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노란 책 리뷰 ㅡ<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최현숙
2026-01-03 15:04:10
어느덧 노년을 바라보는 한 활동가의 담담하지만 파란만장한 에세이.
현 사회의 변두리 너머에 있는 분들을 붙들어주고 관찰하고 같이 있어주고 맞서 싸워준 지 20여년이 지난 최현숙 씨, 그들의 삶과 죽음을 전부 지켜보고, 자신 또한 삶의 후반부에 진입했다는 것을 느끼면서 노화, 생활, 빈곤, 성, 자유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하며 쓴 책인 듯 하다.
노화와 죽음이 가까워지면서 기력과 인지능력이 빠르게 사라지고, 이를 어떻게든 늦춰보려 부와 교양으로 최대한 감싸보려던 사람들도 결국 노화의 무지막지한 힘에 버티지 못하고 몇 년 차이 일 뿐 모두 비슷한 말년을 보낸다. 사회구조와 부의 분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싸워 온 작가는 이 평등한 말년의 모습에 통쾌함을 느끼기도 하고, 이 노화의 과정에서 인간이 누려야 할 자유와 존엄이 어디까지일지 냉정하게 검토해보기도 하고, 내 코가 석자인데 아이고 무릎이야 하면서 하소연하기도 한다.
작가는 또한 독거노인분들이 돌아가시기 전까지의 삶을 묵묵히 듣고 기록하는 구술사기록 일도 하면서 느낀 점을 쓰고 있다. 작가 본인도 이제 독거노인의 범주에 들어오면서, 이 책 또한 하나의 기록이 될 것이다.
작가 자신이 왜 사회인권 활동을 하고, 소외된 분들을 찾아가고 기록하는지, 그 심리적, 근원적 동기를 찾기 위해 자신의 어릴적 기억을 짧게 되짚어본다. 되짚어보니 가족단위의 작은 사회에서조차 작가는 빈부, 윤리, 남녀 사이에서의 구조적인 의문을 순식간에 눈치채버렸고, 고민도 잠시, 아주 적극적인 반항을 실천하여 자유와 독립을 이뤄낸 여정이 있었다. 그렇지만 20년은 족히 걸렸고 아주 좋지 않은 경험이었으며, 여전히 떨쳐내지 못한 것들도 조금 남아있기는 했다. 괴롭지만 한 번 독립과 자유를 얻어내고 지켜낸 사람으로서, 그 투쟁의 경험과 노하우를 다른 사람에게까지 영역을 넓혀 돕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작가 스스로도 피곤하다고는 하지만, 그 성격과 정신력이 조금 부럽다.
가진사람, 가지려고 노력한사람, 덜가진사람, 없는사람, 완전히 잃은 사람, 더 밑바닥, 그리고 더욱 밑바닥의 사람까지 모두 만나고 함께해 본 작가는 우리가 서로 얼마나 생각이 다른지, 어떻게 역지사지를 해야 조금 이해가 가능한지 써놓았다. 읽기만 해도 결코 쉽지않고 괴로운 일이다. 작가가 판단 없이 순수하게 받아들이기까지 대체 어떤 일을 겪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