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먼지님의 블로그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다닫히지 않은 이야기, 닫히지 않은 믿음, 닫히지 않은 시간은 아름답다.
운동권 세대 주인공의 이야기라 조금 지루하기도 했지만...


돼지간볶음 한 접시와 황주 두 냥. 황주는 따뜻하게 데워서!


거짓말로 밥 먹고 사는 여자와 우주의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살아가는 남자.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자국을 찍기까지 그 뒤에서 고군분투한 나사의 인물들과 수많은 음모론을 생동감있게 그려냈다. 결말 부에 이르러 모 버커스가 '외계인은 있다'고 말한뒤 '플라이 미 투 더 문'을 부르며 춤추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 진실은 가려져도 진실이고, 거짓은 모든 이들이 믿어도 거짓에 불과하다는 결말. 누가 뭐라하든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믿고 밀고 나가는 게 곧 삶인 것 같다.


갑자기 유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으로 뮤지컬 시카고의 무대들이 쇼츠에 나왔다. 당장 인터파크를 켜고 예매창에 들어갔지만 이미 9월까지 전석매진. 뭐라도 봐야지 싶어서 영화 시카고를 넷플릭스에서 봤 다. 쇼츠 하나에서 시작된 나의 행동은 집착과 광기다….ㅎ…
첫 장면 벨마의 올댓재즈를 듣고 있으면 재즈의 축축한 분위기 때문에 땀냄새가 날 것만 같다. 록시를 보면 당시 시카고의 술과 재즈가 만들어낸 욕망, 허영으로 가득찬 여성이 진하게 그려진다. 빌리의 재판을 보자면 당시의 시카고의 밤무대와 재판장은 별다를게 없다는게 느껴진다. 하나의 쇼가 벨마, 록시, 빌리를 오가며 화려하게 모습을 바꾸고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쉽게 말해서 월급루팡, 파킨슨의 법칙과 같은 현대 노동의 맹점을 다룬다. 일터에서 바빠보이기 위해 또는 유능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일하는 척', '일을 위한 일'을 비판한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날 데니스 뇌마르크 작가가 와서 강연도 했다. 책을 읽을 땐 몰랐는데, '가짜 노동'이라는 개념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작가는 진짜 노동의 기준이 업무 시간보다는 부가가치에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지식산업에서 무형가치를 성과로 측정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해결책으로 '단기 프로젝트성 일자리를 늘리고, 기본소득제를 실시하자'고 주장하는데, 매우 파격적이고 눈길이 갔으나 실현가능성엔 의문이 든다. 아무래도 북유럽과 한국의 노동시장과 문화가 많이 다르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금서기행'을 읽으며 소개를 받아서 바로 도서관에서 빌렸다. 소재들이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과학적 핍진성이 높다(고 생각한다ㅎ.ㅎ). 작가는 세계의 시스템을 일종의 기계들로 보는 것 같다. 과학기술뿐 아니라 법률 제도까지도. 기존 SF가 과학기술의 어두운 면을 부각해 주인공을 디스토피아와 싸우게 만들었다면, 켄리우의 단편에서는 과학기술의 더 나은 활용과 인간의 적응을 말한다. 또한 소프트 SF들과 다르게 역사적 논쟁처럼 무거운 주제들도 잘 풀어낸다. 무거운 주제 너머의 작은 개개인을 조명하는 이야기들이어서 더 와닿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켄 리우식 결말처리가 너무 좋다. 소재들이 마지막 장면에 모이면서 메시지를 폭발시키는 느낌이었다! 최근 '은랑전'이라는 신작도 나왔는데 이미 우리집 책꽂이에서 대기 중이다.


일상 속 악은 희미하게 냄새를 풍긴다. 어떤 순간에 그 냄새를 맡고 구역질이 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그 역함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먼발치에서 봐라봐야 짙어지기 때문이다.
음향과 시각 연출이 대비를 이루며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게 인상적이다. 영화에선 아우슈비츠 내부가 한번도 나온 적이 없고, 학살의 현장은 빈 화면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비명에 가까운 노래를 듣고나면 소름이 돋는다.


세상의 금서들에 얽힌 이야기와 책 줄거리를 소개한다. 서점에 구경 나갔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냄새를 풍겼는데, 역시 우리학교 도서관에서도 인기 만점이어서 입수하기 힘들었다. 옌롄커부터 이문열, 사라마구, 조지오웰 등등 세계 곳곳의 작가들 금서를 소개받을 수 있다. 내가 소설책을 좋아하는 문학도라고 나름 자부했는데, 세상에 읽어야할 책들이 이렇게나 많다니,,,읽으면서 반성도 했다. '서랍 문학'이라 이름 붙이는 옌롄커의 '딩씨 마을의 꿈' 부분이 특히나 먹먹했다. 서랍 속에서 운명을 끝마칠 글들을 지어내는 옌롄커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럼에도 쓸 수 밖에 없었던 그의 마음을 상상하다가 울적해졌다.


밤에 ‘두 통의 편지’를 읽다가 잠 못 잘 뻔했다. 섬뜩하고 심연을 건드리는 어두운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 ‘덤불 속’은 김영하의 ‘사진관 살인사건’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수수께끼 같고 미제 사건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5월달에 짬이 좀 나서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뒤늦게 삼체를 봤다. SF광으로서, 삼체의 세계관과 드라마가 던지는 화두가 흥미로웠다. 과학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사회, 메시아처럼 외계인을 기다리는 사람들, 비밀이 없는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삼체인, 문화대혁명, 삼체이론까지... 이 모든 개념을 엮어 탄생한 이야기가 충격적이지 않은게 이상했다. 드라마를 본 뒤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야기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밀을 만들지 않는 전체주의적인 삼체인들이 문화대혁명 시기 중국과 연결됐다. 고도로 발전한 전체주의가 주는 무서움이 느껴졌달까.
드라마 곳곳에 나오는 배우들이 '왕좌의 게임'에서 봤던 얼굴이라 익숙하고 반가웠다ㅎㅎ 그리고 시즌2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데 이야기의 끝을 봐야겠다 싶어 책을 사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