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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책 리뷰 ㅡ<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아글라야 페터라니.
2025-12-01 18:20:13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루마니아에서 탈출해 난민 신분으로 서커스 활동을 하던 부부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산산조각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부모님의 조국은 자신의 조국이 아니고, 아직 아이였던만큼 딱히 서커스단도 아니었고, 정이 들 만큼 오래 정착한 곳도 없었고, 연결고리인 가족은 얼마 못 가 해체되었으며, 정확히 알고 있는 언어도 없고,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과 여유도 없고, 최후의 성전인 자신의 몸 마저도 자기 것이 아닌 상황의 주인공은 그 어떤 것에도 정체성의 닻을 내리지 못한 채 몽롱하게 뒤죽박죽 흘러가듯 삶을 살아간다.
되다 만 반죽 같은 주인공의 정체성을 묘사하는 듯, 작가의 글 또한 대부분 명확하지 않고, 서로 조합되기 힘든 문장들 사이에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만을 어렴풋이 느껴지게 할 뿐이지만, 그게 오히려 주인공의 상태와 마음을 더 잘 전달해주는 느낌이 든다. 어쨌든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은 주인공은 별로 행복하진 않았다.
언어는 일정 지역과 문화, 역사 등등에 많이 관련되어 있기에,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극소수의 사람들이 자기자신의 생각, 자신의 문화를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와 표현법이 없을 것 같고, 이 소설이 작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 이기도 한 만큼, 속하지 않은 자의 언어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담겨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