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2부 8장 – 허위와 아이러니의 대위법
2025-10-28 23:26:53
샤를과 에마는 보잘것없는 ‘잡종의 지방’ 욘빌로 이사 온다. 그곳에서 약제사 오메와 금발의 젊은 공증사무소 서기 레옹을 만나게 된다. 임신한 에마는 아들을 원하지만 딸을 낳고, 며칠을 고심하다 귀족의 성에 초대받았던 날 들었던 이름, ‘베르트’를 붙인다. 한 번의 사교적 기억에 매달린 이 작명은 에마의 허위의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곰 같은 남편 샤를과 달리 레옹은 문학과 음악 등 낭만적 취향을 공유하며 에마의 내면에 파문을 일으킨다. 그러나 둘의 감정은 소극적 망설임 속에 시작도 전에 끝난다. 레옹은 파리로 떠나고, 그 자리를 새로운 인물 로돌프가 채운다. 서른넷의 미혼에 적당한 재산을 가진, 여자를 다루는 데 능숙한 남자. 그는 에마의 권태를 단번에 간파하고 곧장 유혹의 무대를 연다. 그 무대는 8장, 농업 공진회에서 막을 올린다.
이 장면은 1부의 9장에 비견할 만큼 전율을 준다. 농업 공진회의 연설과 시상식 장면 사이로 로돌프의 유혹이 교차되며, 마치 영화의 대위법적 편집처럼 번갈아 배치된다. 한쪽에서는 고위 관리가 노동의 숭고함을 장황히 설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텅 빈 실내에서 로돌프가 에마의 손을 잡고 감미로운 말을 속삭인다. 플로베르는 한 문단 안에서 두 세계—공적 담론의 공허함과 사적 욕망의 진동—을 교묘히 교차시키며, 언어의 리듬만으로 아이러니를 구축한다.
특히 54년을 한 농장에서 ‘노예처럼’ 일한 늙은 여인에게 25프랑짜리 은메달을 수여하는 장면은, 그 직전 경작을 잘해서 또는 돼지를 잘 키워서 60~70프랑의 상금을 받은 농장주들의 장면과 대비되며, ‘고달픈 노동을 보상'한다는 연설의 위선과 사회의 불균형을 드러낸다.
플로베르의 문장은 정확하고, 그 구조는 더 정교하다. 하나의 사물에 하나의 단어가 대응한다는 ‘일물일어설’의 작가답게, 그는 욕망과 허위, 그리고 현실의 부조리를 완벽한 문장 배열 속에 새긴다. 19세기 소설이지만 이 장면의 구성과 리듬은 현대소설 못지않다. 아마 유사한 현대소설 혹은 영화의 기법의 시초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읽을 수록 그 천재스러움에 감탄하게 되고 다음 장이 기대가 되는 플로베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