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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노란 책 리뷰 ㅡ <바벨> R.F.쿠앙
2025-12-27 03:38:35바벨 1

죽기직전 기적적으로 옥스퍼드에서 번역가의 삶을 살게 된 주인공과 그 뒤에 있는 잔혹한 침략과 착취에 대한 이야기.
이 소설의 세계는 우리 세계와는 약간 다르게, 은막대에 통번역가들의 신비한 세공 의식으로 마법같은 일이 일어나는 세상이다. 증기기관, 산업혁명 등이 일어났지만 그 중심에 은막대 마법의 도움이 한 스푼 얹어진 세상.
그곳에서 광동지역 출신이었던 주인공은 전염병에서 기적적으로 구출되어 옥스퍼드 번역원에서 전폭적인 금전적 지원과 꿈같은 공부를 하며 행복한 학창생활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머지않아 주인공은 이 제국주의 국가가 전 세계 식민지의 자원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태어났던 식민지의 언어들까지도 탐욕스럽게 착취하고 독점하려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고민하기 시작한다.
진심은 결코 번역되지 못하고, 인종, 국적, 성별, 지역, 계급, 직업 등 수많은 요소가 서로의 진심을 왜곡한다. 바벨탑을 도전한 인간들의 언어 하나를 가르기 위해 신은 수백가지 저주를 한꺼번에 내린 셈이다.
결국 작중에서 진심은 언어로 전달된 적이 거의 없었다. 침묵, 눈빛 정도만이 가까스로 마음을 전달할 뿐이었다.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막는 것. 이 두 흐름 속에서 서로간에 피튀기며 고전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