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지키는 바운더리』 감상
2025-09-14 02:07:08
모든 생명체는 생존의 위협을 받을 때 본능적으로 자신을 지키게 된다. 문제는 그러한 위협이 항상 명확하고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담그면 바로 뛰쳐나오지만, 물에 담근 채 서서히 끓이면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죽는다는 말도 있다 — 실제로는 점차 데워도 개구리가 뛰쳐나온다고 한다. 이러한 종류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바운더리, 즉 위협을 감지할 수 있는 일종의 한계선을 긋는 것이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관계 속에서는 너와 나를 개별적으로 구분하기보다 ‘우리’라는 틀 속에서 섞이게 된다. ‘우리’ 안에서 우리는 심리적·물질적 안정을 주고받지만, 어느 순간 모르는 사이에 내 한계를 넘어 무너져 버릴 수도 있다. 비유컨대, 누군가에게 조금씩 빌려주는 데 익숙해져 결국 내 생활비까지 다 빌려주게 되어 내 삶조차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것과 같다. 결국 관계뿐 아니라 ‘나’ 자신까지도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남들이 이런 상황에 빠진 것을 보면 한심하게 여길 수 있지만, 나를 포함해 누구든지 이런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는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점점 끌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는 원인은 관계 속 상대에게 선을 긋는 것이 너무 매몰차다고 느끼는 자책일 수도 있고, 그 상대로부터 무언가 얻고자 하는 욕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처했다고 해서 낙담하기보다는 교훈으로 삼아, 같은 상황에 다시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
바운더리를 세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것이 침범당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꽤 심리적이고 추상적이어서, 내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인지, 실제로 침범당하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때가 많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 대해 판단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데, 친구나 가족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는 친구와 가족 역시 나의 바운더리를 침범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이것은 곧 폭넓은 인간관계를 쌓아야 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