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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감상
2026-03-10 04:39:58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잘 써지지 않는 감상을 써 본다.
구보같은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 이런 종류의 사람은 원래 있던 유쾌함도 몰아내기가 쉽상이다. 재미가 없고 그렇다고 능력이 출중하지도 못하다. 그냥 허파에 바람만 잔뜩 들어가 있다. 그래서 어디에 가만히 있질 못하고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이쪽저쪽으로 부유한다. 속세를 초탈한 도인처럼 허허거리며 살지도 못한다. 세속을 비웃으면서도 그들로부터 추앙을 받지 못하여 안달이다. 광인이 따로 없다.
이토록 불쾌한 등장인물에게 마음이 쓰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은 나와도 끔찍히도 닮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것이 비록 가상이라 할지라도, 단 한 명의 사람은 나와 많이 다르지 않다는 안도. 그리고 이렇게 구구절절히 써 놓고 보니, 징그럽기는 해도, 죽인다거나 강간을 한다거나 하는 사람처럼 파렴치는 아니다. 무엇보다 구보 씨 본인 스스로 이미 충분히 괴로운 삶을 살고 있다. 굳이 더 얹을 필요가 없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 자체가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자살을 권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금기시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다. 스스로 죽이는 것과 죽임을 당하거나 나이가 들어 죽는 것. 결국 우리는 모두 죽는다. 선택을 할 것인가 선택받을 것인가의 차이일 뿐이다. 나는 오히려 실행에 옮긴 사람들의 용기를 칭찬하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저지를 용기가 없어서 끝내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각자의 구원을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