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 아래 무허가 불량 주택 세 채
2026-04-09 12:44:38
pp.47~48
광흥창 터는 와우근린공원이 시작되는 곳인데, 이곳에는 와우시민아파트 19개 동이 있었다. 1970년 4월 8일 새벽 한 동이 무너졌고, 34명이 사망했다. 부실 공사가 원인이었다. 무면허 건설업자가 철근 70개가 들어가야 하는 콘크리트 기둥에 5개만 썼을 정도로 황당하게 지었다(이후 1990년대까지 한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붕괴 사고들이 반복된다).
그러나 와우근린공원에는 이 사고를 추모하는 조형물이나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비가 없다. 적어도 내가 광흥창역 일대에 살았던 2014년까지는 그랬다. 공원 지도, 와우산에서 볼 수 있는 새와 곤충과 각종 식물에 대한 설명, 숲과 산림욕의 좋은 점, 공원 내 금지 행위, 와우산에 있는 사찰 영통사의 유래, 심지어 약수터의 기원이 적힌 안내표지판까지 있다. 하지만 1970년 4월 8일에 이곳에서 어떤 비극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이 공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와우산에 대한 풍수지리설적 해석을 설명하면서, 와우산은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인데 소 머리는 어느 자리이고 여물통은 어쩌고 하다가 “엉덩이는 와우시민아파트 자리에 있었던 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라고 적어놓은 게 전부다.
그러나 와우시민아파트는 그렇게 한 번 언급이라도 된다. 아우시민아파트 아래 있었던 판자촌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산중턱에 지어졌던 와우시민 아파트는 무너지면서 도시 빈민들이 살던 산기슭 아래 무허가 불량 주택 세 채를 덮쳤다. 그곳에서도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왔다.
한국 사회는 그런 죽음들을 적극적으로 잊어버리려 했다. 아예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척 굴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 희생자 위령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희생자 위령탑, 씨랜드 화재 희생 어린이 추모비도 모두 사고 현장과 떨어진 곳에, 일반인이 잘 모르거나 찾기 어려운 곳에 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자리에는 그로테스크하게도 호화스러운 주상 복합건물이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