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마네오빠의 편지

시장 인문학의 중간자적 지식인과 ‘인문학의 마지노선’ 이야기

by 엠마네오빠2025-10-10 21:43:57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시장 인문학의 중간자적 지식인과 ‘인문학의 마지노선’ 이야기



지난 번 편지글에서

이어서,

오늘은 한국의 시장 인문학에서 

중간자적 지식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그들의 기여와 한계, 제언 그리고

인문학의 마지노선을 다뤄보겠습니다.


지금부터 저는 중간자적 지식인들을

두 부류로 분류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두 부류를 나누는 기준은

'가르침과 메시지의 사회적 영향에 있어 

부작용 문제가 있느냐 또는 거의 없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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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부류의 중간자적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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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제일 먼저

가르침에 있어 유익하고 

해석에 있어 부작용이 거의 없는 분들을 

먼저 간단히 짚겠습니다.


제가 지금껏 읽고 곰씹은 도서들과

시청했던 유튜브 영상 강의를 기준으로 하여,


- 술이부작(述而不作)에 충분히 충실한가

즉, 원전에 충실한 가르침을 하는가


-사람들에게 의욕과 스스로의 사유를 키우는가

즉, 읽거나 듣고 나면 의욕과 사유가 꽃피우는가


-겸허하고 본분을 지키는가  

즉, 가르치는 사람의 선을 잘 지키는가


이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한 사람들은,

제가 읽은 독서와 시청 영역에서 기반하여 추리면

박찬국, 김상봉, 이정우, 강준만, 박민영, 고병권

이런 저자나 강연자분들이 해당하더군요.


이런 저자나 강연자 분들의 특징은 

가르침과 해석이 원전과 공동선에 충실하고

독자나 청강생들에게 사유의 의욕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의 가르침과 해석은 매우 유익합니다.

그들은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분들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들의 사유가 너무 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중은 

두 번째 유형의 중간자적 지식인들을

더 좋아합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말하는 

두 번째 유형의 중간자적 지식인들은 

여러모로 난감합니다.

한계와 부작용이 또렷하기 때문입니다.

실명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음을 말하고자 합니다.


1. 술이부작(述而不作)을 위배합니다.

원전에 충실한 가르침보다는

자신만의 기발한 해석을 더 중시하고,

그것이 본질이라면서 사람들에게 내세웁니다.

해석은 각자의 자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 자신만의 해석을 

본질을 꿰뚫은 통찰이라고 내세우면

읽거나 듣는 사람들의 사고를 고정시켜 버립니다.

이런 폐해를 끼치는 저자나 강연자들이 꽤 많습니다.



2. 엘리트적 오만을 직접이든 은연이든 보입니다.

세상엔 깊은 사유와 통찰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만,

그래도 모아놓고 보면 많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무지한 대중을 가르치는 선지자라는

기괴한 사고와 태도를 보입니다.


겸허함을 모르면,

언젠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3. 탈권위 이미지 메이킹이 지나칩니다.

소위 아웃사이더나 탈권위 이미지를 추구하는데,

그들의 실제 강연 현장을 보면

항상 매스컴 조명이 비추는 포근한 건물 안입니다.

그들 본인 입으로 거리의 철학자라고 자칭해도,

스포트라이트 범위 안에서 움직입니다.

그런 식으로, 말과 행동이 맞지 않습니다.


제가 오래 읽고 보면서 사유한 영역 내에서

직접 식별해낸 탈권위 지식인은 여럿 언급했지만,

그중에서도 '이 분은 진짜 거리의 철학자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박민영, 고병권, 김상봉 저자 정도로 손꼽습니다.

그 정도로 희소합니다.



4. 현실성 없는 위로나 선동을 합니다.

이는 값싼 정신적 마취이기에 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걸 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들은 현실비판까지는 타당하게 말합니다.

그러나 그런 비판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결론이죠.

결론에서 값싼 위로나 선동을 하면

그건 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그런 글이나 영상을 보고 나면 저는 화가 납니다.

누구라도 말할 수 있는 비판과 값싼 결론까지

제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5. 사람들을 나약하고 취약하게 만듭니다.

