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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이 나쁘다
2025-10-03 17:52:33“책은 뭐랄까,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몸에 남는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니면 기억 너머의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기억나진 않는 어떤 문장이, 어떤 이야기가 선택 앞에 선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하는 거의 모든 선택의 근거엔 제가 지금껏 읽은 책이 있는 거예요. 전 그 책들을 다 기억하지 못해요. 그래도 그 책들이 제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그러니 기억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는 것 아닐까요? ”
『[큰글자도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일본서점대상 수상기념 리커버)』 황보름 지음
기억력이 나쁘다라는 말과 기억력이 없다 라는 말 중 어느 것이 옳은 말일까? 사람들은 두 문장을 같은 뜻으로 받아들인다. 기억력에 가치판단이 들어 간다. 책을 많이는 아니어도 꾸준히 읽는데 제목만 어렴풋이 기억이 나고 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나는 책들이 꽤 많이 있다. 도서목록에 있으니 내가 읽었음이 분명한데도 그 책의 장르가 무엇이었는지도 깜깜할 경우가 있다. 심지어 독서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몇 문장으로 후기까지 남겼을 터인데도 그런 경우가 있다.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건망증이라기엔 나는 원래도 기억력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누가 무슨 책 읽어 봤어요? 라고 물어볼 때 많은 경우에 안그래도 작은 키다 더 줄어든다 "아 읽었는데 기억이 안나요..." 그러다 이 문구를 만나게 되었다. 1도 기억 안나도 내 세포 혹은 그 사이 어딘가에 녹아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믿어야지. 그렇게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