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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노란 책 리뷰 <꽤 낙천적인 아이>원소윤
2025-08-16 00:55:44꽤 낙천적인 아이

안노란 책 리뷰
<꽤 낙천적인 아이>ㅡ원소윤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마리아'의 기억 모음집.
책표지가 얼핏보면 노란계열 같긴 하지만, 메로나색으로 칭하겠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 사람들 앞에 서서 프리스타일 랩으로 실시간으로 웃겨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분위기가 너무 어색해져 버리고 그 뻘쯤함이 가득찬 공기를 상상하기만 해도 숨이 막혀온다.
그런데 심지어 그렇게 사교성이 좋은 것도 아니고, 어쩌면더 까다롭기까지 한 '마리아'는 왜 불특정 다수 앞의 극도로 긴장된 공간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걸까?
소설은 마리아의 옛날 기억, 성장과정, 친구나 가족과의 일화등을 쓴 부분과, 마리아가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할 때 쓴 듯한 대본 부분이 번갈아가며 나온다.
마리아의 기억들을 읽어보면, 마리아는 조용하지만 참 정이 많고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가족들에게 이렇게까지 깊은 감정을 쏟아 본 적이 없다. 행복하고 기쁜 순간에 대한 묘사는 별로 없지만 화나고 슬플때도 작가 특유의 위트로 오히려 잔잔하게 느껴진다.
반면에 스탠드업 코미디를 할 때엔 사회,정치,종교,인생 등 심각하고 예민한 주제를 코미디를 핑계로 거침없이 말한다.
조용하고 정많고 감성이 풍부한 마리아가 극도로 예리한 통찰력으로 깨달아버린 인생의 절망, 자신의 내밀한 분노, 슬픔 등을 스탠드업 코미디를 핑계로 전부 배출하는 것 같다. 결코 평범한 자리에서 말할 수 없는 진실을 유머로 묻어두는 대나무 숲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