가장 위험한 것인데, 이걸 그들이 합니다.

사실 가장 많은 부류입니다.

여기엔 또 두 부류로 나뉩니다.


1). 사람의 취약성을 무한긍정해주는 부류

매우 흔합니다.

그들의 메시지는 달콤하고 포근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라',

'자신의 욕망을 무한긍정하라' 또는,

온갖 기발한 감성의 값싼 위로가 난무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기만과 위선이 넘쳐납니다.

그 결과, 읽거나 보고 나면 남은 건 공허입니다.


2). 사람들에게 모자라다면서 '노오력'을 강요하는 부류

이는, 공허한 자기계발을 유통하는 

최악의 경우입니다.

말 중에 '너희는 모자라다, 미숙하다.

그러니 나를 추종하라.' 

이런 메시지를 은연 중에 계속 전파하면서

집요한 가스라이팅으로 타인을 조종하려고 드는

최악의 유형입니다.

특히, 도덕과 공부 수양의 탈을 씁니다.

그렇기에 언뜻 좋아 보이지만 

기이한 교조 체제의 덫에 물리는

컬트 즉, 유사 종교적인 관계 구조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부 수양은 스스로 하는 것입니다.

남에게 통제받을 내용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부정적인 유형 특징들은

모두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것들입니다.


한편, 두 부류의 유형에 

부분 부분 해당되는 듯이 보여도

자신의 지식인 본분을 잘 지키고 

유익함이 더 있는 특이한 사례가 있는데,

김용옥이 그렇습니다.


예외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래 전에,

저는 김용옥 저자의 책 몇 권을 읽고 접었습니다.

저와는 안 맞더군요.


그건 뭐... 

사람마다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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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과 인문학의 마지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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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손꼽은 전자의 유형인

가장 유익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분들은

저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분들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후자의 유형보다는

영향력이 적습니다.


반면에, 

낮은 것은 쉽기에 영향력이 큽니다.

먹방이나 자극적인 선동 같은 것들이 그렇죠.

그러나, 세상이 낮은 것들이 주류의 힘을 갖게 되면

사회는 점점 낮아져 극단적으로 어리석어지고

터무니없고 심지어 비참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탈권위를 가장한 반지성주의와 탈진실의 하류화, 

야만적 테러 행위가 만연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다 보니, 

인문학의 마지노선을 생각하게 됩니다.

즉, 인문학은 낮은 것의 마지노선을 높여줘야 합니다.


결국 인문학의 마지노선은

사람을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그 언어가 위로든 비판이든,

듣는 이를 스스로 의욕하여 사유하게 한다면

그것은 인문학의 마지노선 안에 있는 것이지만,


나약함과 취약성을 심화시키면서

교조적 카리스마에 의존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이미 넘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을 넘은 것이기에

더 이상 인문학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유익한 가르침을 참고하여

스스로 의욕하여 사유하고 실천하는 삶이

필요할 뿐입니다.


인문학이 다시 존엄해지려면

지혜와 사랑, 그리고 존중의 사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세워

사람을 스스로 일으키게 하는 언어,

바로 그런 언어로

사람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


그것이 인문학의 마지노선이자

좋은 변화의 시작점입니다.


PS.

요즘 박찬국 저자의 책들을 다시 읽고 있는데,

내용이 워낙 좋아서 

욕심껏 쓰기엔 분량이 많아질 것 같고,

(지난 번 펄벅 글 분량으로 데인 경험도 있고)

대강 쓰면 왠지 미안한데다 제가 글쓴 보람이 없고,

중용의 범위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애초에 그믐 가입 후, 

'그냥 주말에 가벼운 쪽지 수준글로

흔적이나 남기자' 

이런 취지로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점점 진지해지고 해서,

아무래도 무게를 좀 줄이고 싶을 뿐입니다.


당분간은 편지글로 좀 가볍게 

대화체로 흔적을 남길까 합니다.


다음 편지글 주제는

'그믐에 왜 가입했고 왜 혼자 놀고 있는가'를

가볍게 이야기할까 합니다.


그리고,

날짜 숫자가 귀여워서 오늘 올립니다.


- 2025년 10월 10일, 엠마네오빠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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