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흑 2
2025-12-26 14:46:35
레날부인과 거사를 치른 쥘리앙은 이 열정의 기쁨을 알아버리게됩니다. 동시에 이 귀부인에게서 사소하지만 중요학 사회적 관습과 베리에르라는 소도시의 정치적 알력 등도 이해하게 됩니다. 레날 부인은 자신의 어린 연인이 국왕의 행렬 의장단 일원이 되도록 조정을 하고 그들의 관계가 폭로될 상황에 처했을때 또 다른 익명의 편지를 조작하여 그 상황을 모면하는 전략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쥘리앙이 자신의 야망을 숨기는 위선을 전술로 활용하듯이 레날 부인은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위험에 처했을때, 전투에 임해서 승리를 이끌어내는 냉정한 책략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베리에르에서 장점이었던 쥘리앙의 지성과 사고하는 능력은 더 폐쇄적이고 더 정치적인 신학교에선 오히려 그의 약점이 되어 버립니다. 그곳에선 맹목적인 믿음이 최고의 미덕이었기 때문이죠. 영웅을 받아 들일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쥘리앙은 눈빛, 얼굴 표정, 제스처를 통제하며 자신을 위장하려 했습니다만 결국엔 알아서는 안되는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같은 고전 문학을 자랑한 덕분에 그는 낮은 점수를 받게 되고 권력을 쥔 부주교를 비롯한 예수파들의 눈에 나게 됩니다.
성공을 위해 위선의 갑옷을 입는 쥘리앙, 신성한 신학교가 권력투쟁의 장이 되고, 사랑(불륜)은 전술로 지켜야 하고, 지성은 죄악이 되는 당시의 시대가 현대의 우리를 되돌아 보게도 합니다.
1부 마지막 장의 코메디 연극무대를 떠올리는 우당탕탕 장면들은 앞서 말한 당시 사회의 부조리들을 조롱하는 듯합니다. 피라르 신부의 추천으로 라 몰 후작의 비서가 되기 위해 파리로 떠나기 전 레날 부인과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총에 맞을 각오로 사다리를 놓고 테라스를 오르는 쥘리앙의 모습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1년 넘는 신학교의 금욕을 풀기 위한 젊은 청년의 치기였을까요, 500프랑을 그녀가 보냈다고 착각한 데서 비롯된 감사의 표현이었을까요, 아니면 갖지 못했던 어머니상에 대한 연상의 연인에게서의 위로였을까요. 어쩌면 야망을 위한 관계라고 스스로 믿고 있었던 레날 부인에 대한 감정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랑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하룻밤을 위해 목숨도 내놓는 선택은 쥘리앙이 여전히 어리고 감정적이며 열정적인 인물임을 드러내면서도 이 관계가 단순히 야망의 발판만은 아니었음을 말해주는게 아닐까요? 나폴레옹을 숭배하는 쥘리앙이 이 시대에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영웅적 행동’이 새벽에 사다리를 타고 연인의 방으로 숨어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 장면은 풍자적 웃음을 자아내지만 동시에 사회적 위선과 권력의 암투 속에서도 비록 불륜이지만 이 둘의 사랑이 팔딸팔딱 뛰고 있는 인간의 심장을 보여주기에 애틋한 여운을 남깁니다.