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가족」 감상

가족 안에서의 위계질서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 집에서 권력자는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하지 말라는 것에는 논리나 설득이 없었다. 그냥 하지 말아야 할 것이었다. 전통적으로 아버지에게 그러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책임을 방기하고 오로지 권리를 악용하는 권력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딸이 죽은 뒤 냉정하게 그 죽음을 처리하지만 남몰래 혼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면서 ‘그래도 사람이기는 하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의 딸은 물론 손녀까지 매춘을 시키는 모습에서 그는 결국 절대 악으로 판정되고, 혼자서 눈물을 흘린 것은 딸의 죽음 때문이 아니라 그 죽음으로 인한 수입원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송곳니」에 비해 상징이나 비유는 약하지만 그럼에도 메시지는 영화 속 배경인 가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즉,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사건을 단순히 영화화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가족처럼’ 친밀한 관계 혹은 어느 단체나 국가와 같은 결속력을 가진 집단 안에서의 독재적이고 위선적인 권력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