스러울지 모르겠는가.
이후 앤의 행보에 대해 나는 이걸 염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내심 인간을 증오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애주의적인 행동을 보라고?
사람을 구하겠다는 명분으로 사람을 죽이는 행위에 모순이 느껴지지 않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에 박애주의적인 명분이 필요했을 뿐인거 아닐지.
더 적은 수를 죽여서 많은 수를 구한다 이딴 공리적 논리가 중요한게 아니다.
왜 죽어야 하고 왜 살아야 하는가를 정의하라.
숫자가 선악이나 옳고 그름을 정하는게 아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도덕에 논리를 갖추어야 한다.
편의적인 주관으로 누굴 살리고 죽일지를 결정할 권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나는 앤이 프레이를 떠올릴 때마다 어떤 원한을 떠올릴지가 궁금하다.
자신이 프레이에 맞서도록 부추긴 이들을 긍정해줄까.
자신과 똑같은 공범으로 증오하지 않을까.
끝없이 고민할 과제겠지.
내적 갈등을 겪다가 내릴 결말이 궁금하다.
아무튼 그녀는 괴수의 딸이다.
벗어나있든 아니든 사람을 죽여야 할 이유를 만들어 가졌을지도 모르지.
궤가 시켜서 하는게 아닌 본인의 의지로.
지가 가겠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사람 탓하는게 웃기지만 ㅋㅋㅋㅋ
그런 아이러니가 악역의 매력이다.
감성으로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녀석은 감성으로 사람을 미워해도 어쩔 수 없는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