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노란 책 리뷰 ㅡ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2026-01-30 21:54:45
사회와 전혀 소통이 안되던 주인공이 편의점을 통해 세상과 하나가 되는 이야기.
191페이지의 중편소설이지만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중간에 등장하는 발암캐릭터 덕분에 다음페이지를 넘기게 된 탓도 있지만, 주인공 또한 평범한 관점을 가진 사람이 아닌지라 도저히 앞으로의 일을 예상할 수 없었고, 이 둘이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었다.
작품 속에서는 인간사회를 현대시스템과 원시부족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주인공은 부족의 본능이 없이 태어나 학창시절부터 소통의 어려움을 겪다 편의점 알바로 점원이라는 회사 시스템에 들어가면서 인간사회에 안전하게 정착하게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사람이다.
그와 반대로 발암캐릭터로 나오는 한 남자는 현대 인간사회니 시스템이니 다 번지르르한 껍데기일 뿐 , 이 세상은 여전히 원시부족사회로, 생산능력이 부족한 개체는 도태되고 삭제되는 것이다 라면서 입을 열 때마다 세상과 주인공을 비하하고, 구애라는 명목으로 수차례나 다른 사람들을 스토킹 하고 돈버는 능력은 전혀 없는, 이 사회가 굉장히 원하지 않는 타입의 사람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놀랍게도 이 남자와 동거를 하게되는데…
사람들과 어떠한 감정이나 교류를 나누는 것에 의미를 느끼지 못했던 주인공은 주변사람들이 친구는 있느냐, 연애경험은 있느냐 라고 물어보는 질문들에 전혀 대답을 할 수 없었고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이제 나이를 먹으면서 결혼은 했느냐, 아이는 있느냐 라는 질문까지 받게 되자 이것에 잘 대답할 수 없으면 나는 이 시스템에서 버려지게되겠구나 라는 공포를 느끼게 되자 저 남자를 최소한의 먹이만 주며 집에 살게하고 동거자로 삼아야 겠다 라는 놀라운 결론에 이른 것이다.
주인공에게는 이 세상과 저 남자가 똑같이 이상한 것 이었다. 세상은 사람들에게 시스템이 될 것과, 부족이 될 것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어느 한 쪽이 부족한 사람은 이상하고, 눈에 띄고, 제거당하는 것이다.
물론 주인공은 얼마 안가 다시 편의점의 계시를 받고 남자를 버리고 편의점의 점원으로 돌아가긴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명확히 끝나진 않는다.
이야기에서도 주인공이 점차 늙어가는 것이 묘사되어 있다. 주인공이 늙어서 점원이 될 체력이 없다면, 기능을 잃은 주인공의 정체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해피엔딩은 아니다.
극단적인 관점의 두 캐릭터가 세상을 보는 모습을 뜨악하고 어리벙벙하게 읽은 독자들은 그 관점의 사이, 혹은 제3의 길, 기능이 없어도, 어떤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지 않아도 인간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길이 우리에게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그림을 그리지않는 나는 대체 무엇일지 이런저런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음… 우리 강아지의 주인? 이런 위기를 겪을 땐 자신의 정체성을 지지하는 것들을 여러 개 분산해보라는 뇌과학자의 유투브를 본 적이 있다. 밥잘먹는 나, 유투브 잘보는 나, 운동하는 나..는 나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고, 나를 지탱해 줄 또 다른 기둥이 별로 없는 상태인 지금, 이 책을 읽으며 또다시 위기를 느끼게 되었다는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