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름, 완주/김금희
2025-09-22 22:54:19
나는 요즘 모든 것에서 상실과 마주한다.
잠결을 밀며 들어오는 아주 새것 같은 공기를(p.36), 나도 매일 아침 느꼈었는데.
그 공기를 느끼며 눈을 뜨고 두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켜곤 했는데.
지난 여름은 내 생애 가장 우울한 여름이었다.
항상 언제나 어딘가에 있을 거라 믿었던 것이 더 이상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헤어지거나 먼 곳으로 떠난 것이 아니라 아예 사라져버렸다는 거다. 짧게 말해서 이 상실은 내게 사상 최고의 타격을 입혔고 나는 아직도 그 타격에서 일어나지 못 했다.
첫 여름, 완주를 읽은 이유는 끝없도록 우울한 이 여름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운이 다 빠진 여름, 내가 온전히 할 수 있었던 것은 딱 두 가지, 글을 읽고 축구 경기를 보는 것이었다. (축구 이야기는 너무 길어지니 여기선 생략.)
힘이 들수록 글을 파고 들었고 많은 사람들의 상실의 경험과 이야기를 여름 내내 읽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상실을 경험했는지 알고 싶기도 했고 한편 이 상실 너머 다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열매의 완주 이야기를 읽어야만 한다고,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평소 좋아하는 종류의 책은 아닌데 처음 들은 책 제목이 잊히지 않았고 여름에 어떻게 뭘 완주한다는 소린지 알고도 싶었다. 인간은 모두 자기만의 달리기를 완주해간다. 거리와 속도, 모든 조건은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어쨌든 모두 완주를 향하지.
아직도 힘이 하나도 없고 쓰러질 듯 비틀거리고 있지만 그래도 완주할 수 있겠지?
다른 사람들은 나만큼 아픈 여름이 아니었기를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