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용기 (feat. Mrs. Dubose)
2025-10-17 16:33:57
이 소설에서 애티커스는 거의 성인급에 가까운 철학적 사유를 보여주며 그에 맞는 실천을 합니다. 물론 피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테지만 자신에게 부여된 일이나 맡을 수 밖에 없다라고 말함으로써 열사의 반열에서는 내려왔지만 거부하지도 않았죠. 그리고 깨질 것을 알아도 달걀인 온 몸으로 바위에 부딪히기로 한 것이죠. 그 와중에 자신의 아이들이 상처입을 것을 알지만 애티커스는 굴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미안하다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버티라고 합니다, 강해지라고 합니다. 조롱과 경멸의 말은 하는 사람의 가치인 것이지 받는 사람의 가치가 아니라고요. (우리 모두 이 말이 맞다는 것을 알지만 실제적으로 본인에게 이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어렵죠.)
그러나 애티커스와 다르게 두보스 부인은 우리에게 양가적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저런 인종차별주의자 성격 파탄난 괴팍한 노인네 같으니 하는 느낌을 계속 줍니다. 아무리 애티거스가 노인네고 아프니까 봐줘..라고 말해도 요만큼도 봐주고 싶지 않은 비호감 캐릭터이니까요. 그런데 애티커스의 용기에 관한 다음 문장이 바로 두보스 부인의 상황과 정확히 부합하게 됩니다.
"I wanted you to see what real courage is, instead of getting the idea that courage is a man with a gun in his hand. It’s when you know you’re licked before you begin but you begin anyway and you see it through no matter what. You rarely win, but sometimes you do."
그리고 부인은 이겼습니다. (제가 말기 시한부라면 고통을 없애기 위해 뭐라고 주입해 달라고 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저 위엄을 가지고 삶을 마무리하겠다는 일념으로 다 죽어가는 마당에 몰핀 중독과 싸움을 하고 끝내 이겨냅니다.
애티커스는 심지어 "내가 아는 가장 용감한 사람(the bravest person I ever knew)"이라고 평가하는데 이 평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애티커스는 부인의 인종차별적 시각이나 편협함을 결코 옹호하지 않지만 그는 부인의 사회적 결점을 분명히 인지하면서도, 그녀가 내면에서 벌인 처절한 투쟁의 가치를 존중합니다. 이는 인간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고, 한 개인의 모순과 복합성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애티커스의 성숙한 도덕관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도 사람들은 평면적인 하나의 캐릭터가 아니고 다양한 면을 가진 입체적인 존재들이니 쉽게 재단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 하지요. 진정한 용기란 완전무결한 선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순과 결함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마지막 의지인지도 모릅니다.
하퍼 리는 묻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가장 혐오하는 사람의 내면에서도 용기를 발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