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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이렇게 좀더 있자
2025-11-30 01:34:33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해부극장*
한 해골이
비스듬히 비석에 기대어 서서
비석 위에 놓인 다른 해골의 이마에
손을 얹고 있다
섬세한
잔뼈들로 이루어진 손
그토록 조심스럽게
가지런히 펼쳐진 손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이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을 들여다본다
(우린 마주 볼 눈이 없는걸.)
(괜찮아, 이렇게 좀더 있자.)
* 17세기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안드레아 베살리우스의 책. 수년간의 급진적 해부 연구 끝에 인간의 뼈와 장기, 근육 등 정교한 세부를 목판에 새겨 제작했다. 독특한 구도의 해골 그림들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